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40화 (40/200)

[40] 넥스트 레벨(2)

공기도 좋고 바람도 선선한 소목장.

값비싼 촬영 장비 앞에 서 있는 두 명의 여배우.

갑질녀는 짜증을 내며 여비서의 손을 뿌리쳤다.

"언니도 아저씨처럼 맞고 싶어요?"

"풉, 아가씨, 그 가녀린 팔로 때려도 전혀 안 아프...."

짜아악─!!!

순간, 배영선은 뺨에서 화끈한 통증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저 수영 배운 여자예요."

"...."

얼얼한 볼을 매만지며 입술을 깨물었다.

적당히 힘 조절을 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아으, 대표님께서 아시면...."

"NG! 영선 씨, 아픈 티를 내면 어떡해?"

"...."

이 사람아, 아프니까 아픈 티를 내겠지.

그러게 왜 싸다구 장면을 추가한 거야.

"죄송합니다, 다시 갈게요!"

"오케, 얼음찜질하고 다시 가자고."

"후우...."

배영선은 매니저가 가져온 찜질팩을 볼에 대고 입을 열었다.

"은서 씨, 적당히 몰라요?"

"아 죄송해요."

"아오, 무슨 대배우 납셨다고 이렇게....!"

"자자, 다들 준비하시고!"

유 감독의 지시를 듣고, 영선은 눈빛을 번뜩였다.

'또 세게 때리면 죽는다.'

후배에게 충분히 경고하고 다시 연기에 돌입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확실히 위력이 약해졌는데.

짝.

이렇게 약하게 때리면 어떡하라고.

괜히 더 맞으니까 기분만 더럽잖아.

"컷! 은서 씨, 갑자기 왜 이래?"

"죄, 죄송합니다!"

유 감독의 핀잔에 어쩔 줄 몰라서 발을 동동 구르는 장은서.

그녀와 나눈 대화를 들은 스탭들이 자신을 매섭게 노려봤다.

'뭐 어쩌라고!'

누구는 까마득한 후배한테 맞는 게 기분 좋은 줄 아나.

"은서 씨, 지금 나랑 장난해? 이게 몇 번째야!"

"죄송해요...."

"나는 살면서 엄마한테도 맞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야."

"저는 엄마 없는데요."

"아."

가불기에 걸렸다.

이거 탈룰라 맞냐.

'.... 울어?'

장은서의 눈에서 떨어지는 닭똥 같은 눈물.

주변 스탭들은 은서를 달래며 자신을 사납게 노려봤다.

이내, 유명한 감독은 한숨을 내뱉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영선 씨, 나 좀 봐."

"...."

신인 배우 때 이후로 이렇게 불려 간 적이 있었던가.

아이돌 신인 배우 때문에 이렇게 일이 꼬일 줄이야.

"아니, 영선 씨 진짜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감독님, 그게 아니라...."

"아직도 공개오디션으로 은서를 뽑은 게 불만이야? 그 자리가 영선 씨 자리 같아서 그래?"

"아뇨. 아닙니다."

"혹시 비서 대사가 너무 많아서 그래? 타노스 해줄까?"

"아뇨! 지금이 좋습니다!"

"제대로 좀 하자고."

"넵!"

아주 가끔은 일이 이상하게 안 풀릴 때가 있다.

지독한 우연이 겹치는 경우.

오늘이 그런 케이스 아닐까.

'그냥 참자.'

딱 한 대만 맞고 끝나면 되는데 뭐가 힘들다고.

그런데,

스탭들에게 위로받는 은서의 입가에 그려진 호선.

찰나의 순간에 스쳐 지나간 악마의 미소를 봤으니.

".... 이런, 미친."

저 인간이 거짓 연기하는 거라고 말하면 누가 믿어줄까.

상대방은 솔라의 비주얼 멤버 장은서.

자신은 주연급에서 밀려난 퇴물 배우.

'와아, 인생.'

아무래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인간을 건드린 것 같다.

무슨 짓을 해도 저 악마의 탈을 벗겨 낼 자신이 없었다.

배영선은 악마의 앞에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은서 씨, 갑자기 팔찌를 차고 있네?"

"아, 뺄까요?"

".... 그냥 껴."

"네에!"

그거 빼라고 하면 엄마가 물려주신 유산이라고 할 것 같아.

'장 폭스가 나만 또 나쁜년 만들겠지.'

부디 이 억겁의 시간이 흘러가기를.

어서 빨리 지나가길 간절히 바랐다.

"레디, 액션!"

* * *

은서가 은근히 여린 구석이 있었구나.

엄마 얘기에 눈물부터 나오는 거 봐.

솔직히 이건 배영선 씨가 선 넘었지.

