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66화 (166/200)

[166] 도약(4)

스카이 엔터 미국 지부.

홍보팀장 레이첼은 직접 보면서도 두 눈을 의심했다.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른 솔라의 이름과 곡을 보면서.

"두 번째에 빌보드 1위를 한다고....?"

「Losing Star」와 「Save The Earth」, 두 번의 앨범으로 정상에 올랐다.

그외, 정규 앨범 수록곡도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콕콕 박혀 있었으니.

"어케 했누."

K팝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몸소 체험했다.

연예계는 한 치 앞도 모르는 것 같다.

솔라가 이렇게 클 줄 누가 알았을까.

'아니, 솔라도 솔라지만....'

정 대표님 실력은 천재라는 수식어도 부족했다.

어느 방송 하나도 허투루 잡는 경우가 없으니까.

"저기."

그때, 부하 직원이 다가와 서류를 건넸다.

"팀장님, 솔라 미국 스케줄입니다."

"아, 네."

지금 너튜브 촬영으로 노르웨이에 가셨구나.

"이 중요한 시기에 왜 여행을 가셨을까요?"

"몰라서 묻는 건 아니죠?"

레이첼의 질문에, 직원은 당황하며 말을 이었다.

"그, 혹시 북극곰이랑 사진 남겨서 콜라 광고를 노리려고....?"

".... 공약을 왜 걸었겠습니까?"

"아!!!"

빌보드 차트 등반에 도움이 되니까.

앨범 판매와 스트리밍은 빌보드 집계에 영향을 끼쳤다.

빌보드 1위 공약도 대표님께서 직접 제안했다고 하던데.

'심지어, 공약 여행 장소는....'

Save The Earth, 녹아내리는 빙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북금곰들.

"크으, 역시 대표님께선 다 생각이 있으셨군요!"

"당연하죠."

정수호 대표님이니까.

아무렴, 그 천재가 아무런 의미도 없이 여행을 다니지는 않겠지.

빌보드 정상을 찍은 이 중요한 시기에 왜 북극 여행을 가시겠어.

"극과 극, 제작비는 어디서 구하셨는지 아세요?"

"텀블 엔터라고 들었습니다."

"역시."

정 대표님과 영혼의 듀오.

'미스터 엄'이 해결했겠지.

텀블 인베스트먼트에서 실세로 통한다더니만.

"아무튼."

솔라는 북극 촬영 마치고 바로 미국에 올 테니까.

대표님 오시기 전에 여기서 할 일은 정리해야겠지.

"언론에 뿌릴 보도 자료 준비하죠."

"알겠습니다."

기사 타이틀은 솔라의 귀환.

그 이상 수식어가 필요할까.

이곳 LA를 시작으로 라스베이거스, 시카고, 마이애미와 뉴욕까지.

주요 도시의 콘서트 주최 측과 계약했다.

그중 세 군데는 피날레 무대를 잡았으니.

'지금까지 예능으로 떴다면....'

이제 음악으로 승부하겠다는 대표님의 의지가 엿보였다.

특히, AMA에 이어 내년 1월 그래미를 앞두고 있었으니.

그래미 어워드.

전 세계에서 가장 위상이 높은 대중음악 시상식.

AMA도 한 수 접어주는 최고의 시상식 무대였다.

'시기도 절묘하잖아.'

그래미 어워드 이후, 영화 「왕의 품격」 촬영.

극한의 효율성을 위해 행사를 최대한 줄였다.

'돈보다 명성이 중요한 거지.'

이쯤되면 묻고 싶었다.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확실한 건....'

빌보드 1위는 목표가 아니었던 듯했다.

아직도 두 발로 뛰어다니시는 걸 보면.

예상컨대,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키워 글로벌 엔터를 키우려 하든지.

아니면, 직접 음반사와 유통사를 키워 프로듀싱을 하든지.

"북극 여행에서 언제 돌아오신다고?"

"사흘 뒤입니다."

"준비하자고."

"네. 팀장님."

월드 스타가 되어 돌아왔는데 환영 파티라도 열어야지.

띠리리링─

그때, 레이첼의 스마트폰에 누군가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스카이 엔터 커뮤니케이션팀장 레이...."

-피올로 의원님 보좌관입니다.

"오우, 안녕하세요."

피올로 의원.

미국 프로야구 올스타전 때 안면을 튼 상원의원.

