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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514화 (5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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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프나우어가 툭 말을 내뱉는 순간 날아온 브레스가 유세현의 어깨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큭.”

유세현은 곧장 마법을 쳐낼 수 있는 상승무공, 천마반탄기를 운용했다.

슈익-

촤아아아와-

치이익-

“큭!”

웬만한 마법은 손쉽게 튕겨내는 천마반탄기, 허나 그런 천마반탄기도 드래곤이 날린 브레스의 경로를 바꾸는 건 무척이나 힘이 드는 일이었다.

틈은 당연히 발생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발생 된 틈을.

“많이 힘들어 보이는 군. 유세현.”

피비비빗-

“크으윽!”

드라프나우어가 빠르게 발현시킨 폭풍의 칼날이 유세현의 전신을 난자했다.

유세현은 받아치던 브레스의 경로를 더욱 틀어, 연속해서 날아오는 마법과 함께 드라프나우어를 노렸다.

슈유육-

“흠.”

그러나 짧은 감탄사를 내뱉은 드라프나우어는 그대로 돌진해올 뿐 브레스를 피하지 않았다.

‘...?!’

유세현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동족의 브레스는 피해를 많이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일부러 뛰어들다니?

그것도 다른 드래곤도 아닌 로드가?

‘이놈, 역시...’

푸슛!

후웅!

독액 속에서 갑작스럽게 덥석 튀어나온 드라프나우어의 건틀릿이 유세현의 머리를 노렸다.

‘큭!’

회피할 수 없는 완벽한 협공.

유세현은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다.

브레스를 막고 있는 천마반탄기를 해제하고 이 주먹에 대응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맞고 브레스에 계속 대응할 것인가.

‘이런...’

결국 유세현은 몸을 틀어 드라프나우어의 컨틀릿을 방어하는 쪽을 택했다.

검신을 돌리자 드라프나우어가 툭 말했다.

“호오, 그렇게 하기로 한 건가? 역시 판단력이 뛰어나구나.”

터엉!

콰아아아-

“으으으으으!!”

천마반탄기의 힘이 사라지자 애쉬드브레스가 유세현을 전신을 뒤덮었다.

치이이익-

생성되고 있는 모든 마력을 방어에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입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어느새 다가온 드라프나우어가 추가로 중얼거렸다.

“죽어가는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나를 죽이겠다고 생각한 걸 제외하곤 말이야.”

빠악-

“커헉!”

드라프나우어의 발길질이 유세현의 명치에 제대로 날아와 꽂혔다.

유세현의 육체는 그대로 붕 떠 브레스가 뿜어져오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이런...!’

유세현이 그 브레스를 피하기 위해 황급히 천마군림보를 운용했다. 하지만 천마군림보를 운용한 그곳에는 이미 블링크를 사용해 도달한 드라프나우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많이 힘든가 보구나. 흑암 속에선 본래 블링크를 시전하기 힘들거늘.”

뻐억-

“크헉!”

드라프나우어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희망을 자르듯 유세현의 귀에 다가와 꽂혔다.

드라프나우어는 트랄바루체를 내보낸 뒤 단순히 여유부리며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는 유세현의 행동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살피며 그를 완벽히 분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달한 결론.

‘놈은 냉철하며 냉정하다. 그리고 철저하다.’

행동 하나하나에 전부 의미가 있다.

내뱉는 도발도 화가 정말로 많이 나서 하는 것이 아닌 끌어들이기 위한 연기.

유세현은 드라프나우어가 상대하기 꺼려하는 최악의 성격을 지닌 자였다.

‘다행이군. 놈을 이곳에서 처리하는 게 가능해서.’

왼팔만으로 저렇게 싸우는 게 가능한 것인가?

트랄바루체를 상대하는 유세현을 보고 있었을 때 그는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만약 유세현이 동료를 위하는 정이 없었더라면, 그래서 뚫고 혼자 도주했더라면.

훗날 큰 위협이 됐을 게 분명 했을 터였다.

검술도 검술이지만 드라프나우어가 보기에 유세현이 발휘하는 어둠의 힘은...

마왕과 완벽한 동급이었으니까.

“넌 대단한 인간이다 유세현. 인정한다.”

파바바밧-

퍼억!

