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463화 (449/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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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카실리아 왜 그러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예, 지금은 혼자에요.”

카실리아는 그런 세레나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

그러자 다가오던 세레나의 발걸음이 대뜸 뚝 멈췄다.

‘아...!!’

카실리아는 마음속으로 쓴 탄성을 삼켰다.

세레나는 고룡, 성룡인 카실리아와는 나이 차가 어마어마하게 나는 드래곤이었다.

이런 행동은 무례였다.

“아, 세레나님 이건...”

의도치 않았던 일이었기에 카실리아가 오해하지 않도록 다급히 설명하려 할 때, 세레나가 손을 들어 카실리아의 어깨에 걸쳐져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그 자는?”

“아... 아... 이 자는...”

“설마 데프하우어?”

“아... 예... 맞아요. 알아보시는군요.”

“긴가민가하긴 했다만...”

다시 발을 움직인 세레나가 순식간에 카실리아의 앞에 다가와 섰다.

그녀는 곧장 데프하우어의 신체를 손으로 이곳저곳 더듬으며 살피기 시작했는데, 잠시 뒤 손을 뗀 세레나가 말했다.

“마력이 무척 뒤틀려있구나.”

“예...”

“흐음... 좀 더 상태를 상세히 살펴보고 싶어서 그런데 내려 보겠니?”

“아, 예...”

거절할 권리가 딱히 없었기에 카실리아는 세레나의 말대로 데프하우어를 땅에 눕혔다.

마법을 사용해 본격적으로 살피기 시작한 세레나가 툭 물었다.

“그런데 데프하우어는 어떻게 포획한거니? 솔직히 네 힘만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한다만.”

“아, 그게...”

이에 카실리아는 동안 겪었던 일을 차분히 설명해나갔다.

“그렇게 된 거예요.”

“호오...”

이야기가 끝났을 때 세레나는 무척 흥미롭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일이 발생했단 말이지...”

“예.”

“많이 힘들었겠구나.”

“아뇨, 저보다는 다른 분들이 더 힘드셨을 거예요.”

“겸손하긴... 아무튼 전말은 대충 알았고, 이것과 별개로 궁금한 게 있는데...”

“아, 어떤 거요? 말씀하세요. 답해드릴 수 있는 거면 답 해드릴게요.”

“넌 대체 데프하우어를 어떻게 하고 싶은 거냐.”

카실리아의 감정이 순간 요동쳤다.

데프하우어를 고치고 싶다.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다.

그것이 그녀가 원하는 진정한 바람.

‘하지만...’

이곳까지 오며 그녀는 내심 느낄 수 있었다.

그 바람은 이룰 수 없는 불가능한 소망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데프하우어의 행동에서 가능성을 느꼈지만 갈수록 불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머릿속에 꽉 들어찼다.

그리고 마법에 통달한 그녀가 해내지 못한 일을 다른 드래곤들이 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수준의 차이일 뿐, 마법은 그 원리나 효과가 똑같았으니까.

그러니 만약 가능한 자를 꼽는다면 특수한 고유특성을 지니고 있는 자 정도였다.

허나, 그녀가 아는 한에서 이것을 풀 수 있는 고유특성을 가진 인물은 없었다.

‘그러니 이것은 미련...’

도저히 버릴 수 없는 미련이다.

세레나가 당장 데프하우어의 머리통을 깨부수겠다 하여도 카실리아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흠... 그러니 너는 데프하우어를 어떻게든 되돌리고 싶은 거로구나.”

“예. 하지만...”

“가능할 법도 한데.”

“예?”

“내가 최근 발명한 비술을 사용한다면 말이지.”

세레나의 말에 카실리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비술이요?”

“그래, 비술. 비술은 이 세계의 법칙을 근거로 만든, 마법이 아닌 아예 새로운 개념의 능력이란다.”

“......”

“흠, 반응이 좀 시큰둥한데. 뭐, 못 믿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네가 알아서 해보겠다 한다면 굳이 관여하지는 않으마.”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으니 너무 당황스러워서...”

카실리아는 그 말마따나 무척이나 떨떠름해하고 있었다.

