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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지직!
콰과과광-
[키에엑-]
순차적으로 도달한 마수들이 이강호를 죽이기 위해 육신을 던져 달려들었으나, 그대로 불길에 휩쓸려 사망.
‘미, 미친...’
막 도착한 마수병단의 병단장, 베르몬의 눈이 빠르게 깜빡였다.
그는 어떻게든 셋 중 한 명을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몸이 굳어 감히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 저 싸움을 도우러 가게 되면...
‘휘말려 100% 죽게 된다.’
그만큼 그들의 전투는 엄청나기 그지없었다.
‘인간이 어떻게 이런 힘을...’
그 순간 김주희가 나르슈나를 향해 빙백신장을 발사했다.
“이거 먹고 꺼져!”
“흥! 인간 주제에!”
나르슈나는 콧방귀를 뀌며 장기인 방어 마법을 사용해 빙백신장을 막으려 했다.
냉기가 그녀의 마법 근처에 다다른 순간이었다.
‘뭐, 뭐야! 이 미친 냉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한기에 나르슈나의 이마엔 순간적으로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나르슈나는 다급히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환각을 전개했다.
‘만만히 볼 년이 아니다... 현혹시키는 편이 났겠어.’
양팔을 벌린 나르슈나가 몸에서 미세한 입자를 내뿜었다.
그것은 드래곤조차도 현혹시킬 정도의 무척 강렬한 페로몬이었다.
‘거기에...’
나르슈나는 곧장 최음 마법을 섞었다.
‘어디 한 번 신나게 발정해봐라.’
나르슈나의 입엔 절로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이 두 가지의 스킬 조합을 처음 겪는 대리자들은 죄다 버텨내지 못하고 틈이 생겼던 탓이었다.
허나.
“야, 너 뭘 그렇게 웃고 있냐?”
“...!!”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 나르슈나에게 접근한 김주희가 높이 창을 치켜들었다.
나르슈나는 다급히 팔목보호대로 방어를 했으나 깜짝 놀란 마음은 좀처럼 진정시킬 수 없었다.
다중환각을 뚫고 어떻게 자신을 찾아낸 것인가!
아니 그보다도!
‘분명히 처음 겪는 것일 텐데! 어떻게 정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거지?’
공중제비를 돈 김주희가 그대로 원심력을 이용해 한번 더 내려치며 읊조렸다.
“아, 너 얼굴 뭔가 아퀼라랑 닮았어. 짜증나.”
“?!”
빠악-
‘큭!’
방어한 팔목의 통증에 나르슈나의 인상이 일순간 와락 찌푸려졌다.
지금 그녀는 통증도 통증이지만 눈앞에 있는 여자가 하는 말의 의미를 좀처럼 알 수 없어서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아퀼라? 아퀼라가 대체 누군데 나한테...’
순간 이전 벨제뷔트에게서 들은 정보가 그녀의 머리를 스쳤다.
‘설마?’
그렇다. 분명 벨제뷔트는 인간 측에 가짜 마왕을 따르는 가짜 서큐버스가 있다고 했었다.
“이... 이년이 감히 나를 그런 저급한 서큐버스와 동급으로 취급하...”
“아, 너희 종족은 왜 그렇게 하나같이 몸매가 좋고 가슴이 큰 거야? 응? 말이 돼?”
빠악-
김주희가 나르슈나가 들고 있던 창대를 올려쳐 뚫고는 오른 다리로 옆구리를 가격했다.
나르슈나의 표정은 방금 전보다도 더더욱 일그러졌다.
‘크! 어, 어째서?’
환각을 사용했는데도 저년은 1도 흔들리지 않는 것인가!
나르슈나는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야, 너 그래도 아퀼라 정도는 하네?”
“이...!!”
김주희의 도발에 나르슈나의 고운 얼굴에 울긋불긋 핏대가 섰다.
타 서큐버스와 비교되는 이런 수모는 그녀가 서큐버스 퀸에 올라선 이후로 처음 겪는 일이었다.
굉장히 굴욕적이다.
“이 년이...”
삼지창을 꽉 움켜쥔 나르슈나의 육체에서 아까와는 다른 입자가 꾸물꾸물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입자는 나르슈나를 중심으로 주위의 공간을 빠르게 잠식해가며 주위 환경을 바꿔나갔다.
수많은 별들이 일렁이는 몽환적인 세계가 점점 구축되기 시작한다.
