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180화 (180/612)

< 입교(2) >

“......”

그 순간 양무원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입교를 하겠다니!

정파와 어울리고 있다기에 미처 생각지 아니하고 넘어갔던 부분이었다.

스스로를 정도(正道)라 자부하는 정파의 인간측이, 마교에 입교 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장사월이 눈을 번뜩 빛냈다.

“그래서 놈은? 계속 싸우고 있는 건가?”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일단은 알았다. 부대주.”

“존!”

“팔을 거두는 건 나중으로 하겠다.”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 한발자국 물러나는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 과거 천마를 몰아냈듯이 협공을 펼쳐야 될 수도 있으므로.

양무원이 고개를 숙이자, 장사월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벅저벅.

문을 향해 움직이는 발걸음.

어딜 가겠다 말한 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기 있는 모두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천마의 제자를 보러간다는 것을.

“호오, 그 말로만 듣던 천마...의 제자인가.”

셀론이 이전과 달리 살짝 흥미진진한 표정이 되어 장사월의 뒤를 따랐다.

* * *

마교, 힘의 순리를 최고로 여기는 집단의 내부는 현재 발칵 뒤집어지고 있었다.

자신을 스스로 천마의 제자라고 자칭하는 한 남자에 의해서!

“크으...강하다.”

유세현의 검격을 이겨내지 못한 남성이 무릎을 털썩 꿇었다. 그 뒤로는 수십이 넘는 인원들이 쓰러져 있었다.

죽은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부상.

“또, 실력이 궁금한 사람이 있나? 들어와 봐라 상대해줄 테니.”

유세현이 손을 까딱였다.

자존심을 자극하는 도발이었다.

허나, 교인들은 처음과 달리 좀처럼 다가서지 못했다.

지금까지 상대한 자들이 단 3합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탓!

“어, 엄청난 고수다.”

단일 최고의 세력인 만큼, 그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

교에서는 낮은 순위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화산파, 청성파 등 9파에 속하는 일반적인 제자들이나 세가의 어설픈 인원들은 간단히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한순간에 당했다.

천마의 제자가 맞건 아니건, 엄청난 강자가 아니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행보!

교인들이 서서히 물러서며 길이 만들어진다.

“하! 나약한 놈들.”

유세현은 거만하게 말하며 그 길을 당당히 걸었다.

천마가 간단히 설명해준 마교의 특성. 그리고 개방이 자리 잡고 있던 최후의 도시 주량성에서서 얻은 정보로 종합해 보건데, 교인들을 다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예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짓누를 수 있는 실력과 상대를 살짝 깔보는 듯한 자신감 있는 태도.

아니나 다를까.

처음에는 그저 우습게만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이제는 살짝 경외감을 담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들려오는 웅성거림.

“정말로 마존님의 제자인가? 야, 경위. 저놈이 무공 쓰는 거 봤냐?”

“야, 이 새끼야. 봤겠냐? 무공이고 자시고 칼질 세 번 만에 픽픽 쓰러지는 거 못 봤어?”

“흠...우리로는 상대가 안 되니...”

무수히 많은 교인들이 자연스레 유세현의 뒤를 따랐다.

뒤를 노리거나 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어차피 상대도 안 될 뿐더러, 눈 앞에 사내가 천마의 제자라면 그는 이미 당당한 교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

교인들은 단지 궁금했다.

과연 이놈이 얼마나 강한 힘을 지니고 있을지.

그리고 그 마음을 헤아리고 있던 유세현은 그들이 뒤 따라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되려 더 많은 인원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목격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실력을 인정받으면 받을수록 교주가 함부로 허튼 수작을 부릴 수 없을 테니까.

물론 그는 행여나 있을 뒤치기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나아가자 한 남성이 그를 막아섰다.

여태까지의 인원에 비해 무척 잘 갈무리 되어있는 마력.

“네놈, 정말로 전대 마존님의 제자냐?”

“그렇다.”

“...믿을 수 없구나.”

“하지만 사실이지.”

유세현이 퉁명스레 말하자 남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렇다면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군. 네게 서열전을 신청한다.”

“서열전?”

유세현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자, 무사가 눈을 부릅떴다.

“설마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그렇다.”

“허...”

무사가 혀를 찼다.

전대 마존의 제자라면서 기본적인 것조차 모르다니.

허나, 유세현은 무척 당당했다.

“네가 무슨 생각하고 있던 난 전대 마존의 제자가 맞다. 그러니 일단은 서열전이고 나발이고 우선은 입교를 하고 싶은데?”

그 말에 무사가 자신의 턱을 어루만졌다.

이윽고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말.

“좋다. 그렇다면 나 서열 108위 쌍귀목(雙鬼目) 태형신이 이 자리에서 네놈이 입교하는 것을 허락해 주겠다.”

“...네가 그럴 자격이 있는 거냐?”

“큭, 가소로운 질문이군.”

무사의 행동에 유세현이 주위를 살폈다.

그 누구도 꼬투리를 잡지 않는다.

