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44화 (444/458)

< 제 444화. >

털그럭.

푸스스스.

"쿨럭."

폐부 깊숙한 곳까지 퀘퀘한 먼지들이 한움큼 들어오는 것 같았다. 계속 기침을 쏟아내며 빙글빙글 세상이 도는 머리를 부여잡고 허리를 일으켜 세우자 잔해를 걷어내고 있는 PMC대원들의 몰골이 보인다.

"어떻게 된겁니까?"

"후우... 운이 좋았습니다."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숨을 내쉬는 호석.

"피해 상황은요?"

"험머가 건물을 뚫고 들어오는 타이밍에 적의 대전차로켓이 폭발했습니다."

"아직은 모른다는 얘긴가요?"

"예, 사령관님."

"적이 우리 동선을 너무 쉽게 눈치챘는데, SKY항공우주국과 NASA측에서 적의 인공위성을 감시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언론사 헬기가 우리 차량을 계속 추적한 것 같습니다."

팍 인상을 찌푸렸다.

회피기동을 계속 펼쳐도 타켓팅이 대단하다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회피기동 했던 다른 차들은요?"

"적들을 섬멸하며 이곳으로 접근중입니다."

호석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속속들이 잔해 속에서 대원들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모두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여기저기 피딱지가 붙어 있고, 골이 울리고 있었으며 먼지를 뒤집어쓴 상태였으니까.

"다행히 사망자는 없습니다."

천만다행이었다.

이런 공격 속에서도 우리는 살았으니까.

"다행입니다."

손을 뻗어 호석에게 말했다.

"위성 전화기 주세요. 언론사는 어디입니까?"

"PMC 정보부로 연결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고개를 주억거리곤 위성전화기로 PMC정보부의 핫라인을 연결했다.

-사령관님! 괜찮으십니까?

"언론사 어딥니까?"

-알자지라 언론사입니다.

"연결하세요."

-어디로 연결할까요?

"왕에게 직접."

-예, 사령관님.

잠깐의 기다림이 이어지고 바로 연결된 전화.

나는 상대의 아랍어를 깔끔하게 무시하고는 영어로 말했다.

"언론사 헬기 철수 시켜, 카타르를 불바다로 만들기 전에."

-...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당신은 누굽니까?

"경고했어, 철수시켜. 앞으로 우크라이나 상공에 그 어떤 언론사 헬기도 모두 격추시켜버릴테니까, 무조건 철수시켜."

-너 누구냐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리고는 호석에게 위성전화기를 건네며 말했다.

"모든 전선에서 전면전을 시작하로 지시하세요."

호석이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본다.

"전 세계가 사령관님의 안위를 걱정 할 겁니다."

"때로는 모르는게 약일 때도 있는 법입니다."

"으음... 동북아연맹군이 사령관님의 명령이 아닌데 따르겠습니까?"

"사전에 명령을 내려놓은 걸로 하세요."

"사령관님의 생사는 숨깁니까?"

"예, 푸틴이 모르고 있는게 좋겠네요."

"첩자를 의심하십니까?"

"우크라이나 후방에도 러시아군이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북아연맹군의 정보가 그쪽으로 세어나갈 가능성도 있고요."

호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이해한 모양.

"그럼, 동북아연맹군 진영으로 움직이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우크라이나에 온 연맹군의 전선 역시, 러시아로 진격을 명령하세요, 적의 첨단 무기 사용시 핵무장 로켓 발사를 하겠다고 미리 선전포고 하시고."

"백병전으로만 전쟁을 끝내시려고 하시는군요."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기나 로켓미사일 등, 중화기 이상의 화기는 너무 피해가 컸다. 재산피해부터 인명피해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사상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 뻔했다.

"예."

호석이 혹시 하는 얼굴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우리는 바로 러시아로 진격 합니까?"

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방 먹었으니까 갚아줘야죠?"

"모스크바..."

"푸틴 모가지는 내가 직접 따겠습니다. 이제 명분도 충분하고요."