현재 미국 정권에서 당내 실세 중 한 명이었으니.

-솔라 스케줄 확인 차 연락드렸습니다.

"그게, 스케줄은 대표님이 직접 관리하셔서...."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

보이스 피싱은 아니겠지.

-아니면, 제가 직접 찾아뵙고 연락처를 여쭤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뚝.

무슨 용무인지 모르겠지만.

정치 거물이 찾을 정도라니.

'우연일 리는 없고....'

이쯤 되면, 정수호 대표의 설계가 확실했다.

아니면, 하늘이 그를 중심으로 돌고 있던지.

* * *

나는 언제쯤 꿈을 이룰까.

돈 많은 백수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강남에 빌딩 하나 사면 은퇴할 건데.

게다가, 여기서 멈추기에는 벌여놓은 사업이 너무 많았다.

노르웨이, 위도 78도 롱이어비엔.

우리는 지구의 가장 북단에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바다 너머 펼쳐진 장관에 한동안 시선을 빼앗겼다.

"와아, 멋있다."

"그러게."

눈덮인 산맥과 에메랄드빛 차가운 바다.

갓길에 버스를 세우고 촬영을 준비했다.

"여러분."

이내, 주 피디는 제작진 대표로 입을 열었다.

"일단 상점에 먼저 들를게요!"

"네."

주 피디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는 멤버들.

나도 이젠 대놓고 솔라랑 같이 방송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몇몇 팬들은 방송 욕심 좀 그만 부리라며 장난식으로 말하지만.

'.... 뒤통수 픽이 대부분이라고.'

방송 욕심이 아니라고 말해도 믿어주려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상점에 들어갔는데.

"대표님, 여기 군대에요!?"

"...."

소미는 손으로 벽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상점에서 총을 팔아요! 장난 아냐!"

"그러게."

군필 여고생 신 났네.

벽면에 일렬로 늘어선 각종 총기류.

가격을 보니 한 자루에 80만 원 정도.

"소미야, PX에서 총 하나 사와라."

"네에에엥....? 잠깐만요."

"???"

소미는 뭔가 떠오른 듯 내게 말했다.

"우리 수호 막내, 말이 좀 짧다요?"

"카메라 안 찍고 있잖아."

"아 그러넹. 헤헤."

"...."

꼰소미 많이 컸네.

미국에서 베아 그럴스 형님이랑 다시 미팅 잡을까.

"너는 업보가 많아서 총을 꼭 사야겠다."

"으음."

언니들이 아까부터 소미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이제 안 까불게요."

"잘 생각했어."

"저기, 대표님."

이내, 주현성 피디님이 천천히 다가와 말을 건넸다.

"경호팀에서 총 세 자루만 사기로 했어요."

"그래요?"

"네. 여긴 사람보다 북극곰이 더 많다네요."

"아하."

어쩐지, 관광객한테 왜 총을 파나 했네.

"마을에도 한 달에 한 번은 북극곰이 출몰한다고 합니다."

"너무 위험한 거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십쇼! 위협사격만 해도 다 도망갑니다."

"네. 뭐...."

이러다 양주희는 진짜 북극곰이랑 맞장 뜨는 거 아닌지 몰라.

기념품 샵에 박제된 북극곰이나 해표 가죽.

다른 물건들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는데.

"저기 뭔가 시끄럽네."

"북극여우래요!"

"???"

여기 무슨 동물의 왕국이냐.

여우가 귀엽다며 폴짝폴짝 뛰는 소미와 다이애나.

스탭들은 흐뭇한 미소로 멤버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대표님."

이내, 예지는 내가 다가와 귓속말을 속삭였다.

"오늘 저녁 게임에서 지면 입수한대요."

".... 입수? 북극에서?"

"네. 김고은 작가님이 말씀해주셨어요."

"땡큐."

웹드라마로 연기 데뷔시켜준 작가님.

아직도 예지를 제일 예뻐하시나 보네.

"무슨 게임인지는 알아?"

"네. 3대 3 대결이에요."

"아."

그래서 출연자 여섯 명을 맞추려고 하셨구나.

"종목이 뭔데?"

"운동이요."

"...."

양주희랑 팀 먹으면 끝나겠는데.

* * *

제작진은 솔라 멤버들과 함께 예쁜 풍경을 찾아다녔다.