이에 김주희는 곧장 창끝에 마력을 모았다.
‘저건 분명...’
김주희는 이강호에게서 전해 들은 게 있어 현재 나르슈나가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심상세계를 구축하는 스킬.’
고유특성, 완전최면과 장기인 환각 마법을 섞어 만든 오직 나르슈나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스킬이었다.
최면으로 세계를 속여 자신이 유리한 세계를 구축한다.
“어디 지금도 건방을 떨 수 있는지 한 번 지켜보겠다. 계집.”
나르슈나가 눈을 번뜩인 찰나였다.
“그러던지 말던지.”
중얼거린 김주희가 곧장 빙백신공을 발휘했다.
* * *
‘저건...’
나르슈나의 몽환세계를 본 이강호의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
웃기게도 저 비술의 카운터 능력을 지니고 있는 대리자는 다름 아닌 바로 나르슈나가 상대하고 있는 김주희였기 때문이었다.
나르슈나의 비술은 그녀가 흩뿌린 입자에서 비롯되는데 김주희는 그 입자를...
[빙백신공, 지천설(地天雪)]
툭-
트드드득-
김주희가 창을 내리꽂은 지점을 시작으로 주위가 얼어붙으며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냉기는 마치 나르슈나의 입자가 세계를 침식할 때처럼 빠르게 몽환세계를 얼려갔다.
나르슈나는 이 현상에 말도 안 되다는 듯 일순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이게 무슨... 내 세계가 얼어붙다니...’
그녀는 지금까지 수많은 빙결사용자를 겪었다.
허나 그 어떤 빙결능력자도 이 세계를 얼어붙게 만들지는 못했다.
화이트 드래곤의 브레스라면 혹시 모를 거라 지레 짐작 하고 있었긴 했지만...
‘이런... 안 좋다. 이 계집... 환각도 잘 안 통하고 최음도 잘 안 통해. 대체 지금까지 뭘 어떻게 살아왔길래... 이건 완전...’
극상성. 나가리.
과거부터 현재까지 아퀼라의 외모를 시샘하여 종종 티격태격 싸워온 김주희는 어느새 나르슈나의 완벽한 천적이 되어있었다.
“뭐 보여주는 거 아니었어?”
“이, 이게!”
김주희와 나르슈나가 격돌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세한 건 김주희쪽이었다.
그리고 그런 김주희를 본 이강호는 자신도 본 힘을 이끌어냈다.
불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대전사 쿠니아칸.
회귀전의 능력으로 비교했을 때 쿠니아칸과 이강호의 능력은 거의 동급이었다.
이강호의 고유특성인 화(火)속성 강화 특성을 쿠니아칸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이기긴 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따라주어 정말 가까스로 이긴 것일 뿐, 순수하게 능력으로 찍어 누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쿠오오오-
이프리트의 화염창을 쥐고 있는 이강호의 눈가에 청염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호오.”
이에 짧게 감탄사를 날린 쿠니아칸도 불꽃에 청염을 담았다.
콰아아아아-
두 사람이 화염에 고유특성을 담자, 안 그래도 활활 타오르던 대지는 마치 끓어오르는 용암지대로 변모했다.
‘김주희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될 텐데.’
그렇게 생각한 이강호가 쿠니아칸을 향해 툭 발을 뻗었다.
창이 맞부딪치자 쿠니아칸이 그대로 거리를 좁혀 중얼거렸다.
“놀랍군. 나와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는 자가 있었다니.”
과거에도 들었던 말.
이강호는 마치 비웃듯 표정에 조소를 가득 담았다.
“같은 특성? 과연 그럴까?”
“...무슨 의미지?”
“곧 알게 될 거다.”
이강호가 눈을 번뜩 빛내자 청염에 주황빛이 담기기 시작했다.
고유특성에 이은 특수특성의 발현.
콰과과과과-
화신의 힘이 이강호의 몸속에서 퍼져 나오자 본능적으로 그 힘의 위험함을 느낀 쿠니아칸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다.
자신을 뛰어넘는 자가...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
치지지지직-
지그시 읊조린 쿠니아칸의 청염도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의 청염에는 곧 흰빛의 불꽃이 서렸다.
화속성 강화에 있어서 최고의 옵션을 지니고 있는 화신의 멸화창의 능력이었다.
“이 불꽃을... 받아봐라!”
