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391화 (6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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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

차원이 교차하며 하나의 장소가 수백 개로 갈라진다.

경험이 많던 연합군들은 지금 이게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인지 단번에 깨닫고 경악했다.

“이건 다중차원!!”

“젠장할!!”

“홀로 날아가게 되면 끝장이다! 주위에 있는 동료들을 붙잡아라!”

카시우스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많은 병력들이 각 차원에서 발생한 강력한 인력에 의해 뿔뿔이 흩어져버린 상태였다.

이윽고 유세현이 바로 옆에 있던 김주희를 낚아채는 것으로 공간이 완전하게 분리가 됐다.

* * *

“으음...”

떨어진 장소는 무수히 많은 점막으로 사방이 둘려 쌓여 있는 곳이었다. 유세현은 환경을 보기 무섭게 이곳이 과거 이강호가 겪었던 N3연구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트랩이 발동하여 이렇게 된 것인가.

‘하지만 트랩을 작동시킬만한 짓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전조현상도 딱히 없었다.

‘흐음...’

아무쪼록 어쨌건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문제는 이미 발생했고, 지금은 그 발생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유세현은 일단 이곳에 함께 떨어진 인원들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소수이고 서로 가까이 있던 덕택에 동료들은 전원 있었다. 만약을 대비하여 각 상황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미리 해두었었는데 그것도 크게 작용했다.

이런 건 본디 한순간에 상황이 결정되어버리니까.

“후우... 선배님 고마워요. 선배님이 아니었으면 저 혼자만 다른 곳으로 빨려들어 갔었을 거예요.”

“아니야, 애초에 그러기로 했었잖아.”

“에이, 그래도~”

유세현이 둘러본 결과 지금 이 장소에는 익숙한 얼굴이 무척 많았다.

카시우스와 카그네프를 포함한 최강자들이 일행을 놓치지 않기 위해 따라 붙어 함께 떨어진 것이다.

“흠... 대체 이곳은...”

그새 진열을 정비한 카그네프가 벽에 손을 살짝 갖다 댔다. 물컹물컹하여 마치 살아있는 듯한 감촉을 주는 점막이 별로 달갑지는 않다.

그가 물었다.

“유세현, 너희측은 뭔가 이 장소에 대해 아는 게 있나?”

“아니, 전혀...”

“하긴, 그래 보이긴 한다.”

후웅!

콰앙!

카그네프가 난데없이 워엑스를 휘둘러 벽을 강타했다.

점막이 이리저리 튀며 구멍이 뻥 뚫리고 새로운 공간이 나온다.

“흠, 폐쇄공간은 아닌 모양이군.”

길을 찾기에 앞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꾸물꾸물 점막들이 요동치는가 싶더니 또다시 공간의 일그러짐이 발생하며 그 속에서 손이 튀어나왔다.

어느 특정 한군데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닌, 벽, 전창, 바닥 전부에서 발생한 현상이었다.

이윽고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첫 번째 적.

놈의 특징을 보건데 마족이었다.

“뭐지? 마족?”

“마족이 왜 여기에?”

“분명, 이 근처에는 없었을 텐...”

그러나 하나 둘 적들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그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엘프?!”

“천사까지?”

카그네프와 카시우스를 포함한 엘프와 델바람들의 표정이 와락 구겨진다.

“설마 도플갱어인가?”

“그럴 리가, 놈들은 암흑지대에서만 서식한다. 게다가 그걸 제외하더라도 놈들은 확실히 속여 넘길 수 있다고 확신할 때나 모습을 보이지 기껏 몸을 얻었는데 이런 식으로 모습을 드러내진 않아.”

“하긴... 그것도 그렇긴 하지. 하지만 지금은 세계가 변하지 않았나. 확인해보면 되겠지.”

카그네프가 호쾌하게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도플갱어라고 한다면, 판도라 탑 급인 그의 일격은 결코 받아낼 수 없는 것이 정상.

허나, 다다르기 직전 거울하나가 허공에서 등장하여 카그네프를 비췄다.

“?!”

파앙!

쿠오오오오!

폭풍과도 같은 강풍과 함께 카그네프의 몸이 밀려났다.

카그네프의 한 수를 막은 것은 거울에서 빠져나온 그와 닮은 생명체였다.

카그네프의 눈썹이 씰룩인다.