그래도 처음부터 은서는 한 방에 끝내려고 노력했잖아.

이걸 굳이 제작진 앞에서 꼽을 주고 울리기까지 했으니.

짜아악─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뺨따귀를 올려치는 은서.

분노하는 은서와 노려보는 배 씨의 연기가 어우러졌다.

"오케이, 컷! 좋았어!!!"

스탭들은 두 여배우의 연기에 감탄사를 터트렸다.

"영선 씨 맞는 연기를 이렇게 잘했어?"

"네? 아, 감사합니다!"

"진짜 그림처럼 잘 나왔네."

"...."

때리는 장은서와 맞는 배영선의 합이 찰떡이었다.

배 씨의 표정이 좋은 건지 슬픈 건지 잘 모르겠다.

지이이잉─

그때, 스마트폰에서 진동을 울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박철민 실장님]

곧장 촬영장을 벗어나 박 실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실장님."

-소식 들었지? 레드와인이 안무를 봐준다는데.

"아, 네. 들었어요."

-무료로 가르쳐준다고 하시더라.

"그래도 당연히 계약서 써야죠. 그분은 부르는 게 값이에요."

-정식으로 계약서 작성해서 나한테 보내.

"알겠습니다."

우리 애들도 인맥이 생기더니 알아서 일감을 물어온다.

'은서 촬영 때문에 쉽진 않겠지만.'

두 번째 뮤비곡은 제대로 준비하겠네.

오히려 석 달 정도 천천히 준비할 수 있으니까.

노래, 안무, 컨셉을 전부 확실하게 잡고 가야지.

-수호야, 네가 대학 축제 때 라이브로 무대 올렸다면서?

"아, 원래 립싱크였는데 죄송...."

-잘했어. 하하하.

"네?"

박 실장님은 호탕하게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지금 아이솔레이션은 대학 축제 립싱크 논란 떴다. 솔라랑 비교되면서.

".... 그래요?"

-어, 곧 기사도 뜰 거야. 홍보팀에서 보도자료 뿌렸어.

"...."

뭔가, 이렇게 될 걸 예상이나 한 건지.

점점 똥촉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했다.

-내가 이 바닥에 구르면서 너처럼 감이 좋은 사람은 처음 봐.

저도 그래요. 이게 맞나 싶어요.

가끔 할머니가 꿈에 나오더라고.

-이러니까 공 본부장님이 데려가려고 하지.

"저를요? 1본부에요?"

-그래. 아버지 회사니까 실적 쌓고 싶으실 거야.

"저 매니지먼트 옮겨요?"

-아니, 그냥 가끔 1본부 업무 지원 정도만 해.

"아하."

여왕님 곡 선택이랑 비슷한가.

그 정도는 별로 어렵지 않지.

"저는 당분간 은서 촬영에 집중하겠습니다."

-그래야지. 시한폭탄이잖냐.

"...."

한동안 옆에 붙어있는 게 좋겠어.

언제 누구한테 화를 낼지 몰라서.

-은서 드라마 제작발표회가 다음 주였나.

"네. 실장님."

-신입 로드 뽑을 때까지는 네가 은서 따라다니면서 고생 좀 해.

"알겠습니다."

뚝.

전화를 끊고, 다시 촬영장으로 이동했다.

"따귀 씬은 끝났네."

퉁퉁 부은 배 씨 얼굴을 보니 왠지 모를 측은지심이 들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촬영을 마친 은서를 데리고 밴으로 향했다.

"은서야, 괜찮아?"

"네? 뭐가요?"

"아까 선배한테 혼나서 울었잖아."

"아 그랬죠."

"???"

뭐지, 이제 기분이 풀렸나 본데.

"저는 진짜 한 대로 끝내려고 노력했어요."

"알아."

"제가 울고 나서도 한 대로 끝내려고 했어요. 진짜로."

".... 안다니까."

"안 믿는 거 같아서요."

"믿는다고."

"흐음."

아직 연기의 여운이 남았는지 은서의 기복이 오락가락했다.

'배우들이 가끔 이럴 때가 있지.'

벌써 메소드 연기하나.

감정이 요동치고 있어.

"아, 오늘 소미 개인방송 하는 날이네."

"그게 오늘이었나."

".... 벌써 하고 있었네요."

엄지유한테 알아서 처리하라고 맡겨놨었는데.

아마 같이 따라가서 게임 방송을 켠 모양이다.

"이거 봐요."

은서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며 내게 말했다.

"이거 잘하고 있는 거예요?"

"검은 화면이잖아."

"그게 뭔데요?"

"죽은 거야. 루이팽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아, 못하는 거구나."

개못하는 거지.

루이팽은 나름 소미를 격려하고 있었지만.

소미의 피지컬은 프로도 고쳐줄 수 없었다.

