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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515화 (50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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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최후의 힘을 담은 강희수의 사선 긋기가 놈이 입고 있던 갑주를 찢으며 육체를 베었다.

완벽하게 잘린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치명상이었다.

추륵-

추르륵-

피가 쉴 새 없이 새어 나온다.

‘빠, 빨리 이곳에서 도망쳐야 된다.’

드래곤은 황급히 마력을 일으켜 블링크를 사용했다.

“어딜!”

강희수는 연속공격을 취함으로써 다급히 막으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주위에는 다른 드래곤들이 너무 많았다.

퍼엉!

퍼버벙!

“꺄악!”

강희수의 주위로 순간 수많은 폭발이 일어나며 불길이 육신을 휘감았다.

충격을 입은 강희수가 정신을 못 차리고 비틀거리자 강희수를 노렸었던 것처럼 보이는 한 드래곤이 바로 옆에 있는 드래곤을 향해 경고했다.

“트루베르크, 저 인간은 내 것이다. 더 이상 손대지마라.”

“무슨 소리냐. 제르퀴르. 내가 먼저 마법을 사용해서 노렸는데.”

“알고 있다. 하지만 네 마법은 빗나갔다. 중상을 입힌 건 나야.”

“그래, 내 마법을 피하느라 적중당한 것이지. 그러니 당연히 내가 이 계집을 취하는 게 옳다.”

“제르퀴르, 그건 억지다. 무슨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둘의 대화는 순식간에 말다툼으로 변모되며 커져갔다.

“정녕 끝까지 우기겠다는 것이냐. 트루베르크.”

“우기는 게 아니다. 당연한...”

“흥!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실력으로 결판을 내는 수밖에 없겠구나.”

“호오? 자신 있나? 괜히 자존심만 구기는 꼴이 될 게 분명할 텐데?”

“웃기는군.”

슈슉-

퍼버벙!

이윽고 그들은 강희수를 앞에 두고 티격태격 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강희수는 그러한 놈들의 행동이 무척이나 어이가 없었으나, 아무런 태클도 걸 수 없었다.

이것이야 말로 사람들이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던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드래곤들은 선천적으로 탐욕스럽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강해지는 것을 원했다.

때문에 그들은 인간들을 가지고 경쟁했다.

비록 인간들이 강해 부상을 입을 수 있을지언정 병력의 수에서 너무도 그 차이가 커, 인간들이 확실히 마무리 지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상을 입으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빠지면 되는 것!

그들은 이 전투에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곤 1도 생각지 아니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정말 운이 없는 드래곤을 제외하고는 목숨을 잃은 자는 지금까지 없었다.

“허억... 허억...”

강희수는 둘이 다투고 있는 그 사이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렸다.

방도는...

‘없어... 정말 끝이다.’

유세현도 패배했다.

“크윽! 너무 많아! 끝이 없어!”

사람들도 절망에 빠졌다.

“루시펠씨! 선배를... 꺄악! 이게!!”

김주희나 루시펠, 최강자들도 고전 중이었다.

강희수는 피가 이리저리 끝없이 흩뿌려지는 끔찍한 지옥 속에서 검을 다잡고는 앞으로 나섰다.

“허억... 허억... 승혜야...”

그녀는 거침없이 적을 향해 달려 나갔다.

어차피 죽을거라면...

“다 죽어가는 놈이...”

“잠시 누워 있어라.”

그러자 트루베르크와 제르퀴르가 동시에 강희수에게 마법을 날렸다.

퍼버벙!

“꺄악!”

강희수는 채 3보도 가지 못한 채 그대로 정신을 잃고 자리에 쓰러졌다.

어느새 드라프나우어의 옆으로 다가온 트랄바루체가 그를 향해 조심스레 말했다.

“끝났군요.”

“...그렇구나. 몸은 괜찮으냐?”

“...괜찮습니다.”

트랄바루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상처부위에 손을 갖다 대며 다친 곳을 재차 확인하는 행동을 취했다.

쓰러져 있는 유세현을 본 그가 고백하듯 중얼거렸다.

