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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430화 (416/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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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뒤 다시 모이기로 한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대결 이후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휘하 사람들에게 확실히 일러놓으라고 이강호가 지시하여 그런 것이었지만, 사실 이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일 뿐 진짜로 리더들의 영향력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이강호는 떠올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가 주로 사용하던 창술과 버릇 같은 사소한 것들을.

이강호가 앉아서 명상하고 있자 소리 소문 없이 쓱 다가온 레피아가 다분히 경고했다.

“이강호, 제넥을 절대 얕보지 마. 고작 일개 길드장이라고 생각하고 결투에 임했다가는... 정말 좋지 않은 꼴을 보게 될 수도 있어. 아니, 무조건 전력을 다해.”

“...알고 있다.”

이강호가 침착하게 답했다.

그러자 레피아가 씩 웃어보였다.

“하긴, 넌 상대가 누구든 방심하는 인간은 아니긴 하지.”

“......”

이강호가 재차 명상에 잠겼다.

심신을 통일을 시키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흔들림을 없앤다.

이를 본 유세현이 제넥이 있는 저편을 쓱 훑기 무섭게 레피아에게 물었다.

“제넥이란 자가 그렇게 강합니까?”

“...네가 듣기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난 이강호가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

“그 정도입니까?”

유세현이 순수한 의미에서 감탄을 터트렸다.

이강호의 창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 알고 있는 레피아가 이렇게 표현할 정도라면 제넥이란 인물은 정말 만만치 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창술의 대가라... 강호의 옛 동료였겠군.’

다방면에서 추측한 유세현은 구태여 이강호가 말해주지 않았음에도 그리 판단을 내렸다.

‘그러고 보니 창술을 다듬는데 많은 도움을 줬던 자가 있다고 했었긴 했지... 만약 그게 제넥이라면 강호의 어깨가 굳어질 만도 해. 그렇다면...’

유세현은 터벅 터벅 이강호에게 걸어갔다.

“야, 강호야.”

“...어? 왜?”

“이번 결투 내가 하면 안 되겠냐?”

“응?”

이강호는 그게 웬말이냐는 표정이 되었다. 유세현이 계속해서 말했다.

“저 제넥이라는 자... 네가 창술을 다듬는데 도움을 줬다던 그 사람 맞지?”

“...아주 옛날 대충 흘려서 했던 말일 텐데... 너,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어?”

“후후, 내가 예전부터 자잘한 기억력 하나는 끝내 줬잖냐. 아무튼 그보다도 솔직히 말해봐. 이길 확률 몇 퍼센트로 점치고 있냐?”

“...50대50.”

이강호는 괜한 자존심 때문에 친구에게 진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 역시 그렇단 말이지... 나한테 맡겨줄 수 있겠어?”

“자신 있냐?”

“당근이지. 짜샤.”

“......”

유세현의 쾌활한 답에 이강호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진지하게 유세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현이의 순수 검술 실력은...’

과거였다면 이런 생각조차 안 했을 일이었다.

유세현은 자신의 상대가 결코 되지 못했으니까.

그만큼 그는 쌓아올린 세월의 힘이 있었다.

그러나.

‘...나를 뛰어넘었다.’

이강호는 인정했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미소 띤 얼굴로 유세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럼 믿는다. 유세현.”

“맡겨만 줘라.”

유세현도 그를 보며 마찬가지로 밝게 웃어보였다.

* * *

“...뭐? 결투 상대를 바꾸고 싶다고?”

“그래, 상관없겠지?”

“하...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당연히...”

이강호의 말에 제넥이 안 그래도 구겼던 인상을 더욱 구겼다.

“상관있지. 나야 사실 누구와 싸워도 상관은 없지만, 이건 약속의 문제니까.”

“것도 그렇군. 그렇다면 만약 네가 이길시 선택할 수 있는 아이템을 4개로 늘려 주겠다.”

“콜!”

이강호가 제안하기 무섭게 제넥이 손바닥 뒤집듯 태세를 바꿨다.

이에 보고 있던 관중들은 혀를 차면서도 딱히 트집을 잡지 않았다.

