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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재벌-447화 (447/458)

< 447. 외전 1화 명분이 좋잖습니까? 명분이. >

외전 1화, 명분이 좋잖습니까? 명분이.

경복궁 대전에 많은 신하들이 모였다.

이제는 신하라 부르는 것에 어색함이 없어진 상황, 신하들의 의복은 양복이나 각 나라들의 전통의상들을 갖춘 상태.

통일성 없어 보이지만 이것은 이것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새롭게 건국된 천국은, 어떻한 문화에도 융통성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민주주의 사회에 익숙해진 지구촌, 그런 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강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압도적으로 많은 백성은 중국의 한족들이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소수민족들을 배척할 순 없잖은가.

“흐음.”

“폐하, 근심이 있으십니까?”

할아버지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시고는 물었다.

어딜봐서 80대의 노인이라고 생각할까? 60대라고 해도 믿겠다.

굳이 정사에 나서지 않고, 집에서 쉬시라고 해도 할아버지는 ‘아직은 쉴 때가 아니지 않으냐.’하고는 매번 대전에서 회의에 참석하신다.

“걱정입니다. 많은 신료들이 과거 대한민국 출신이 아닙니까?”

“으음.”

고개를 끄덕이는 할아버지.

“앞으로 공평한 등용문을 열어, 과거 중국, 러시아, 일본의 뛰어난 인재들을 등용하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과거시험처럼 말이지요?”

“예, 폐하.”

나쁘지 않은 의견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후진다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후진다오.”

“예, 천자시어.”

“시험을 준비 해 보라, 천국어인 훈민정음을 통해 문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야.”

“예! 폐하의 명을 받듭니다.”

한국어가 공용어라고 봐도 무방한 천국.

나는 훈민정음이 매우 뛰어난 언어라고 생각했다.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그대로 적을 수 있기에 어떠한 말도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고키부리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폐하.”

“말 하라.”

“근심이 아직 남으신 듯 사료되옵니다.”

“수도 이전 문제가 아직도 걸림돌로 남아 있구나.”

내 말에 과거 러시아, 중국, 일본, 북한을 대표하는 신하들이 모두 목소리를 냈다.

“천자시어! 수도시라 함은 그 웅장함을 위해 북경이 옳은 줄 아뢰옵니다! 북경의 자금성을 새롭게 개조하시어 지내시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하소서.”

“폐하! 우리 일왕관저 역시, 조금의 개조만 한다면 능히 폐하께서 지내시는데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 확신 하옵니다!”

“폐하! 새로운 국가의 새로운 황제께서 과거의 잔재에 사사로이 사로잡히실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허니, 넓은 초원이 있는 북녘의 땅에 새롭게 황궁을 짓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과거부터 유럽의 양식들은 아름다움을 칭송받아 왔습니다. 그러니 유럽의 아름다운 양식들로 지어진 궁전을 더욱 웅장하게 만들어 그곳에서 지내소서.”

어떻게든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유독 조용히 계시는 할아버지.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계시는 할아버지의 의견이 나는 참 궁금했다. 나의 뿌리도 어쨌든 대한민국에 적을 두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고개를 돌려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경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폐하.”

“예.”

“경복궁, 자금성, 모스크바 궁전, 일왕성, 평양성의 모든 궁전들을 새롭게 개조하고, 자주 옮기소서.”

“자주 옮기라?”

“아직 천국의 만백성이 모두 합심하지 못하고 있다 사료됩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천국 건국의 찬성표 역시 겨우 74퍼센트에 불과했으니··· 20퍼센트 이상의 반대가 있었다는 것이겠죠.”

“그러니, 우리 천국의 만백성을 모두 하나의 백성으로, 하나의 마음으로 만들 필요가 있사옵니다. 어느 한 곳이라도 소외받는다면, 그들의 불만은 싹을 틔울것이라 보입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모두 들어라.”

“예! 폐하!”

“천가의 가주 뜻에 따라, 모든 궁전들을 새롭게 단장하고, 짐을 맞을 준비를 하라.”

“예! 폐하!”

“오늘 대전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다.”

경복궁의 대전을 꽉 채우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어느새 대전에는 나의 심복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만 남아있었다.

나는 소탈하게 그들에게 다가가 바닥에 털썩 앉았다.

내가 낮아지니, 모두가 거의 바닥에 엎드리듯 요상한 자세를 취한다.

“편히들 앉으세요.”

“성은이···”

“이상한 예의 됐고.”

“예, 폐하.”

“수도 문제는 대충 끝난 것 같고. 세수 확보 문제에도 뭐, 어려움이 없죠?”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확실히 할아버지 말 처럼, 지금 천국의 백성들이 하나로 섞이지 못하고 있죠?”

후진다오, 고키부리, 김은정, 그리고 새롭게 러시아 자치구의 자치장이 된 고려인 특전단의 교두 빅터가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내 질문에는 그들이 백성을 하나의 마음으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꾸짖음이 포함되어 있는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면목이 없습니다 천자시어··· 중원의 한족들은 천자를 칭송하오나··· 아쉽게도 한족이 아닌 민족을 배척하는 그들의 습성까지 감히 제가 손데지 못하였나이다.”

한가득 예의를 품은 후진다오의 말.

그 말을 이해 못할 게 아니었다.

자칭 ‘대국’이라 부르고 대한민국에서는 ‘떼국’이라며 낮잡아 부르던 그곳의 드높은 자존심이 한순간에 없어지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중국이 대국이라 스스로를 칭하던 이유, 그것은 가장 많은 인구수를 가지고 있는 한족이라는 민족을 하나의 마음으로 만들기 위한 과거의 정치 망령들의 계략이었으니까.

“저 역시··· 폐하를 볼 낯이 없습니다.”

고키부리가 푹 고개를 숙인다.

