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57화 (57/612)

아키몬드(1)

리빙데드(living Dead)

죽은 자를 소생시켜 장기 말로 이용하는 중급 흑마법.

이 흑마법에 의해 되살아난 생명체는 전해 받은 어둠의 마력을 전부 소비할 때까지 시전자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게 되는데, 언데드 레이즈(Undead Raise)같은 기초 흑마법과는 조금 남 다른 큰 특징이 있었다.

명령을 직접적으로 받기 전까지는 살이 썩어 들어가지도 않고,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다는 것.

그렇기에 병동에 들어와 아키몬드에게 명령을 받고 죽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회성도 무척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거부할 수 없는 힘과 죽었다는 자괴감.

동시에 조금씩 사라져가는 이성.

시간이 지날수록 남는 것은 이한별의 대한 끝없는 증오뿐이었다.

그는 결국 자의든 타의든 아키몬드의 완전한 수족이 되어 움직였다.

아이템으로 생존자들을 유인하고, 결국에는 최종 명령이었던 문까지 여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 결과, 어둠에 삼켜진 생존자들은 영안실 초입 부분으로 끌려 들어와 있었다.

“크으...도대체 무슨 일이...”

하나, 둘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한 생존자들의 바로 앞에 쓰러져있는 한 여성이 눈에 띠었다.

팔, 가슴, 복부, 허벅지, 얼굴 등 전신이 무엇인가에 물어 뜯겨 어디하나 성한 곳이 없는 여자.

이한별은 그야 말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하, 한별씨!”

“제, 젠장 심각해.”

“대체 누가...아니, 그보다 어떤 미친놈이 문을...”

그녀의 주위에는 떨어져 나간 살점과 함께 신원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겨져 나간 송장 하나가 더 굴러다니고 있었다.

김우성은 이것이 이한별이 지니고 있는 스킬, 파멸의 울음소리의 능력인 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제기랄! 이자식인가?”

퍽!

분노에 가득 찬 그의 발길질이 시체를 향했다. 시체는 단번에 바스라져 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사이 유한동은 재빨리 탐지 능력을 사용해 적을 감지했다.

내부 깊숙한 곳에 위치한 적의 수는 단 하나.

보스임이 틀림없었다.

타다닥!

유한동은 재빨리 후방에 위치한 문으로 뛰어갔다.

이미 접근한 김길태와 장원석이 퇴로를 살피고 있었다.

“젠장! 막혔어!”

출구는 반투명한 장막이 거대한 벽이 되어 가로막고 있었다.

밖은 보이지만 나갈 수 업는 것이, 그야말로 그림의 떡.

“씨발! 씨바아알!”

다혈질 김우성의 커다란 아우성이 공간에 메아리 쳤다.

곧바로 장원석이 그를 노려봤다.

“조용히 하시죠. 적진입니다.”

“......”

잔뜩 민감해진 둘의 시선이 교차하며 보이지 않는 스파크가 튀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대화를 한 적은 없었지만, 김우성은 그를 이태광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허접으로 보고 있었고, 반대로 장원석은 그를 이한별이 없으면 제어가 안 되는 어설픈 망나니로 판단하고 있었다.

지금은 4개의 그룹의 힘을 하나도 합쳐도 모자랄 망정인데.

한숨을 내쉰 김길태가 재빨리 중재를 나섰다.

“의미 없는 자존심 싸움은 여기까지 하죠. 보스가 나타나기라도 하는 날에는 끝장입니다. 원석아 너도 그만해라.”

“......”

심각한 상황임을 아는 만큼 둘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봤다.

김길태가 몸을 획 돌린 김우성을 향해 물었다.

“아! 혹시 누가 문을 열어냈는지 알아 내셨습니까?”

“예?”

“저희 팀에서 없어진 사람은 없었습니다. 문을 연건 그쪽 팀원이라는 거죠.”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예. 한번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여유롭다면 몰라도, 이 위급한 상황에 미치지 않고서야 배신할 사람은 없다.