“커헉!”

드라프나우어가 휘두른 오른쪽 주먹이 정확히 유세현의 왼쪽 광대뼈를 강타했다.

제대로 적중당한 안면은 순식간에 움푹 들어가며 함몰됐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쉬이이익-

“크윽!”

유세현이 다급히 허리를 젖혀 얼굴로 날아오는 추가타를 회피했다.

이번 주먹까지 맞게 된다면 아무리 어둠의 힘이 지켜주고 있다 한들 100% 사망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이었지만.

뻐억-

무너진 자세로 인해 그는 복부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커, 커허억!”

위에서 아래로, 제대로 강타당한 유세현의 신형은 무지막지한 속도로 지면을 향해 추락했다.

이에 드라프나우어가 손을 살짝 치켜세웠다.

후우우웁!

콰라라라라-

언제 본체화를 한 것인지,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해있던 베트리아가 브레스를 맹렬히 쏟아냈다.

그 브레스는 지금까지 봐왔던 일반적인 브레스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유세현을 덮쳤다.

“큭!”

유세현은 온 마력을 쥐어짜내 천마반탄기를 운용한 뒤 젖먹던 힘까지 다해 루베르크를 휘둘렀다.

촤아아아-

검신에 닿자 브레스는 반으로 갈리며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드라프나우어는 감탄사를 내뱉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엄청난 정신력이다.’

그가 보기에 유세현은 언제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피를 몇 리터나 뿜었을까?

유세현이 선언한 영역선포는 진즉에 사라져있었고, 몸을 뒤덮고 있던 어둠도 끝을 고한지 오래였다.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흑암 뿐.

“이게!”

브레스가 막히는 것을 본 베트리아가 더욱 힘을 발휘했다.

이에 힘껏 내밀고 있던 유세현의 왼쪽 팔이 점점 밀리기 시작하며 천마반탄기는 서서히 잡아먹히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

어느새 브레스는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크으윽... 여기까진가.’

당장이라도 주저 않을 것만 같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악으로 버텨내던 유세현이 마음속으로 읊조렸다.

‘역시 로드를 쓰러트리는 건 무리였던 건가.’

사실 유세현은 알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로드를 쓰러트리는 건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그도 그렇지 않은가.

수가 몇 대 몇인데.

허나, 유세현은 이런 선택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가장 옳은 선택은 모두를 버리고 도망치는 것이었을 터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김주희가 이곳에 있었기에.

자신을 이해해주는 루시펠이 이곳에 있었기에.

마지막까지 솔직함을 털어놓지 못했던 김다혜가 떠올랐기에.

그렇기에.

‘죽어도 함께 죽는다.’

더 이상 감정을 감추며 속이지 않는다.

고오오오오-

쿠구구구구-

뻗어나가는 어둠의 마력과 함께 어마무시한 압력이 주위 일대를 뒤덮었다.

힘의 대상이 된 드래곤들은 저마다 침음을 흘렸다.

“큭! 무슨...”

“몸이... 아까보다도 더 무거워졌다.”

그리고 그것은 궁지에 몰린 인간들에겐 마지막 희망으로 작용했다.

“뭐, 뭐지? 저놈들 갑자기 움직임이 더 둔해졌다.”

“뚫어! 지금이다!”

“하아아압!”

저돌적으로 돌진하며 길을 만드는 인간 세력.

순식간에 드래곤 한 명을 중상 입힌 김주희가 잔뜩 들떠서 소리쳤다.

“선배님이에요! 선배님이 암흑투기에 힘을 더한 게 분명해요! 이기고 있나 봐요!”

“......”

그러나 그러한 김주희의 반응과 달리 루시펠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유세현의 권속.

내심 느낄 수 있던 탓이었다.

‘이 힘은...’

죽음이 드리운 자가 마지막 사력을 다해 억지로 만든 힘.

쿠오오오오-

“큭! 다 죽다만 놈이! 어디서 지금 이상한 데에 힘을!”

콰롸라라라-

이윽고 힘을 버텨내지 못한 유세현의 팔이 완전히 밀려났다.

유세현은 회피하기 위해 다급히 점프를 했지만, 그 순간 마법이 날아와 그의 전신을 강타했다.

