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46화. (完) >
김장원의 바람잡이 역할이 결정적이었을까? 여기저기 김장원의 의견에 동조하는 인물들이 많이 보인다.
좌중을 높은 단상에서 오롯이 내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적법한 절차, 나는 그것을 위해 새 나라를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사람들이 입을 떡 벌렸다.
“여기, 곧 숨이 다할 푸틴에게 러시아 연방의 전권을 위임 받은 바, 대한민국, 중국, 일본과 러시아를 합쳐 새로운 국가가 탄생함을 이자리에서 선포하는 바 입니다.”
김장원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째서 푸틴이 러시아 연방의 전권을 위임하네 마네 하는 것입니까!”
휙, 고개를 돌려 호석을 바라보니 고개를 주억거린 호석이 뒤쪽에 대기중이던 러시아 행정부의 고위관료들, 군부의 고위관료들을 단상위로 올려보냈다.
천천히 그들에게 마이크가 가고, 그들은 하나 같이 대답했다.
“러시아 연방은 3차 대전의 패배를 인정하고, 그 주범인 푸틴에 대한 처리를 동북아연맹군의 사령관이자, 이제는 대한민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합쳐질 커다란 제국의 황제에게 일임하기로 협의 하였습니다.”
“동의합니다.”
“인정합니다.”
“협의했습니다.”
다른 단어들을 말하지만,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더이상 러시아 내에서 이번 일을 가지고 반발은 없으리라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 곳은 세계 3차 대전의 종전 선언을 하는 자리, 자연스럽게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한데 모여 있는 상황.
사전에 나의 목적을 알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이자 장인어른인 데이비드 록펠러 2세와, 한국의 대통령이자 나의 할아버지인 천혁수, 중국의 국가주석 후진다오, 일본의 총리 고키부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내 사람들의 표정을 확인한 각국의 정상들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전쟁에 패한 러시아에게 얻어 먹을 콩고물이 많아야 했다. 헌데 이제는 막강한 국력을 자랑하는 아시아 3국과 더불어, 국방력 세계 2위, 혹은 1위일지도 몰랐던 러시아까지 흡수하며 새롭게 탄생할 국가의 힘이 너무 커, 함부로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시 마이크를 받은 나는 모두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선언했다.
“새로 탄생할 제국의 이름은 하늘의 나라라는 뜻으로 ‘천국’으로 명명함을 이 자리에서 선포하며, 천국은 절대황정을 통한 완벽한 통치체재를 수립할 계획임을 밝힙니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맙소사! 21세기에 왕정이라니!”
“절대 황정이라니, 황제가 최고 통치자라는 얘기가 아닌가?”
특히 반발은 유럽의 정상들에게서 크게 터져나왔다.
“이 자리 이후, 천국의 건국을 반대하는 의견은 모두 배제 할 생각입니다.”
“중국과 대한민국, 일본과 협의가 끝났습니까? 단순히 동북아연맹군의 군사력으로 세 국가를 탄압하는 행위는 아닙니까!”
독일의 대통령의 외침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할아버지와 후진다오, 그리고 고키부리와 김은정.
“대한민국은 천국의 건국에 동의하는 바이며, 이미 국민투표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대 중화인민공화국 역시, 천자께서 천국의 황제가 되시는 것에 반대가 없을 것이라 확신하오!”
“일왕을 잃어 슬픔에 잠긴 일본의 신민들에게, 천국의 새로운 황제 폐하를 양팔 벌려 환영할 것입니다!”
“황제 폐하 덕분에 비옥해진 북조선에서 반대하는 애미나이가 있을리 없디요.”
나는 손을들어 더 이상의 발언을 막고는 입을 열었다.
“모든 국가에서 국민투표를 진행 할 예정이며, 과반 이하의 동의를 얻는 국가는 배제 할 것임을 밝힙니다. 이 자리 이후, 감히 타국은 우리 천국의 건국을 방해해선 안 될 것입니다.”
자존심이 드센 프랑스의 마카롱 대통령이 팍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방해를 하지 말라?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우리는 그럴 수 없습니다! 21세기에 제국이라니! 황제라니!”
나는 마카롱을 빤히 바라보며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권총의 총구를 푸틴의 머리쪽으로 향했다.
“으으읍! 으으으으읍!”
잔뜩 겁에 질린 푸틴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물러나려 애쓴다. 그러나 양팔이 뒤로 묶여 있는 푸틴은 얼마 움직이지 못한다.
“방해하는 국가는, 지금 러시아 연방을 독재 하고 있던 푸틴에게서 배워야 할 것입니다.”
“지금 협박하는 것입니까!”
슬쩍 고개를 돌리니 호석이 고개를 끄덕인다.
드디어 전 세계가 동시에 SKY항공우주국에서 쏘아낸 로켓을 볼 수 있는 순간이 왔다.
사전에 준비 되었던 대로, 나의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세계 각국의 수도 하늘이 빠르게 비춰진다.