그 어떠한 자가 나와도 순수 체술로는 절대 제넥이 질 리 없다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유세현이 앞으로 나서자 제넥이 그를 보며 씩 웃었다.

“당신인가? 그 잘난 이강호의 대타가.”

“예, 유세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세현이 그것을 끝으로 몸을 돌려 위치로 향했다.

하위 대리자가 상위 대리자에게 도발을 한 것치고는 너무도 정중한 인사였다.

이에 조롱하듯 조소를 머금고 있던 제넥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는 건 너무도 당연했다.

‘보통은 아니겠군.’

“그럼, 공간을 만들겠다.”

지잉-

제넥이 트레이닝 룸을 작동시키자 유세현의 눈앞으로 알림창이 나타났다.

[트레이닝 룸에 입장하셨습니다.]

[아이템의 소유자가 입장한 모든 사람들의 스테이터스를 하나로 통일하기를 원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하실시 모든 스테이터스가 일시적으로 격하됩니다.]

유세현이 수락하자 밝은 빛이 몸 주위를 감쌌다.

그가 트레이닝 룸의 룰을 따랐다는 증거였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제넥의 말과 함께, 모두가 집중하는 가운데 결투가 시작됐다.

* * *

목숨을 걸고 치러지는 판도라 내의 전투에서는 많은 변수가 따른다.

지형, 환경, 그리고 지니고 있는 스킬...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수가 무엇인지 꼽는다면 당연히 스킬과 스탯이었다.

아무리 순수 능력이 뛰어나도, 성장 가능성이 높아도, 스탯에 눌려 혹은 엄청난 스킬에 적중 당하면 그날로 끝장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약 이 변수가 사라진다면?

“야 스티브.”

“왜?”

“이 승부... 넌 몇 분 걸릴 거 같냐?”

“글쎄... 아무리 제넥이라고 해도 간도 보고 그래야하니... 10분 정도?”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전부 제넥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아하는 그런 말투였다.

그리고 제넥 또한 유세현이 꺼낸 무기를 보았을 때 그리 장담했다.

‘검?’

검은 사람들이 많이 애용하는 물품이었으나, 그의 입장에서 볼 땐 그리 썩 좋은 무기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제넥은 검을 창의 하위호환이라 보고 있었다.

무기의 사정거리와 활용도.

그 무엇 하나 검은 창을 따라갈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리고 이는 무림계에서도 무척 잘 알려진 정설이기도 했다.

검을 쓰는 이들에게조차 물어도, 그들은 완벽한 무기로써는 검이 아닌 창을 꼽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창은 애초에 살인을 하기위해 개발된 것이었고, 검은 호신을 위해 개발 된 것이었으니까.

무림계에 검을 사용하는 무공이 많은 데는 휴대성과 품격의 영향 때문이지, 검이 더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 예로 검술가와 창술사의 실력이 동급일 경우에는 대부분의 승리를 창술사가 가져갔다.

“간다.”

파앗-

제넥이 먼저 치고 들어왔다.

유세현이 잽싸게 대응했지만 동급의 스피드와 동급의 힘으로 맞이한 제넥의 창은 무척이나 예리하고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아슬아슬하게 방어를 한 뒤 파고들려고 해도 제넥은 절대 거리를 내주지 않았다.

이것이 과거 이강호의 동료.

검성, 에반 비텔스바흐와 어깨를 나란히 했었던 자.

신창(神槍), 제넥.

파바바밧!

채재쟁!

창과 검이 격돌할 때마다 트레이닝 룸에 격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옆구리 찌르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사선 가르기까지.

제넥은 결투가 시작된 이래로 일방적으로 공격을 가하고 있었고 유세현은 방어만 하고 있었다.

재차 찌르기를 감행한 제넥이 손목을 살포시 틀자, 어마어마한 회전력이 유세현을 전신을 덮친다.

‘이건...’

제넥이 배운 무공, 회전하는 힘을 다루는 나선회격(螺線廻擊)이었다.

그는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묘리를 자신의 창술 속에 녹아들게 해 사용하고 있었다.

