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453화 (439/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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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과과과!

카실리아와 에르비아크가 동시에 내뿜은 브레스가 전장을 한차례 휘저었지만 그것으로 국면이 단번에 역전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대다수의 이종족들이 조우하는 순간 모든 걸 내팽개치고 도주를 선택할 정도의 거물들이었다.

“카그네프! 저놈들은?”

“에르비아크와 카실리아다! 귀찮은 놈들이 또 늘었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향력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나 영향을 크게 받은 존재가 있었는데...

‘이런... 카실리아라니...’

벨제뷔트는 한 없이 날카로운 눈으로 저공비행을 하며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카실리아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래서였나. 그래서 데프하우어가...’

데프하우어와의 연결고리가 흔들린 원인이 무엇인지 그는 단번에 깨친 상태였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카실리아가 이곳에 있었다니...’

카실리아가 맡은 지역이 마족이 뚫고 온 에르비아크의 지역과 정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기에 발생한 일이었다.

시간이 많이 있었더라면 꼼꼼히 조사해 카실리아의 존재에 대해 알아냈을 테지만 인간이 곧바로 움직인 덕택에 그럴 시간이 없었다.

‘블랙드래곤인 주제에 왜 그린드래곤쪽에 붙어서...’

그녀의 등장은 다른 이들에겐 몰라도 벨제뷔트에게 있어선 상당한 변수였다.

데프하우어가 동화에 100% 물들었다지만 카실리아는 데프하우어가 드래곤으로서의 자부심도 자존심도 모두 버리고 동화를 선택하게 만든 원인이었으니까.

자칫 완성체인 데프하우어의 정신이 크게 마모될 수가 있는 것.

‘하지만 그래도 동화율 100%다. 내 고유특성이 과거의 집념에 질 리가 없다.’

벨제뷔트는 그래도 자신을 믿고 데프하우어를 사용할 것을 결정했다.

이 국면에서 데프하우어의 도움은 그만큼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데프하우어!]

[저도 거의 다...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그래, 빨리 와라.]

통신을 끊은 벨제뷔트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엘라뉘스가 허무하게 당하진 않을 테니...’

그는 목표를 카실리아로 잡았다.

카실리아가 활공하여 레드드래곤 카스디아의 곁으로 다가가자 카스디아가 신기해하며 물었다.

[상당히 빨리 왔군. 카실리아. 에르비아크가 고전하고 있던 상대는 분명 그놈이었을 텐데.]

[......]

[기습을 성공시킨 거냐?]

[...아니, 성공하지 못했어.]

[그렇다면...]

[놈이 갑자기 자리를 이탈했다. 벨제뷔트가 이곳에 있으니 곧 놈도 모습을 드러낼 거야.]

[그렇군.]

[놈이 오면 내가 홀로 상대하겠어.]

[홀로?]

카스디아의 고개가 갸웃 꺾였다.

그 또한 과거 데프하우어의 위상과 실력을 눈앞에서 직접 본 경험이 있는 드래곤이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엘라뉘스님과 동급인 존재가 되었을 자를 네가 홀로? 객기 부리지마라 카실리아. 죽게 될 거다.]

[... 날 믿어 봐라.]

카실리아의 육체가 재차 선회하며 카스디아와 눈이 일순간 교차했다.

결연한 그 눈빛을 본 카스디아가 한숨을 내쉬며 한마디 툭 내뱉었다.

[사실 지금 이 상황에선 누가 누구를 도와줄 겨를 따윈 없지. 네 맘대로 해라.]

[그래...]

후웅!

그 순간 날개를 펼쳐 날아오른 벨제뷔트가 카실리아의 심장을 노려왔다. 이를 확인한 카실리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살기를 띈 눈빛으로 변했다.

[벨제뷔트!!]

콰광!

서로를 찢어 죽여야 만족할 수 있는 관계.

둘은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서로를 향해 10격 이상을 날리는 맹공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카실리아는 조금씩이지만 밀렸다.

발현된 마법을 깨부순 벨제뷔트가 건방지다는 듯 읊조렸다.

[나한테 이미 한 번 붙잡힌 적이 있던 주제에 어딜 감히... 얌전히 죽어라.]

[그때랑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르다! 벨제뷔트으으!]

퍼버벙!

격렬한 공방이 재차 이어졌다.

