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37화 (137/200)

[137] 이클립스(5)

세기를 관통하는 천재 프로듀서.

한국에서 정수호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솔라를 정상에 올리고, 이클립스를 라이징 스타로 키웠으니.

"어우야, 춤도 잘 추시네."

에일리는 출근하는 새벽 시각에 너튜브 쇼츠 영상을 확인했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도 느꼈는데.

정수호 대표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노래와 춤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대중의 마음을 꿰뚫는다.

걸그룹의 어떤 매력이 시장성을 띠고 사랑받을 수 있을지.

'.... 마치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처럼.'

새벽에 영상을 올리자마자 올라가는 조회수.

때맞춰 올라온 솔라 멤버들의 댄스 챌린지.

솔라와 걸스온탑을 사랑하는 셀럽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떤 회사 대표가 댄스 챌린지에 앞장서겠는가.

정수호 대표님의 '홍보 전략'은 제대로 적중했다.

드르륵─

"굿모니.... 잉."

에일리는 이른 시각에 출근해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둘러봤다.

전직원이 한눈에 보이는 커다란 사무실.

그의 자리엔 선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아, 맞다."

오늘 대표님 생일이라고 하던데.

아끼는 곡이라도 하나 선물할까.

일단, 탕비실에 들러 커피를 타면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드르륵─

그때, 사무실에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검은 인영.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은 직원들뿐만이 아니었다.

'예지....?'

인사를 해야 하나.

예지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더니 그 자리에 달려갔다.

이어서, 빨간색 포장 선물을 가지런히 두고 사라졌다.

'.... 부럽다.'

나도 저런 프로듀서가 되고 싶었는데.

사람 대 사람으로서 아티스트에게 사랑받는 프로듀서.

철저하게 비즈니스로 접근한 자신의 과거와 비교됐다.

예지는 시작에 불과했다.

드르륵─

"아무도.... 없죠?"

장은서는 문을 활짝 열더니 성큼성큼 그의 자리에 걸어갔다.

한 손엔 파란색 포장지로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들고 있었다.

"아잇, 무슨 선물이 이렇게 많아!"

그녀는 다른 선물을 차곡차곡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가장 상단에 자신의 선물을 올려놓았다.

"만─족."

은서는 선물을 두고 떠나기 직전, 빨간 선물에 눈길을 주었다.

예지가 두고 간 선물을 한동안 빤히 바라보는 그녀.

이내, 우수에 찬 눈빛을 들어 올려 자신과 마주쳤다.

".... 굿모닝?"

"흐음."

터벅, 터벅─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솔라의 인기 멤버.

섹시한 눈매와 입술,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찰랑거리는 단발머리는 비단결처럼 고왔다.

은서는 씨익 웃으며 다가오더니 입을 열었다.

"오늘 본 거는 비밀이에요."

".... 오키."

순간, 여배우의 등 뒤로 후광이 비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코첼라 페스티벌, 그 열기 속에서 느낌 감각.

별처럼 빛나는 스타에게 걸맞은 선율이 떠올렸다.

키아라를 월드스타로 만들어 준 히트곡.

빌보드 최정상에 오른 음악은 이렇게 탄생했다.

"은서 씨, 당신이 제 두 번째 뮤즈였네요."

"첫 번째는 누군데요?"

에일리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작업실로 향했다.

등 뒤에서 은서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예지 언니요!? 나 또 두 번째에요?"

"...."

둘째는 첫째에게 자격지심이 있는 것 같다.

* * *

너튜브에 또 박제 당했네.

나중에 은퇴하면 조용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걸스온탑의 세계적인 인기 때문에 불가능해 보였다.

오늘도 회사 가면 직원들이 댄싱머신이라고 생각할 거 아냐.

역배각이라서 어쩔 수 없이 한 건데 알아주는 사람은 없겠지.

"아.... 출근하기 싫다."

오늘만 쨀까.

내가 대푠데.

생일에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되지 않나.

띠리리링─

이내, 지유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오빠, 아직 집이야?

"출근하려고 했...."

-그럼 오늘 소미랑 민지, 학교에 픽업 좀 해줘.

"그럴까?"

개꿀이네. 30분 더 자도 되겠다.

-미안. 로드 한 명이 늦잠 잤다고 해서.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우리 대표님 이해심 넓은 거 보소.

"그럼 끊는다."

-응.

나는 일어나려다 말고 다시 이불 속에 몸을 뉘었다.

톡, 토톡─

너튜브 시장에 돌아다니는 내 영상.

이렇게 박제 당하니까 좀 억울했다.

쇼츠에 달린 댓글 반응을 하나씩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띵동─

이내, 초인종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교복을 입고 나를 기다리는 막둥이.

"소미야, 너 요즘 키가 좀 큰 것 같다?"

"대표님 키가 줄었을 수도 있어요."

"...."

우리 막내 입담은 여전하네.

이래서 예능캐라고 하나 봐.

"소파에 좀 앉아있어. 금방 준비할게."

"네네."