그도 그렇지 않은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건가 낙심하고 있었는데.

되돌리는 게 가능할 수도 있다니?

“저, 정말 가능할 거 같은가요?”

“그래, 다만 내가보기엔 일을 시급히 진행해야 될 필요성이 있을 것 같구나.”

“으으으으!!”

고통으로 일그러진 데프하우어의 몸이 한순간 들썩였다.

그의 몸은 분명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지만, 우습게도 발작은 되려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아마도 저항하려는 데프하우어의 의지와 벨제뷔트의 고유특성이 맞부딪치고 있기 때문이겠지.”

“제 생각도 그래요.”

“이대로라면 그의 정신이 붕괴될 수도 있다. 그러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방도가 없다. 어떡할 게냐? 따라오겠느냐?”

“당연히...”

본래 본대와 합류부터 할 생각이었던 카실리아였지만, 지금 그녀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어져있었다.

“따라 갈게요! 세레나님!”

“그래, 그럼 바로 움직이자꾸나. 애들이 있는 곳까지는 꽤 걸어야한다. 데프하우어는 네가 들거니?”

“예!”

“적에게 걸리면 안 되니 조심히 따라오너라.”

세레나가 나아가기 시작하자, 카실리아가 재빨리 뒤를 따랐다.

카실리아를 흘끗 흘긴 세레나가 이전의 일을 떠올리며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렇게 이상했었나?’

카실리아의 뒷걸음질.

본래, 세레나는 그때 스리슬쩍 접근해서 방심하고 있을 그녀를 제거할 생각이었다.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들켜선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카실리아는 모종의 위화감을 느꼈는지 경계심을 보였다.

‘분명 포근한 미소를 지었는데...’

세레나는 뭐가 문제인지 인식하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모든 것을 연기한 드래곤이었다.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그녀는 그중 어느 한 가지도 느끼지 못했다.

주위에 비춰지는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타인의 모습을 베껴 따라하는 것일 뿐.

그렇기에 그녀는 어떤 일을 하던 간에 거리낌이 없었다.

동료를 미끼로 사용하는 것도, 거짓말을 하는 것도, 설사 그로 인해 죽는다하더라도 아무런 죄책감을 받지 않았다. 아니, 받지 못했다.

‘흠... 처리하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이건 뭐 이거 나름대로 괜찮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세레나의 얼굴은 마치 메마른 사막처럼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 * *

천마대의 일원, 금강천과 조우한 인간진형은 그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더 앞으로 나아가야 될지, 아니면 이곳에서 멈춰야 될지를 두고 또 논쟁이 벌어졌다.

“드래곤이 이 위층까지 점령한 상태라면... 아무리 봐도 계속 나아가는 건 에바인 거 같은데요?”

“하지만 이강호씨는 이 탑을 끝까지 오를 거라고 했잖아요.”

“그때는 드래곤과 만나지 않았을 때잖아요. 몰랐으니 그런 거겠죠.”

그런 논쟁을 종식시킨 건 이번에도 루시아였다.

“계속 진군하도록 하죠.”

“아니, 루시아씨. 루시아씨가 강호씨의 동료고 대단하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이번 건은 그렇게 독단으로 결정을 내릴 문제가 아닌...”

“그럼 하나 묻겠어요. 이 탑을 벗어난 뒤엔 어떻게 강해지실 생각인가요?”

“......”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언더월드조차도 무너진 지금, 그들이 탑을 내려가 찾을 장소 따윈 마땅히 없었으니까.

“이미 많은 희생을 치렀어요. 그리고 그 희생만큼 여러분들은 강해지셨죠.”

많은 이들이 SS랭크가 되었다.

문주나 가주 같이 당최 스텟이 높았던 일부 특별한 무림인 중에서는 힘과 민첩 스텟이 SSS랭크에 육박하게 된 이들도 있었다.

이 탑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었을 기적.

“후...”

결국 사람들은 수긍했고 다시 이동이 시작됐다.

이벨린의 지시에 따라 많은 인원들이 팀을 갈라 정찰을 시도한다.

그리고 마침내 조우하게 된 이종족.

“이런 썅! 드래곤이다! 총 다섯 마리! 색은 블루!”

