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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526화 (51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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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오오-

쿠웅!

레오릭때와는 차원이 다른, 감히 상상 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중압감이 일행을 향해 쏟아졌다.

‘...!!’

그 정신력이 강한 이강호가 일순간 몸을 움찔거렸고, 김주희는 잠시 자세를 잃고 휘청거렸다.

마치 맨살로 예리한 흉기를 마주한 듯한 엄청난 위압감.

유일하게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이는...

[호오.]

유세현이 미동조차 보이지 않자 마왕, 루시뷀트가 짧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어조를 보건대 그는 진심으로 놀라워하고 있었다.

[과연, 뷀제뷔트가 그리 말할만하군.]

저벅- 저벅-

유세현을 지그시 응시한 마왕이 발걸음을 옮겨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유세현은 그런 그를 보며 조용히 자세를 다잡았다.

‘난감하군.’

사실 말만 그러할 뿐 최악의 상황이었다.

총사령관인 레오릭, 군단장 나르슈나에 이어 마족의 근원 자체인 마왕까지 한데 등장한 것이었으니까.

마왕은 그와 거리를 5m 남겼을 때 비로소 등에 짊어지고 있던 대검을 꺼냈다.

그가 중얼거렸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군. 파란도마뱀 덕택에 많은 걸 얻었어.]

유세현은 그 말을 듣기 무섭게 머릿속에 의문이 스쳤다.

‘파란 도마뱀?’

하지만 유세현은 그 이상 생각할 수 없었다.

‘온다.’

[자, 가짜여. 어디 한 번 발악해 보아라.]

쿠구구구!

루시뷀트의 몸에서 어둠의 마력이 맹렬히 터져 나오며, 그의 대검이 빠르게 쇄도했다.

* * *

후웅!

횡으로 날아온 대검은 다급히 젖힌 유세현의 목 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육중한 무기라곤 도무지 볼 수 없는 빠르기!

만약 1cm만 더 들어갔다면 그 두터운 칼날에 그대로 치명상을 입었을 터.

마른침을 꿀꺽 삼킨 유세현은 각오를 다졌다.

상대는 줄곧 어둠의 마력을 사용해왔던 오리지널... 실력을 떠볼 여유 따윈 감히 존재하지 않으리라.

유세현의 몸에서 투기가 발산되기 시작하자 그것을 본 루시뷀트가 재미있다는 듯 큰 광소를 내뱉었다.

[크하하하! 좋군! 아주 좋아! 대단한 투기다! 그래! 본 힘을 발휘해 봐라! 벨제뷔트를 꿇린 실력을 내게 보여봐라!]

“......”

유세현은 차분히 능력을 사용했다.

[마족화.]

쿠구구구구-

힘이 폭발한다.

유세현이 발산하는 어둠의 마력과 루시뷀트가 내뿜는 어둠의 마력이 서로 격렬하게 공명하며 거대한 공명음을 만들어냈다.

순식간에 유세현이 사용한 능력의 본질을 파악한 루시뷀트가 작게 읊조렸다.

[신체 구조를 어둠의 마력을 이용해 강제적으로 마족화 시킨 건가? 재밌구나.]

후우우웅-

루시뷀트가 힘차게 대검을 내리찍었다.

유세현은 그것을 살짝 몸을 트는 것으로 회피했다.

쿠웅!

쉬쉬쉬쉬-

허나, 피한 순간 대검에서 어둠이 흩뿌려져 나와 유세현을 감쌌다.

모든 것을 부패시키는 부패의 어둠이었다.

어둠은 유세현의 몸에 닿자, 루시뷀트의 명에 따라 그의 몸을 썩혀 없애버리기 위해 격렬하게 요동쳤다.

하지만.

“......”

유세현이 어둠을 지그시 노려보자, 어둠의 움직임은 갑자기 일제히 정지했다.

[......]

이에 투구와 새까만 연기로 가려진 마왕의 얼굴이 일순간 변화를 보였지만, 저항하는데 바빴던 유세현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힘차게 바닥을 내리찍은 유세현이 바로 두 번째 권능을 발휘했다.

[영역선포.]

슈슈슈슈슈-

마력의 폭풍이 휘몰아친다.

루시뷀트는 이 힘의 존재를 확인키 무섭게 웃으며 맞대응했다.

[영역선포.]

슈슈슈슉-

파앗!