하기야 생각해보자면 수천 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에서 교주가 일일이 인원을 관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서열 108위 정도라면 분명 입교 권한은 가지고 있겠지.

“그럼 지금부터 나는 교인이라고 봐도 되는 건가?”

“그렇다. 허나, 내가 허락한 이유는 네놈이 전대 마존님의 제자라 들먹였기 때문이다. 만약 이 말이 거짓이라면...”

당장 잡아먹기라도 하듯이 태형신의 눈이 번뜩였다.

허나, 이는 유세현으로서도 바라는 바.

그는 피식 웃었다.

“걱정하지마라. 그보다 서열전이란거 여기서 할 건가? 난 딱히 상관없다만...”

손이 검 손잡이로 향하자 태형신이 재빨리 만류했다.

“아니, 다 부술 일 있나? 따라와라.”

유세현은 뒤돌아서 나아가는 태형신을 묵묵히 뒤따랐다. 지켜보고 있던 교인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들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발생한 큰 이슈거리인 것이다.

“크크크, 쌍귀목님과 대뜸 서열전이라...일이 재미있는데? 누가 이길 것 같냐?”

“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저놈이 쓰러트린 건 고작 해봐야 2000위에도 들지 못한 놈들이야. 당연히 쌍귀목님 아니시겠냐?”

남성이 당차게 답하자 뒤에서 여성 한 명이 불쑥 끼어들었다.

“킥! 네가 저놈들 깔 처지가 돼? 너 저놈들이랑 서열 비슷하지 않냐?”

“뭐, 이년아? 말 다했냐? 난 서열 1870위나 된다고. 이게 하늘과 땅차이라는 것을...”

“아, 알았어! 알았어! 너 참 대단하다.”

여성이 빈정거리자 이번에는 최초로 질문한 사내가 혀를 찼다.

“쯧쯧. 재향아 무식한 티 좀 그만 내라. 저놈들을 까는 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겪인 거 모르냐?”

“뭐? 지금 내가 저놈들이랑 같다는 거야? 내 서열이 몇 순위 인 줄 알고 그딴 말을 지껄여? 나는 1856위로...”

오십보백보 혹은 도토리 키 재기.

“에이 썅! 너희들하고 뭘 말하겠냐! 그냥 닥치고 구경이나 하자! 까짓 것 누가 이기는지는 직접 보면 되는 거지!”

“낄낄, 그렇지? 빨리 가자 좋은 자리 다 먹히기 전에!”

“그랴.”

대화가 삼천포로 빠져가던 세 명의 교인들이 발걸음을 빨리했다.

* * *

마교에서도 알아주는 서열 108위의 쌍귀목과 천마의 제자라 자칭하는 유세현의 대결.

교인들은 신예처럼 등장한 새내기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단지 새내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천마의 제자라는 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한동안 유지되던 서열의 구도를 완전히 바꿔버릴 만큼의 파급이 있기 때문.

그러한 이유로 서열전이 벌어지는 장소에는 평소에 얼굴도 잘 비치지 않던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깡그리 몰려들었다.

어떤 이는 권력을 이용해 관람하기 좋은 자리를 뺏기까지 하는 모습.

유세현은 주위를 훑었다.

웅성거리고 있을 뿐인데 사람의 수가 어찌나 많은지 산골짜기에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퍼포먼스를 하기에는 정말 적절한 관중의 수.

‘부마존이라는 놈과 장사월도 어딘가에서 보고 있으려나?’

봐도 상관없고 안 봐도 상관없다.

이 대결로 인해, 이전처럼 적이라 치부하고 대놓고 물량공세를 퍼부을 수는 없을 테니까.

교주도 대면하지 않고, 교인들에게 이렇게나 빨리 힘을 과시할 수 있는 건 그로서 무척 좋은 일이었다.

유세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

“시작할까?”

“좋지.”

-치잉!

유세현과 태형신이 검을 빼들자 시끄럽던 주위가 한순간에 고요해졌다.

서열전.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결형식의 대련.

과거 천마가 교주의 자리에 앉아 있었을 때는 스킬획득을 위한 살생을 금지시킨 바가 있었다.

허나, 장사월이 교주에 앉은 지금은 룰이 롤백 되어 초기로 되돌아간 상태.

즉, 그 말은.

“전력을 다해봐라. 안 그러면 넌 이곳에서 내손에 죽는다.”

-쉬이익!

폭풍이 몰아친다.

고수들이 보기에도 숨이 턱 막힐 듯 정말 매섭고 날카로운 공격이었지만.

-챙! 챙! 챙!

유세현은 그것을 전부 쳐내거나 회피해 나간다.

관중들이 숨죽인 채 그런 움직임을 하나씩 살펴나갔다.

머리는 단순하지만 무(懋)에 관해서 만큼은 천재성을 보이는 이들.

“흠...검법을 따로 배운 것은 아닌 것 같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꽤 합리적인 움직임이야.”

“그렇다고 해서, 전대 마존님의 제자처럼은 안 보이는데.”

“...일단은 더 지켜보자.”

-챙! 챙!

합이 계속 이어진다.