그 하늘 위에서 뜨거운 불꽃을 터뜨리며 비행하는 SKY의 로켓.
“저, 저건?”
“맙소사 저기는 파리야!”
“어어! 저기는 베를린이야!”
“런던도 있어!”
세계 주요 도시를 보여주던 화면은 작은 화면으로, 다음 도시를 보여주던 화면 역시 다시 작은 화면으로.
그렇게 총 128개의 세계 각국의 국력이 높은 국가의 하늘을 수 놓은 SKY의 로켓들.
“반대하는 국가에겐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입니다.”
마카롱이 입을 떡 벌리고 침을 꼴깍 삼켰다.
“전 세계 어디든, 15분 안에 지옥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
더 이상의 존대는 필요 없었다.
이미 황제가 되기로 마음먹은 상황 아니던가.
물끄러미 마카롱을 내려다 보았다. 그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나의 눈을 피해 시선을 돌린다.
내가 마카롱과 대화를 주고 받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스크린에는 다시 파리의 하늘이 보인다. 그리고 그 파리의 하늘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SKY항공우주국의 로켓이 낙하산이 달린 무엇인가를 투하하기 시작했다.
“설마 폭탄인가?”
“에이 설마, 전 세계 주요 도시에 폭탄을 터뜨리겠어?”
“그럼 저건 대체 뭐지?”
“어어! 어어어!”
“왜? 뭔데? 알아?”
“저, 저건! 얼마전 모스크바에 떨어졌던 SKY그룹의 로고야!”
“아아!”
수백개의 SKY그룹 로고인형이 파리의 하늘을 가득 수 놓은 상황.
나는 내 눈을 피하고 있는 마카롱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더이상의 반대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참혹한 결과를 불러 올 것이라 장담하지. 저 낙하산을 매고 있는 로고 인형이 아니라, 우라늄, 플루토늄이 배합되어 있는 폭탄으로.”
대놓고 핵을 언급했더니 세계 각국의 국가정상들이 입을 다물었다. 현재로서 SKY항공우주국의 로켓을 방어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국가는 전무한 상태.
누구든 핵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었다.
전 세계 128개국의 상공을 유유히 날아다니던 로켓은 다시 SKY항공우주국을 향해 빠르게 비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로켓이 향한곳은 원래의 발사 위치가 아니라 모스크바의 하늘이었다.
추와아아아아아악.
창공을 가르며 소닉붐을 일으키는 로켓들이 속속들이 모스크바 붉은 광장내 미리 준비해둔 안전구역에 착륙하기 시작했다.
그 압도적인 위용에 사람들은 넋을 놓고 구경하기 바빴다.
삽시간에 붉은 광장은 마치 로켓으로 만든 담장으로 마치 감옥에 갇힌 꼴이 되었고, 로켓이 엔진을 정지하자 장인어른이 먼저 입을 열어 소리쳤다.
“우리 미국은 천국의 건국을 지지하며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천 황제.”
그것을 시작으로.
“프, 프랑스 역시 천국의 건국을 지지하며 진심으로 황제폐하께 축하드립니다.”
“영국 역시 천국의 건국을 지지······”
“독일 역시······”
“유럽연합······”
전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영향력을 갖춘 이들이 모두 천국의 건국을 지지하며 동의했고, 나를 황제라 불렀다. 그래야지, 핵을 맞고 싶지 않다면 그래야지.
내가 다시 오른손을 들어올리자.
쿠오오오오오오오.
로켓의 엔진들이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천국의 건국을 선포 한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로켓들이 동시에 음속의 22배의 빠르기로 상공을 향해 비행을 시작했다. 마치 하나의 하늘길을 만드는 것 처럼, 로켓들은 줄지어 어디론가로 날아가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넋놓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들어올리고는 손가락에 힘을 줬다.
스륵, 고개를 돌려 푸틴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이크를 내려놓고 놈에게 말했다.
“운이 좋군.”
이렇게 쉽게 죽을 수 있다니.
탕!
푸틴의 이마에 정확히 박힌 9mm권총 탄알.
공개적인 처형에 사람들이 입을 떡 벌리고는 두려운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 그 누구도 감히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마도 자신의 이마에도 구멍이 날까 두려운 게 아닐까?
“좋은 눈이야, 앞으로도 그런 눈들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군.”
마이크가 없기에 저 먼곳까지, 정확히는 일반인들까지는 들리지 않았을 나의 말.
그러나 바로 앞, VIP석에 앉아 있던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나의 말을 똑똑히 들었을테다.
“감히, 천국의 황제에게 반기를 들지 마라.”
나는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려 단상을 내려왔다.
***
경복궁이 한창 증축 공사를 시작하고 있는 시점.
나는 카타르 왕국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그러니까 저번 푸틴의 암살작전에 이쪽에서 정보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언론 헬기를 띄워 감히 나를 위태롭게 만들었던 알자지라 언론. 그곳은 카타르 왕국의 소유고, 카타르를 씹지 않는다면 세계 어떤 곳도 마음껏 씹어대는 제법 신뢰도 높은 언론사였다.