서로 맞부딪친 두 힘은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지며 소멸했다.

유세현은 입술을 살짝 곱씹었다.

나름 고유스킬에 속하는 능력인데 역시 안 통하는 것인가.

후우웅-

재차 접근한 루시뷀트가 이번엔 대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유세현은 루베르크를 세워 그것을 막았다.

치지지직-

두 사람의 힘은 거의 막상막하였다.

유세현은 무공을 운용하여 보다 효율적이게 힘을 발휘하고 있는 상태건만...

‘기본 스텟은 나보다 놈이 조금 더 높군.’

허나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유세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는 마왕에게는 없는...

[천마대멸겁(天魔大滅劫).]

쿠구구구구-

유세현이 무공을 운용하자 근처 주위 마력이 마치 끓어오르듯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시전자를 중심으로 시전자가 위치한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을 짓이겨버리는, 천마가 만든 무공 중 가장 잔인한 무공.

‘저건...!’

김주희와 이강호가 눈치 채고 자리를 재빨리 뜨기 무섭게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쿠두두두두-

콰직-

우지끈-

[캬야아악-]

미처 늦게 반응한 마수병과 병단장들은 잔인한 이 힘에 조금도 버티지 못했다.

“끄아아아악!”

팔과 다리, 오장육부 등등 전신이 짓이겨 으깨진다.

수많은 보호 흑마법이 걸려있는 마왕의 갑주도 빠르게 뒤틀려 붕괴되기 시작하자, 마왕이 감탄사를 날렸다.

[호오. 벌레가 발휘하는 스킬치고는 꽤나 괜찮은 스킬이로군.]

“......”

[하지만 이정도로는...]

쉬이이이익-

루시뷀트가 눈을 번뜩이며 고유 권능을 발휘했다.

[무간(無干)]

스스스스-

지잉!

순식간에 루시뷀트의 내부에서 발생된 거대한 흑빛 구채가 순식간에 그를 감쌌다.

무간은 마치 살아있기라도 하듯 으깨려는 힘을 역으로 먹어치우며 천마대멸겁과 맞붙기 시작했다.

쿠두두두두-

카득- 카득- 카득-

루시뷀트가 이어 말했다.

[이번엔 내 차례다.]

치지지지직-

콰아아아아앙-

루시뷀트가 손짓하자 흑뢰가 유세현의 머리 바로 위로 낙하했다.

유세현은 루시뷀트의 대검을 발로 쳐냄과 동시에 뒤로 물러나 그것을 회피했다.

“후우... 후우...”

SSS랭크 100%의 어둠 마력 저항력을 지니고 있는 유세현이었지만, 순수한 권능이 아닌 마법과 권능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스킬에는 그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아니, 순수한 권능이라 할지라도...

저릿- 저릿-

유세현이 순간 부르르 떨린 왼팔을 빠르게 흘겼다.

부패의 권능에 대항한 후유증이었다.

저항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완벽하게 저항하지 못했다.

권능과 함께 수만 년을 살아온 마왕과 이제 막 권능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유세현은 권능을 다루는 노하우가 하늘과 땅 차이로 차원이 달랐던 탓이었다.

마왕의 권능에 대항하기 위해선 굳센 의지와 정신력이 필요한데, 너무도 많은 정신력이 소모된다.

‘안 좋다. 완벽하게 저항하기 힘들어...’

하지만 내색해선 안 된다. 내색하게 되면 마왕은 그것을 깨닫고는 더더욱 권능을 이용해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유세현은 잠시 멀어진 틈을 타 빠르게 주위를 흘겼다.

마왕의 명을 받고 물러난 레오릭은 쿠니아칸을 돕고 있었다.

그 때문에...

“후우... 후우...”

이강호가 입을 꽉 악물었다.

마왕의 암흑투기와 레오릭의 가세 때문에 유리했던 싸움이 확 뒤집어졌다.

‘내가 너무 욕심을 낸 건가.’

사실 그는 나르슈나가 나타났을 때 군단장과 총사령관이 함께 행동하고 있었다는 것에서 큰 위화감을 느꼈었다.

다 죽어가는 스토크를 잡기 위함치고는 너무 신중한 움직임이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다. 멸화창 때문에 눈이 너무 돌아갔었어...’

순식간에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욕망이 이 사단을 만들었다.

시간은 이제 더는 되돌릴 수 없건만...

