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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533화 (519/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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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한 유세현을 데리고 인간진형으로 마침내 복귀한 추적대.

“이벨린! 긴급 상황이다! 당장 마족을 처리하고 이곳을 떠야...”

다급하게 외치며 간이식 막사로 뛰어들어온 아린은 이벨린의 옆에 자리하고 있는 한 인물에 하던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아, 아니?! 이벨린! 이게 어찌 된 일...”

“괜찮습니다, 스승님. 제르오펜은 이제 우리 쪽입니다.”

“그게 무슨...”

이벨린의 말에 아린의 두 눈이 빠르게 반복해 꿈뻑였다.

마족은 인간을 벌레 취급하는 종족, 좀처럼 믿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이벨린, 그 판단 확실한가?”

이어서 따라 들어온 이강호가 물었다.

이벨린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좋아, 그럼 믿겠다.”

“......”

“제르오펜, 아가레스라는 마족과는 아직 연결되어 있나?”

순식간에 상황을 잠재운 이강호가 이번에는 제르오펜을 응시했다.

활활 타오르는 듯한 강렬한 인상의 눈동자.

제르오펜은 그런 그와 눈이 마주치자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무엇인가가 치솟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지금까지 한 발짝 떨어져 이강호를 보았기에 느끼지 못했었던 감각이었다.

‘과연... 이것이 실질적으로 인간을 이끄는 총 지휘자인가...’

제르오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아직 연결 되어있다.”

“좋군. 곧 놈에게서 우리의 행방을 묻는 통신이 올 거다.”

“통신이라면 진즉 왔다.”

“호오, 과연 빠르군. 언제 언제 왔고, 어떻게 답했지?”

“처음 연락이 온 것은 이곳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그리고 2시간 전에도 왔다. 전부 아직 제대로 된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다고 답했다.”

“괜찮군.”

이강호가 턱을 짚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제르오펜을 향해 계속 말했다.

“연락이 또 오면 우리 쪽 방향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해라.”

“그렇게만 전하면 되나?”

“그렇다.”

“알겠다. 그러도록 하지.”

“아, 그리고.”

“또 뭐지?”

“당분간은 이벨린과 행동을 함께 해라.”

“그러도록 하지.”

“또 하나, 우리의 상태에 대해, 특히 어둠의 마력을 사용하는 자에 대해 묻거든 빠르게 회복중이라고 답해라.”

“...알겠다.”

“좋아. 그럼 잠시 전부 자리를 비켜줬으면 한다. 이벨린과 단 둘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

“......”

이강호가 넌지시 말하자 아린을 포함해 사람들은 일말의 대꾸 없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사람들이 나가자 이강호가 말했다.

“이벨린, 계획을 변경해야겠다. 우리가 처음 가려했던 곳은 마족들이 지키고 있어 못 간다. 결정이 있으니 어떻게든 뚫으려 한다면 뚫을 수야 있겠지만 피해가 있을거다.”

“흠, 그럼 어떻게?”

“남쪽으로 이동한다. 거기에... 그곳으로 향할 수 있는 제2의 장소가 있다.”

“남쪽에 말인가요? 왜 처음부터 말해주지 않았던 거죠?”

“되도록이면 그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거든. 거긴 조건이 까다로워서...”

이강호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이벨린은 자신도 한숨을 내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방금 전 어떻게 된 것인지 정황을 듣지 않고 자신의 판단을 믿어주는 건 너무도 기분이 좋았지만, 여기까지 와서도 여전히 모든 정보를 알려주지 않다니.

정보를 전부 알고 있어야 차선책을 준비하는데 보다 용의하건만...

“후... 알겠어요. 그럼 병력을 추슬러서 바로 이동하도록 하죠.”

“그러도록 하지.”

“대충 한 시간 정도 걸릴 거예요. 그때까지 좀 쉬세요. 모습을 보아하니 치열하게 싸운 것 같은데.”

“그래야겠군.”

이강호가 막사 출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출구를 빠져나가기 전 이강호가 잊어버린 게 있다는 듯 이벨린을 불렀다.

“이벨린.”

“네? 뭐죠? 이강호씨? 까먹고 전하지 않은 게 있나요?”

“아니 그건 아니고, 이 말을 계속 전하고 싶었는데 깜박해서 말이지.”

“뭐죠?”

“내가 모든 걸 알려주지 않아. 중간 중간 짜증이 많이 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줘서 정말 고맙다. 너에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후... 스스로 인지하고는 있었군요. 감사는 됐고, 다음번엔 좀 더 많은 정보나 주시죠.”

이벨린이 골머리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짚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강호는 머쓱하게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도록 하지.”

그렇게 정확히 한 시간 후, 인간진형은 남쪽으로 이동을 개시했다.

