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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랭크의 스텟을 지닌 자가 과연 몇이나 있어야 SSS랭크의 스텟을 지닌 자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혹시 만약에라도 누군가가 이강호에게 이러한 질문을 물어온다면 이강호는 그자에게 확실히 단언해줄 수 있었다.
불가능하다.
SSS랭크의 힘을 지닌 대리자는 S랭크의 힘을 지닌 대리자와 근본적으로 강함이 달랐다.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냐고 굳이 비교한다면 막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갓난아기와 군대를 갓 제대한 다 큰 성인의 수준이었다.
물론, 이 세계에는 아기조차도 성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스킬과 아이템이란 변수가 존재하기에 이강호가 말하는 불가능이 완전한 0%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갓난아기가 무기를 손에 쥐고 있어 봤자 성인이 무서워하는가?
그렇지 않다.
아기가 아무리 무서운 무기를 지니고 있다 한들 결코 자신에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성인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급의 힘을 지닌 자에 의해 빈사상태에 가까운 타격을 받지 않는 이상에야 죽었다 깨어나도 당해낼 수 없는 것!
살아있는 잔연재해, 그게 바로 SSS랭크 대리자라는 존재들이었다.
“흐음... 이쯤에서 시작하면 될 것 같네요. 준비 되셨나요? 루시펠씨?”
“네. 저는 언제든지. 그런데 세현씨, 이 방법 너무 극단적인 방법 아닌가요? 주위에 있는 마족들이 도발에 넘어와 인간진형에 진짜로 달려들기 시작하면 자칫 정말로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는 수가 있어요. 잘못하면 완전히 와해가 될 수도...”
“그렇겠죠. 하지만...”
귀에 걸릴 정도로 이강호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게 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강해져야 한다는... 뒤늦게 깨달아봐야 소용이 없다는... 그건 미래를 경험해 본 자이기에 지니고 있는 광기어린 집착이었다.
이강호는 안주할 바에는 아예 와해 되어버리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생각을 마친 유세현이 지그시 읊조렸다.
“시작하겠습니다.”
“...예.”
이윽고 유세현과 루시펠의 스킬이 각기 다른 곳을 향해 동시에 발사됐다.
피잇!
콰아아아앙!
유세현이 날린 쪽은 인간 진형 쪽으로 대리자들이 힘을 모아 방어해야만 죽지 않을 정도로 잘 조절된 천마혈사장이었다.
반면 루시펠이 공격을 가한 장소는 마족이 위치해 있는 곳으로, 그다지 힘을 제한하지 않았다.
쿠구구궁!
쾅!
이윽고 거대한 폭음과 함께 돌무더기들이 이리저리 비산했다.
인간 진형 쪽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마족측은 완벽히 방어 해내냈지만 인간측은 그러지 못한 것!
‘완벽하게 대비하고 있었다면 피해를 입지 않았을 텐데...’
이에 대응을 본 유세현이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나태해져 있었기에, 전부는 아니겠지만 어느 누군가는 방심하고 있었기에 일이 이렇게 되었다.
‘이강호의 계획 덕분에 너무 쉽게 컸어.’
그 안일해진 정신머리를 깨부순다.
“이동하죠.”
한기를 담고 있는 목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오기 무섭게 유세현이 질주를 시작했다.
* * *
“급습! 급습이다아아아아!”
위이이이이잉!!
최고 등급의 경보를 알리는 싸이렌 소리가 일대를 쩌렁쩌렁 울렸다.
“누, 누가 공격한거야?”
“수... 수는? 수는 얼마나 되지?”
이에 대리자들은 베테랑답지 않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많은 종족들과의 전투를 지러본 그들이었지만, 방금 전 일격에서 지금껏 상대해왔던 이종들과는 뭔가가 다르다는 걸 새삼 느낀 탓이었다.
“젠장! 100명이 넘는 인원이 펼친 방어마법이 순식간에 뚫리다니...”
“정신 차리고 대열을 갖춰!”
많은 인물들이 혼란을 잡아 보려 노력 했지만, 한번 발생한 혼란은 좀처럼 종식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마침내 이 사태를 만든 근원. 어둠으로 몸을 칭칭 둘러싼 유세현이 눈보라를 맞으며 등장했다.
휘이잉-
저벅. 저벅.
유세현은 한 걸음 한 걸음 서서히 다가갔다. 뛰지 않고 걸음으로써 여유로움을 상대에게 일부러 과시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뒤를 루시펠이 흑빛의 날개를 활짝 핀 채 뒤따랐다.
사신이라기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외모, 그러나 천사라기엔 너무도 불경해 보이는 날개의 색.
“뭐, 뭐지 저놈들은?”
한 대리자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에 옆에 있던 다른 대리자가 사색이 되어 답했다.
“저 어둠... 마족이다아아아!”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신호탄이 터지듯 한 걸음씩 다가오던 유세현이 재차 질주를 시작했다.
