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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슈슉!
촤자작!
절기, 대라격참은 순식간에 그녀의 육신을 수십 등분으로 조각냈다.
스스스-
그러나 그 자리에선 곧바로 코인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나르슈나의 모습이 점차 흐릿해지며 이내 흩어져 사라지자 에반이 훗 웃었다.
“호오, 환영마법인가? 대단한데? 내 이목을 속일 정도라니?”
“......”
에반이 장난스런 미소와 함께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자 그곳에는 나르슈나가 있었다.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여유로운 에반의 모습에 비해 꽤나 대비되는 모습.
나르슈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일자로 길게 베여 피가 새어 나오고 있는 목을 쓱 훑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자칫... 죽을 뻔 했다.’
무척이나 허무하게.
‘대체 이놈은 뭐지? 아니... 이놈들은 뭐지?’
갑작스럽게 대거 등장하여 당황했었지만, 그녀는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었었다.
개체 하나 하나의 수준이 낮아도 너무 낮았으니까.
그런데...
지잉-
콰과과광!
지금 보니 그 수준 낮은 개체 사이사이에 특별한 놈들이 섞여 있었다.
[이놈들이 마족인가! 키키키! 확실히 보통 놈들보단 훨씬 강하군!]
전신이 칼날로 뒤덮여 있는 인간형 괴물.
[즐기지 마라 헤드리아. 여왕님의 안전이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하늘을 뒤덮고 있는 무수히 많은 양산형 괴물과 굉장히 흡사하지만 3배 이상 거대하기 짝이 없는 몸체를 지니고 있는 괴수 등등.
보통의 종족들은 모습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하나 기본적으로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반면... 이놈들은 그렇지 않았다.
다양하기 짝이 없다.
굉장히 극단적으로.
‘어떻게 이런 종족이 존재할 수 있는 거지? 아니 그보다도 이놈... 내 환영을 이렇게 순식간에 간파 해내다니!!’
쿠구구구구!
의문을 되새길 틈도 없이 나르슈나의 뒤편에서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여왕이시어 이쪽으로.]
나르슈나는 그렇게 말하는 개체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체는 인어, 상체는 인간 여성.
‘저, 저건...?! 저놈은?!!’
그녀가 발견한 개체는 틀림없이 세이렌이 분명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면 나르슈나는 이렇게까지 반응하지 않았을 터였다.
‘아르우네!!’
물을 자신의 뜻대로 무제한으로 다룰 수 있는 굉장히 축복받은 특성을 지닌 세이렌이자, 세이렌을 이끄는 세이렌족의 여왕.
과거 판도라 외부에서 조우하여 한 번 붙어본 적이 있었던 나르슈나는 일순간 눈을 비볐다.
‘왜 저 물고기가 이 종족과 함께하고 있는 거지? 설마 패배하고 목숨을 구걸한 건가? 아니, 그럴 리가... 그 잘난 아르우네가 목숨 때문에 그럴 리가... 설마 다른 놈인...가?’
후우우!
그 순간 거대한 파도가 소용돌이치며 형태를 변화하더니 거인의 형상을 갖췄다.
거인이 마족의 진형을 향해 그 거대한 팔을 휘둘렀다.
콰앙!
일순간 진형이 붕괴되는 나르슈나의 부대.
마족들은 전혀 예기치 못했다는 듯 저마다 혀를 내둘렀다.
“염병할!! 뭐야 이 물?”
“제기랄... 움직이기가 힘들잖아?”
“보통의 물이 아니야! 물 자체가 엄청난 마력을 머금고 있다!”
“......”
나르슈나의 머릿속에서 의구심이 사라졌다.
‘역시 외관이 미묘하게 변하긴했지만 아르우네가 틀림없어.’
이런 식으로 특수한 마력이 깃든 물을 다룰 수 있는 대리자는 지금까지 단 한 인물 밖에 없었으니까.
알베타스가 말했다.
[에우로네. 잘했다.]
‘...에우로네라고?’
[별 것 아닙니다.]
[그래. 그럼 물러나보도록 할까.]
알베타스가 손짓하자 상공을 뒤덮고 있던 스카이레블들이 알베타스를 향해 몰려들어 빙글빙글 주위를 감쌌다.