* * *

[확실한 정보겠지?]

[예. 인간진형은 이쪽 기준으로 서쪽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습니다. 마기병이 초기 발견한 곳을 기준으로는 대략 동쪽 방향일 겁니다.]

[알겠다. 계속해서 수시로 보고하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제르오펜에게서 보고를 받은 아가레스.

그는 곧장 연락병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동쪽이란 말이지...]

마왕은 그 말을 듣기 무섭게 곧장 연락을 퍼트려 군세를 움직였다.

쿠구구구-

명령에 따라 어마어마한 속도로 이동하는 마기병과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마족들.

[칼날바람 따위는 알아서 회피해라. 그따위 것도 회피하지 못하는 머저리 따위는 내 군세엔 필요 없다.]

끝없이 불어오는 강력한 칼날바람도 그들의 군세의 속도를 감히 늦출 수는 없었다.

마족들에게는 몸을 반으로 갈라버리는 칼날바람보다도 마왕의 존재가 더 공포였다.

그렇게 한 시진 정도 움직였을 때였다.

[레오릭, 뭔가 발견한 게 있나?]

[아직까지는 전혀 없습니다.]

바람계곡은 지형의 특성상 수만 명이 지나간 흔적도 5분도 안 되어 지워진다.

그렇기에 이곳에서의 추격은 육안으로 쫓는 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런 이유로 보통이었다면 마기병들을 여러 군데로 풀어서 정찰을 했을 터지만...

현재는 아가레스의 정보를 믿고 한곳으로만 계속 이동하고 있었다.

[레오릭, 아가레스에게 다시 한 번 연락해봐라.]

[방금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습니다.]

[...뭐라?]

이에 루시뷀트가 미간을 구기며 턱을 짚었다.

마군은 이곳에 올라온 지 꽤나 지난 상태였다.

그래서 주위 지형도 대충 파악하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기에 그의 생각대로라면 지금쯤 이곳의 지리를 잘 모르는 인간진형을 진즉 포위하고도 남았어야 정상이었다.

아니 포위까진 못했다 해도 흔적은 발견 되었어야 했다.

허나 시야를 아무리 넓혀 찾아봐도, 인간은 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상황.

루시뷀트가 이상함을 느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아가레스가 죽고 싶어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을 테고, 분명 제대로 찾아왔는데 왜 발견이 안 된단 말인가!

[군주시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지금쯤이라면...]

[나도 안다.]

그때였다.

콰과과광-!

저 멀리 10km 지점 앞에서 거대한 폭음이 들려온 것은.

[...!!]

루시뷀트는 이제야 찾았나 싶어 눈을 번뜩이며 자리에서 도약했다.

폭발이 난 곳은 마기병들이 탐색을 이어가던 곳이었다.

[레오릭!]

[예! 알겠습니다!]

루시뷀트는 레오릭와 휘하 마군을 대동하여 단걸음에 그곳으로 날아갔다.

[키아아악-]

그렇게 순식간에 루시뷀트가 당도했을 때, 그곳에는 여전히 누군가가 마기병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착지한 루시뷀트가 마기병을 도륙하고 있는 인물을 보기 무섭게 눈살을 일그러뜨렸다.

[뭐냐, 넌...]

그곳에 있던 자는 루시뷀트가 그렇게 애타게 찾아 헤매던 인간들이 아니었다.

외견은 분명 인간과 흡사하나, 결점 없는 아름다운 미모와 붉게 타오르는 듯한 새빨간 머리칼...

“마왕 루시뷀트... 드디어 만났군.”

[...도마뱀?]

드래곤임을 인지한 루시뷀트가 세레나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세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드래곤이지만, 드래곤도 도마뱀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으니 넓게 포괄하면 틀린 말은 아니군. 그렇다 도마뱀이다.”

[...뭐라?]

이에 루시뷀트는 그답지 않게 살짝 당혹감을 내비쳤다.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 핀트가 어긋나 있어도 너무 단단히 어긋나있었다.

뭔가... 생명체가 아닌 듯한 느낌.

[네놈, 설마 혼자 온 건가?]

그사이 그새 주위를 살폈는지 레오릭이 물었다.

세레나는 이에 재차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을 보였다.

“그렇다.”

[돌았군. 감히 우리 앞에 혼자 나타나다니.]

레오릭의 싸늘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많은 마군이 순식간에 세레나를 둘러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레나는 그저 주위를 한번 흘끔 훑어볼 뿐, 별다른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무슨.’

때문에 되레 당혹감에 찬 쪽은 레오릭쪽이었다.

저건 대체 뭔 자신감이란 말인가.

그때 세레나가 입을 열었다.

“마왕 루시뷀트, 내가 지금 당신 앞에 나타난 이유는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보를 일러주기 위해서다.”