카실리아와 벨제뷔트가 제대로 붙기 시작하자, 간을 보고 있던 크라베스와 카그네프 또한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저 놈이 왜 갑자기 저 블랙드래곤을 노리는지는 모르겠다만 이건 기회다 카그네프.”

“알고 있다.”

[어딜 감히! 우리가 지켜보고만 있을 것 같으냐!]

“흥!”

카그네프가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런 말은 내 부하들을 쓰러트린 뒤에나 해라 도마뱀.”

신호를 받기 무섭게 순식간에 산개하여 퍼지는 델바람들!

둘은 틈이 생기기 무섭게 양측으로 나뉘어 엘라뉘스를 압박해 갔다.

블루드래곤, 제루웬 베루의 편대가 곧장 방해를 해왔지만, 사도들이 친 배리어에 막혀 큰 도움은 주지 못했다.

카실리아의 블랙드래곤 부대과 카스디아의 부대도 힘을 다해 그녀를 돕고 있었지만, 적이 너무 많았다.

이에 엘라뉘스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본체로 돌아가야 하나?’

그녀가 수세에 몰렸음에도 여태껏 본체화를 하지 않고 있는 데는 전부 이유가 있었다.

본체로 돌아가게 되면 범위스킬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었다.

병력들의 상태가 좋았다면 고위 보호마법을 다중으로 걸어 버티면서 도망치면 되었겠지만, 지금은 그런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다.

콰광!

트드드득!

그때 폭음과 함께 그들의 바로 앞에 있던 거대수가 박살나며 잔재들이 덮쳐왔다.

“이건!”

“하하! 우릴 잊으면 섭하지~ 카그네프!”

아크샤와 파라간이었다.

그들은 곧 엘라뉘스는 두고 노골적으로 둘을 견제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본 엘라뉘스는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이대로 가게 되면 열세인 걸 깨닫고 견제를 하는 거로군.’

이렇게 되면 아직은 조금 더 버틸 수 있다.

그녀는 이 상황이 최대한 이어지기를 바라며 더욱 가속에 힘썼다.

* * *

[벨제뷔트님, 전장에 도착했습니다.]

데프하우어가 보낸 통신이 벨제뷔트의 뇌리속으로 파고들었다.

[지금 내가 보이나?]

[...예.]

데프하우어의 답신에는 평소라면 절대 존재하지 않았을 망설임이 존재했다.

이에 벨제뷔트는 아직 살아있는 카실리아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귀찮은 년... 결국 데프하우어가 올 때까지 버텨냈군.’

그는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렸다.

데프하우어가 도착한 이상 벨제뷔트는 카실리아에게 매달리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은 카실리아와는 엮이지 않게 하는 게 최선이다.’

벨제뷔트는 곧장 명령을 내렸다.

[데프하우어! 엘라뉘스를 죽이고 그년이 장착하고 있는 반지를 탈취해라!! 그 이외에는 네가 어떻게 행동하던 신경 쓰지 않겠다!]

[예! 벨제뷔트님!]

카실리아를 죽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해서일까?

이번 답신에는 망설임이 존재하지 않았다.

‘좋아...’

벨제뷔트가 흡족해하며 가속한 순간이었다.

[......]

카실리아의 눈매가 가느다랗게 변했다.

지금 그녀의 시선은 벨제뷔트를 향해 있지 않았다.

부서진 거대수의 잔재에 몸을 숨기고 있는 작은 생명체, 아니 스스로 작게 몸을 줄인 생명체.

슈우우!

무서운 속도로 활강한 그녀의 모습이 작게 변화했다.

이윽고 그녀가 진로를 막아서며 한 남성의 앞에 착지하자 매섭게 질주하고 있던 남성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그녀가 남성을 향해 입 열어 말했다.

“아버님...”

아버님, 그 말에 데프하우어의 눈동자가 그녀를 처음 마주 했을 때보다도 더 격렬하게 요동쳤다.

“난... 난...”

이윽고 더 나아가 데프하우어의 손까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으... 으!!”

그는 마치 도망치듯 카실리아를 그대로 지나쳐 질주했다.

카실리아도 곧장 질주하여 따라잡으려 했지만, 데프하우어가 지니고 있는 엄청난 스텟은 거리를 되려 조금씩 벌렸다.