윗집에 사니까 은근히 편할 때가 많았다.

미리 준비할 필요 없고, 출퇴근도 편하네.

"대표님!"

소미는 내가 양치하는 중에도 쉬지 않고 입을 재잘거렸다.

"지금 미국 셀럽들도 햇빛달빛 댄스 챌린지에 동참하는 거 아세요?"

".... 몰라."

"전부 댄싱머신 덕분이죠! 이클립스, 내일쯤 음원 차트 1위 찍을 것 같아요!"

"고오맙다."

그덕에 나는 평생 받을 관심을 하루 만에 받았지.

"제 앞에 들어온 미국 스케줄 있다면서요? 브레인이라고."

"응? 누구한테 들었어."

"지유 언니요."

"그거 아직 보류 중이야."

"왜요?"

왜긴 왜야, 미성년자니까 그러지.

역배각이라도 스케줄이 안 나와.

"미국에서 활동할 앨범 제작하면, 그때 미국 스케줄 잡을 생각이었어."

"아직 멀었잖아요."

"올해 안에 제작할 거야. 좋은 곡 하나만 발견하면."

"너무 늦으면 브레인 섭외는 날아갈 텐데요!?"

"...."

다른 거 잡아주면 되지.

"예지 언니랑 같이 섭외 받았다면서요. 같이 하고 싶었는데."

"너 요즘 학교에서 성적은 관리해?"

"아니용."

솔직히, 공부할 시간이 없었겠지.

이번 달엔 행사도 많이 뛰었으니.

"내신은 포기했고, 수능으로 대학 가려고요."

"수능 공부는?"

"수학이랑 물리는 벌써 끝났어요."

"아니, 공부할 시간이 없었을 텐데?"

"중학생 때 벌써 끝냈어요."

"...."

너는 왜 걸그룹을 하는 거야.

양주희랑 같이 이해가 안 돼.

"일단 나가자. 이클립스 숙소 들러서 민지도 픽업하고...."

"아, 잠깐만요."

이내, 소미는 가방에서 휴지 한 장을 꺼내 건넸다.

"생일 선물이에요."

"뭔데."

[소미 이용권]

종이 쪼가리를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초딩이냐?"

"뭐여, 엄청 고심해서 만든 선물인데."

"어따 쓰라고."

어깨를 으쓱이는 소미 뒤를 따라가며 고개를 저었다.

'소미 이용권이면....'

어떤 예능이든 군말 없이 출연하는 건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선물 같기도 하고.

잠시 후,

이클립스 숙소 앞에서 의기양양한 민지를 확인했다.

"대표님! 우리 2위! 차트 2위!!!"

"알겠으니까 빨리 타."

"차트 1위 찍으면 숙소 바꿔주신다는 말 기억하시죠!?"

"어디 차트라고는 말 안 했다."

"다 찍으면 되지롱. 에헤헤."

"...."

고딩 웃음소리 왤케 킹받냐.

"앗, 선배님도 계셨네여."

"어여 타."

소미는 자신의 옆자리를 팡팡 두드리며 그녀를 불렀다.

"오늘 대표님 생신인데, 당연히 선물은 준비했겠지?"

"아 맞다."

"까먹었니?"

"자, 잠깐만요!"

이내, 책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는 남민지.

"대표님, 일단 이거 받으세요."

"???"

나는 뒷좌석에서 휴지 한 장을 건네받았다.

"뭐냐, 이것도 소원권이야?"

"제 입 닦은 휴지에요."

".... 도랐?"

"학교에선 그거라도 갖겠다고 난리에요."

"아, 예."

스타병에는 치료약도 없다더라.

외벽 청소로는 많이 부족했구나.

"후우...."

소미는 한숨을 뱉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내 밑으로 집합."

"아."

* * *

며칠 뒤.

음방에서 1위를 찍더니, 차트 정상에 오른 이클립스.

아침부터 기분 좋은 소식을 들으며 회사에 출근했다.

"오빠, 진짜 1위 찍었어!"

"어, 그래."

걸스온탑의 인기도 있었지만, 곡이 좋다는 평이 많았다.

"이클립스 숙소 옮기는 거야?"

"그래야지."

지유는 내 자리 옆에 쌓여있는 선물 상자들을 힐끔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거 언제 정리할 거야?"

"나중에."

이제 백상예술대상도 코앞에 다가왔네.

모든 직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첫사랑」의 대상을 기원했다.

올해에 천만 영화만 세 개에, 유명 감독님들 작품도 있었으니.

"이클립스, 시상식 1부 무대에 오르는 거 들었지?"

"응. 무대 연습하고 있어."

"빡세게 시켜."

"오키."

벌써 6월이라, 올해도 벌써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슬슬 솔라는 미국 활동 앨범도 생각해야 하는데.

'괜찮은 곡 찾기가 너무 어려워.'

미국 스케줄을 잡으려면 앨범부터 제작해야겠단 말이지.

뒤통수 강화로 예민해져서 좋은 곡을 찾기 더 어려웠다.

