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65화 (165/200)

[165] 도약(3)

초동 220만 장.

하이엔드를 제외한 어떤 팀도 깨지 못한 대기록을 세웠다.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솔라는 걸그룹의 탈을 벗어 던졌다.

깐깐한 음악 평론가들의 극찬이 이어졌으니.

[한국에서 나오기 힘든 음악성! 천재 소녀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앨범은....]

솔라의 컴백 쇼케이스를 라이브로 시청한 글로벌 팬들이 수십만 명.

이제는 아이돌 팬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솔라의 음악을 사랑했다.

"오빠."

그때, 지유가 다가와 내게 스마트폰을 보여주었다.

"오늘 아침에 소미가 사고 쳤는데."

"무슨 사고."

"이거 좀 봐."

"...."

오늘 소미는 스페이스 앱, 태양빛에 직접 공지를 올렸다.

앨범을 수백 장씩 샀다며 인증하는 팬들도 넘쳐났으니.

-우리 앨범 여러 장 사지 마시고, 하나씩만 사서 좋은 음악 들어주세요! -예지 언니가 시킴-

팬들은 멤버들이 천사라며 댓글창을 가득 채웠다.

이거 둘 중 하나겠네.

진짜 예지가 시켰거나.

'아니면, 천사가 아니라....'

빌보드 1위 찍을까 봐 이러는 거네.

앨범 판매량도 차트에 반영되니까.

"북극 공약 때문인 거 같은데."

"에이, 설마 소미가 그렇게 생각하겠어?"

"...."

너는 아직 소미를 몰라.

빌보드 1위 찍으면 북극 여행, 계속 2위를 유지하면 호캉스.

쇼케이스 당시 MC가 제안했고, 멤버들은 얼떨결에 동의했다.

스윽─

곧이어, 스마트폰을 들고 팬카페 반응을 살폈는데.

팬들은 1위를 예약해놓은 듯 북극 여행을 기대했다.

-솔라 멤버들은 북극에 가고 싶은 건가?

ㄴ소미는 즐긴다

ㄴ군대나 정글, 사파리도 자원해서 갔다는 게 학계의 점심

ㄴ소미 인생 재밌게 사네 ㅋㅋㅋ

ㄴ군필 여고생은 킹정이지

-은서 언니도 같이 갔으면 좋겠다 ㅎㅎ

ㄴ북극 여우 장 폭스 ㅋㅋㅋㅋㅋ

ㄴ솔라 완전체로 다 같이 갈 듯

ㄴ주희 vs 북극곰 가능?

ㄴ양주희는 북극곰을 찢어 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요즘 인터넷 감성은 못 따라가겠어.

다른 커뮤는 여기보다 훨씬 매운맛인데.

"그럼 북극 여행 멤버는 정했어?"

"...."

북극 말고 호캉스 갈 수도 있다니까.

"내일 김고은 작가님이랑 미팅 잡았어."

"아, 주 피디님이랑 같이."

"응. 맞아."

김 작가님은 가능하면 멤버 전원을 원하시더라고.

일단 멤버들 중에 가고 싶은 사람 있나 물어보고.

"일단 미국 스케줄부터 픽스하자."

"응. 알겠어."

「극과 극」 웹예능 촬영 이후, 미국 콘서트.

그 전에 한국 스케줄은 정리할 예정이었다.

"대표니이이임!"

그때, 멀리서 객원 아티스트가 나를 부르며 달려왔다.

"우에다 유이 상."

"아, 왜 미국 가는데 저는 안 데려가쎄요!?"

"한국에서 활동하셔야죠."

"으아, 예지 사마아아."

"...."

그나저나, 한국어 실력이 살짝 늘었다.

엠마랑 같이 다이애나한테 배우더니.

"이런 젠장입니다!"

"...."

잘 못 배우셨구나.

"예지 사마 없이는 호카스 할 수가 없어요!"

"호캉스? 그건 솔라 공약인데."

"호카스. Focus on!"

"아아."

일본식 발음 뭔데.

영어도 배워야겠다.

"그럼 제가 미국 활동 중에 한 번은 부를게요."

