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385화 (38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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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출구 앞에는 일행을 제외하고도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후우...”

하나 같이 한숨을 내뱉는 것이 아직까지 마땅한 결정을 내놓지 못한 게 분명하다.

유세현은 이런 이들을 지나쳐 곧장 갈 지역을 택했다.

목표지역은 각양각생의 나무들과 식물로 높디높은 산맥이 조성되어있는 지역, 에베로스.

그들은 곧장 이동을 염원했다.

[이동할 수 없는 지역입니다.]

“응?”

난데없는 알림창에 일행이 얼굴이 한 순간 벙찌게 변했다.

분명 포탈로 갈 수 있는 최대한 거리를 지정했건만.

‘아슬아슬하게 지정 위치를 넘긴 건가?’

그리 생각한 유세현은 좌표를 좀 더 가깝게 재 지정했다. 하지만 몇 번을 해도 결과는 똑같았다.

유세현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강호야 이거...”

“쯧, 엎친 데 덮친 격이군.”

그들이 이동하려 했던 장소는 그들의 목적지인 에베스트로에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이 세계는 또 하나의 세계라 볼 수 있을 만큼 무척이나 넓지만, 당연히 유적인 만큼 주요지역은 존재한다.

그들이 횡보하고 다녔던 문라이트와 암흑지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그 외에도 에베스트로, 파이렌드, 트루라이, 스카이워 4곳이 이에 속했다.

그중에서도 에베스트로는 눈이 몰아치는 그 특성상 지형적으로나 그 위치의 중요성으로나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재 일행이 가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어딜 해도 안돼. 에베로스에는 아예 이동이 안 되는 모양이야.”

“흠...”

“어떡하죠 강호씨?”

“......”

이강호가 턱을 짚었다.

무난히 에베스트로에 도달해도 모자랄망정 처음부터 삐걱거린다. 어떻게 하는 게 옳은 판단일까.

“어쩔 수 없지. 최대한 갈 수 있을 곳까지 이동해서 처음 목적대로 에베스트로로 향하자.”

“흠, 에베로스의 주위지역은 다른 지역보다도 적에게 발각당하기 쉬운 장소라며?”

“어쩔 수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에베스트로로 가는 최선이야.”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일행은 에베로스보다도 두 단계 아래에 위치한 지역인 장소로 곧장 이동을 감행했다.

* * *

슈욱-

파앗!

도착하기 무섭게 코앞까지 다가온 어둑어둑한 하늘이 그들을 반겼다. 유세현은 이를 보며 이동이 되지 않은 이유를 얼추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침식당한 이 하늘 때문이겠지.’

망자들의 길이 되는 어둠이 그새 그들의 머리 위를 지나쳤다.

너무도 빠른 확산속도 때문인지 아직까지 망자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일행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이동을 감행했다.

그렇게 반나절.

마침내 망자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허나 그 숫자는 이전에 봤던 것과는 달리 많지 않았다. 아니, 되려 무척이나 적다.

고작 해봐야 1개 중대급으로 100마리가 채 안 되니까.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유세현은 여전히 적은 망자들의 수를 보며 자신들이 내린 판단이 옳았음을 느꼈다.

‘역시 당장 이곳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일행이 마을에서 알아본 바, 암흑지대에서부터 확산대기 시작한 어둠이 빠르게 향하고 있는 장소는 이세계의 북동쪽 끝에 위치해 있는 파이렌드 지역이었다.

때문에 파이렌드가 스카이워조차도 거쳐야 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에베스트로는 서쪽방향으로 문라이트, 트루라이보다도 먼 장소였다.

자연스레 이쪽으로는 병력이 집중되지 않은 것.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 세계는 세계 자체가 역경이었기에 그들은 등장하는 마수를 처리하며 나아가고 또 나아갔다.

* * *

휘이잉-

끝없는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

현재 그들은 에베스트로로 향하는 입구에 서있었다.

해발고도 25000m.

냉기저항 A랭크 미만인 자가 진입할시 순식간에 몸이 빙결되는 마의 산.

이강호는 미리 준비해둔 재료를 분배하기 무섭게 자신만만한 기세로 앞으로 나섰다.

에베스트로는 강력한 냉기를 제외하고도 다른 지역에 비해 다른 큰 특징이 하나있었는데, 재료를 처음부터 준비해두지 못하면 눈보라가 몰아쳐 공격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개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이 장소에 당도한 인물들은 주위에 포진해있는 적들에게 위치만 파악당하고 물러나야 되는 신세가 된다.

