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375화 (375/612)

-------------- 369/606 --------------

그러자 32명을 홀로 상대할 때조차도 평온하기 그지없던 놈의 신경에 변화가 일었다.

“...2층으로?”

“예!”

“...흠...”

그건 분명 당혹감이었다.

대화의 문맥상 이곳의 위치가 2층은 아닐게 분명한데.

과연 2층에 무엇이 있기에 이리 반응하는 것일까.

아니 지금은 그보다도...

‘선배님이 분명해!’

김주희는 확신했다.

놈들이 거론하고 있는 인물은 필히 유세현이다.

“으으으...”

안 그래도 전투의 여파로 경련하고 있는 김주희의 육신이 더욱 떨리기 시작했다.

뭐라도 해보려는 것이었지만, 의지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한계를 아늑히 넘어선 육체를 움직이는 것은 무리였다.

지금은 숨만 쉬고 있기도 벅차다.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놈이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보고 듣는 것 뿐.

생각에 잠겨있던 제사장이 중얼거렸다.

“흠... 단순한 우연인가... 아니면... 아니, 아니지. 우연으로라도 그곳은 결코 발견해낼 수 없다.”

“예?”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제9 제사장은 2층으로 올라갔나?”

“예! 먼저가 있겠다고 했습니다.”

“제8 제사장은?”

“제8 제사장은 아직 의식 준비가 끝나지 않았기에...”

“흠... 그럼 당장 움직일 수 있는 건 두 명 뿐인가... 알았다. 나도 바로 올라가 보도록 하지.”

“예! 저도 뒤를 따르겠습니다.”

부하가 고개를 푹 숙이고 답하자 제사장은 곧바로 몸을 돌려 현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다시 감옥에 갇히는 수감자들.

한 번 이 감옥내부의 병력이 당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방비가 좀 더 확실했다.

액체로 입도 막아버리고 벽에 몸을 단단히 고정시키기까지 했다.

다시 만난 셋의 눈이 교차한다.

자신의 앞날도 앞날이지만 그 눈동자 속에는 유세현을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게 담겨있었다.

과연 지금까지 계속 전투를 해왔을 유세현이 저 두 놈을 상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제8 제사장이 존재한다는 건 제8 제사장 그 이하의 번호도 전부 존재한다는 뜻인데...

‘선배...’

쾅!

문이 거칠게 닫히고, 장내에 침묵이 찾아왔다.

* * *

말도 안 될 정도의 막대한 양의 물량, 그리고 질적 향상.

놈들은 어딘가로부터 끝없이 등장해 둘을 막아섰다.

이강호와 헤어진 이후로 크라베스가 대충 일러준 약도를 생각하며 이동해야 했기에 놈들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 따윈 없었다.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고.

그 와중 루시펠은 예상처럼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만약 그녀가 나서서 따라와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체력이 고갈 됐을 것이다.

아무쪼록 어찌어찌 2층까지 도달하는 데는 성공.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젠장...역시 너무 넓어.’

1층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2층의 면적 또한 축구장 8개를 합쳐놓은 것 이상이다.

크라베스가 말하길 결계를 관리하고 있는 장치는 이곳 어딘가에 존재한다했다.

2층은 끝없이 변화하는 구조이기에 어딘지는 크라베스도 정확히 일러주지는 못했다.

단, 크라베스는 2층에 도달한다면 자신만이 판별해 낼 수 있는 방법으로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고 단언했었다.

유세현은 그것을 모르기에 하나하나 뒤져봐야 된다.

적은 몰려오고 시간은 촉박하고.

‘혹시 모르니까...’

콰과광!

유세현은 일단 가까운 곳부터 부숴나갔다.

허나 3개째 방을 부쉈을 때 이대로라면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섰다.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이런 말이 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

물론 지금 해당되는 말이 아니긴 하지만 유세현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자신은 너무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그럼 보일 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언제나 차분히, 냉정함을 유지한다.

그는 크라베스가 어떤 방법을 사용해 방을 찾아낼지 고민하다가 다시금 안력을 높였다.

무수히 많이 떠다니고 있는 기분 나쁜 입자. 이것은 약도와 더불어 유세현이 이곳을 찾아올 수 있게 해준 안내원이었다.