평화롭게 풀을 뜯는 순록 무리도 발견하고.

거대한 얼음동굴 속에 들어가 빙하도 보고.

특히, 북극에서는 식량과 식수가 귀중한 자원이었으니.

"여러분, 숙소에 짐 풀고 저녁 식사할게요!"

"네에!"

고급 호텔은 아니지만, 아늑하고 따뜻한 숙소.

북극곰 때문에 현관문은 물론 당기는 문이었다.

"오늘 재밌었다."

"나도."

소미는 숙소에 들기 전 대표님의 잔소리를 들었다.

"얘들아, 한동안 미국에서 활동하려면 바쁠 거야."

"콘서트 몇 군데 잡았어요?"

"연말이잖아. 가볍게 다섯 군데만 돌자."

"넹."

처음 걱정과 달리 여행은 편안했다.

북극이라고 해서 괜히 걱정했는데.

'저녁밥만 조건 없이 주면 좋겠네.'

잠시 후, 거실에 모인 멤버들과 정 대표님.

당연히 촬영 중 식사는 소수의 특권이었다.

"식사를 그냥 할 순 없겠죠?"

"아아."

주 피디는 멤버들에게 친절하게 룰을 설명했다.

"이제부터 3대 3으로 찢어서 게임을 진행하겠습니다."

"무슨 게임이에요?"

"그건 비밀이죠. 진 팀은 저녁에 입수 벌칙이 있습니다."

"...."

북극해 입수라니.

음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저녁 복불복 시간.

소미는 피디의 손에 들린 큐시트를 보고 확신했다.

'이거 퀴즈....!'

하루종일 왕언니 야자타임도 시켜주시더니.

"아웅, 이번에도 내 게임인가 봐."

"오늘 무슨 소미 날이에요?"

"하하하. 글쎄요."

분위기상, 대부분 소미와 한팀이 되고 싶은 눈치였다.

무뚝뚝한 주희를 제외한 멤버들은 소미에게 다가왔다.

"소미 언니."

"엉?"

은서는 소미에게 팀 선택을 강하게 어필했다.

"나랑 팀 해줘."

"애교 부리는 거야?"

"아잉."

룸메이트인 다이애나도 마찬가지.

주목받는 기분이 꽤 만족스러웠다.

'오, 자존감 올라간다.'

그동안 열심히 예능에 출연한 보람이 있었다.

민지는 이 맛에 연예인 병에 걸린 게 아닐까.

"에이, 기분이다. 대표님!"

"???"

오늘 야자 타임으로 많이 놀렸으니까.

김 리다, 대표님과 팀을 하려고 했는데.

"우리는 주희랑 벌써 팀 짰어."

"엥."

아니, 시작도 하기 전에 팀을 짰다고?

"대표님, 저 퀴즈왕인데여."

"응. 나도 알지."

"진짜 저랑 팀 안 하실 거에요? 벌칙이 입수인데?"

"응. 괜찮아."

"...."

오케이, 대표님은 북극해 물맛이 궁금하시구나.

잠시 후,

은서와 다이애나, 소미는 같은 팀이 되어 결의를 다졌다.

퀴즈왕이 있는 이상, 이 팀이 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터다.

"누가 먼저 시작할까?"

"글쎄."

이내, 다이애나는 호기롭게 나서며 말했다.

"내가 조지고 올게."

"오케이."

.

.

.

.

.

잠시 후,

"조져지는 건 나였어. 미안."

"...."

게임이 뭔가 이상한데.

주희 언니랑 턱걸이 개수 내기를 하라고?

이거 게임 종목 양심이 터진 거 아닙니까.

"피디님, 우리가 턱걸이를 어떻게 해요!"

"그래서 의자에 무릎 대고 하잖아요."

"...."

다이애나 언니가 무릎 대고 채운 턱걸이는 10회.

반면, 주희 언니는 팔심만으로 서른 개를 채웠다.

"흐음, 대충 요정도만 할까?"

"오....?"

어라, 지금 멈춘 건가.

이러면 할 만할 수도.

"은서 언니, 우리 10개씩만 하자고."

"나 팔 힘 약한데."

지금 '물리'로 양씨 언니를 이길 기회가 왔다고.

"알겠어. 한 번 해볼게."

"오케이."

자신만만했던 주희 언니의 표정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은서 언니가 하나씩 개수를 늘리고.