"예, 대원들이 합류하는데로 험머로 달리겠습니다. 중간에 급유가 필요한데, 그 부분은..."

"러시아군 진영 하나에서 약탈하죠."

"알겠습니다."

***

3일을 쉬지 않고 덜컹 거리는 험머에서 보내야했다.

전선을 끌어올린 연합군과 동북아연맹군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곳에서 동시에 작은 전투들이 펼쳐졌다. 덕분에 이제 우크라이나 부근에서 전쟁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

모든 전쟁과 전투는 러시아 본토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대통령관저 경호가 허술하네요?"

"예, 사령관님. 현재 백병전을 해야하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여집니다."

"내부 균열이라도 있습니까?"

"정보부의 정보에 의하면 군부 세력이 푸틴과 반 푸틴 세력으로 두갈래로 갈라진 모양입니다. 많은 전선에서 총 한발 쏘지 않고 항복하는 러시아군이 많다는 보고입니다."

"무너졌네요."

호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야무야, 생각보다 쉽게 러시아 대통령 관저에 무혈입성이 가능한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최정예 PMC대원 60명.

그들이 나와 함께 하고 있는 한, 저 허술한 경비들은 병력이라고 칠수도 없었다.

"갑시다."

"예!"

온통 검은색 일색인 최정예 대원들이 모스크바 대통령관저의 골목골목으로 빠르게 흩어졌다.

나는 대놓고 대통령관저 앞 대로변에 험머를 세우고는 천천히 모스크바 대통령 관저로 발걸음을 움직이면 될 일이었다.

내가 걷는 길의 모든 병사들은 이미 항복을 하고는 무릎을 꿇고 벽을 바라보고 있거나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상태.

푸틴의 친위대도 있었을 테지만, 그들 역시 모두 제압당하거나 제거당한 상태였다.

너무 쉽기에 허탈함까지 느껴졌다.

이것이 과확과 기술의 힘이라는 걸 알기에, 그 과정을 들여다 본다면 마냥 쉽지는 않았다. SKY항공우주국의 로켓 기술이 없었다면 결코 달성하기 힘든 일이었을테다.

첨단 전투기와 미사일등이 난무하는 3차 대전이었다면 나는 두발로 모스크바에 당당히 올 수 없었을 터.

끄덕.

커다란 문 앞에서 고개를 크게 주억거리는 호석.

상아를 통째로 갈아 넣었는지 제법 아름다운 문 손잡이를 잡고는 내 지시를 기다리는 PMC 대원들.

저 문을 열면 푸틴이 안에 있을 것이다.

문 앞에 서서 대원들에게 열라고 지시를 내리려던 찰나. TV를 보고 있는지 한국어가 크게 들려왔다. 정확히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익숙한 목소리기에 나는 단밖에 루시의 목소리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PMC보고에 의하면 루시는 여느날과 다름없는 일과를 보내고 있을 터, 그녀가 TV에 나오고 있다는 것은 언론사들이 나 때문에 우리집을 처들어 간 모양이다.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푸틴이 열이 받았을까?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푸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mail protected]#(#@!$(

의미를 알 수 없지만 그게 나의 사랑스러운 아내 루시에게 하는 욕이라는 걸 단밖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집에 그런 질문을 들고 찾아오는 기자님들이 없으셨으면 좋겠군요! 여기계신 언론사 이름들 똑똑히 기억하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내 남편은 살아있고! SKY는 러시아 따위에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감히 일개 국가가 SKY를 넘볼 순 없으니까요.

다시 시끄러운 방 안에, 또렷하게 루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푸틴의 목소리.

-ㅃ[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

"뭐라는 겁니까?"

통역을 지시하니 러시아어에 능통한 대원이 당황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저런 찢어 죽일년! 저년을 잡아와! 내 밑에서 비명을 지르게 만들겠어! 라고 했습니다..."

"여세요."

철컥.

작은 소음과 함께 푸틴의 집무실 문이 열렸다.

"거 듣는 내가 다 거북하네 시발."

당황한 푸틴과 그의 오른팔인 정보총국장과 왼팔인 보좌관이 보였다.