"오, 약소크!?"

"네. 약속."

이클립스나 루나도 그렇고.

언제든 한 번쯤은 불러야지.

"지유야, 지금 소미는 학교에 있지?"

"응. 갱생 프로젝트 마지막 촬영이야."

"아, 그래."

그럼 내일 김고은 작가님 미팅 때 같이 가볼까.

북극이든, 호캉스든 군필 여고생은 무조건이라.

"아, 오빠! 주희 언니는 지금 액션 스쿨에 있거든."

"응. 나도 알지."

"근데 오늘 최성락 씨랑 일정 겹친다고 하더라고."

"그게 오늘이구나."

평소에는 일부러 스케줄을 피했는데.

오늘은 연습이 겹쳐서 어쩔 수 없었다.

".... 내가 한 번 가봐야겠다."

"그치. 혹시 주희 언니한테 해코지라도 하면....!"

"아니, 양주희 말고."

"???"

최씨 아저씨가 걱정이지.

연습하다 처먹고 고소라도 하면 어떡해.

관심 종자라 노빠꾸 인생 사는 것 같다고.

'그럼 일단....'

액션 스쿨 먼저 들러볼까.

* * *

피플 프로덕션 부속 액션 스쿨.

스턴트 연습을 앞두고, 배우들은 다 함께 몸을 풀었다.

특히, 액션 배우들은 슈퍼스타의 등장에 잔뜩 긴장했다.

드림 에이전시 소속, 아시아의 프린스 정상훈.

은서와는 「첫사랑」 이후 두 번째 호흡이었다.

"상훈 씨 오셨습니다!"

예지와 은서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조선의 왕 역할.

그 역시 과거 회상 씬에서 스턴트 장면이 있었으니.

"상훈 씨 반가워요."

"아, 예."

상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상대를 바라봤다.

"그, 최성락 씨?"

"네, 기억하시는구나!"

"정글 고정 멤버시잖아요."

"맞습니다. 하핫!"

"...."

최근에 SNS에 똥글을 올려서 관계자들한테 욕 많이 드셨던데.

'.... 안 잘리셨나 보네.'

솔라한테 시비를 터는 용사가 있네.

이제 건드리면 안 되는 성역 아닌가.

은서랑 첫사랑 찍을 때, 혹시 기사 날까 봐 둘이 만난 적도 없고만.

"주희 씨 오셨습니다!"

그때, 한 스탭의 목소리를 듣고 모든 남자는 한 곳을 바라봤다.

'와아, 실물은 처음 보네.'

솔라빔 몽골 편에서 화살 쏘는 장면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었다.

건강미 넘치는 탄탄한 복근과 어깨를 드러낸 복장.

양주희는 시니컬한 표정으로 스탭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현재 빌보드 차트 2위의 가수.

정규 2집으로 다시 정상에 오른 솔라의 메인 댄서.

그녀는 헬스 기구 앞에서 자연스럽게 몸을 풀었다.

'영화 찍으려고 벌써 벌크업을....?'

보통 준비성이 아니구나.

슈퍼스타에겐 범접할 수 없는 무형의 기운이 있다.

상훈은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를 느꼈다.

'내, 내가....?'

아시아의 프린스가?

첫사랑 주인공인데?

억지로 발걸음을 떼려고 노력했지만.

무술 감독은 곧바로 연습을 시작했다.

"주희 씨, 세 명이랑 합을 맞춰볼 겁니다."

"네. 감독님."

이내, 옆에 있던 최성락은 씨익 웃으며 혼잣말을 읊었다.

"연습 때 적당히 혼내줘야겠네."

"...."

그냥 당신은 입을 열지 마세요.

어떻게 말할 때마다 비호감이야.

'주희 씨 걱정되는데....'

순간, 자신과 마찬가지로 불안한 표정을 짓는 정수호를 발견했다.

"수호 형!"

신인 시절, 자신을 처음 맡았던 매니저.

지금은 솔라를 키운 거물로 알려졌지만.

"상훈아, 오랜만이네."