-소미야, 우리 그냥 백도어 하자.

-그건 좀.

-지금 해야 돼. 건물은 안 움직여서 맞힐 수 있잖아.

-아, 미드차이.

-.... 니가 미드야.

은서는 한국말이 맞느냐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매니저님, 미드차이가 뭐예요?"

"아, 중앙 라인에서...."

"미드는 가슴 아니었나?"

".... 미드는 미국 드라마지."

"아닌데, 가슴인데."

"아이돌은 그런 단어 몰라도 돼."

"흐음."

은서는 어깨를 으쓱하며 소미의 개인 방송을 시청했다.

"매니저님, 근데요."

"응?"

"누가 자꾸 소미한테 속살을 보여 달래요."

"뭐?"

나는 다시 스마트폰을 들고 채팅창을 확인했다.

【'천마제트킥'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소미야, 발 좀 보여줘!

".... 장난하나."

곧이어, 무참하게 잘려나가는 진상 시청자.

【'천마제트킥' 님이 강퇴 및 블랙 처리 되었습니다.】

아마 지유가 단숨에 잘라낸 듯한데.

채팅창 관리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 * *

Tvm 예능 「방탈출 메이즈」.

인기 걸그룹 멤버가 참가하면서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

소미는 초반에 탈락할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트렸다.

"크으, 첫 방송 지렸다."

엄재하는 <태양빛>의 카페지기로서 행복한 팬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친한 형 때문에 시작한 덕질이었는데.

멤버들을 한 명씩 알아가면서 점점 빠져들었다.

"황인우 표정 보소."

처음부터 안전한 베팅으로 승부를 가져가는 황인우의 다수팀.

그에 맞서는 소미의 소수팀은 고전하는 것처럼 연출되었지만.

"이거, 베팅할 때 쾌감이...."

반전과 오버랩, 과거로 돌아가는 편집을 통해 소미의 활약을 강조했다.

역시, 경력직 제작진의 실력은 남달랐다.

언더독이 이겼을 때 쾌감은 엄청났으니.

"아, 이러면 또 태양빛 회원 늘겠네."

금수저라 돈은 안 벌어도 되지만, 관리는 더 빡세지겠지.

타닥, 타닥─

리젠되는 글을 확인하던 중, 특이한 글을 발견했다.

-추석 특집 아육대 임박!!! 솔라 응원단 모집은 언제 함?

"아, 그러고 보니...."

벌써 시즌이 다가왔다.

남돌과 여돌의 사랑이 꽃핀다는 아이돌 육상 체육대회.

인기를 떠나, 신인 그룹인 솔라가 참가하는 건 당연했다.

추석 때 방영하려면 녹화는 8월.

미리 플래카드도 만들고, 선물도 준비해 놔야겠지.

멤버들 기죽지 않게 하려면 구호도 만들어야 했다.

명색이 카페지기가 빠질 수도 없고.

선글라스에 마스크라도 써야겠는데.

"아오, 엄지유 때문에 걱정이네."

팬미팅 때도 걸릴 뻔했지만, 수호 형 덕분에 겨우 살아남았다.

그냥 카페 회원도 아니고 카페지기인 걸 동생한테 걸리면.

아버지께 바로 전화해서 머리 빡빡 밀고 절에 들어가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엄지유가 매니저 지원할 때 막을걸.

솔직히 그때는 떨어질 줄 알았는데.

삐, 삐삐삑─

그때,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를 듣고 방문을 열었다.

"아버지 오셨어요?"

"재하 집에 있었냐."

"네."

아버지께서는 은근한 어조로 자신의 근황을 떠보았다.

"요즘 공무원 공부하느라 힘들지?"

"그야...."

만약 여기서 죄책감을 느끼면 애매추어.

프로페셔널 덕질러가 될 자격이 없었다.

"하아, 너무 힘들다. 인강을 너무 많이 봐서 눈이 다 아프네."

"그래? 용돈 좀 올려줄까?"

"에이, 공부하는 사람이 돈이 왜 필요해요."

"인마, 친구도 좀 만나고 그래야지. 소고기도 사 먹고, 그래야 공부도 되는 거야."

"음, 공부에 방해되면 좀 그런데."

"엄재하, 요즘 정신 차렸구나?"

"그럼요."

만족스러운 아버지 표정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효도는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아버지도, 자신도 만족했으니까.

'이런 게 효도 아닐까....?'

잠시 후, 아버지께서는 안방에 들어가시고.

지유가 방문을 열고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오빠, 양심 있냐?"

"뭐가."

"공부 열심히 안 하잖아."

"뭐래. 꺼져라."

아마 팬카페 활동은 모르는 거 같은데.