[...뭐라?]

“인간진형을 쫓고 있는 중이지 않나?”

정곡을 찌르는 말.

루시뷀트의 핏빛 안광이 순간 더욱 맹렬한 빛을 발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지? 도마뱀?]

쿠구구궁-

동시에 웬만한 생명체는 감히 꿈적도 하지 못하게 만들 강렬한 암흑투기가 세레나를 향해 쏟아졌다.

“우연히 봤다.”

그러나 세레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무척이나 편히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네놈... 어떻게...]

루시뷀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 힘에 이렇게까지 무반응인 자는 처음이었다.

감정이 일부 결여된 기계종족조차도 암흑투기의 힘에는 감히 이런 태도를 보이지 못했는데...

[너...]

“...아... 정말 대단한 암흑투기군, 버티기 힘들다. 거두어 주지 않겠나?”

허나, 루시뷀트가 등에 짊어진 루베르크를 꺼내려는 찰나 세레나가 몸을 부르르 떠는 행동을 보였다.

그것은 언뜻 보기엔 영락없이 암흑투기에 당해 저항 중인 자의 모습이었다.

‘뭐지? 영향을 안 받고 있던 게 아니었나?’

루시뷀트는 그런 세레나의 행동에 뭔가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이 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생명체는 없어.’

허나, 루시뷀트는 그렇게 애써 부정하며 그 느낌을 지웠다.

“다시 말하지만 암흑투기를 거둬주길 바란다.”

[......]

세레나의 연이은 부탁에 루시뷀트가 서서히 힘을 거뒀다.

본래라면 역겨운 도마뱀이니만큼 곧바로 목을 쳐버렸을 테지만, 그녀는 현재 그가 느끼고 있는 의문을 해소할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루시뷀트가 물었다.

[인간 놈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도마뱀?]

“그렇다.”

[어디에 있지?]

“알려주는 건 어렵지 않다만 그전에 나의 안전에 대해 보장받고 싶다.”

[...나에게서 약조를 받고 싶다 그건가?]

“그렇다.”

[큭, 건방지구나. 약속이고 뭐고 말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죽이겠다.]

루시뷀트가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위협했지만, 세레나는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알려주지 않겠다.”

[네놈...]

“참고로 말하자면 놈들은 지금도 멀어지고 있다.]

[......]

“난 당신이 약조하지 않는 한 목이 떨어져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정보를 발설하지 않을 것이다.”

그 말에 루시뷀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는 오랜 시간을 살아온 만큼, 생명체를 보는 눈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눈이 지금 말하고 있었다.

이 도마뱀은 자신이 약조하지 않는 한 정말 죽어도 발설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아니 발설하게 되더라도 놈들이 멀리 떨어진 후일게 분명했다.

[...너희 도마뱀들에게 마족은 믿을 수 없는 존재일 텐데? 내가 약조한다 한들 믿을 수 있겠나? 도마뱀?]

그렇기에 그는 세레나를 툭 떠봤다.

돌아오는 세레나의 답은 간결했다.

“물론이다. 당신은 일반적인 마족이 아닌 마족의 왕이자 죽음을 다루는 위대한 자. 한 입으로 두 말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놈...’

루시뷀트는 이 답변에서 이 도마뱀만큼은 다른 도마뱀들과 무엇인가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큭,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좋다. 내 약속하도록 하지. 이곳에서 내가 널 해치는 일은 없을 거다.]

“그 말뜻은 당신 개인만 나를 노리지 않겠다는 소리인가? 아니면 당신이 이끄는 마족 전체가 나를 노리지 않겠다는 소리인가?”

[......]

교묘한 말장난을 쳐보려 해던 루시뷀트였지만, 세레나에겐 통하지 않았다.

[너, 이름은?]

“지금 나의 이름 따윈 중요하지 않지 않는가. 마군 전체가 나를 노리지 않는다 약조를 해야...”

[이름. 세 번 말하지 않는다.]

“세레나다.”

[풀네임을 말해라.]

“세레나 레퀴아르크.”

[...레퀴아르크? 설마 광룡의 자식인가?]

“......”

[큭큭큭, 웃기는군. 그 광룡의 자식이 나에게 정보를 일러주러 오다니. 너... 목적이 뭐냐.]

“인간을 잡는 것.”

[뭐?]

“당신과 목적이 똑같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우리 종족은... 내말에 움직여주지 않는다.”

새빨간 거짓말.

그녀의 노림수는 마족이 인간을 잡으러 자리를 뜨면 신의회랑으로 가는 길을 여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족은 이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

‘이 도마뱀... 대체...’

“인간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다.”

세레나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그렇게 둘러댔다.

그리고 마땅한 정보가 없는 마왕은 미심쩍더라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공방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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