"그러게요. 첫사랑 촬영 때 마지막으로 봤었죠?"

"음, 아마도."

수호는 여전히 양주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형님, 많이 걱정하는구나."

"당연하지."

하긴, 데뷔 때부터 키운 걸그룹이니까.

얼굴에 생채기라도 나면 어떡하겠어.

"형은 여전하네."

"응? 뭐가."

매니저 때도 자신이 키우는 배우를 끔찍하게 아꼈지.

그 때문에 실력을 떠나 인간적으로 친분을 유지했다.

"그럼 내가 무술 감독님께 말씀드려서...."

"감독님 말고 주희."

"???"

수호는 간절한 눈빛으로 주희를 바라봤다.

"주희가 제발 살살했으면 좋겠는데."

"...."

그게 무슨 말이에요.

타아악─!

그때, 최성락과 양주희의 연습용 목검이 부딪치며 큰 소음이 발생했다.

"최 선배님, 지금 실수하셨네. 저 맞을 뻔했잖아요."

"아휴, 원래 스턴트 액션은 어디로 튈지 몰라요. 그래서 합을 맞춰보는 거고."

"오, 한 수 배웠네요?"

"아직 초보라 모르시나 봐."

"그러게요."

이내, 주희의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욕지거리를 뱉는 정수호 대표님.

"저 새기가 매를 버네."

"???"

잠시 후, 정상훈은 수호의 말뜻을 깊이 이해했다.

같은 장면을 다섯 번 맞춰보고.

최씨가 다섯 대 얻어맞고 나서.

"끄아아아악─!"

"아, 실수."

어우, 아프겠다.

"벌써 몇 번째 같은 실수를 하는 건데!"

"초보라서 그래요."

"아잇."

다시 여섯 번째 시도.

최성락은 주희를 노리고 목검을 휘둘렀다.

아무리 봐도 의도적인 공격으로 보였는데.

깡─!

양주희는 '실수로' 최성락의 머리통에 목검을 내리쳤다.

"아, 또 실수."

비명 소리는 없었다.

이미 기절했으니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 죽었어!"

상훈은 들것에 실려나가는 최씨를 빤히 바라봤다.

지금까지 살면서 본 가장 강한 녀성의 작품이었다.

'.... 멋있어.'

이내, 정수호 대표님께 혼나면서도 싱글벙글 웃는 그녀.

'웃기도 하는구나.'

방실방실 웃는 모습은 어느 여배우보다 사랑스러웠다.

살면서 걸그룹 멤버에 입덕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아으, 심장이....'

수호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상훈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접근했다.

"저기."

수호 형과 친분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배우 생활하면서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으니.

"주희 씨, 저녁에 뭐해요?"

".... 헬스 하겠죠."

"아, 넵."

뭐지, 이 싸늘한 반응은.

"시간 괜찮으시면 같이 영화 보실래요? 하하하."

"봤어요."

"제목 말 안 했는데."

"다 봤어요."

".... 시간 많으시구나."

"아뇨. 바빠요."

아, 바쁘시구나.

"그럼 주말에 저녁 식사라도 같이 하실까요?"

"밥 안 좋아해요."

"밥.... 을 안 좋아하시는구나. 그럼 커피는....?"

"그날 아파요."

".... 건강하신 것 같은데."

"아뇨. 아파요."

너무하네, 진짜. 수호 형님한테는 웃어주기도 하면서.

전혀 친분도 없는 사이에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야. 할 수 있어.'

그동안 열 번 찍어서 안 넘어온 여자는 한 번도 없었다.

아마 그녀도 팀을 생각해서 연애를 안 하는 게 아닐까.

"주희 씨,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요."

"그럼 목검 들고 와요. 그쪽이 이기면 밥 먹어줄랑께."

".... 실례했습니다."

이번 생에는 안 되겠다.

내 뚝배기는 소중하니까.

"쫄?"

주희의 철벽은 태산처럼 높고 험했다.

* * *

다음 날.

우주아이돌 너튜브 채널 스튜디오에서 미팅을 잡았다.

내가 투자한 채널이 벌써 구독자 8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제 천만이 코앞이네.'

