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191화 (191/612)

< 2존(1) >

-쿵!

유세현은 등을 타고 흐르는 충격에 눈을 번쩍 떴다.

과음을 한것 마냥 머리는 깨질 것 같았으며, 온몸은 난타를 당한듯 욱신거렸다.

‘으...여긴?’

짙게 내리 깔려 있는 붉은 안개.

[라이하운드에 입장하셨습니다.]

[라이하운드의 3가지 법칙이 적용됩니다.]

[제 1법칙.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개수가 3개로 제약 됩니다.]

[제 2법칙. 알 수 없음.]

[제 3법칙. 알 수 없음.]

대체 어디에 떨어진 것인지.

유세현은 일단 살아있다는 것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죽지만 않았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후우...몸 상태가 말이 아니군.’

그는 우선 스테이터스를 창을 꺼냈다.

이름: [유세현]

성별: [남]

나이: [26]

키: [181cm]

체중: [75kg]

<주요스텟>

힘: 80.1% [B Rank]

민첩: 79.3% [B Rank]

체력: 78.2% [B Rank]

내구력: 70.4% [B Rank]

어둠의 마력: 90% [D Rank]

<저항력>

물리저항: 71.8% [B Rank]

마력저항: 66.2% [B Rank]

<속성저항>

화: 87.2% [C Rank]

수: 56.8% [C Rank]

풍: 20.4% [C Rank]

독: 42.3% [C Rank]

어둠: 100% [SSS Rank]

<스킬>

프로즌 디퓨전 [매직 F Rank][숙련도: 100%]

암흑투기 [유니크 SSS Rank][숙련도: 89%]

언데드 레이즈 [유니크 A Rank][숙련도: 10%]

키메라 제조술 [레전더리 E Rank][숙련도: 69%]

마족화 [레전더리 D Rank][숙련도: 50%]

천마신공(天魔神功) [에픽 SSS Rank][평균 숙련도: 15%]

<특수특성>

마(魔)

샘솟지 않는 우물의 물을 억지로 퍼 올린 대가는 무척이나 컸다.

설마 마력이 D랭크까지 떨어지다니.

더 나아가 장비도 전부 파괴되었다.

압축 포켓도. 입고 있던 갑옷도. 모든 것이 전부 다.

그때 유세현의 시선이 안개 건너를 향했다

마력의 이동이 느껴진다.

수는 100명 정도로 꽤 많았지만, 결코 강하지는 않았다.

정말 낮은 수준.

‘D랭크?’

유세현은 지끈거리는 근육을 풀었다.

루베르크가 없다지만 이 정도는 주먹, 아니 손가락으로도 충분하다.

-스스슥.

풀숲을 헤치고 다가오는 그들의 기척이 이제는 귀로도 똑똑히 들렸다.

“이쪽으로 떨어진 거 확실해?”

“아! 맞다니까! 분명히 뭔가 떨어졌어! 놈들 오기 전에 빨리 찾기나 해!”

“씨벌. 하필이면 떨어져도 블러드 스모크에 떨어지냐.”

하급 마수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제대로 된 언어를 구사하는 자들이었다.

‘다른 종족 인가?’

그림자가 다가온다.

인간형이었다.

아니, 인간형이 아니다.

인간 그 자체.

‘뭐지? 그럼 이곳은 아르카드 제국의 외곽인가? 내가 가본 적이 없는 곳이 동쪽뿐인데...’

페토린안 지역의 지형조종 스킬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무척 혼란스러웠다.

‘일단은 접촉해볼까.’

낯선 곳에서의 정보는 무척 중요하다.

물론, 놈들이 뻘짓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한다.

유세현이 막 풀숲에서 나가려던 때.

-투다다다.

반대편에서 이어진 거친 발소리가 고요한 숲을 울렸다.

“제, 젠장! 놈들이다! 모두 튀어!”

사람들은 잔뜩 사색이 되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질주 하던 한 명이 멈춰 있던 유세현의 몸을 덮쳤다.

-쿵!

“으악!”

물론, 일방적으로 튕겨져 나간 건 남성의 몸.

영문을 물어보기도 전 그의 입에서 걸쭉한 욕이 터져 나왔다.

“이런 씨발! 너 뭐야? 왜 거기 멀뚱멀뚱 서 있어?”

“......”