‘대단하군.’

유세현은 감탄했다.

그는 무공의 묘리를 깨우치기 위해 노력해봤기에, 그리고 아직도 하고 있기에 마력 없이 이를 무기에 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다.

‘확실히... 천재군.’

그런데 유세현도 질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그는 단순히 승리를 거머쥐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 천재와의 전투로 한 발 더 앞으로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천마신공!

더 이상 숙련도가 오르지 않고 있는 천마가 남겨준 검법의 끝을 마주하기 위해!

스스스-

유세현의 눈빛이 더 차분히 내려앉았다.

상대는 분명 천재였지만, 유세현 또한 죽음의 위기를 몇 번이고 넘겨온 인물이었다.

그것도 단순히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료들을 위해서!

‘절대 질 수 없다.’

파앙!

일순간 유세현의 검이 제넥의 창을 쳐냈다.

0.1초의 오차도 허용치 않은 완벽한 타이밍, 정확히 맹점을 노리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반격이었다.

“아니?!”

이에 보고 있던 관중들이 경기를 일으키는 건 너무도 당연했다.

그들은 유세현이 절대 반격하지 못하고 이대로 끝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는데, 예상외의 사건이 발생하자 감히 좀처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호오...”

반면 무림인들은 무척 흥미로운 눈초리로 이를 지켜봤다.

“저 유세현이라는 사내... 실력이 보통이 아니로군.”

“그러게 말일세. 천마신공을 이었다고 듣긴 했다만... 설마 순수 검술이 정도일 줄이야.”

“천마의 검법을 손에 넣은 덕분이지. 순수 실력이 아니네.”

“성취도 실력이긴 실력이야.”

“그렇다 해도 타고난 천재인 제넥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자네는 제넥이 이길 거라 생각 하고 있는 건가?”

“당연하지.”

“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만...”

“그럼 내기 해보겠나? 누구의 판단이 옳은지.”

“좋네, 뭘 걸겠나.”

“내가 착용하고 있는 어깨 보호대를 걸지. 자네는 그 요상한 주문이 붙어있던 요대를 걸게.”

“......”

“왜? 못 걸겠나?”

“...아닐세 걸지. 대신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네.”

“당연하지. 어차피 이기는 건 제넥이 될 테니.”

결국 사소한 다툼은 무림인들이 거하게 내기를 거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몇몇이 더 내기를 했는데, 그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전과는 달리 무조건 적으로 방어만 하고 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타인이 보기에는 아직도 유세현이 많이 불리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타인이 보기에 였고, 직접 상대하고 있는 제넥은 달랐다.

‘이, 이 자식... 점점 내 창에 적응하고 있다.’

유세현의 검이 날카롭게, 조금씩 점점 그의 빈틈을 더 많이 공략하고 하고 있는 것이었다.

‘변화를 줘야 된다.’

그러나 제넥이 변화를 시도하려 할 때면 그 순간의 틈을 어김없이 유세현이 파고들어 왔다.

자칫했다간 당할 수도 있는 상황.

이에 능동적이던 제넥의 움직임은 조금씩 수동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일단은 한 번 떼어내고...’

제넥이 짧게 창을 횡으로 그었다.

그는 유세현이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검을 수직으로 들어 올려 방어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곧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유세현이 허리를 틀어 발로 창대를 쳐내며 곧장 공격을 가해온 것이다.

제넥은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말도 안돼. 뭐 이리 난잡한 검술이...’

그가 보기에 유세현의 검술에는 모든 검술에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 결여 되어있었다.

바로 초식!

모든 검술은 상대가 어떻게 행동했을 시, 어떻게 반격해야 된다는 일종의 행동 양식이 있었다.

그것이 제일 효율적면서도, 무공을 연계하여 반격을 가하기 쉬운 움직임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큭!”

유세현의 검법에는 그게 없었다.

때문에 언뜻 보기에는 마치 검을 처음 쥔 사람이 휘두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제넥은 유세현이 그저 되는대로 휘두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만약 그랬다면 유세현은 지금쯤 쓰러져있어야 정상이었다.

신창 제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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