예능, 영화, 앨범이 터질 때마다 급속도로 성장했다.

사실상, 솔라의 공식 너튜브 계정으로 이용했으니까.

"얘들아, 작가님 오고 계신대."

"네에."

소미는 입을 삐쭉 내밀고 대답했다.

"왜 그래. 오늘 안 좋은 일 있었어?"

"은서 언니한테 혼났어요."

"무슨 일로."

"콘서트 연습 더 열심히 하라고요."

"그래?"

소미도 다른 그룹이었으면 메인보컬일 텐데.

"은서가 잘했네. 언니들 보고 좀 배워."

"아아, 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럼 더 열심히 해야지."

"막내라 서럽네!"

"...."

아무튼, 아직 북극인지 호캉스인지 안 정해졌는데.

소미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진짜 1위 하면 북극 가는 거에요?"

"그게 좋은 거야."

"그건 맞죠."

빌보드 1위면 웃으면서 북극 가야지.

드르륵─

이내, 주 피디와 김 작가님은 함께 스튜디오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오랜만이네요."

"네. 맞아요."

짧은 안부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김 작가님이 준비한 예능 「극과 극」.

기본 포멧은 복불복 막장 여행이었다.

"이러면 솔라빔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뇨. 전혀 달라요."

김고은 작가님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제 별명에 자부심이 있거든요."

"별명이라면....?"

막장 드라마계의 여왕.

자부심이 있으셨구나.

Tvm에서 히트친 예능도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률을 뽑으셨지.

"일단 방송 내내 야자타임으로 지낼 겁니다."

"야자타임?"

"네."

소미는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제가 그럼 왕언니?"

"그렇취."

"...."

은서한테 혼나고 의기소침했던 소미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다섯 명 전부 출연하는 건가요?"

"아뇨. 여섯 명."

"???"

솔라는 다섯 명인데요.

"대표님."

"예?"

김고은 작가님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한 명 더 있잖아요."

"아."

기분 탓인가.

갑자기 소미 표정이 더 밝아지는데.

"에이, 제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걸스온탑 심사위원, 생존 아일랜드에도 출연하셨죠?"

".... 그랬죠."

"여기 너튜브 최고 투자자 아니십니까."

"어후."

소미는 눈치를 살피더니 슬쩍 입을 열었다.

"수호야, 누나가 과자 사줄까?"

".... 아직 야자타임 아니야."

"넹."

어이가 없네.

그래도 빌보드 1위 못 찍으면 호캉스 가는 거잖아.

이왕이면 북극보다는 호텔에서 노는 게 더 낫겠지.

'빌보드 1위가 그렇게 쉽나.'

지금 앤소니 폼이 미쳤어.

내려올 생각을 안 하더....

순간, 뒤통수에 간지러운 감각이 밀려들었다.

"음, 우리 공약 바꿀까요? 1위 찍으면 호캉스, 2위는 북극."

"공약을 바꾸면 공약이 아니죠."

"그런가."

쇼케이스 때 실수했네.

내 발등을 내가 찍었다.

* * *

며칠 후.

솔라 정규 2집 앨범 발매 10일 차.

타이틀곡은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Rank 1 : 「Save The Earth」 ]

빌보드 핫 100, 가장 꼭대기에 이름을 올린 솔라.

'여섯' 멤버는 공항에 도착해 짬 순으로 줄을 섰다.

첫 번째 순서는 신소미.

마지막 순서는 수호였다.

"지금부터 카메라 앞에서는 무조건 야자타임입니다."

"오오."

주 피디의 말을 듣고, 소미가 슬쩍 입을 열었다.

"주희야, 어깨 좀 주물러줄래?"

"언니, 혼날래요?"

"그럼 내가 주물러줄게."

"그러든지."

"...."

소미는 주희 동생의 어꺠를 주무르며 질문했다.

"내가 언니 맞지?"

"그럼요."

"헤헤."

한편, 예지는 배시시 웃으며 막내 수호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이번 예능의 컨셉은 극과 극.

모든 게 뒤바뀐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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