“옘엠병! 얼타는 거 봐라? 너 어느 조 소속...아니, 씨바 너 똑똑히 얼굴 기억했다. 나중에 뒤질 줄 알아라!”

어찌나 다급한지 남성은 유세현이 알몸인 것을 못 본 눈치였다.

순식간에 쌩하며 사라진 남성.

유세현은 새롭게 등장한 놈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일단 위치를 고수했다.

“취익, 이곳에 떨어진 게 확실한 것이냐?”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빨리 뒤져라!”

“도망친 인간 놈들은 어떻게 합니까?”

“크크크, 그냥 내비둬라! 특전대가 알아서 할 거다!”

사람의 육체의 족히 2배는 커다란 몸.

그리고 돼지머리를 본 딴 듯한 얼굴.

이강호에게 듣기로 아르카드 제국 근처에는 존재하지 않는 종족이었다.

‘역시...여기는 페토리안이 아닌 건가.’

-뚜둑.

유세현은 좌우로 목 관절을 풀었다.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었다.

아직 알아내지 못한 2개의 법칙.

그것이 언제 숨통을 죄여올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니깐 일단은...’

유세현은 타겟을 물색했다.

검을 주 무기로 사용하면서도. 최대한 호리호리 해 보이는 놈으로.

-샤사삭!

맹수가 사냥감을 사냥하듯. 지면에 낮게 자세를 잡은 유세현의 몸이 순식간에 놈을 향해 질주했다.

미처 반응 할 틈도 없을 정도의 빠르기.

똑같은 발성기관인 입을 틀어막은 유세현이 허벅지만큼 굵은 목을 나무젓가락 부서트리듯 꺾어버렸다.

‘깔끔하군.’

이러면 피 냄새가 나지 않아 알베타스처럼 하나로 이어져있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알 수 없다.

유세현은 놈이 입고 있던 것을 모조리 벗겨냈다.

판금으로 된 갑옷은 도저히 입을 것이 못됐으나, 레더아머 정도는 헐렁하게나마 걸칠 수 있었다.

졸개라 그런지 장비의 등급은 매직 D급 정도로 무척 낮은 수준이었다.

‘후우...어디까지 도망쳤으려나.’

그의 신형이 빠르게 안개를 갈랐다.

* * *

사람들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동굴 속에 숨어 있었다.

잘 보이지 않은 장소에 위치해 있는 것을 보니 그들만의 은신처임이 분명하다.

유세현이 접근하자 사람들이 일제히 검을 빼들었다.

“누, 누구냐!”

긴장감이 잔뜩 서려있는 눈동자.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유세현에게 다가와 멱살을 꽉 움켜잡았다.

“야 이 새끼야...추격당하면 어쩌려고 지금에서야 나타나는 거야?”

아까 부딪친 남자였다.

그가 내부를 바라보며 낮은 어조로 말했다.

“이 새끼 조장 누구냐?”

“......”

당연한 말이지만 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남자의 인상이 더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나 지금 장난 할 기분 아니야. 빨리 나와.”

그럼에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서로를 번갈아봤다.

“네 조원 아니냐?”

“미쳤냐. 저런 놈을 조원으로 두게? 너 아니냐 최진철?”

“아닌데?”

“......”

상황이 묘하게 돌아간다.

남자의 동공이 점점 확장 되어갔다.

-치잉!

검이 유세현의 목으로 향했다.

“너 이 새끼. 뭐하는 놈이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은 모양이었다.

유세현은 일단 할 수 있는 답변 중 가장 정석적인 답변을 꺼냈다.

“생존자입니다. 이곳에 떨어진지 얼마 안 됐습니다.”

“뭐? 이곳에 떨어진지 얼마 안 됐다고? 설마 지금 존(Zone)을 이동해 왔다는 거냐??”

‘존을 이동해??’

유세현은 아리송했다. 판도라면 판도라고, 구름섬이면 구름섬이지 존이라니?

잠시 상념에 잠겨있자 남성의 검이 더더욱 다가왔다.

살벌하게 노려보는 남성의 눈에는 의구심이 잔뜩 담겨져 있었다.

“네놈...내 말에 정확히 답해라. 안 그러면 당장 베어 버릴 거다.”

“예, 알겠습니다. 물어보세요.”

유세현은 신중을 기하는 타입이었으므로 일단 무작정 강압적으로 나가지 않았다.

대화로 풀 수만 있다면 대화가 최고다.