나르슈나는 이를 악문 채 대량의 마력을 운용해 흑마법을 전개했다.
‘놓쳐선 안 된다. 특수 개체 한 놈 정도는 반드시 포획을 해야 해!’
그래야지만 놈들의 이 이상한 특성에 대해 알아낼 수 있을 가능성이 생기니까.
치지지직-
어마어마한 크기의 스파크와 함께 상공에 검은 먹구름이 순식간에 발생했다.
마법으로 치자면 장장 9서클 최상위 마법에 달하는, 마왕이 손수 전수해준 마법.
[흑뢰]
콰과과과과!
무수히 많은 검은 빛깔의 뇌전이 순식간에 알베타스의 머리위로 쏟아졌다.
스카이레블들이 방패가 되어주었으나 의미 없는 일.
나르슈나는 치명상을 입히진 못했을지언정 틈은 충분히 만들었을 것이라 예상하고 일제공격을 명했다.
“전군! 알베타스라는 놈을 일제히 노려...”
그러나 그녀는 채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알베타스의 옆엔 어느새 새로이 등장한 놈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낙뢰를 막은 존재들.
그들은 나르슈나의 입장에서 보자면 새롭게 등장한 자들은 아니었다.
그놈들은 나르슈나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놈들이었으니까.
“뭐, 뭐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
다부지기 짝이 없어 보이는 강인한 육체와 마치 투구를 쓰고 있는 듯한 얼굴의 형태.
전사의 종족이라 불리는 쿠룬족.
그 쿠룬족의 여왕.
리네리아와 샤크아크족의 왕인 키쿨!
지금 알베타스의 곁에 자리하고 있는 자들은 명백히 이 둘이 틀림없었다.
알베타스가 턱을 살짝 치켜든 자세 그대로 나르슈나를 내려다보며 작게 읊조렸다.
[그럼 다음에 보도록 하지. 마족.]
나르슈나는 미처 추격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저 알베타스가 사라진 하늘을 한동안 멍하니 응시했다.
* * *
“...그래서 주웠다고 한 거로군.”
“그래 맞아.”
나르슈나의 수긍에 벨제뷔트가 턱을 짚고 생각에 잠겼다.
‘재미있군.’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아니, 이 정도가 아닐 수도 있다. 아니 100% 아니다.’
어떻게 알베타스라는 자가 쿠룬의 여왕과 샤크아크의 왕을 수족으로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단지 그것만으론 마왕이 급하게 움직일 이유는 되지 않았다.
‘마왕이 급하게 움직여야 될 정도라면 적어도... 설마?!’
벨제뷔트는 설마하며 물었다.
“나르슈나. 그 후 쿠룬과 샤크아크의 세력은 어떻게 됐지? 와해 됐나?”
“네가 보기엔 어떻게 됐을 거 같은데?”
“보통이라면 와해 됐겠지만...”
벨제뷔트의 눈동자가 번뜩 빛났다.
“왠지 와해되지 않았을 것 같군.”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감이다.”
“흐음... 천하의 벨제뷔트가 감이라...”
나르슈나가 벨제뷔트의 얼굴을 노골적으로 지그시 응시했다.
마치 많이 바뀌었네 하는 표정이었다.
벨제뷔트가 기다리자 이내 나르슈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맞아. 와해되지 않았어. 아니 되려 합쳐졌지.”
“...설마 알베타스의...”
“그래, 지금 네가 생각하고 있는 대로 알베타스라는 이름으로. 쿠룬과 샤크아크는 알베타스의 산하로 들어갔어.”
“......”
벨제뷔트도 믿기지 않아 방금 전 설마설마 하며 물었을 정도로 일어날 수 없는, 정말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쿠룬과 샤크아크는 보통의 종족이 아니다.
마족, 천족, 드래곤을 제외한 상위 5대 종족에 속하는, 티탄, 델바람, 엘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상위종족이다.
그런 두 종족이 한 종족의 이름 아래 합쳐졌다?
“루시뷀트...님께서 다급히 움직이실 만도 하시군.”
“그렇지. 그리고 너를 용서할 만한 이유도 되지. 너도 줄곧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잖아? 그래서 쿠니아칸을 빌미로 이렇게 꼬치꼬치 캐물은 거고.”