물론, 일행에게 그런 일이 닥칠 염려는 없었기는 이강호는 그저 익숙한 음성이 들릴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응?”

김주희가 대뜸 의문어린 탄성을 내질렀다.

이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루시아.

유세현이 모두를 대변하는 마음에서 이강호에게 물었다.

“야 강호야, 재료 안 없어지는데?”

“......”

까득-

이강호가 말없이 손톱을 물어뜯었다.

유세현은 그가 살짝 당황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기야 이강호가 이런 것에서 착각할 리가 없으니 분명 법칙이 변한 것이리라.

이윽고 마침내 이강호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뭐... 모든 게 바뀌었으니 이곳의 법칙이 바뀌었어도 전혀 이상하진 않지. 일단 계속 가보자 우리의 목적지는 그대로 일 수도 있으...”

그가 채 말을 끝내지 못했을 때였다.

-끼아아아아아!

바늘보다도 날카로운, 벤시의 비명보다도 소름끼치는 울림이 대지를 광활하게 메웠다.

동시에 비명의 근원지로 예상되는 에베스트로의 산등성이 너머에서 용솟음치는 어둠이 그들의 눈에 포착됐다.

일행은 본능적으로 전투준비를 했다.

혹시 행여나 함정 같은 무엇인가를 작동시킨 게 아닌가 해서였지만 그들은 곧 그 예상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흐흐흐흐흐!

-히히히히!

사방에서 흐느끼는 듯한 기괴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방금 전처럼 한 곳에서 들려오는 그런 소리가 아니었다.

이 지역, 아니 이 세계 그 자체가 웃고 있는 듯 전후좌우 발 밑, 머리 위 사방에서 울린다.

한 그룹이 단순히 에베스트로에 진입한 일 때문에 발생한 사건치고는 너무도 큰 스케일!

이건 말도 안 된다.

쿠구구궁!

게다가 이변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쩌적-

쩌저적-

무엇인가가 금이 가는 소리에 일행이 고개를 들어 소리의 근원지인 상공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확장되는 유세현의 동공.

“이, 이건...”

깨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에베스트로와 에베로스를 나눠주고 있던 경계가.

쨍그랑!

이윽고 유리가 산산조각 나듯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며 에베스트로의 한파가 에베로스를 덮쳤다.

유세현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파악된다. 다른 지역에 존재하고 있는 마력들이...’

지금까지는 경계 때문에 현재 속해있는 구역에서의 한에서만 마력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크라베스가 또 뭔 짓거릴 한건가?”

“추종자들이 했을지도 모르지.”

아무쪼록 지금 당장 일행에게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유세현이 소용돌이가 피어오르는 장소를 응시하며 말했다.

“강호야 저 장소 혹시...”

이강호가 떨떠름한 표정 그대로 답했다.

“그래, 봉우리에 가려져있어 확실하진 않지만 우리가 가려고 했던 곳일 가능성이 높다.”

* * *

에베스트로에는 주요장소가 몇 곳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중요한 장소는 두 곳이다.

하나는 놈들의 약점이 되는 소재를 얻을 수 있는 빙하의 던전.

또 한 곳은 일정시간 이 세계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천문대.

일행이 제일먼저 들르려 했던 장소는 당연히 이 천문대였다.

에베스트로는 훗날에서야 뜨는 주요 지역이었기에 현재로서는 타 종족이 그리 많이 분포해있지 않았다.

자연환경으로 인해 타 지역에 비해 수색이 힘든데다가 기껏 천문대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통신 효율이 좋지 않아 그 정보를 제대로 써먹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바뀌었지. 지금이 아니면 추후에는 타 종족과 부딪칠 확률이 커.”

이 세계를 오랫동안 헤맨 엘프와 델바람 등은 비교적 찾기 쉬운 천문대의 장소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퇴로가 막혔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한 번쯤은 이곳을 찾을 것이리라.

휘이이이잉!

지독한 한파가 몰아쳤지만 갖은 고난을 겪어온 일행에게 엄청난 장애는 되지 못했다.

이윽고 그들이 얼음결정으로 이루어진 숲을 빠져나가자 돔형의 건물로부터 삐져나와 하늘로 높이 솟구쳐 있는 거대한 천즉 만원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크기가 어찌나 큰지 김주희가 반사적으로 작은 탄성을 터트렸다.

“오오~”

“후우, 외관상으로 볼 때는 무사한 것 같군.”

“다행이네요. 행여나 파괴되었으면 어쩔까 많이 걱정했잖아요.”