"입에 걸레를 물었나 개새끼가."

잔뜩 당황한 얼굴의 푸틴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얼굴이 부서지도록 꽉 움켜쥐었다.

"크윽."

양 손으로 내 오른손을 떼어내려 용을 쓰는 푸틴.

그는 늙었고, 나는 젊었으며.

하루에 2시간이 넘도록 매일 최정예대원들과 같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나였다.

내 손을 늙고 욕심으로 가득찬 푸틴의 몸뚱이는 버틸 수 없다는 뜻.

"그 더러운 입으로 감히 내 와이프를 입에 담아?"

왼손을 번개같이 움직여 군용대검을 꺼내 푸틴의 혀를 잡아 뺐다.

"으읍! 으으으읍!"

여기까지 온 마당에 내 손에 자비따위는 없었다.

이 세상 그 어떤 누구도 감히 내것을 탐낼 수 없고, 내 것을 욕되게 할 수 없다. 나는 앞으로 그런 길을 갈 생각이었다.

길게 빠져나온 푸틴의 혀, 그리고 잔뜩 당황하고 겁에 질린 그의 수하들.

문득, 처음 할아버지를 만났던 날이 생각났다.

내 인생의 처음 도박수를 던졌던 날.

그날 나는 부모님의 원수이자, 내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던 승냥이 같던 강영우를 마주 할 수 있었었다.

그리고는 그때, 그 더러운 강영우 놈의 혓바닥을 뽑아 칼로 썰어버렸었다.

힐끗.

호석을 바라보니 그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두 눈이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때와 지금 상황이 묘하게 비슷하다고 느꼈다.

어쨌든 그때의 나도 새로운 출발을 위해, 그리고 복수를 위해 누군가의 혀를 잘라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는 무참히, 자비가 없이 강영우를 도륙내었다. 내가 일군 모든것은 누군가의 피로써 쓰여진 역사나 마찬가지였다.

"이, 이런 일은 없습니다! 러시아 연방의 대통령이십니다!"

푸틴의 왼팔, 보좌관이 다급하게 러시아 특유의 발음인 영어로 날 말린다.

푸틴은 혀가 잡힌 상황에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보좌관의 말에 동조한다.

호석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그의 손엔 자비가 없었고, 보좌관의 몸뚱이는 순식간에 바닥에 무너진다.

쓰러진 보좌관을 내려다보는 호석이 말했다.

"대 천가에, 자비는 없다."

보좌관이 한국말을 알아들을 리 없지만, 분위기는 파악했을테다.

그들이 뭐라고 떠들던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걸.

샥.

촤아아악! 후드드득.

첫날.

내가 할아버지를 만나고, 호석을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누군가의 혀가 잘리고 피가 튀었다.

그리고 그 때처럼, 나는 같은 말을 내뱉었다.

“다들 혀 관리 잘 하세요, 혀를 잘 못 놀리면 명이 짧아집니다.”

정보총국장이란 놈과 보좌관이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영어로 설명했다.

정보총국장의 고개가 세차게 위아래로 등락운동을 한다.

"크으으으."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푸틴의 몇가닥 없는 머리털을 잡아 눈을 마주쳤다.

"당장에라도 그 잘난 숨을 가져가고 싶지만 너는 아직 써먹을 가치가 있으니 보잘것 없는 모가지를 남겨주마."

푸틴의 두 동공이 멍하니 변했다.

붉은색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나고 있던 푸틴의 몸에는 아무런 연기도 피어나오지 않았다.

완전히 혼이 나간 것 처럼 덜컥 멈춰버린 푸틴.

그 역시, 자신의 권세는 끝이 났음을 아는 모양이다.

툭.

푸틴을 대충 놔 버리고는 호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세상에 고하세요, 전쟁은 끝났으며 이제 러시아는 동북아연맹군 사령관 천우진의 발 아래 두겠다고."

""예! 사령관님.""

미래에 세계 3차대전이라 불리울 전쟁이 싱겁게 끝나는 순간이었다.

< 제 444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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