전신에 불꽃을 둘러 자신의 장기를 발휘한 쿠니아칸이 거칠게 화신의 멸화창을 내질렀다.
이강호는 그것을 잡아 바로 빼앗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프리트의 창을 내지르며 맞대응했다.
슈슈슈슉-
펑!
퍼버벙!
화신의 멸화창에는 롱기누스나 루베르크 같이 주인 각인 시스템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강호가 멸화창을 갖기 위해선 쿠니아칸을 반드시 죽여야만 했다.
채재재쟁!
공방이 빠르게 이어진다.
창술을 오랜 시간 단련한 이강호였지만, 쿠룬 종족은 선천적으로 전투 감각이 무척이나 뛰어난 종족이었다.
이강호의 찌르기를 막은 쿠니아칸의 횡 베기 반격이 이어진다.
이강호는 허리를 틀어 회피함과 동시에 재차 똑같이 반격을 가했다.
우세한 쪽은... 무공의 운용으로 보다 빠른 움직임이 가능한 이강호였다.
합에서 밀려 살짝 뒤로 육체가 밀려나자 쿠니아칸의 안면이 일순간 꿈틀거렸다.
‘내가... 순수 체술에서 밀린다고?’
반면 이강호는 그저 눈을 빛냈다.
‘최고의 화력으로 단번에 처리한다.’
그는 지금 바로 쿠니아칸을 끝장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슷한 능력을 장기로 하는 대리자들끼리의 싸움은 일반적인 싸움보다도 단순하기 때문이었다.
대개 강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자가 보다 약한 자의 능력을 잡아먹고 승리하니까.
창술로 몰아붙일 필요 없이 능력으로... 힘으로 찍어 누른다.
슈우우우욱-
이강호가 힘을 모으자, 악에 받친 쿠니아칸도 힘을 모았다.
화르륵!
콰아아아아!
마침내 흰빛을 머금은 백청염과 주황빛을 머금은 중청염이 격돌했다.
콰아아아앙-
불기둥이 치솟았다.
수십 킬로 밖에서도 관측이 될 정도의 정말 거대하기 짝이 없는 불기둥이었다.
“허억... 허억... 허억...”
화염속 내부, 쿠니아칸이 숨을 헐떡였다.
“후우... 후우...”
반면 이강호는 차분히 호흡을 골랐다.
누가 더 강한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쿠니아칸이 중얼거렸다.
“어, 어떻게 그런 힘을...”
이강호는 답하지 않고 그저 쿠니아칸을 향해 달려들었다.
3분 안에 끝내겠다고 했는데 3분이 넘어버렸다.
최상위 대리자에게 3분이란 엄청난 시간이기에 빨리 처리하고 이곳을 뜨는 게 상책...
[한심한 놈들.]
하지만 그 순간, 난데없이 머리 위에서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중후하게 울렸다.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던 유세현, 이강호, 김주희는 그 목소리에 하던 행동을 일순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목소리는...
[고작 인간 따위에게 고전하다니.]
슈우우웅-
쿵!
하늘에서 재앙이 낙하해 그들의 앞에 자리 잡았다.
* * *
재앙, 아니 마왕이 나타나기 직전 레오릭은 점점 빠르게 몰아치는 유세현의 공격에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몰려든 병사들의 일부가 이따금 공격을 감행하고는 있었지만, 하위부대인지라 결정을 지니고 있지 않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큭, 어떻게 이럴 수가.’
스켈레톤으로 시작해 대장군의 직위까지 올라오며 많은 일을 겪은 레오릭이었지만, 그는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벨제뷔트가 유세현에 대해 설명할 때 자신이 얼마나 비웃었던가.
가짜를 진짜로 착각한다고.
레오릭은 유세현이 운 좋게 힘을 얻어 일부만 다룰 수 있을 거라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다. 이놈... 정말로 모든 힘을... 큭!’
조금씩이지만 점점 밀린다.
방금 전의 광역 스킬도 그렇고, 이게 계속 지속 된다면 정말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걸고 모든 힘을 개방해야겠군.’
레오릭은 전 힘을 발휘할 생각을 했다.
마왕이 하늘에서 등장한 것은 딱 그때였다.
쿵!
인원들이 낙하한 마왕을 주시하자, 마왕이 지그시 읊조렸다.
[어딜 감히 벌레 따위가 허락도 없이 나를 쳐다보느냐.]
마왕 vs 마왕(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