“...눈치 채고 있었나?”
“하... 당연하지. 조금 밟혔다고 그 성격이 어디 가겠어? 벨.제.뷔.트?”
“......”
“아무튼,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는 여기까지야.”
“알베타스라는 종족의 특성은 결국 알아내지 못한 건가?”
“응. 말했잖아 한 마리도 못 붙잡았다고. 하위병사들이야 많이 포획했지만... 역시나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지. 놈들은 아무런 저항도 안하고 죽었어.”
“흐음... 알았다. 잘 들었다. 그럼 나는 일을 하러 가보도록 하지.”
벨제뷔트가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런데 발을 옮기려는 찰나 나르슈나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응? 뭐지? 얘기해줄 건 다 끝났다고 하지 않았나?”
“아, 맞아. 얘기 해줄 건 다 끝났어.”
“그럼 왜...”
“후후훗.”
나르슈나가 대뜸 벨제뷔트의 목을 끌어않으며 몸을 착 밀착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던 벨제뷔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지금 뭐 하는 거냐? 작전 중인 거 잊었나? 아니 그보다도 너 그 짓거리 하는 거 싫어하는 거 아니었나?”
“후후후, 뭐라는 거야 벨제뷔트? 나 몽마야! 음마! 서큐버스라고! 싫어할 리가 없잖아? 내가 싫어했던 건 취급이었어. 개인적으로 너의 몸은 좋아했다고?”
“......”
“자 스트레스도 많을 텐데 오랜만에 하자~ 따라와~”
나르슈나가 벨제뷔트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벨제뷔트는 어이가 없었지만 이내 큭 하고 웃으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래, 스트레스 해소 좋지.’
몰래 의식의 일부분을 동화까지 시킬 수 있으면 더 좋고.
* * *
빨주노초파남보, 각기 다른 색을 지니고 있는 일곱 개의 기둥이 눈동자에 비치자 유세현은 심호흡을 했다.
‘후우... 드디어 도착한 건가.’
기둥은 다음 층으로 오를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포탈이었다.
색깔 별로 이동되는 장소가 제각기 달랐기에, 사람들은 지시대로 보랏빛 기둥 앞에 섰다.
인원체크가 끝나자 이벨린이 간략히 브리핑을 했다.
“그럼,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동 후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이상 작전대로 움직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상!”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일 먼저 이벨린이 기둥에 손을 갖다 댔다.
파아앗-
이벨린과 그녀가 이끄는 팀원들의 육신은 치솟는 빛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며 자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 번에 같이 이동할 수 있는 인원이 최대 50명으로 제한되어 있기에 발생한 상황이었다.
이어서 이강호의 팀이 이동할 차례가 오자, 유세현은 그를 향해 살짝 손을 흔들어 배웅했다.
이강호는 피식 웃으며 위를 가리켰다.
“위에서 보자고.”
파아앗!
이후 차례차례 팀들이 넘어갔다.
“선배님 조심하세요.”
“세현씨... 조심...”
모두와 인사를 나눈 유세현은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마찬가지로 빛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 * *
치지직-
지면에 생성된 작은 포탈과 속에서 유세현을 포함한 인원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들은 지면에 착지할 새도 없이 주위부터 살폈다.
제일 시야에 잡힌 것은 지면 곳곳에 나 있는 20m 가량 크기의 싱크홀과 그것에 족히 20배는 될 법한 거대한 무저갱.
‘중심부 쪽인가.’
그들이 타고 온 보라색 포탈은 같은 7층의 보라색 지역으로는 보내줄지언정 떨어지는 위치는 랜덤이었다.
그리고 이번 7층에서의 목표는 8층에 존재하는 신의 회랑에 접근하기 위한 재료를 얻는 것.
그렇기에 이벨린은 모든 변수를 고려해서 모든 작전플랜을 조장과 부조장에게 일러주었는데, 중심부 쪽이면 무저갱 주위에 서식하는 플란이라는 희귀 꽃의 핵 회수였다.
위치를 파악한 유세현은 곧바로 부조장을 불렀다.
“루시펠씨.”
“예. 세현씨.”
“인원들을 정렬 시켜주세요.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7층 무저갱(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