결국, 턱걸이 10번을 전부 채웠으니.

"소미야, 가즈아!"

"가즈아─!!!"

소미는 철봉을 잡고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 냈다.

"흐아아.... 압....?"

뭐지, 왜 올라가.

힘내. 할 수 있어.

"끄아아아앙."

소미는 하나도 채우지 못하고 털썩 쓰러졌다.

"소미 씨, 탈락."

"알아요."

운동만 하는 게 어딨어요.

"이게 모에요. 퀴즈 내줘요."

"자, 다음 종목은 덤벨로...."

30분 뒤,

세 명은 사이 좋게 북극해 수온을 체크했다.

* * *

오늘 촬영을 마치고,

피곤한 기색도 없이 콘서트 연습 중인 멤버들.

예지의 구령에 맞춰 하나의 동작을 반복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구나.

데뷔 이후에, 멤버들은 각자 연습했다.

'예지한테 고맙네.'

성격이 너무 착해서 화도 잘 못 내지만.

솔라의 어머니처럼 멤버들을 케어했다.

멤버들을 뒤로한 채 바깥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있었는데.

잠시 후,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은서는 앓는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아으으."

이렇게 늦은 시각까지 연습을 한 모양이다.

"은서야, 어디 아파?"

"네에. 저 감기에 걸린 것 같...."

"응. 아닌 거 다 알아."

"안 속네."

이내, 은서는 옆자리에 앉더니 고개를 들었다.

"별 보는 거 좋아하시나 봐요."

"그냥."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우니까.

요즘 해외여행 다닐 일이 많아서.

"무슨 별이 그렇게 예쁘길래? 저랑도 같이 좀 봐요."

"연습은 끝난 거야?"

"네. 다들 취침 준비 중이에요."

"고생했어."

자연스럽게 왕의 품격 대본 이야기를 꺼냈다.

"예지랑 싸우는 연기는 할 만해?"

"그럼요. 둘 다 프로니까요."

"다행이네."

예지, 은서, 주희.

솔라 멤버가 세 명이나 참가하는 만큼 기대감도 커졌다.

특히, 예지랑 은서가 경쟁할 때 뒤통수 감각이 깨어났다.

"대표님, 정상훈 배우님이 주희한테 작업 걸었대요."

"아, 들었어."

안 그래도 사과하더라.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반응이 미적지근하시네요?"

"뭐, 다들 성인이니까."

"오, 그럼 우리 연애해도 되나 봐."

"응. 안 돼."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눈치를 챘다.

어느새 은서와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은서야, 너무 가까운 것 같...."

"남친, 지금 우리 둘만 있네요?"

"장난 그만하고, 이제 들어갈까."

"잠시만요."

"응?"

순간, 쪽 소리와 함께 볼에 느껴지는 따스한 감각.

"지금 무슨....?"

내 눈을 피하고 하늘을 바라보는 장은서.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은서야, 너 방금...."

"이렇게 안 하면 모르잖아요."

"...."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는데 확인 사살을 했다.

이내, 은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어섰다.

"저 먼저 들어갈게요!"

"어, 아, 그래."

이내, 은서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 대표님!"

"응?"

"북극곰 만나면 냅다 도망치세요."

"...."

그게 할 말이냐.

"북극곰은 열이 많아서 200m밖에 못 뛴대요."

"그래?"

"죽는 척하는 것보단 낫겠죠."

"어. 좋은 정보 고맙다."

"고맙긴요. 기껏 고백했는데 죽으면 나만 억울하잖아."

"...."

여배우님, 말하는 뽄새는 여전하시고.

멤버 두 명한테 동시에 사랑받는 기분.

'뒤통수 성능 끝내주네.'

혹시 연애도 시켜주는 거냐.

팬들이 알면 뒤집어지겠는데.

띠리리링─

그때, 미국 국번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번호를 자주 바꾸는데 누가 전화했지.

"헬로."

가볍게 자신을 소개하는 상대방.

피올로 의원님의 보좌관이라는데.

-예지 씨가 UN 회의 때 연설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

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려고.

-저기, 정 대표님?

"아, 네."

혹시 장난 전화일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 번호는 아무나 알려주지 않았으니.

-수락하시면, 우리 측에서 전세기로 모시겠습니다.

"오, 전세기요?"

-네. 아티스트에 걸맞은 대우를 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예지한테 말해줘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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