김길태의 뇌리 속에 이전 이태광에게 전해들은 말이 떠올랐다. ‘단순히 감’이라고 답변을 들은 이후 진득하게 따지자 추가로 답해 준 말이었다.

[세현 동생이 말하는데 우리가 구출한 애들 있잖아? 적일 수도 있단다.]

[예? 단순한 감이랍니까 아니면 스킬로 알아낸 것이랍니까?]

[스킬.]

[설마, 그래서 애들을 따로?]

[응. 그런데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라고만 해서.]

거기까지 생각한 김길태는 곧장 장원석을 불러 세웠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원석아.”

“예, 형님.”

“만약 저들의 팀원 중, 이곳 문을 연 사람이 감옥에 있던 사람들이라면 내가 지금 다루고 있는 애들은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닌 줄로 알아라.”

“예? 형님 그게 도대체 무슨 말...”

“너무 길어서 설명해줄 시간이 없어...아무튼 그렇게만 알아라. 알겠냐?”

“...예.”

김길태는 예전부터 그들의 머리.

장원석은 A팀이 적이라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사이 인원파악을 끝낸 유한동이 뛰어오고 있었다.

“길태씨 누군지 알아냈습니다. 저희 팀이 맞았습니다.”

“누구죠?”

“한별씨 팀에 있던 자였습니다. 이름은 이회성이라고...”

“혹시, 그 사람 감옥에서 구출했었습니까?”

김길태가 말을 자르며 물었다.

장원석이 모든 청각을 집중했다.

“예. 이전 구한 사람 입...헉!”

고개를 끄덕이던 유한동의 낯빛이 새파랗게 질렸다

전방을 향해 고개를 돌린 그는 하던 말을 끊고 주위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보, 보스가 접근한다! 전부 전투준비!”

“뭐? 제기랄!”

검을 치켜든 김우성과 생존자들이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사주경계를 취했다.

김길태가 장원석의 어깨를 툭쳤다.

“내말 제대로 이해했기 바란다!”

“...예.”

김길태는 이내 팀으로 돌아갔다.

솨아아

그리고 그 순간 깜깜한 내부보다도 더 짙은 연기가 전방에서 스멀스멀 몰려왔다.

연기 속에는 로브를 둘러쓰고 마법서를 손에 쥔 해골이 있었다.

아키몬드가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광소를 내뱉었다.

“크하하하! 내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듯한 음색.

아키몬드가 내뿜는 목소리는 그야말로 서늘하기 그지없었지만, 행색을 보고 특징을 파악한 각 조의 조장들은 되려 검을 치켜드는 쪽을 택했다.

“적은 마법사다! 단번에 죽여라!”

“시간을 주지마라!”

마수를 상대할 때는 순수한 물리적 능력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었지만, 마법사는 육체가 약한 만큼 단번에 몰려들어 부순다면 되려 마수보다도 쉽게 처치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흐아압!”

의미를 파악한 생존자들은 함성과 함께 아키몬드를 향해 일제히 돌격했다.

아키몬드가 여전히 킥킥 웃으며 뼈로 된 팔을 들어올렸다.

허공에 커다란 마법진이 생기며 수십 개의 불화살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낸다.

생존자들의 입에서 헛바람이 튀어나왔다.

지금까지 그들이 본 마법사형 몬스터들은 마법을 사용하는데 전부 시간이 필요했었다.

“무슨! 그냥 뚫어!”

“크아아아! 뒈져라아아!”

슈슈슉!

아키몬드가 들었던 팔을 내리자 불화살이 일제히 생존자들을 덮쳤다. 생존자들은 그간 강해진 만큼 자신의 무기로 불화살을 베어나갔다.

“어딜!”

서걱!

코인 덕에 화염저항력 또한 강해진 만큼 그들은 지지 않는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존자가 전부 불화살을 쳐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푹!

“끄아아악!”

재수 없게 화살이 팔에 박히며, 적중당한 부위로부터 발화가 시작되었다.

생존자는 땅에 몸을 비비는 등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불길은 약해지긴 커녕 더욱 거세져 전신을 좀먹었다.