“...정말 대단한 놈이었습니다.”

“그렇지. 너와 네 수하들을 그렇게 만들었으니.”

“솔직히 여기서 끝장을 낼 수 있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로드시어, 이만 가시어 놈을 취하십시오.”

드라프나우어가 그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유세현과 루시펠, 그리고 특수한 빙결을 사용하는 여자의 코인은 현재 드라프나우어가 얻을 수 있는 양식 중 최고의 양식으로, 언제라도 냉정함을 중요시여기는 그조차도 설렘을 느끼게 만들 정도였다.

흡수하면 어떻게 될까.

스킬은 들어올 것인가.

‘그럼, 가볼까.’

그가 지상으로 내려가기 위해 움직였다.

[로드시어.]

피빗-

허나 그 순간 전방에서 날아온 마법통신 하나가 그의 뇌리에 꽂혔다.

“음?”

드라프나우어가 고개를 다시 치켜들어 응시하자, 거대한 녹빛의 용이 그가 있는 이곳으로 빠르게 날아오고 있는 게 보였다.

[에르비아크?]

[로드시어, 큰일 났습니다.]

날아온 용의 정체는 최후방으로 보낸 에르비아크였다.

단 한 마디에 모든 사태를 단박에 추측해낸 드라프나우어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설마... 인간들이.]

[예, 그렇습니다. 놈들이 지금 방어벽을 뚫으며 이곳으로 엄청난 속도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

드라프나우어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무지막지한 속도로 곧장 지상을 향해 낙하하기 시작했다.

인간들에겐 결정이 있으니, 한시라도 빠르게 마무리를 지은 뒤 자리를 뜨려는 심산인 것이었다.

“큭!”

김주희와 루시펠이 매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드라프나우어를 보며 침음을 흘렸다.

그녀들은 현 상태에서 그를 당해낼 재간이 도무지 나지 않았다.

‘이런... 어떻게 해야...’

그때였다.

[김-주-희-!!!]

솨아아아아-

거친 파공성과 함께 먼 저편 하늘에서 하나의 익숙한 목소리가 사자후보다 훨씬 거세고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

김주희의 두 눈은 순간적으로 화등잔만해졌다.

이 목소리는...

그녀의 손이 재빨리 포켓으로 향한다.

그녀는 0.1초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 사이에 하나의 아이템을 꺼냈는데 작은 호롱불이 담겨있는 소형 램프였다.

램프를 감싸고 있는 유리를 순식간에 깨부순 김주희가 그것을 하늘 위로 던진 순간이었다.

화르륵-

거센 바람 때문에 꺼져야 정상인 호롱불의 불길이 더욱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주위로 비산했다.

화르르르륵-

불길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주위를 휘감았다.

“크윽!”

“뭐냐! 이건!”

이에 버티며 인간들을 처리하려던 드래곤들은 무척이나 당황해했다.

열기가 보통이 아니었던 탓이었다.

이건 마치 레드드레곤의...

“크윽! 젠장!”

“이게 뭐야!”

“피해라!”

쿠구구구구-

화염이 더욱 강해지자 드래곤들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

불길은 어느새 불기둥이 되어있었다.

드래곤들이 떨어지자 불기둥 속에서 한 명의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본 일부 사람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그의 이름을 외쳤다.

“가, 강호씨!”

화르르르륵-

이강호가 손을 치켜세우자 불기둥은 화력을 더하며 주위로 뻗어나갔다.

화염이 하나의 틈도 없이 완벽하게 인간세력을 둘러싸자, 비로소 이강호가 김주희에게 다가와 말했다.

“고생 많았다.”

“가, 강호 선배...”

“지금부터는 지원군이 도달할 때까지 내가 놈들을 상대하도록 하마.”

스슥-

이강호는 그 말을 끝으로 내부에서 자취를 감췄다.

후웅-!

화염 속에서 빠져나온 이강호는 곧장 드라프나우어의 앞에 섰다.

그러자 드라프나우어가 툭 말을 내뱉으며 손을 내리뻗었다.

“네가 그 화염 사용자인가 보구나.”