결국 마력의 소모를 감수하고 마법을 사용해 따라잡은 카실리아가 같은 속도로 질주하며 한 번 더 읊조렸다.

“아버님...”

“으아! 으아아아악!”

데프하우어는 평소 그를 알던 사람이 봤다면 깜짝 놀라 까무러쳐졌을 정도의, 그야말로 경기를 일으켰다. 데프하우어의 손이 카실리아를 향해 위협적으로 올라간다.

현재 그의 머릿속은 카실리아를 적으로 인식한 의식와 딸로 인식한 의식이 또다시 뒤엉켜 뒤죽박죽이었다.

“난... 난!!”

“괜찮아요, 아버님. 전 아버님께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을 거니까.”

카실리아는 잠시 움찔거렸으나 곧 되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전도 그렇고 지금도... 혹시나 해서 내뱉어본 말이었지만 저 반응, 지금 그녀는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교란을 없애려는 듯 동화의 힘이 스멀스멀 올라와 데프하우어의 머리를 잠식해 나가기 시작한다.

“아버님... 전, 아버님이 저를 위해 희생하셨던 그 때를 잠시라도 잊어본 적이 없어요.”

“으으으으...!!”

“아버님! 아버님은 벨제뷔트의 마수에서 벗어나실 수 있어요! 왜냐하면 아버님은 위대한 블랙드래곤의 차기 로드이시잖...”

“으아아아!! 그만!! 그마아아안!!”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데프하우어가 더 이상 견디기 힘든지 괴성을 지르며 뛰어올랐다. 그가 미친 사람마냥 중얼거렸다.

[벨제뷔트? 카실리아? 벨제뷔트? 카실리아?]

순식간에 본체로 돌아간 데프하우어의 시선이 엘라뉘스가 위치해 있을 저편을 향했다.

모든 걸 잊기 위하여, 그는 귀를 닫고 마법을 전개했다.

[메테오 스트라이크!]

지이잉-

반경 7km나 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의 원형 마법진이 상공위에 드리웠다.

그건 다른 이들에게 있어서도 사상초유, 처음으로 보는 크기의 마법진이었다.

[?!]

[크롸롸롸롸롸롸!]

괴롭게 포효하는 데프하우어의 눈앞에는 알림창이 떠 있었다.

[고유특성, 광마(狂魔)를 습득하셨습니다.]

[한 달에 1회, 수명을 대가로 마법의 위력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쿠오오오오-

벨제뷔트, 크라베스, 카그네프, 엘라뉘스 그리고 유세현까지,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슈우우우!

운석이 마법진 중앙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편린에 불과했지만 그마저도 어찌나 큰지 모두의 시야에 꽉 들어찰 정도였다.

“미... 미친...”

평소, 동료에게 미친놈이라 불리는 한 마족이 중얼거렸다.

쿠구구구구!

등장한 운석은 1초도 되지 않아 그 거대하기 짝이 없는 본체를 전부 내비치며 모든 것을 잡아먹을 기세로 고열의 화염과 함께 낙하해왔다.

“마... 막아라!”

“저, 저건 못 막아! 각자 알아서 방어해라!”

전투는 순식간에 중단됐다.

공격을 하고 있던 쪽도 방어를 하고 있던 쪽도 갑자기 나타난 운석에 대비하기 바빴다.

“어떤 미친놈이 저런 걸!”

“빌어먹을!”

쿵!

이윽고 운석이 땅과 부딪쳤다.

콰과과과!

지형이 순식간에 날아가며 500m가 넘는 깊이의 크레이터가 생성되고, 마력이 듬뿍 담긴 고열이 순식간에 일대를 휘감는다.

“크으으으으!”

모두가 괴로워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피잉!

쿠우우웅!

2차적으로 일어나는 후폭풍!

“으으으!”

충격파가 어찌나 강한지 무려 SS랭크의 힘을 지니고 있는 대리자들의 일부가 버텨내지 못하고 날아갔다.

“허억. 허억. 허억.”

대리자들은 충격파가 다 지나가고 나서야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곧장 주위를 둘러봤다.

남아있는 건 같은 대리자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언덕도 숲도 싹 날아가 완전히 평야로 뒤바뀌어 게이트와 적들이 한눈에 비쳤다.

진리의 반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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