아키몬드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의 이빨은 더욱 빠르게 부딪치고 있었다.

“크하하하! 그래 이거야 이거지!”

눈앞에서 직접 죽이는 것은, 역시 수정구슬로 보는 것과는 쾌감이 차원이 다르다.

그 이유로 그는 심어놓은 폭탄도 터트리지 않고 있었다.

명령만 직접 내리지 않는다면, 의식하지 못하는 만큼 그들은 일반생존자와도 다름이 없었으니까.

“자! 다 덤벼라! 나를 더 즐겁게 해라!”

치이이익! 촤좌작!

“크아아악!”

이번에는 여러 갈래로 나 번개가 주위를 휩쓸었다. 죽지는 않을 정도지만, 생존자들은 전신이 마비되어 잠시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아키몬드는 그렇게 멈춰있는 생존자들을 향해 재차 불화살을 날렸다.

치이익!

“으아악 사, 살려줘!”

타오르는 불꽃 함께 고통의 찬 목소리도 열기를 더해간다.

이곳은 그야말로 아키몬드에게 있어서 연회장과도 같았다. 그는 마구 마구 마법을 난사했다.

콰과광!

“젠장! 이렇게 되면 퍼져서 접근한다!”

정면승부는 승산이 없다는 걸 판단한 김길태가 외쳤다.

그러자 생존자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순식간에 아키몬드를 둘러쌌다.

비록 조장 간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지만, 퇴로를 잃은 그들은 마수를 상대할 때보다도 합이 잘 맞았다.

이것이 필사의 힘.

“뚫어라! 뚫으면 이긴다!”

그들은 쓰러지는 아군의 등을 밟고 넘어서며 아키몬드를 향해 나아갔다.

가까스로 접근한 김길태가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틈을 노리는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검에 매섭게 진도하기 시작했다.

‘진동 분쇄검!’

진동을 이용해서 파괴력을 극한으로 올리는 레어 스킬.

온힘을 다한 검이 아키몬드의 머리를 노렸다.

아키몬드가 사용하지 않던 왼손을 들어 올리며 조용히 영창 했다.

“프로텍트 쉴드.”

치지직!

쨍그랑!

진동검은 단번에 3겹으로 이루어진 쉴드 하나를 격파했다.

쨍그랑!

두 번째 쉴드도 격파했다.

지지직 챙!

하지만 살짝 부족한 김길태의 힘으로는 나머지 한 장을 마저 깨부수는 것은 무리였다.

아키몬드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크크크! 꽤 하는군! 하지만 그뿐이다. 윈드 커터!”

수 많은 바람의 칼날이 김길태의 몸을 난자했다. 상당한 중상.

김길태를 상대하느라 텅텅 비어버린 아키몬드의 옆과 뒤를 유한동과 김우성 그리고 장원석이 곧장 파고 들었다.

이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승기를 잡는 것은 어렵다.

“뒤져라! 귀성의 칼날!”

얼마나 급한지 김우성은 스킬명까지 외치는 만행을 보였다.

하지만 검격이 닿기 직전 아키몬드의 몸에서 매서운 바람과 싸늘한 냉기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윈드 쉴드, 프로즌 디퓨전.”

파앙!

단번에 나가 떨어지는 3명.

냉기에 닿은 그들의 신체표피는 조금이 나마 얼어 있었다.

황급히 일어난 김우성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터져나왔다.

“씨바아아알!”

고작 1초 닿은 게 이 정도라니, 이렇게 되면 냉기가 아키몬드의 주위를 지키고 있는한 더 이상의 접근은 어렵다.

“크크크! 더 덤벼봐라! 설마 이게 끝이냐? 나를 더 즐겁게 해봐라!”

아키몬드는 위세가 등등한 만큼이나, 지금까지 상대했었던 어떤 보스 몬스터보다도 강했다.

아니, 지금까지 등장한 자잘한 보스가 전부 아키몬드가 조종했던 것이니 만큼, 실상 이곳의 진정한 보스는 아키몬드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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