층계를 오르내릴 수 있는 나선계단부터는 완전히 입자량이 똑같아져 더 이상 이것으로는 판별할 수 없다 판단을 내렸지만...

스스스-

유세현이 쓱 손을 휘젓자 수많은 입자 속에서 희미한 무엇인가가 반짝였다.

유세현은 더욱 집중했다.

‘이건...’

익히 한번 본적 있는...그런 마력의 실.

그래, 이건 입자와는 전혀 다른 순수한 마력으로 바로 크라베스가 갇혀있던 감옥으로 이어져있던 실이다.

실을 재빨리 추적하자 한쪽은 계단과 반대편은 2층 내부로 이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달려드는 적을 베어낸 유세현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갔다.

상황은 여전히 최악이었지만 이걸 발견한 것은 그나마 호재였다.

동시에 유세현은 크라베스가 뭔 근거로 그렇게 호언장담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깨달았다.

‘놈은 이걸 발견해내는 법을 알고 있던 거로군.’

보통의 사람들은 이걸 발견해낼 수 없다.

왜냐하면 대기중에 떠있는 입자가 탐색스킬 및 마력탐지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냥 둥둥 떠 있는 마력을 느끼기도 힘든데 이 흐릿한 실을 어떻게 알아챌 수 있겠는가.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유세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자리를 박차며 말했다.

“루시펠씨!”

그저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루시펠은 의중을 전부 읽었다는 듯 힘차게 날갯짓을 하여 적을 떨쳐내고 그의 뒤로 잽싸게 따라붙었다.

곧게 뻗은 길을 쭉 나아가는 둘.

곧 사방에 위치해 있는 방문이 일제히 개방되며 적들이 쇄도해 들어온다.

“불타오르는 화염!”

쿠우우웅!

이글거리는 화염마법부터 시작하여.

“뢰풍!”

폭풍을 동반한 번개까지.

정면에 있는 놈들은 싸우고 있는 동료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광역스킬을 거침없이 시전하기까지 한다.

유세현은 입술을 살짝 곱씹었다.

부패의 어둠은 생명체나 장비에 큰 영향을 끼치기는 타입이기에 광역스킬을 막기에는 그다지 효율이 좋은 스킬이 아니었다.

스킬을 튕겨내는 천마반탄기도 몸 전체를 뒤덮는 광역공격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

때문에 이런 건 본디 피하거나 힘으로 받아치는 게 상식인데 회피가 불가능한 지금으로서 제일 좋은 대응은 천마광룡참보다도 천마혈사장이었다.

몸을 보호해줌과 동시에 적을 포함한 다른 방까지 싹 부숴버릴 수 있기 때문.

허나 천마혈사장은 손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한손이 없는 그로서는 한 번 검을 반드시 손에서 놓아야 되기 때문에 그로서는 별로 탐탁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가 루베르크의 검신을 입으로 물려한 찰나였다.

[아둔한 제자야.]

시간이 정지하듯 사물이 느려지며 별로 많이 듣지는 못했지만 꽤나 익숙하면서도 그리운...그런 음성이 한순간 뇌리 속을 울렸다.

그는 분명 귀걸이와 함께 사라졌을 텐데.

[그래서 너는 안 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만 사용하려고하면 어찌 네 것이 되겠느냐.]

“......”

유세현이 되물을 시간도 없이 짧은 울림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시간이 정상화된다.

유세현은 입으로 가져가려던 검을 다시 꽉 움켜쥐었다.

무인은 간혹 정말 우연하게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있다던데 이것이 그런 것일까?

현재 조금씩이나마 오르던 유세현의 무공 숙련도는 90.00%에서 완전히 정체된 상태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오르지 않고 있었다.

뭐가 문제인지 스스로 인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쉬이익-

검 끝으로 마력이 맺히기 시작한다.

그가 정면을 향해 검을 뻗었다.

[천마혈사장(天魔血死掌)]

콰아아앙!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전방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 * *

쾅!

피유웅-

숨겨져 있던 방의 제어기를 파괴하자 돌아가고 있던 모터가 멈추며 희미하게 이어지고 있던 마력의 실이 뚝 끊어지는 게 유세현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이것으로 결계는 약화 또는 파괴되었을 터.