그새 불기둥을 포위하고는 대기하고 있던 드래곤들이 일제히 브레스를 발사했다.

반은 이강호를 노렸고, 반은 불기둥을 노렸다.

이강호는 혀를 차며 몸을 재빨리 움직였다.

‘역시 냉정한 드라프나우어 답군.’

보통의 상대였다면 대화를 이어나감으로써 1분 가량 정도는 시간을 끌 수 있었을 터인데.

‘어쩔 수 없군. 내 모든 힘을 보여주는 건 아쉽기 그지없지만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는 수밖에.’

이강호의 눈빛이 맹렬한 불길을 토해내기 무섭게 그의 전신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화염동화]

그는 곧장 양팔을 활짝 펴 화염을 상공 곳곳에 퍼트렸다.

그리고는 퍼트린 화염으로 이동하여 브레스를 회피함과 동시에 드래곤들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화르륵-

퍼버버벙-

“크윽! 뭐야? 블링크?”

공격에 적중당한 드래곤들은 무척이나 당황해하며 경악을 터트렸다.

블링크라면 마법의 종주인 자신에게 포착되어야 하는데 걸리지 않은 탓이다.

‘제길... 설마 저 능력... 블링크가 아닌 건가? 방금 전 갑자기 불길 속에서 나타난 것도 그렇고...’

허나 그렇게 이강호가 공격을 가하는 사이 일부 브레스는 이미 불기둥을 뚫고 들어간 상태였다.

이강호가 기다렸다는 듯 창을 회전시켰다.

후우우웅-

그러자 마치 불기둥에 의지가 생기기라도 한 것 마냥 고목을 불사르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강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피아가 구분되는 주홍빛 불길로 사람들을 감싸 불기둥과 함께 같이 이동시켰다.

결국 브레스는 주위 지형지물만 녹이는 신세가 되었다.

‘후우... 후우... 힘들군.’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이강호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화염동화와 불기둥의 컨트롤, 마지막으로 불로 사람을 감싸 움직이는 것까지.

세 개의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건 이강호로써도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싸움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정신력이 빠르게 바닥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조금만 더 버티면...’

드래곤 부대를 뚫고 지원군이 도달할 테니까.

그때 드라프나우어가 포효했다.

[화염사용자는 내가 상대하도록 하겠다! 나머지 인원들은 전부 저 불기둥만 노려라!]

“...!!”

이강호의 미간에 미세한 주름 생겼다.

블랙 드래곤 로드 드라프나우어, 그는 역시 만만찮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후웁-

콰라라라라-

“흐읍!”

이강호는 세 개를 동시에 컨트롤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어느새 다가온 드라프나우어가 이강호를 향해 일격을 내질렀다.

“...큭!”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그는 다른 불꽃을 컨트롤 하고 있었기에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빠악-

공격이 통하자 드라프나우어가 말했다.

“물리공격이 통하는 것을 보면 완벽히 화염화가 되는 건 아닌가 보군.”

“......”

“아니면, 집중이 흐트러져서 그런가?”

슈슈슈슉-

결정을 지니고 있는 드라프나우어는 무척이나 강했다.

‘쯧.’

이강호는 결국 마력이 많이 소비되는 화염이동을 또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군. 이게 최선이다.’

그는 직접 그들을 보호할 생각으로 불기둥의 범위를 좁힌 뒤 공의 형태로 만들었다.

이에 생존자들은 거의 짜부되다시피 되어 서로 뒤엉키는 신세가 돼야만 했다.

기이한 자세로 뒤틀린 김주희가 불꽃너머로 이강호의 실루엣이 보이기 무섭게 심정을 토로했다.

“가, 강호 선배! 너, 너무 좁아요! 부상 입은 사람들도 많은데...”

“배려해줄 여유 없어. 참아.”

말을 딱 끊은 뒤, 생존자 약 30명을 하나로 뭉친데 성공시킨 이강호는 보다 인간진형에 가까워지기 위해 그 공을 들고는 질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을 드라프나우어와 에르비아크 등 다수의 드래곤들이 막아섰다.

진마眞魔(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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