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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516화 (50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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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슥-

이강호가 창대를 잡고 자세를 취하기 무섭게, 그를 향해 수많은 빙결마법이 쇄도했다.

화염구를 발로 뻥 걷어 찬 이강호가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꺅! 서, 선배!”

후우웅-

이강호가 불길을 머금은 창을 횡으로 그었다.

화르륵-

곳곳에서 화염의 불기둥이 치솟으며 빙결마법과 맞부딪친다.

주위에는 순간적으로 거대한 수증기가 발생했다.

솨아아아-

순식간에 좁혀지는 시야.

수증기는 이강호가 내뿜는 불길에 의해 금세 증발하여 사라졌지만, 드래곤들은 그로인해 발생한 짧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베트리아와 그의 수하, 크루프라가 이강호의 좌, 우측을 노렸고, 머리위로는 브레스가 쏟아졌다.

에르비아크와 알리크스, 실라우벨과 드라프나우어는 화염구를 향해 마법을 시전한 상태.

‘저놈들 끝까지...’

이강호는 어쩔 수 없이 특수특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는 즉시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중 최고의 스킬을 운용했다.

솨아아아-

주위 불길이 주홍빛으로 물든다.

[태양신공]

모든 것을 불태웠다는 무공.

크게 숨을 들이쉰 그가 몸을 회전하며 힘차게 창을 휘둘렀다.

[멸격대염천(滅激大炎天)]

후우우웅-

콰아아아아-

이강호의 창끝으로부터 시작된 불길은 그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주위로 뻗어나가며 모든 것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

이에 깜짝 놀란 베트리아와 크루프라 등등 많은 인물들은 대응에 나섰다.

‘얼티메이트 더블 베리어!’

‘파이어 레지스트.’

그들은 화속성 저항력을 올리는 마법을 사용하고, 몸 전체를 수많은 고위 방어마법으로 휘감았다.

허나.

치이익-

솨아아아-

마법이 순식간에 녹아 없어지기 시작한다.

‘제길. 무슨 이런 스킬이...!!’

드래곤들은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자식...’

방금 놈이 사용한 능력은...

베트리아가 경악을 흘렸다.

“말도 안돼.”

레드의 브레스를 웃돌고 있다는 것을.

쿠구구구궁!

그리고 그 순간 눈을 번뜩 빛낸 이강호의 창이 베트리아와 크루프라를 노렸다.

촤좌좍-

“크으윽!”

결국 베트리아와 크루프라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다른 드래곤들도 따라서 몸을 뺄 수밖에 없었다.

‘좋아, 한번은 넘겼...’

이강호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걸리려던 찰나였다.

‘...아니?!’

주위를 순식간에 살핀 그의 눈동자에 한 흑빛의 드래곤이 포착됐다.

놈은 피해를 입는 것 따윈 신경도 쓰이지 않는지, 사람들이 들어 있는 화염구를 노리고 있었다.

이윽고 유일하게 몸을 빼지 않은 드래곤, 드라프나우어가 손에서 질퍽한 액체를 쏟아냈다.

‘저건!’

브레스의 힘이 섞인 드라프나우어만의 고유 마법.

[핑거 포이즌 브레스.]

콰과과과과-

마력을 듬뿍 먹인 것인지 포이즌 브레스는 화염에 일부 잡아먹히면서도 목표물을 향해 거세게 나아갔다.

이강호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런, 저건 화염구의 방어력으로는 못 버틴다.’

이강호는 어쩔 수 없이 무리하여 힘을 한 번 더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화르르륵-

그는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중 최속을 자랑하는 스킬을 다급히 브레스를 향해 날렸다.

[태양신공]

[신화(迅火)]

쿠구구구-

독액이 화염구를 뒤덮기 직전, 이강호가 발휘한 신화가 독액을 덮쳤다.

치지지직-

독액은 빠르게 경로에서 이탈하기 시작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부 이탈시킬 수는 없었다.

일부 독액이 화염구를 관통해 사람들을 덮쳤다.

“어억?!!”

“끄아아아악!”

독액은 순식간에 절반이 넘는 인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끔찍한 비명을 들은 이강호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가 보기에 유세현이나 김주희, 루시펠에게 이것을 방어할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설마 그들도 당한 것일까?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더욱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하고, 다음 순간 이강호의 머리에 강렬한 두통이 찾아왔다.

‘뭐, 뭐지?’