태형신은 신묘한 발놀림과 검술로 틈을 주지 않고 거칠게 몰아치는 반면, 유세현은 계속 방어만 할 뿐이었다.

태형신이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상황이 오자, 막상막하의 대결을 예상한 채 잔뜩 들떠있던 관중들의 표정이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한다.

“에이 이게 뭐야? 쌍귀목님이 그냥 무난히 이기겠는데?”

“그러게나 말이다. 하긴 갑자기 자취를 감춘 전대 마존님의 제자라니 좀 말이 안 되긴 했어. 그분께서 제자 같은 걸 키울 리가 없잖아?”

“어? 것도 그렇네. 에이~이거 시간만 버린 것 같은...”

대화를 나누던 교인의 말이 갑자기 뚝 끊겼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밀리고 있던 천마의 제자라는 놈이 태형신을 다섯 보 물러나게 만든 탓이었다.

“뭐, 뭐야? 지금 무슨 일이...”

“몰라! 말하느라고 한순간 놓쳤어.”

이에 태형신도 얼떨떨해하는 표정이었다.

유세현이 한숨을 내쉬면서 툭 말했다.

“지루하네. 이게 네가 보여줄 수 있는 전부냐?”

한없이 고요했고, 청각도 좋았기에 이 말은 모든 이의 귓속에 들렸다.

그 순간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압도당하던 유세현이다.

그런데 지루하다니?

“가까스로 쳐내고 놈이 뭐라는 거야? 실력으론 안 되니까. 이제는 허세인가?”

“그렇겠지, 뭐.”

낮은 순위의 사람들은 마냥, 운이라 치부했지만, 태형신을 포함한 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저놈...마냥 허세는 아니다. 방금 그거 봤냐?”

“어, 봤다...저놈 검면을 이용해서 순간적으로 흘린 뒤 검격을 이용해 밀쳐냈어.”

연습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긴 했다.

문제는 이것이 고수들의 대결이라는 것.

그가 진짜로 지금까지 밀린 것이라면 이런 방어술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남궁제와 대련한 후 그가 보여준 것에 대해 몇 번이고 생각하며 복습한 결과물.

태형신의 미간이 좁혀진다.

“...제대로 가주마.”

“그래 와라.”

손가락을 까딱이자 태형신이 왼발을 앞으로 빼며 자세를 바꿨다.

쌍귀목과 한판 붙은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검술.

[귀화십이검(鬼火十二劍)]

그리고 그와 연계되는 무공.

[귀목정연신공(鬼目鋌燃神功)]

-우우웅!

화기를 머금은 검이 유세현을 향해 쇄도한다. 유세현은 차분히 검을 들어 올려 방어하자 고수들이 혀를 찼다.

“허, 저걸 그냥 막겠다는 건가?”

귀화십이검은 연계 검술이다.

그 검술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일단 시작되면, 쌍귀목보다 높은 순위를 가지고 있는 고수도 방어하기 힘들다.

흡사 귀신의 눈을 마주하는 것 같다하여 쌍귀목이라는 별칭을 얻게 해준 비기.

웬만큼 실력 차가 나지 않는 이상에야 파해법은 경신술을 운용하며 장력을 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무식하게 저것을 정면에서 받다니.

“여기서 허무하게 결착이 나버릴 수도 있겠군.”

허나, 유세현은 고수들의 생각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슈우욱! 챙!

유세현의 일격에 태형신의 팔이 붕 뜬다.

태형신을 포함한 교인들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허나, 놀라움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파바밧.

유세현이 대뜸 상공을 향해 도약했다. 달려가도 되는 것을 고려하자면 상당히 불합리한, 아니 되려 역습을 허용할 수 있는 공격 방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태형신이 눈을 번뜩 빛냈다.

“네놈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그러니 나를 원망 마라! 귀풍월광(鬼風鉞狂)!”

화기를 두른 바람이 흡사 도끼의 형상이 되어 유세현을 향해 날아간다.

대기를 울리는 진동.

뒤에 있던 관중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 미친! 저 절기를 사용하다니!”

“피, 피해!”

-쉬이익!

경신술이라도 허공을 딛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사실상 회피할 수 없다는 뜻!

“끝났군.”

하지만 그 순간 유세현이 발을 내딛었다.

너무도 허무하게 빗겨나가는 절기.

사람들은 이 순간 입이 안 벌어질 수가 없었다.

저 무공은!

“천,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비슷한 마법으로 플라이가 있지만. 허공을 밟아 그 힘만큼 가속할 수 있다는 점과 관성의 법칙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있었다.

명실상부, 천하제일인인 천마밖에 지니지 못했던 절세신법.

몸을 회전시켜 머리와 다리의 위치를 뒤바꾼 유세현이 한 번 더 허공을 박찼다.

빠르게 낙하하는 육신.

-쿵!

작은 흙먼지가 일었다.

그리고 그 흙먼지가 가라앉았을 때에는 유세현의 루베르크가 태형신의 목 끝에 닿아있었다.

“우와아아아!”

큰 함성이 울려 퍼졌다.

< 입교(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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