“글쎄, 또 모르지... 어쩌면 내부에만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어.”

“것도 그러네. 가보자.”

일행은 보다 더 긴장한 채 건물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천문대의 내부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그들은 곧장 구석구석을 수색했지만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에 일행은 할 일을 하기위해 천문대의 가장최상층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천문대는 지금까지 이 유적에서 경험한 것과 달리 이질적이게도 최첨단 기계로 이루어져 있는 건물이었다.

진열장에는 각양각색의 천측용 장비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간간이 컴퓨터처럼 생긴 전자제품도 존재했다.

물론.

“함부로 만지지마, 나도 몇 개를 제외하고는 다룰 줄 모르니까.”

“그렇대 시아야. 들었지?”

“너보고 하는 말이야. 김주희.”

“에이! 저 그런 애 아니에욧!”

김주희의 입이 뾰루퉁 튀어나왔다. 유세현은 그런 그녀를 격려하듯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그러자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하는 김주희의 눈.

“선배님... 역시 선배님은 제가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거 이해해주실 줄 알았...”

“조심해 잘못 건들면 우리 다 죽을 수도 있어.”

“...선배님까지...”

김주희의 어깨가 축 처졌다.

유세현은 피식 웃으며 다시 한 마디 했다.

“농담이야.”

그 말에 김주희의 표정이 다시 되살아났다. 예전의 연기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아니 사실은 이것도 장난일줄 알고 하는 연기이리라.

아무쪼록 이강호의 장비 조작이 끝이 났다.

“어디부터 볼까?”

“일단은 암흑지대부터 보자.”

볼 장소를 지정하자 머리 위에 위치해있는 화면으로 영상이 나타난다.

영상의 시점은 마치 하늘에서 드론이 관측하는 형태였다.

제한시간은 5분.

굉장히 짧은 시간 내에 전부 살펴봐야했기에 이강호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암흑지대는 가히 초토화되어있었다.

망령이 휩쓸고 지나간 곳은 이전 그들이 있던 때와는 하늘과 땅차이었다.

약 30초간 둘러본 이강호가 중얼거렸다.

“이곳은 이제 거의 버려진 모양이군. 다음으로 간다.”

다음은 문라이트.

그곳도 상당히 많은 망령이 점령중이었다.

이종족들도 퇴각했는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이후로 이강호는 빠르게 화면을 움직이며 모든 것을 둘러봤다.

능숙하지 못한 유세현이었다면 절대 하지 못할 고도의 컨트롤이었다.

과연 과거 그는 몇 번이나 이 기기를 만졌을까?

엘프들과 델바람들의 움직임도 포착되었다.

상위종족 답게 역시나 예상처럼 이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있었다.

그것도...같이.

“사태가 끝날 때까지 완전히 손을 잡은 건가?”

“그럴지도. 그래도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다.”

그쪽은 대군이고 이쪽은 소수다. 당연히 순수 기동력에서 밀릴 리가 없었다.

그다음 살핀 쪽은 트루라이.

그곳에서는 천족과 마족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숫자가 꽤나 많고 건재한 것이 아직 전투를 치르지는 않은 모양.

이강호가 남은 시간 1분 30초를 이용해 마지막으로 크라베스가 향했을 파이렌드를 내려다봤다.

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이 알고 있는 던전으로 전환한 순간이었다.

화면에 어떠한 존재가 잡혔다.

외형은 조금 바뀌었지만 익히 잘 알고 있는 인물, 크라베스.

망령들의 위에 서있는 놈은 던전을 완전 파괴한 것처럼 보였다. 이강호는 이에 이상함을 느꼈다.

저곳은 놈들의 약점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이긴 하나, 파괴한다고 해서 완전히 제거 수 있는 던전이 아니었다. 즉 약점은 그대로 얻을 수 있다.

의문이 솟구친다.

‘왜지? 왜? 괴물을 먹고 성장하려는 건가? 아니... 그렇지 않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대리자들의 영혼을 포식 하는 편이 낫지. 분명 일전의 그 현상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강호는 놈을 집중적으로 살피며 남은 시간을 쓸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

무엇인가 깨달은 것 마냥 크라베스의 고개가 난데없이 하늘을 향해 휙 젖혀졌다.

초점 없이 바라보는 것이 아닌, 정확히 렌즈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

후우우웅!

순식간에 도약한 크라베스의 몸체가 순식간에 렌즈 앞으로 다가왔다.

놈이 광소를 퍼트리며 말했다.

[거기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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