"너 다음 주 토요일에 스케줄 있냐?"

"어. 정확히 그날 태양빛 놈들이 대규모 정모를 한다고 하더라고."

".... 응?"

다음 주 토요일에 잡힌 대규모 정모.

그 게시글 내가 방금 직접 올린 건데.

"오빠, 내가 팬카페 잠입해서 정모 참여하려고."

"아이디 엄지공듀?"

"엥, 어케 알았어?"

"게임할 때도 그거만 쓰잖아."

"뭐, 아무튼 두고 봐. 내가 회장 잡는다."

".... 수고."

엄재하는 씨익 웃어주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응. 너 강퇴."

* * *

얼마 후.

「방탈출 메이즈」 두 번째 촬영일.

어쩌면 승부처가 될 중요한 시점.

소미를 지유에게 맡기고,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지유야."

"으응? 오빠가 뭐라고 했어?"

"뭐가."

"아니, 아니야!"

".... 소미 잘 부탁해."

"알겠어."

사실, 소미 스케줄은 내가 챙겨주고 싶지만.

오늘은 손님이 방문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곧이어, 박 실장님 사무실로 가서 손님을 맞이했다.

똑, 똑─

노크를 하고, 차를 마시고 있는 손님께 인사를 드렸다.

"오랜만입니다."

"또 뵙네요."

<탑아이돌>에서 양주희를 키워준 안무 선생님.

홍주, 레드와인은 오늘도 패션이 자유분방했다.

"음, 그건 거위 털인가요?"

"아뇨, 타조요."

".... 한여름인데."

"패션에 계절이 어딨어요?"

"...."

아니, 더우면 땀 나잖아요.

안에는 또 헐벗으셨네요.

"역시, 홍주 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럼요."

확실히, 잘나가는 안무가답게 자기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대충 대화를 나누고, 이내 레드와인과 함께 연습실을 방문했다.

솔라와 루나가 함께 쓰는 트레이닝룸.

멤버들은 벌써 합을 맞춰보고 있었다.

"얘들아, 선생님 오셨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셨어요?"

"얘들아, 안녕."

오늘 저녁에 촬영이 있는 은서를 포함한 네 명의 멤버.

소미를 제외하면 모든 멤버들이 춤 선생님을 기다렸다.

"소미는 어디 갔어?"

"아, 지금 예능 촬영 갔습니다."

"흐음, 그 친구는 어차피 30분이면 안무 따니까."

"그럼...."

순간, 레드와인은 눈을 날카롭게 뜨고 예지를 바라봤다.

"예지야, 고양이 춤 만들었다며."

"네...."

"목소리 크게."

"네에!!!"

"지금 여기서 바로 보여줘."

"여, 여기서요?"

호랭이 선생은 자신 없는 표정의 제자를 다그쳤다.

"네가 만들었잖아. 너 자신도 자신 없는 안무를 대중 앞에 보여줄 생각이야?"

"아, 아뇨, 열심히 만들었어요."

"지금 춰 봐."

다이애나는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 스피커로 이동했다.

직접 만든 듯한 신선한 비트가 연습실에 울려 퍼졌다.

'와.... 신선하긴 한데.'

가사는 없이, 심장을 쿵쿵 올려대는 신박한 사운드.

반복적인 기계음과 미래지향적인 음향이 색달랐다.

'너무 정신이 없잖아.'

나는 뒤통수를 긁적이면서 노래를 들었다.

트로트 좋아하는 어르신들이 들으면 기겁할 만한 음악.

예지는 잠시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비트에 몸을 맡겼다.

"자, 원투 쓰리...."

레드와인의 박자에 맞춰 고양이 춤을 추는 리더.

기존에 있던 솔라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이제는 걸그룹 대표 청순가련의 아이콘인 예지가 섹시해 보일 정도로.

'.... 개별로야.'

청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버리면 어떡해.

이건 레드와인도 절대 커버칠 일이 없을걸.

"예지야. 스톱."

"하아, 하아."

홍주 님은 음악을 멈추고 예지를 매섭게 노려봤다.

곧이어, 숨 막히는 침묵을 깨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 이걸로 마미 시상식 무대 서자."

어렵지 않은 단순한 춤.

누구나 출 수 있는 안무.

"예지야, 그 중간에 필링 체인지 파트만 수정하면...."

"네?"

순간, 레드와인은 나를 슬쩍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저렇게 뒷목을 쓸어내리면 어떨까?"

"오, 좋은데요? 완전 섹시하고."

"???"

그냥 간지러워서 뒷목 좀 문지른 건데요.

"정수호 팀장님이 이걸 섹시 컨셉으로 살렸네."

".... 소미는 미성년자."

"뭐라고요?"

"아닙니다."

판사님,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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