“예, 폐하.”
이제는 날 폐하라 부르고 있는 호석.
“좋아, 우선 알아두지. 빠르게 움직이자고.”
카타르 왕국에 대한 복수도 복수지만, 우선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놈들에 대한 복수를 잠시 미뤄두기로 하고 나는 바삐 걸음을 옮겨 SKY그룹 본사 사옥의 대 회의실로 이동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 회의장에서 스크린을 통해 한, 중, 일 동시 국민투표 개표방송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일에 거쳐 개표방송이 진행되고 있었고, 오늘로서 마지막 개표날이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예측.
“폐하, 오셨습니까!”
나는 싱긋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정호석, 백철웅, 철수, 강기태, 찰리 박, 김장원, 독거미, 후진다오, 고키부리, 김은정. 그 밖에 PMC의 주요 간부들.
그리고 할아버지와 장인어른, 데비 할아버지.
마지막으로 나의 사랑스러운 가족들이 여유롭게 다과를 즐기며 개표방송을 보고 있는 상황.
옆자리에 앉은 루시를 바라보곤 한쪽 눈을 찡긋이며 말했다.
“어때? 황후가 될 것 같아?”
픽 웃는 루시.
“이민가고 싶은 사람들 얼마든 가라며? SKY가 그렇게 돈을 퍼주는데 반대 할 사람들은 다 떠나지 않았을까?”
맞다.
나는 사전에 건국될 천국의 제국민이 되길 거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타국으로 이민을 갈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이민을 희망하는 자에게는 무이자로 이민 갈 곳에 집을 사주고, 정착 보조금 명분으로 인당 3천만원을 지급 해 주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이민을 가는 인구는 적었다. 중국과 일본등, 특히 한국에서 많은 이민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것은 나의 생각일 뿐이었다.
나의 제국민들은 강력한 군사력과 청렴한 행정력, 감히 넘볼 수 없는 자본력을 갖추게 될 천국의 제국민의 삶을 나쁘게만 보지 않는 것 같았다.
실제로, 개표율 88퍼센트라는 숫자와 찬성 66퍼센트라는 숫자가 지금 버젓이 TV를 통해 보이고 있지 않은가. 사실 국민들의 반대가 높다면, 나는 찬성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러시아 일대와 중국 일대, 일본 일대와 대한민국 일대 등의 땅에서 또한 나의 영향력이 막강한 자치령에서 제국을 먼저 출범시킬 생각이었다.
“폐하! 이제 3퍼센트 개표동안, 반대표 퍼센티지가 높아지지 않으면 확정입니다! 국민들··· 아니 제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황제의 위에 오르시는 것입니다.”
“개표가 확실해지는 순간, 바로 성명문 발표 하지.”
“예! 준비하겠습니다.”
잔뜩 고양된 호석이 빠르게 바깥으로 나갔다.
“흠, 황제의 할매비면 뭐가 되는 거지?”
할아버지의 농담에 사람들이 피식 거리며 웃는다.
“그냥 뒷방 노인네죠.”
할아버지가 노기가 서린 눈을 하고는 날 째려보신다. 그 모습에 데비 할아버지가 끌끌 거리며 웃으신다. 태양이와 별이, 그리고 루시도 마찬가지.
“2퍼센트!”
개표 2퍼센트가 남았다는 철수의 외침.
지금 이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천국의 주요 수뇌부가 될 것이리라. 물론 후진다오와 고키부리, 김은정 역시 제법 괜찮은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1퍼센트!”
후진다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포권을 취하며 외쳤다.
“폐하! 천자께서 폐하의 자리에 오르신 것을 진심으로 감축드리옵니다.”
남은표가 모두 반대라는.
그런 말같지도 않은 상황은 없으리라 확신하는 후진다오.
주변 다른 사람들 역시 저마다의 예법으로 내게 황제가 된 것을 축하하기 시작했다.
“폐하, 경하드리옵니다!”
할아버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하며 폐하라 불렀고, 경하드린다며 높임말을 사용하는 순간.
기분이 묘했다.
이제 정말, 대한민국,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5개국을 합친 국가의 황제가 되었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경하 드리옵니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절을 올리며 ‘경하’를 입에 담는다.
“성명문 발표를 하고 올 것이니, 편히들 즐기시오.”
그들을 일으켜 세우고는 그대로 바깥으로 나갔다.
복도에서 경호를 서고 있어야 할 PMC의 대원들, 이제는 천국의 근위병이 될 사람들이 모두 엎드려 절을 하고 있었다.
“경하드리옵니다 폐하!”
SKY본사 사옥의 모두가 내게 절을 올리고 나는 그 길을 당당히 걷는다.
앞으로 천국이 가야하는 길 처럼.
뚜벅, 뚜벅.
“경하드리옵니다 폐하!”
제국민들의 절을 받으며 마이크 앞에 선 나.
“제국민들은 들으라!”
이제 내 세상이었다.
-완결-
< 제 446화. (完)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