이강호는 한쪽 손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잡았다.

무언가가 떠오른다.

[여길 뚫으면 이제 아이템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

‘크윽... 이건...!!’

자연스럽게 반말을 구사하는 이벨린의 목소리. 그는 이것이 잃어버렸던 기억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채고는 이럴 때를 대비해 준비했었던 음성저장기를 재빨리 작동시켰다.

그는 드라프나우어를 제지하기 위해 달려 나가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저장기를 향해 외쳤다.

“여길 뚫으면 이제 아이템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

“...??”

드라프나우어의 고개가 일순간 갸웃 꺾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지금 뭘 중얼거리는 거지? 아이템?’

그로서는 지금 이강호의 행동은 뚱딴지같은 행동이었으니까.

그 와중에도 이강호의 머릿속에서는 음성이 계속해 울리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네. 놈들이 그 아이템을 사용할 생각이 없어서.]

이번에는 에반의 목소리였다.

“그나마 다행이네. 놈들이 그 아이템을 사용할 생각이 없어서.”

다가간 이강호가 있는 힘을 다해 창격을 내질렀다.

드라프나우어는 더 이상 이강호의 행동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침착하게 가드를 취했다.

자신을 혼란케 만들려는 의도라 판단한 것이었다.

[이강호, 만약 아이템에 도달하게 되면 부탁해. 반드시 #*[email protected]를 살려서 끝을#&%*@...]

치지지직-

노이즈가 낀다.

이강호는 기억이 서서히 날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뭘 살리라는 것이지? 대체 뭘.

‘생각할 시간이 없다.’

그는 일단 노이즈가 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외쳐서 저장시켰다.

그러자 곧바로 마지막 기억의 목소리가 울렸다.

[우린 더 이상... #[email protected]!% 없으니까...]

뚝-

기억은 그것을 끝으로 먼지처럼 순식간에 흩어지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되뇌며 기억의 끈을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있는 데 성공한 이강호가 있는 힘을 쥐어짜내 악을 내질렀다.

“우린 더 이상...! #[email protected]!% 없으니까...!!”

치지지직-

파앙!

없는 힘까지 끌어 모아 휘두른 창격에 드라프나우어의 팔이 일시적으로 튕겨져 나갔다.

드라프나우어의 눈가에는 일시적으로 당황감이 서렸다.

‘이걸 이런 식으로 튕겨내다니.’

“으아아아아!”

후우웅!

공중에서 몸을 회전한 이강호가 힘찬 기합과 함께 드라프나우어의 목을 노렸다.

허나.

‘너무 집중했군.’

슈슈슉-

퓨뷰븃-

상공에서 쏟아져 날아온 4개의 창이 이강호의 양쪽 어깨와 허벅지를 꿰뚫었다.

이강호는 그 강력한 관성과 힘에 그대로 지면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큭! 이런... 너무 집중을...’

그는 최후의 마력으로 화염동화를 이용한 이동으로 추가적인 공격에서 탈출하는 데는 성공할 수 있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퓨슛-

퓨슈슛-

관통된 상처에서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역시 아무리 이강호가 대단할지언정, 모두를 보호하며 결정을 지니게 된 에르비아크, 알리크스, 실라우벨, 베트리아, 그리고 드라프나우어까지.

모두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후욱... 후욱...’

이제 어떻게 버텨야 될까.

구체에는 얼마의 사람들이 생존해 있을까.

창대를 치켜든 채 적을 겨누고 있는 이강호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왔다갔다 했다.

그때 드라프나우어가 툭 말했다.

“너의 승리로군. 인간.”

무척이나 뜬금없는 말이었다.

승리?

이강호는 다음 순간에서야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군... 도착한 건가.’

“돌격해라!”

“드래곤들을 쓸어버려라!”

코오오오오-

상공위로 수많은 무공이 수놓으며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일대를 자욱하게 울렸다.

인간세력이 드래곤들을 몰아내며 밀려오고 있었다.

“후욱... 후욱...”

거친 숨을 연신 내뱉는 이강호를 흘끗 살핀 드라프나우어가 이내 명령을 내렸다.

“퇴각하자꾸나.”

“...큭.”

인간들은 전부 결정을 지니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퇴각하기 위해 등을 돌린 알리크스가 아쉬움의 혀를 찼다.

“쳇, 아쉽군. 놈들을 전부 없앨 수 있었는데...”