이제는 구출해서 탈출하는 것만이 남았기에 유세현과 루시펠은 전속력으로 왔던 곳을 되돌아가 계단을 내려가려했다.

허나 그 순간.

슈웅!

콰앙!

급작스럽게 덮쳐오는 흑빛의 입자.

유세현은 이것이 지금까지의 적이 사용한 기술과는 다른 이질적이라는 걸 단번에 파악했다.

‘이건...’

유세현이 고개를 돌려 바라본 부서진 기둥위에는 두 명의 인물들이 서 있었다.

유세현은 올게 왔다고 생각했다.

‘두 명이라...’

이정도면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최악을 상정했었으니까.

유세현이 자세를 다잡기 무섭게 놈들 중 한 명이 입 열어 말했다.

“그 수많은 병력들을 뚫고 이곳을 파괴한 것만도 놀라운데 아직 싸울 수 있다는 건가? 실로 대단하군.”

“......”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왔나?”

유세현은 마찬가지로 굳이 답하진 않았으나 그 물음에 살짝 의문을 가졌다.

딱 봐도 그것이 목적 아닌가.

그런데 왜 굳이 묻는 것이란 말인가.

‘뭔가 달리 켕기는 게 있는 건가?’

유세현이 생각하기에 놈들은 무척 강했다.

특히나 이곳까지 오면서 마력재생을 사용해 버렸기에 이젠 남은 5% 정도의 마력으로만 승부를 봐야했다.

사실상 검술만으로 이겨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상대를 동요시켜 틈을 만들 수만 있다면...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다.’

유세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흐음 글쎄? 아니라면?”

“...?!”

파앗-

놈들이 어깨가 살짝 들썩인 그 순간을 틈타 유세현과 루시펠이 쇄도했다.

강자의 싸움에서는 1초, 찰나의 순간이 생사를 결정하기에 이정도만해도 둘은 큰 이득을 얻은 셈인 것이다.

“큭!”

게다가 놈들은 정말 무슨 연유에서인지 잠시나마 동요했다.

유세현은 그것이 내심 꺼림칙했지만 애써 뒤로했다.

지금 중요한건 놈들을 쓰러트리는 것!

5%의 마력을 남김없이 쏟아 붙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암흑투기를 전개하며 날아들자 놈들은 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대응을 그다지 잘하진 못했다.

아슬아슬하게 목을 스쳐지나가는 루베르크의 검신.

‘칫!’

채재재쟁!

유세현은 놈이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남은 2%로 천마군림보를 응용.

빠악!

“큭! 이놈이!”

내려찍기를 먹인 유세현이 무서운 속도로 낙하하며 검을 역수로 쥐었다.

이번엔 노리는 부위는 머리!

쾅!

허나 아쉽게도 그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어느새 잽싸게 거리를 벌린 놈의 육신에서는 입자가 형상화되어 피어오르고 있었다.

“네놈... 방금 했던 그 말... 무슨 뜻이지?”

이상하리만큼의 집착.

유세현은 정말 뭔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상대의 심기를 긁기 위해 비아냥됐다.

“글쎄? 내가 그 뜻을 설명 해줘야 될 이유는 없다고 보는데.”

“네놈...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

파앗!

놈이 유세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정권 찌르기.

그건 방금 전과의 움직임과는 차원이 남다른 빠르기였다.

쾅!

일격을 받은 검이 미친듯이 진동한다.

손이 저릿저릿 거릴 정도의 파워!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검을 놓치게 되는 수가 있다.

놈의 모습을 재차 살핀 유세현의 눈가가 한순간 씰룩였다.

‘저 입자 때문인가?’

아무쪼록 그것이 아니면 설명할 방도가 없다.

유세현은 잽싸게 몸을 뒤로 빼며 루시펠이 싸우고 있는 장소를 흘깃 흘겼다.

분명 스텟적으로는 그녀가 우위일터인데 이곳까지 쉬지 않고 오느라 지쳤는지 많이 느려져있어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그런 게 아니다. 놈이 강한 거다.’

제0 추종자(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