대충 괜찮은 곡이 아니라, '하이엔드'급 곡을 찾으려니까.

"수호야."

그때, 박철민 본부장님이 결재 서류를 가져오며 말했다.

"휴가계, 7일로 괜찮으세요?"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알겠어요."

신혼여행에 일주일이면 적당한가.

결혼 생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여자친구가 고맙다고 전해 달래."

"네?"

"MC랑 축가, 네가 다 구해줬잖냐."

"에이 무슨."

마음만 먹으면 본인이 다 잘 구하실 거면서.

"결혼 생활 반짝반짝 빛나길 바랄게요."

"고맙다, 인마."

그 반짝거리는 머리처럼요.

"아, 지금 작업실로 가 봐."

"작업실은 왜요?"

"계약직 프로듀서들이 월말 평가용 곡을 제출했다던데."

"오, 그래요?"

잠시 후,

에일리가 직접 작곡, 편곡한 곡을 듣고 확신했다.

본부장님 뒤를 잇는 빡빡이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개인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지만....'

단순히 간지러운 감각을 훌쩍 넘어섰다.

따끔따끔한 게 찜질방에 온 기분이었다.

"하민준 프로듀서 곡이 괜찮은데."

"저도요."

"크으, 역시 빅보스 출신."

"...."

에일리가 쓴 곡을 선호하는 직원은 거의 없었다.

기존 솔라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는 곡이었으니.

"대표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미국 활동 시작해도 되겠네요."

"오, 그 말씀은....!"

마침내, 역배각 나오는 노래를 찾은 것 같다.

팝송에 K팝을 섞어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하민준 프로듀서 곡 말입니까?"

"아뇨."

나는 직원들을 스윽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Losing Star, 에일리 씨가 쓴 노래요."

"...."

순간 계약직 프로듀서들의 표정에 희비가 엇갈렸다.

"자, 잠깐만요!"

그중, 용감하게 손을 들고 말하는 하민준 씨.

아마 뒤통수만 아니면 그의 곡을 선택했겠지.

"빅보스에서도 인정받은 곡이에요. 직원들 반응도 좋았어요!"

"음, 그렇군요."

"재고해 주십시오!"

사실, 에일리 곡은 개인 취향이랑 거리가 멀었지만.

"개인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세요."

"...."

요즘 프로듀서들 실력이 다들 좋은 건 팩트였다.

음악이 뜨기 전에는 어느 곡이 뜰지 모르는 거라.

".... 알겠습니다."

하민준 프로듀서는 자존심이 상한 듯 입술을 꾹 다물었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지세요.'

* * *

시간이 흘러,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당일.

전국의 슈퍼스타가 일산으로 모여들었다.

올해 열심히 활동한 블루숄츠의 소속사도 마찬가지.

"흠, 진세야."

"네. 형님."

빅보스는 시가에 불을 붙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1부 무대가 이클립스라며."

"네. 그렇게 들었습니다."

"우리 러비돌스랑 비교되겠네."

"...."

언제가부터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큐앤지 레이블.

현 스카이 엔터의 가수들은 대세의 반열에 올랐다.

"솔라 수상 후보가 몇 개라고?"

"총 14개 부문입니다."

"...."

정수호 대표는 괴물인가.

1년에 하나만 떠도 스타 취급을 받는 이 시장에서.

어떻게 들어가는 방송마다 성공할 수가 있는 거지.

딱히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프렌즈를 등에 업은 스카이 엔터를 견제할 필요가 있었다.

"후우, 거의 독식하다시피 하네."

"연장 챙길까요, 형님?"

"이런 시박."

퍽─

빅보스는 부하 직원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말했다.

"너 내가 양아치 근성 버리라고 안 했냐?"

"죄, 죄송합니다!"

"조심허자."

"넵!"

곧이어, 이클립스는 백상예술대상 스테이지에 올랐다.

저런 보석 같은 소녀들은 대체 어디에 숨어있었던 걸까.

솔라의 아버지, 정수호 프로듀싱의 결정체.

안무와 뮤비에서 미국식 하이틴 감성이 떠올랐다.

'.... 곡이 좋아.'

걸크러쉬를 과감하게 버리고, 럭셔리하면서도 청순한 느낌을 살렸다.

보통은 비주얼 멤버에 힘을 실어주는 게 일반적인데.

걸그룹 공식을 과감하게 깨트리고 모든 멤버를 살렸다.

"전부 비슷한 분위기의 걸그룹이라니."

"오디션 프로그램 덕분일 겁니다."

"그런가."

엔넷 「걸스온탑」으로 대박 난 걸그룹.

그 방송은 원래 엔터 3사의 것이었다.

"진세야, 연락 넣어봐라."

"어디에...."

빅보스는 기존의 엔터 삼사 연합을 생각했다.

"DK 뮤직이랑 턴업 레코즈 대표한테 연락해."

"알겠습니다."

"우리도 오디션 하나 열자."

"알겠습니다. 형님."

백상예술대상 무대에 오른 이클립스를 빤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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