위화감을 느꼈을 때 그냥 바로 뒤로 돌아보지 않고 퇴각했어야 했는데.

“후우...”

잠시 길게 한숨을 내쉰 이강호가 눈을 번뜩였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눈빛이었다.

‘이대로 낙담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어떻게든 길을 만든다.

자신 때문에 위기에 맞은 동료들을 위하여.

지금 부딪친 한계를 뛰어넘어서라도.

“크하아아압!”

그가 의지를 다지자 주홍빛과 청염이 한데 뒤섞인 불꽃이 이전보다도 더더욱 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 * *

카앙!

챙!

치이이익-

전투가 이어질수록 유세현의 움직임은 점점 느려져갔다.

무공을 운용하랴, 마왕이 지속해서 내뿜는 권능에 저항하랴, 여간 정신력과 체력을 많이 잡아먹힌 게 아닌 탓이었다.

거기에 이전 레오릭을 상대한 피로감까지...

‘큭.’

권능에 적응할 시간이 보다 주어졌더라면,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 터인데.

솨아아아-

마왕이 부패의 어둠을 내뿜었다.

이전 한 번 쉽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평범한 인물들이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지만, 루시뷀트는 자신의 힘에 굉장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가짜가 꽤나 잘도 저항하는 군. 어디 얼마나 더 저항하는지 두고 보겠다.]

마왕 특유의 본능인지는 몰라도, 그는 비록 지금은 잘 먹히지 않을지언정 머지않아 힘이 통할 것이란 걸 확신하고 있었다.

치지지직-

‘큭.’

그리고 그런 루시뷀트의 공격은 유세현에게 있어선 무척 난감스럽기 그지없는 공격이었다.

어둠은 보다 깊은 어둠에게 잡아먹힌다.

비록 동급이라고 하나 숙련도가 부족한 유세현의 어둠은 현재로선 확실히 루시뷀트 이하였다.

유세현은 마왕과 붙으면서 벨제뷔트나 레오릭 등 어둠의 마력 사용자들이 자신을 상대할 때 왜 그렇게 힘들어하며 경악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느낌이었군.

웬만한 스킬은 전부 통하지 않는다니.

‘그렇다면 남은 건...’

길게 심호흡을 내뱉은 유세현이 검을 쥐고 있던 자세를 역수로 바꿨다.

지금까지는 대검을 막고 반격하는 형태의 전투를 했으나 이제부터는...

‘전부다 회피하고 반격한다.’

대검의 단점은 방향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것.

‘그걸 이용한다.’

[호오, 자세를 바꿔?]

자세를 본 루시뷀트가 신기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웬만한 대리자들은 지금까지 체계적으로 잡아온 전투법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알면서도 취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해온 것이야말로 생존의 비기였기 때문이었다.

허나.

슈우우우욱-

쿵!

내력 찍기를 회피한 유세현이 대검의 검등을 밟고 마왕을 향해 쇄도했다.

[이놈이?]

마왕은 유세현을 붙잡을 심산으로 손잡이를 놓곤 그를 향해 양쪽 손을 쭉 뻗었다.

유세현은 그런 마왕의 팔을 향해 루베르크를 힘껏 내리찍었다.

치지지직-

챙!

허나 그의 검격은 마왕이 두르고 있던 갑주에 닿자 너무도 허무하게 튕겨져 나갔다.

유세현이 공중제비를 돌아 뒤로 물러서자 무엇인가를 느꼈는지 마왕이 말했다.

[그 검... 거짓된 너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것이군.]

“......”

[그런 검으로는 내게 상처하나 입힐 수 없다.]

그 말에 유세현이 루베르크를 응시했다.

수많은 고난을 겪으며 함께 성장해온 루베르크의 등급은 레전더리 SS랭크로 진짜에 이르지는 못한다지만, 멸화창과 똑같은 등급의 희대의 명검이었다.

확실히 똑같은 속성인 탓에 위력이 약화될 수는 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얕볼 수 없는게 현재의 루베르크였다.

그런데 권능을 운운하며 벨 수 없다 말한다라...

‘권능... 권능이라...’

유세현은 그 순간 마왕이 왜 그렇게 별로 통하지도 않던 권능에 기대 공격을 가해왔는지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유세현이 일부러 조소를 내비치며 말했다.

“말이 많군. 루시뷀트. 내가 그렇게 신경 쓰이나?”

마왕 vs 마왕(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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