“젠장! 막아! 스킬을 퍼부어!”
“접근하게 두면 끝장이다!”
치잉!
콰아아아앙!
솨솨솨솨!
수많은 스킬 세례가 너나 할 것 없이 유세현과 루시펠을 향해 빗발쳤다.
너무도 촘촘하여 절대로 피할 수가 없을 것만 같은, 흡사 폭우를 연상케 하는 스킬 세례였지만 유세현과 루시펠은 순식간에 자리를 이탈하여 여유롭게 회피해냈다.
이에 대리자들의 입이 떡벌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 어마무시한 속도다! 대체 스탯이 어느 정도이기에... 헉!”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은 안색이 질리다 못해 창백해졌다.
유세현이 어느새 그들의 앞에 있었다.
퍽-
“커헉!”
복부를 가격당한 대리자의 입에서 각혈이 뿜어져 나와 새하얀 눈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복부를 움켜쥔 대리자가 일격에 찌그러진 갑주를 확인하기 무섭게 중얼거렸다.
“마, 말도 안돼... 내 갑주는 유니크 S랭크라고... 어떻게 단 한 방에...”
“의미 없지.”
퍽-
유세현이 재차 주먹을 휘두르자 대리자는 그대로 지면에 처박혀 의식을 잃었다.
유세현의 입장에서는 이것도 약하게 친 것이었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자칫 힘을 조금만 더 주었더라면 머리통이 박살났을 만한 그런 파괴력이었다.
‘좀 더 약하게 쳐야겠군.’
이후부터는 일방적인 폭행이 이어졌다.
“젠장! 대체 뭐야! 대체 뭐냐고 저 괴물 놈은... 크헉!”
마치 범죄를 저지를 아이를 훈계하는 부모님처럼, 유세현의 주먹은 무자비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에 나타난 언데드 무리.
“가서 죽여라.”
유세현이 손짓하자 몸을 덕지덕지 이어붙인 키메라들이 생존자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명령처럼 진짜로 죽이려 움직이는 건 아니었으나, 압도적인 힘 앞에 전의를 상실한 사람들은 좀처럼 공포심을 억누르지 못했다.
“으아아아! 살려줘! 저놈들을 괴물이야! 못 이긴다고!”
이내 상대가 아예 안 된다는 걸 깨달았는지 사람들이 도주를 시작했다.
이에 유세현이 흉흉한 붉은 안광을 흩뿌리며 주위를 쓱 훑었다.
“허억!!”
“아, 아...”
등 돌려 도주하던 사람들의 몸이 순식간에 돌처럼 뻣뻣이 굳었다.
암흑투기는 속성 저항력의 영향도 받지만 공포심에도 큰 영향을 받는 스킬이었다.
이 두 가지가 더해져 수백에 달하는 인원이 몸을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
유세현이 거만하게 툭 말했다.
“약하군.”
대충 내뱉은 듯한 느낌의 목소리였지만 마력이 내포되어있었기에 모두가 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그간 자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었었는지를 깨달은 얼굴이 되었다.
‘맞아... 이 세계는 약육강식. 조금 강해졌다고 안주하지 말고 필사적으로 살았어야 했다.’
‘젠장... 황제를 따르는 게 아니었어.’
‘길드를 따라 갔어야 했는데...’
대리자들의 내면에서 무수히 많은 후회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젠장 개 같구만...”
도주할 수 없으리란 걸 깨달았는지 몇몇이 다시 유세현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들의 눈빛 속에서는 어느새 두려움이란 감정은 사라지고 투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유세현은 저 눈동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넌 뒈졌다! 이 빌어먹을 마족자식아!”
“동시에 치자! 어차피 우리는...”
죽음.
그들은 이곳에서 생을 마감할 것을 각오한 것이다.
유세현이 그런 그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피식 웃었다.
‘표정이 꽤나 괜찮아졌군. 하지만...’
후웅!
마치 바람이 스쳐지나가듯 유세현의 신형이 일순간 대리자들의 시야에서 자취를 감췄다.
“...무슨? 커헉!”
유세현이 반대편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는 주위에 있던 모든 대리자가 이미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였다.
그가 저편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아직 많군.”
유세현의 발이 마치 출근하는 직장인의 발걸음처럼 바삐 움직였다.
* * *
갑작스럽게 발생한 소란, 베르네브는 연이어 들어오는 보고에 벌어진 입을 좀처럼 다물지 못했다.
토끼눈처럼 커진 눈을 연신 깜빡인 그가 신하를 향해 재차 물었다.
“지, 지금 뭐라고 했나? 5천 명이 넘게 당했다고?”
“예, 전방부대는 이미 전멸한 것으로 보이며 그 외에도 많은 병력들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지금도 피해는 더더욱 확대 되고 있으며...”
“말도 안 된다! 대체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단시간에? 게다가 쳐들어 온 놈이 마족이라고? 그것도 단 둘?”