“너무 그러지 말라고. 알리크스. 놈들은 마지막에 드라프나우어님의 마법을 제대로 뒤집어썼어. 생존자는 아마 10명도 안 될 거다.”

“쯧, 퀘루안만 있었어도 이 불길에 저항하며 다 잡을 수 있었을 텐데. 멍청한 놈이 괜히 나대다 당하는 바람에...”

레드는 화염저항력이 다른 이들에 비해 무척이나 뛰어나다.

때문에 그들이 있었더라면 이강호는 지금보다 힘을 발휘하기 훨씬 힘들었을 터였다.

“멍청한 레드 놈들 퀘루안 하나를 찾겠다고 우르르 이탈하다니. 별로 크게 다친 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더만. 뭐, 아무튼 복수는 성공했군.”

플란의 핵도 얻었고, 주요 인사를 잡는 것으로 결정을 꽤나 짭짤하게 얻어냈다.

퇴각을 한다지만 큰 이득을 취한 건 드래곤 쪽이었다.

허나.

“크으으...”

베트리아는 뭔가 이상하게도 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화염구의 절반 이상을 날리긴 했으나 과연 놈이 죽었을까?

‘죽었어야 할 텐데...’

이강호도 분명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대단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으나 현재 베트리아의 온 신경은 유세현에게 쏠려있었다.

쉬익-

콰아아아앙-

다음 순간 머뭇거리고 있던 베트리아를 향해 날카로운 붉은 파동이 쇄도했다.

루시아가 만들어낸 광역 스킬이었다.

“...쳇.”

베트리아는 결국 드라프나우어의 뒤를 따라 자리를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

다가온 루시아가 다급히 외쳤다.

“강호씨! 세현씨는!”

“허억... 허억...”

그 말에 드라프나우어를 마지막까지 예의주시하고 있던 이강호가 비로소 재생시킨 화염구로 시선을 돌렸다.

그가 손짓하자, 해제된 화염구 속에서 죽은 시신들과 그 파편이 무더기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루시아를 포함한 사람들은 그것을 보자 큰 충격을 받았는지 자리에 얼어붙었다.

“헉...”

독액에 의해 전신의 절반이 녹아버려 사망한 남성.

간신히 생존하고는 있지만 오장육부가 녹아내려 곧 사망할 여성.

오장육부와 육편, 피에 한데 뒤섞인 사람들은 누가 생존자이고 사망자인지 가늠키 힘들 정도로 몰골이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한 남성이 주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빨리 생존자들을 찾죠.”

사람들은 그제야 행여나 추가적인 부상이라도 입힐라 조심스레 생존자를 찾기 시작했다.

질척하게 녹아버린 소장을 루시아가 들어 올리자, 그나마 정상적이게 보이는 여성의 얼굴이 드러났다.

“저기... 괜찮으세요?”

물었으나 여성은 답이 없었다.

얼굴은 정상이었지만 목 아래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고인의 명복을 빈 그녀는 다시 조심스레 팔을 움직였다.

그녀가 죽은 남성의 머리를 치운 순간이었다.

“커, 컥!”

내장 속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렸다.

루시아가 내장을 들어내자 피칠갑이 되어있는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 루...시아...”

“주희야! 괜찮아?”

“옆구리를 당했어... 조심히 좀 꺼내줘.”

양 어깨에 팔을 걸쳐 몸을 고정시킨 루시아가 정말 조심히 김주희를 꺼냈다.

그녀는 곧장 김주희의 옆구리를 살폈는데 옆구리가 움푹 파여 있었다.

‘다행이야 이 정도는 회복이 가능해.’

중상이지만 회복이 가능한 중상이었다.

“어, 어때? 시아야. 살 수 있을 거 같아?”

“어! 괜찮아. 회복가능한 수준이야!”

“으... 그, 그래? 그럼... 선배님과 루시펠은? 같이 압착되어 있었는데...”

“지금 찾고 있어.”

그때였다.

“세현씨다! 살아 있어!”

유세현도 중독이 심각했지만 생존해 있는 상태였다.

“오른팔이 제일 심각해!!”

“이러다가 떨어질 수도 있겠어! 빨리 회복 마법을!!”

사람들은 바로 회복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사이 루시펠도 구출됐다.

화염구에 들어간 수많은 대리자 중 생존자는 유세현, 김주희, 루시펠을 포함하여 고작 여섯이었다.

신의 회랑으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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