“네가 이곳에 온지 정확히 얼마의 시간이 흘렀지? 정확하게 말이다.”

“흠...정확히 라면 이곳에 온지 1시간도 안 됐습니다만.”

“...뭐?”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결코 좋은 이유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 말은 처음부터 블러드 스모크에 떨어졌다는 거냐?”

“그 안개가 있던 곳을 지칭하는 거라면 그렇습니다만.”

“......”

그 순간 남성의 쥐고 있던 검이 움직였다.

무척 가까운 거리였으나 유세현은 그보다 몇 배는 빨랐다.

남성의 눈이 당황으로 물든다.

“지, 지금 이, 이걸 피했다고?”

-치잉.

깜짝 놀라 무기를 치켜세우고 일어나는 수많은 이들.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인가.

하기야 어쩌면 폭력이야말로 제일 빠른 수단일 수도 있었다.

유세현이 막 움직이려는 순간.

-파앗.

등 뒤로 밝은 빛이 들어와 적적한 어둠을 밝혔다.

유세현이 뒤돌아본 그곳에는 아까 본 이종족이 서 있었다.

남성이 치를 떨었다.

“크...오크라니...네놈! 역시 배신자였군! 전원! 돌파준비!!”

중얼거리는 소리만 들어봐도 뭔가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팍 든다.

“취취취! 인간! 이곳을 우리가 언제까지고 계속 못 찾아 낼 줄 알았나? 전부 처리해라!”

오크 전사 5명이 최전방에 위치해 있던 유세현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전후좌우. 제법 좁은 장소였지만 그간 많이 호흡을 맞췄는지 동작이 꽤나 익숙했다.

물론 그래봤자.

-챙!

단 한 번,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전사 5명의 팔이 튕겨져 나간다.

-서걱!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목.

오크 그리고 인간.

두 세력 모두의 입이 딱 벌어졌다.

“뭐, 뭐냐 저 놈은...”

그나마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인간 측이었다.

“도, 돌파해라! 남자는 공격하지 마라!”

“하아아압!”

챙! 챙!

얽히고설킨 채 서로를 베는 난전이 이어진다.

피가 흩뿌려지고, 떨어져나간 살점이 땅을 뒤덮는다.

오크들의 수는 200마리 정도로 인간 측 보다 2배는 많았다.

본래라면 질적으로도, 수적으로도 완벽하게 밀려 전멸이 불가피한 상황.

허나, 지금 그 형세는 단 한 명에 의해서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차좌좍.

주위를 쓸어버리는 압도적인 무력.

그 어떤 스킬도 사용하고 있지 않았지만, 그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지는 길.

그렇게 수 분.

“허억...허억...”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생존자 주위에는 오크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홀로 남은 오크지휘관이 뒷걸음질 쳤다.

“취, 취익. 어, 어떻게 이런 괴물이 인간에게도...”

-서걱.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베어 버리자, 한때 폭언을 남발했던 남성이 잽싸게 다가와 90°로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 죄송합니다!”

“......”

“그, 그게 블러드 스모크에 노출 됐는데 아무 조치도 없이 살아남는 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라서...”

술술 털어 놓는다.

유세현은 뭐라 한마디 할까 하다가 말을 삼켰다.

지금 필요한건 일행에게 돌아가기 위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

“이제 의심이 풀렸다면 이곳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이나 해주시죠. 그러면 제 화가 조금은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 * *

제 2존 1-1.

이것이 3가지의 법칙이 지배하는 이 섬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조금씩 가라앉는 섬.

이곳에 오는 모든 이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기 전에 관문을 뚫고 섬에서 탈출해야만 한다.

어찌 보면 튜토리얼과 굉장히 유사한 시스템.

허나, 다른 점은 분명히 존재했다.

제물을 바친 인원 수 만큼 타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비등비등 했다고 한다.

허나, 한 달 전쯤 일어난 대변동 이후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하늘에서 갑작스레 쏟아진 코인.

오크 진형으로 쏟아진 그 코인은 그들에게 어마어마한 힘을 주었고, 인간은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상 최악의 검까지.

그들은 순식간에 2존의 지배자가 되었다.

덕분에 목숨을 담보로 그들 편에 붙어 같은 사람을 팔아버리는 인간도 있었다.

때문에 이들은 유세현을 첩자라 의심한 것이다.

< 2존(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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