“예! 폐하!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관측병이 이곳에서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북동산맥에서 마족의 주둔지를 발견했사옵니다. 지금은 두 명에 불과하오나 그곳에 있는 수백의 마족이 들이닥치게 된다면 전멸은 불가피하옵니다! 그러니 빨리 이곳을 벗어나셔야 하옵니다!!”
그 말에 베르네브의 입이 한순간 굳게 닫혔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단 얼굴이었는데 그는 자신의 옆을 보좌하고 있던 제르오펜을 훑기 무섭게 나머지 인원들에게 말했다.
“알았으니 제르오펜 경을 제외하고는 일단 다 물러나게.”
“폐하!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한시가 급하옵...”
“알았으니 일단 물러나라고 한 짐의 말을 듣지 못한 건가?”
“소, 송구합니다 폐하! 명을 따르겠습니다.”
이윽고 제르오펜을 제외한 모두가 물러났다.
그러자 대번에 표정을 바꾼 베르네브가 제르오펜을 쏘아보며 말했다.
“제르오펜,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마족이라니? 지금 약속을 깬 건가?”
“미안하지만 우리가 한 게 아니야.”
“뭐?”
베르네브가 의문어린 표정을 짓자, 제르오펜이 갈색 눈동자 속에 숨겨진 붉은빛을 번뜩 발했다.
“우리 쪽에서 벌인 짓이 아니란 거다.”
“그걸 어떻게 믿지?”
“어이어이, 그렇게 나오면 섭하지~ 우리가 한두 번 거래한 것도 아니고. 당최 우리가 왜 이제와 너희를 습격하겠어? 이전에 말했듯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하는데.”
“......”
“다시 말하지만 너희 코인은 우리에게 별 도움이 안 돼. 우리가 바라는 건 오직 한 가지야.”
“무공... 말인가.”
“그래, 무공. 그것도 일반 것이 아닌 상승무공이라 불리는 거. 우리는 그것만 있으면 돼. 딴 건 필요 없어. 그런데 너희는 상승무공은 안 지니고 있잖아?”
그 말에 비교당한 베르네브의 표정이 미묘하게 구겨졌다.
베르네브는 애써 표정을 고치며 말을 이었다.
“그럼 지금 습격하고 있는 마족은 대체...”
“글쎄? 정말 마족일까?”
“무슨 소리지? 마족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냐? 마족의 힘을 사용한다는데?”
“나도 아가레스님께 듣기만 했을 뿐 직접 보지는 못해서 말이야. 그보다도 이쯤 말했는데도 정말 짐작 가는 사람이 없나? 내가 알기론 인간 중에서도 어둠의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자가 있는 걸로 아는데?”
“...뭔 헛소...”
베르네브가 반박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순간적으로 떠올린 것이다.
거의 나서지 않아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히 언데드를 다루는 인간이 있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긴 했었다.
‘그러고 보니 이강호와 함께 다니던 아퀼라라는 요망한 계집. 분명 종족이 서큐버스라고 했었지?’
아퀼라가 인간 측에 붙은 건 누군가의 권속이 되어서라고 베르네브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존재는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놈과 함께 온 년이 아퀼라였으면 다 알아챘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놈과 함께하고 있는 년은 적어도 아퀼라는 아니야.”
“흥! 그러냐? 하지만 혹시 모르지 환각으로 속이고 있는 것일지도. 너희 인간은 환각에 잘 속아 넘어가니까. 아무튼 아퀼라고 자시고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니 이건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
제르오펜이 딱 잘라 말했다. 더는 끼어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행동이었는데 베르네브는 이것에서 일단 적어도 저쪽에서 공격을 감행해 온 건 아니라는 걸 확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적은 두 명 뿐인가? 만약 진짜 놈이 사람이라면 대체 목적이...’
거기까지 생각한 베르네브의 머릿속에 폭풍이 몰아쳤다.
‘이 자식! 이강호!’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이강호의 노림수를.
‘이 자식!! 나의 통치력을 뺏어가려고!!’
베르네브가 제르오펜을 향해 외쳤다.
“제르오펜! 네가 나서 줘라! 안 그러면 너희 쪽도 심각한 손해를 보게 될 거다!!”
“싫은데?”
그러나 제르오펜은 단칼에 거절했다.
“이 정도 일도 처리하지 못하는 무능한 놈과 계속 거래할 생각은 없어.”
변명을 그럴싸하게 하긴 했지만 제르오펜의 본심은 사실 이게 아니었다.
‘뭐냐 이 마력은... 들은 것 이상이지 않나.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들켰다가는... 난 꼼짝없이 죽는다.’
제르오펜이 마음을 숨긴 채 말을 이었다.
“베르네브, 독대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의심받을지도 모르니 난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
“아무쪼록 잘 해결해 보길 바란다.”
무너지는 땅(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