일본 역시 감히 SKY와 나의 가문이라 할 수 있는 천가를 우러러 보지만,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얕잡아 보는 습성까지는 버릴 수 없었다. 오랜 교육으로 인해 ‘지배하던 민족’이라는 각인된 프레임을 쉽사리 지우지 못하고 있는 단계인 것이다.

“역사 교육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현재의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그 효용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철웅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나의 민족, 천국의 백성이 하나가 될 일들이 필요하겠군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나를 바라본다.

씨익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린 나.

할아버지가 와락 인상을 찌푸리신다.

“이 놈이 또 웃는구나.”

“흐흐.”

“또 무슨 계략을 꾸미려고?”

한국어가 천국의 공용어가 된 만큼,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한국어를 알아 듣는다.

“제가 러시아에게 암살 공격을 받았을 때, 그때 결정적으로 러시아에게 도움을 준 놈들이 있죠.”

“음? 그래? 그런 놈들이 있었어?”

“그때는 푸틴과 러시아, 그리고 건국을 처리하느라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제 어느정도 천국도 안정화가 된 것 같으니 슬슬 움직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갖겠다는 것이냐?”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그게 그놈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면.”

“잔인한 놈.”

“원래 복수란 상대방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가져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과연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리는 후진다오, 고키부리, 김은정.

강기태, 찰리박, 정호석, 백철웅, 김철수등은 익숙하다는 얼굴을 할 뿐이었다.

후진다오와 고키부리, 김은정은 흠칫 몸을 떨었다. 이것은 마치 자신들에게 하는 경고와도 같은 의미라고 느낀 모양이다.

이제 러시아의 꼭대기에 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고려인특전단의 수장이었던 빅터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 그저 가만히 날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빅터.”

“예, 폐하.”

“우리가 보내준 지원팀들한테 국정을 잘 배워.”

“예, 그리하겠습니다.”

“고려인이 러시아의 꼭대기에 앉은 만큼, 백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거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래, 원래 맞으면서 배워야 빨리느는 법이니까. 명심하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금의 러시아는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해줘도 민심이 솟구칠거야, 당장 전쟁배상 문제를 천국이 깔끔하게 해결했으니 반발이 없는거고.”

“예, 알고 있습니다.”

“잘 하라고 그러니까.”

“예, 폐하.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툭툭 빅터의 어깨를 두들겨주고는, 호석과 철웅을 바라보았다.

“빅터의 아이들 실력은 얼마나 올라왔습니까?”

호석이 답했다.

“코드 대원의 자격이 충분합니다. 실전경험을 쌓았으니까요.”

“오, 이번에는 친위대의 자격으로 함께 움직여봐야겠습니다.”

철웅이 흐뭇하게 웃는다.

“아이들이 참 좋아하겠습니다.”

빅터가 헤벌쭉 입 꼬리를 들어올리더니 물었다.

“헌데 폐하, 악몽을 심어줄 원수는 누구이옵니까?”

“카타르의 왕.”

그제야 할아버지가 박수를 짝 치며 말했다.

“아아! 그때 그 방송국 헬기?”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천가의 복수는 끝이 없는 법 아닙니까?”

“끌끌, 지독한 놈.”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할아버지가 아니냐는 듯 날 물끄러미 바라보신다.

“허면, 다른 이유가 있더냐?”

“여러갈래로 갈라진 백성들, 그런 백성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할아버지.

“예로부터, 그러니까 중국의 한족이 득세한 이유, 그것은 천자의 나라의 천자와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 때문이죠.”

“민족을 하나로 합칠 명분을 만들자?”

“국뽕이라는 말 아십니까?”

“그래, 요즘들어 자주 들리더구나, SKY가 특히 그 국뽕에 앞장서고 있다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살고 있는 국가의 어떤 기술이, 어떤 스포츠 선수가, 어떤 국가 통치자가.

시원시원 하게, 혹은 압도적으로 다른 국가를 이기거나 시원하게 얘기하는 것들을 포함해 해당 국가에 속해 있는 것 만으로도 자랑스러운 마음이 생기는 일을 일컫는 국뽕이라는 신조어.

“국뽕만큼 여러갈래로 나눠진 민심을 하나로 합치기 좋은 일이 없지요.”

“카타르를 먹는게 민심을 하나로 합치는 일이더냐?”

“내부의 적을 만드는 것은 리스크가 큽니다. 과거 중국이 소수민족을 배척하던 것 처럼요, 결국에는 잡음이 나오게 되죠.”

후진다오가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여 거의 절을 하듯 바닥에 이마를 가져간다.

“됐어, 됐어.”

“면목 없나이다 폐하.”

툭툭.

후진다오의 등을 두들겨 주고는 다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러니 외부의 적을 만들어 여러갈래로 갈라진 백성들이 같은 대상을 욕하게 만드는 공통점을 만드는 겁니다. 그런식으로 하나 둘, 공통점을 갖게 되고, 결국에는 천국의 백성들이 하나로 뭉치게 되겠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할아버지.

“참으로 무서운 놈이구나.”

“그리고 할아버지 손자고요.”

피식 웃어버리는 할아버지.

“오냐, 나라를 위한 일이라는데 할애비가 반대할 순 없지.”

“애초에 반대하셨어도 했을 겁니다만?”

“한마디를 안 지지, 한마디를.”

“크큭, 명분이 좋잖습니까? 명분이.”

“천국의 황제를 위기에 처하게 만든 국가라.”

장내의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명분이 좋다는 말에 동의를 표한다.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이제는 천국의 황정대리인이 된 찰리 박을 바라보았다.

“카타르 왕국에 대한 천국의 선전포고 발표하세요.”

“예! 폐하.”

< 447. 외전 1화 명분이 좋잖습니까? 명분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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