자신의 일격을 이런 식으로 막다니?

“영혼은 그 존재와도 같고, 거울은 영혼의 본질을 비추지.”

그 다음 순간 허공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이강호로서는 익히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저놈은...’

제1 제사장, 렘벨크.

이어서 균열 속에서 등장한 그가 전부를 내려다보았다.

* * *

“너는 누구냐.”

“나 말인가? 나는 제사장. 왕의 부활을 위해 마련된 그의 봉족.”

“종...복?”

“그렇다.”

카시우스의 물음에 친히 답변해준 렘벨크가 하늘이라도 포용할 듯이 팔을 쫙 뻗었다.

이강호는 입술을 곱씹었다.

‘낭패다.’

이 장소에서 놈들과 마주치다니? 아니 애초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가?

렘벨크가 곧 일대가 터져나가라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고대의 성전! 난 너희들이 이곳에 제 발로 찾아 들어와 준 것에 대해 너무도 감사한다!”

“......”

“높은 격을 품고 있는 영혼이여! 강인한 정신을 지니고 있는 영혼이여! 너희들 모두 왕과 하나가 되어 우리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는 영광을 얻어라!!”

그가 이내 팔을 내려 정면을 향해 뻗자 주위에 몰려있던 수많은 적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 * *

피잇!

사방 곳곳이 번쩍였다.

광역기에서 터져 나오는 그 막대한 에너지의 빛이었다.

후우우웅!

엄청난 기세로 연합군을 향해 낙하한다.

카시우스와 카그네프는 이를 보기 무섭게 혀를 찼다.

“어쩐지 너무 순조롭게 풀리더라니.”

“큭! 그러게나 말이다.”

허나, 엘프와 델바람들은 아직 여유를 잃지 않고 있었다.

엘프는 마법의 종사, 델바람은 용인술의 종사자이다.

광역스킬의 위력이 생각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눈치 챈 것!

콰과과광!

그들은 비처럼 쏟아지는 스킬을 방어스킬로 버텼다. 그리고 곧바로 항전했다.

“이딴 걸로 우리를 잡겠다니... 사라져라!”

쉬익

파아아앗!

카그네프가 휘두른 워엑스가 붉은 용염(龍炎)을 토해냈다.

불길에 휩싸인 수많은 종족들이 형체를 잃고 불타 없어졌지만, 렘벨크 또한 여유를 잃지 않고 있었다.

그가 손을 휘젓자 사방에서 추가적으로 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동시에 여러 개의 거울이 등장해 연합군을 비췄다.

“큭!”

거울에서 적이 튀어나와 순식간에 불어난다.

유세현이 놈들의 공격을 회피하고 반격하며 눈동자를 굴려 상황을 살폈다.

이 장소에 떨어진 연합군의 수는 대략적으로 합쳐 100명.

반면 적들의 수는 400명이 넘지만, 사실 수준차이가 있기에 이는 문제가 되진 않는다.

문제가 되는 건 거울에서 1인당 하나씩 튀어나오고 있는 나온 적과, 제사장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

‘소모전을 벌여 체력을 소비 시킨 다음 처리하겠다는 심산인가?’

유세현은 그리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단순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놈은 이 연합의 수준을 알고도 승산이 있으니 나타난 것이다.

분명 기다리면 좋게 작용하는 무슨 일이 있을 것이다.

‘설마?’

유세현이 시선을 돌려 렘벨크를 응시한 순간이었다.

파밧-

사방에서 균열이 일어나며 새로운 적이 등장했다. 일반적인 적이 아닌 전부 제사장들이었다.

8인의 추종자.

[제2 제사장, 크루아크 지금 막 도착했다.]

[제3 제사장, 람 지금 막 도착했다.]

거기에 더해 제11 제사장 제12 제사장 등 총 20명의 제사장들이 추가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이를 본 카그네프와 카시우스의 낯빛이 동시에 어두워졌다.

* * *

“놈들을 잡아라!”

제사장들이 엘프들과 델바람들을 뒤로한 채 일행, 정확히는 루시아와 이강호, 유세현에게 쇄도했다.

셋은 스킬을 쏟아 부으며 항전했다.

쿠구궁!

암흑투기를 발현시키고, 마족화를 사용하여 영역선포를 한 뒤 무공을 운용한다.