파바밧!

파아앙!

“커헉!”

유세현은 자리에서 멀리 튕겨져 나가 김주희의 바로 머리맡으로 떨어졌다.

솨아아아-

흑암이 해제되기 시작한다.

“커, 컥!”

‘...선배님?’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뻐해 하며 격렬히 전투를 해 나가고 있던 김주희의 눈동자엔 큰 동요가 일었다.

꿀럭- 꿀럭-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는 한쪽 얼굴이 뭉개진 채 입에서 토혈을 내뿜으며 죽어가고 있었다.

“무, 무슨...”

“그게 현실이다.”

흑암에서 빠져나온 드라프나우어가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마법으로 목소리를 증폭시켜 툭 말했다.

“그러니 이만 포기하도록 하거라.”

유세현이 인간진형에 떨어진 것은 드라프나우어의 의도였다.

희망을 눈앞에서 없애는 것만큼 보다 쉽게 적을 제압하는 방도는 없으니까.

“세, 세현씨? 저, 정말 지금 떨어진 게 세현씨라고?”

“말도 안 돼. 놈들이 우리를 속이는 걸 거야. 그게 분명해. 팀장님이 질 리가 없어!”

“아, 아니야. 놈들의 맞아. 세현씨가 만든 어둠이 없어졌어...”

드라프나우어의 예상대로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루시펠은 이것이 놈에 계략임을 눈치 챘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네가... 네가 선배님을!!”

트드드득-

콰아아앙!

분노한 김주희가 모든 내공을 쏟아 부운 일장을 드라프나우어에게 날렸다.

드라프나우어는 그것을 보더니 차분히 읊조렸다.

“흐음. 상당한 냉기군. 허나.”

휘익-

치지지짓-

파앙!

드라프나우어가 살짝 손을 휘젓는 것으로 그녀의 일격은 허무하리만치 쉽게 분쇄되어 자취를 감췄다.

김주희는 분함에 이를 으득으득 갈았다.

‘큭, 태초의 정원 내부에서 싸움만 하지 않았었더라도...’

마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 마냥, 드라프나우어가 말했다.

“최상의 상태가 아닌 게 많이 분한가 보구나.”

“......”

“허나, 싸움은 본디 이런 것. 이만 포기하거라. 너희들의 앞에 이제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쿠궁-

그 말이 사람들에게는 사형선고처럼 울려 퍼졌다.

“처리하거라.”

“크윽!”

그리고 시작된 학살.

의지가 곧 힘이라고, 희망을 잃은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쉽게 당하기 시작했다.

유승혜가 허탈한 듯 중얼거렸다.

“어, 어떻게 어떻게 우리가 그곳에서 살아남았는데...”

슈우웅!

푹-

“승혜야!”

드래곤이 시전한 9서클 마법, 갓 윈드가 날아와 유승혜의 가슴을 그대로 관통했다.

“...어?!”

유승혜는 그때까지도 자신이 당했음을 깨닫지 못한 상태였다.

“커, 커헉.”

그녀는 피가 폭포처럼 흘러나오고 나서야 자신이 끝났음을 깨달았다.

슈우우웅!

다음 순간 강희수에게도 마찬가지로 사방에서 마법이 날아왔다.

“이런...”

현재의 강희수로서는 대응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유승혜는 그 순간 몸을 던졌다.

촤좌좌좍-

그녀의 몸은 빠르게 난자됐다.

“으으으...”

드리워오는 죽음 속에서 유승혜가 당장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눈물을 참아내며 강희수를 향해 읊조렸다.

“희수야... 넌... 살아.”

튜토리얼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해왔던 동료이자 친구로서 마지막 염원을 담아서.

“스, 승혜야!! 으아아아-! 너 이자시이익!!”

유승혜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강희수가 순식간에 전방에 있던 드래곤에게 쇄도했다.

드래곤은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무척이나 당황해했다.

‘이런 무슨! 자신을 희생하다니!’

실제로 웬만해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죽으면 끝이지 않는가?

“죽어!”

‘크윽! 늦었다!’

촤악-

그 생각처럼 강희수 때와는 달리, 다른 드래곤들은 놈을 위해 희생하는 일이 없었다.

진마眞魔(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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