“이쪽으로 날아온다!”

“염병할, 튀어!!”

발견한 이들은 길드에 속한 자들로써 일반 무공을 익힌 자들이었다.

그들은 드래곤에게 발각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기 무섭게 보법을 필사적으로 운용하며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지만 스탯의 차 때문에 소용이 없었다.

“젠장 따라잡힌다!”

“다른 팀은?”

“이 근처엔 우리밖에 없어!”

“이런 망할... 걸려도 왜 하필 드래곤에게...!!”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들의 얼굴에 암운이 드리웠다.

아무리 강해졌다지만 상승무공하나 익히지 못한 평범한 생존자인 그들에겐 드래곤은 여전히 죽음의 사신이었다.

‘제길, 여기서 끝인가.’

그런데 그들이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드래곤들이 선회하며 추격을 멈췄다.

생존자들은 이것이 순간적으로 매우 이상하게 여겨졌지만, 일단 살아남았다는 것에 안도하며 복귀하여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이벨린은 한껏 심각한 얼굴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와 같은 보고가 곳곳에서 갑자기 확 쏟아지고 있었다.

“마치 간을 보는 것 같군.”

이태광이 소감을 말하자, 이벨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간을 보는 것인가.

생각할 수 있는 건 한 가지뿐이었기에 머리 좋은 이벨린은 곧 결론을 내놓았다.

“세현씨와 강호씨는 아직 살아있어요. 아니 최소 그곳에선 살아남았어요.”

그리고 이것은 혹시나 전멸한 것은 아닐까 내심 걱정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100%는 아닐지언정 꽤나 신빙성 높은 추측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드래곤들을 피해 진군하죠.”

인간진형은 드래곤이 위치해있는 산맥을 피해 우회했다.

이강호 일행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제기된 지금, 현재 그들의 목표는 그들이 복귀할 때까지 큰 무리를 하지 않으며 보다 많은 정보를 모으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틀.

임무를 마친 루시아는 컨디션 관리를 위해 쪽잠을 취하기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 그 속에서 유세현과 김주희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이 두 사람이 보고 싶었다.

별것 아니지만 소중하기 그지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녀가 눈을 감은 순간이었다.

[괴...로워...]

“?!”

갑자기 귓가에 울려 퍼진 난데없는 목소리에 나무의 기대고 있던 루시아의 몸이 물고기마냥 벌떡 튀어 올랐다.

그녀는 다급히 주위를 살폈다.

“......”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느껴지는 것도 없었다.

풀벌레 소리조차도 나지 않아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대리자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환청을 들을 확률을, 수심 1m 안 되는 물웅덩이에 성인이 빠져 죽을 확률과 일치했다.

즉, 0% 라는 뜻이다.

“루시아씨... 대체 무슨 일...”

근처에 있던 팀의 일원, 리체 케머런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이에 루시아는 주위를 한 번 더 둘러보고는 천천히 검을 내렸다.

‘정말로 환청이었나?’

이태광과 이벨린 그리고 다수의 무인들, 거기에 과거에 대천사 루시펠까지 있는 이곳에 사실 누군가가 침투한다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했다.

그러나.

[괴...로워...]

목소리는 또다시 들려왔다.

리체 케머런은 듣지 못하는 눈치였기에, 그녀는 이것이 자신에게만 들리는 환청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살려줘. 풀어줘. 내...가...다...잘못했어.]

“리체씨.”

“......”

루시아가 신호를 보내자, 리체의 표정이 돌변했다. 5층부터 지금까지 합을 맞춰온 그녀는 루시아가 괜한 짓을 할 인물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루시아는 이내 그녀를 대동하고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 끝에는 거대한 바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안에서 들려온다.’

의구심에 그녀가 시험하듯 손을 살짝 갖다 댄 순간이었다.

지징-

갖다 댄 곳을 기점으로 무수히 많은 선이 퍼져나가 바위를 감쌌다.

쿠구구구궁!

바위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이... 이건...”

너머를 본 리체 케머런의 턱이 살짝 벌어졌다.

거대하면서도 새카만 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악몽을 꾸는 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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