적들이 갑자기 굼떠지자 이상하게 여기고 일행을 훑어본 카그네프의 눈이 유세현을 발견하기 무섭게 동그랗게 커졌다.

“뭐냐... 저 모습은.”

흡사 마족, 허나 고작 그것뿐 만이었다면 그는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어둠이 퍼져나가자 마치 진드기처럼 날아들어 유세현의 전신을 뒤덮고 있던 적들의 육신이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저 힘은 부패.

벨제뷔트조차도 다룰 수 없는 권능.

“그래서 엘프들이 처음에 그렇게 경계 했었던 건가...”

“그렇지. 어차피 알게 될 거 덧붙여 말해주자면 특별한 건 저놈뿐만이 아니다.”

트드득-

물과 뒤섞인 얼음파편의 회오리가 일대를 휘감았다.

그들이 있는 장소는 반경 500m를 넘는 거대한 공간이었는데 순식간에 절반이 얼어버렸다.

거기에 이어서 뒤를 휩쓰는 화염.

“크윽.”

몇몇 엘프들이 열기를 피해 자리를 떴다. 화염과의 거리를 고려하건데 정말 상당한 수준의 화염이 아닐 수 없다.

이어서 아퀼라의 환영, 루시아의 심마의 절규가 한바탕 몰아치자 그 많던 적들은 상당수가 없어져있었다.

물론 그만큼 충원이 빠르게 되고 있지만.

“역시 격이 다른 영혼들답군. 하지만...”

파앗-

렘벨크가 손짓하자 유세현이 바로 앞으로 거울이 나타났다. 거울이 그를 비추기 무섭게 비슷한 복제품을 양산한다.

스텟은 다소 떨어지는 감이 있지만 놈들의 문제점은 특수특성의 발현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젠장할!’

빈틈이 생기자 제1 제사장 렘벨크와 제2 제사장 크루아크가 곧장 유세현을 향해 몰아쳤다.

[망자의 함!]

[영혼의 향연]

콰과광!

검은 구체가 사방으로 떨어지고, 망령들의 비명이 온갖 것을 잡아먹는다.

유세현은 점점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검법이 아무리 고강하고, 이전과 달리 양팔이라 하더라도 놈들의 높은 스텟과 협공 그리고 스킬은 그만큼 어마어마하게 강대했다.

1:1이라면 몰라도 이런 상황 속에서는 힘들다.

한편 렘벨크는 점점 승기를 잡아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무척이나 놀라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 대비도 없이 함정에 걸린 순간 놈들의 패배는 확정적인 것이었다.

이 고대의 성전은 왕인 크람베르가 탄생했던 장소인 만큼, 그들이 지닌 영혼 힘을 강화시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버틴다면...’

좀 더 확실히 하기로 마음을 먹은 렘벨크가 팔을 허공에 휘젓다 또다시 공간이 나눠지기 시작했다.

엘프와 델바람, 그리고 동료들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유세현.

따로 격리되어가는 중인 것이다.

“이런!”

이를 눈치 챈 카시우스나 카그네프가 다급히 손을 써보려 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이윽고 루시아와 아퀼라를 제외한 세 명이 그들 앞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 * *

홀로가 된 유세현의 주위를 7명의 제사장들이 포위했다.

그들은 현재 세 팀으로 나눠, 전부 포획하기로 방향을 잡은 상태였다.

“후우...후우...”

“너를 도와줄 동료는 더 이상 없다. 이젠 포기해라 격 높은 영혼이여.”

렘벨크가 근엄하게 통보하자, 숨을 몰아쉬고 있던 유세현이 고개를 푹 숙였다.

렘벨크는 이를 보며 그가 절망했으리라 생각했다.

아무리 영혼의 격이 높은 존재라지만 격렬한 전투로 인해 체력이 거의 고갈 되고 거기에 추가로 고립이 됐다. 꺾이지 않으면 그것이 이상하리라.

허나.

“엘프와 델바람 때문에 최후의 최후까진 쓰기 껄끄러웠었는데 고맙군. 이렇게 공간을 나눠줘서.”

난데없이 고개를 번쩍 든 유세현이 들고 있던 병의 마개를 땄다.

렘벨크를 쳐다보는 그의 눈은 다른 때보다도 진한 핏빛으로 물들어있었다.

제6 유적의 진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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