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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234화 (234/312)

〈 234화 〉 황좌­3

* * *

전 황제의 동생 아둔은 황제의 자리를 찬탈하기 위해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여동생의 몸이 태생부터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식이 많고 여러 이익집단에 연류되어 있는 특성상, 반드시 황좌를 두고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나의 황녀가 황제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자연스럼게 정해져 갔다면 따로 개입해서 분란을 만들었겠지만 그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모아가 오래 전 부터 두 황녀를 반으로 갈라 놨기 때문에 그가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었다.

'사모아가 죽은 것이 참 다행이야.'

그녀가 살아있었더라면 아마 꽤나 고생을 했을 것이다.

사모아와 아둔은 비슷한 나이를 지닌 또래로서 어릴 때 간간히 연락을 나누며 사모아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미리 깨달았다.

그녀가 죽었다는 정보를 듣지 않았다면 제도에 발을 들이는 것 자체를 반려했을 지도 몰랐으니까.

막대한 양의 병사를 뽑아낸 아둔이었지만 이미 황궁을 점령한 사모아를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

'죽었으니 된 일이지.'

그녀는 죽었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지는 않는다.

제도에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건 그의 예상이 아닌 사실이었고, 현실었다.

거대하고 튼튼한 제도의 성문은 그 누구도 지키지 않았다.

모든 세력들이 황궁에 온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그가 다가오고 있다는 첩보를 받은 뒤부터 급하게 성벽으로 움직여 봤자 제대로 된 힘을 낼 수 없었다.

'성벽은 아예 포기하겠다는 건가?'

자신들의 주 전장에서 싸우겠다라.

충분히 이해가 되는 판단이었다.

괜히 성문에서 힘을 빼지 않음으로서 각개격파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겠지만.'

그라면 성벽에 소량의 병사들과 무슨 일이 있어도 귀환 할 수 있는 아주 강한 기사를 배치해 둘 것이다.

최대한 적은 병사를 소모해 상대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게 구성하면서 상대에 대한 정보를 찾을 것이다.

지금 황궁에 틀어박힌 이들은 아둔이 얼마나 강한 병사들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병사들의 훈련도는 물론이고 정확한 숫자조차 모르겠지.

그걸 알고 있을 정보력이 있었다면 그가 이곳에 온 다는 것 정도는 여유롭게 알아낼 수 있었을 테니까.

"시시하군."

제도 안으로 들어와 주변을 쓱 훑어 보자 수많은 시민들이 한 군데에 뭉쳐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시민들 주변에는 병사들이 얇게 둘러싸고 있었는데 시민들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주는 것으로 보이는 그 모습에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아둔님이십니까?"

"그래, 아둔이다."

자신의 정체를 아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누가봐도 나 대장이오하는 화려한 복장을 하고 오기도 했었고, 자신의 도시에서 수많은 병력이 출발했다는 소식이 제도에 전해졌기에 지금 시기에 이 정도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나타날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쉬이 유추할 수 있었겠지.

"자네가 프로트라인인가?"

"그렇습니다."

프로트라인이라면 그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황실파에 속해서 1황녀를 따르던 이였지만 제도의 고통을 아예 무시하고 전쟁을 치루려는 황녀의 모습에 실망하여 지금은 제도의 시민들을 보호하고 지키는 활동을 하는 영웅이였다.

'이자도 내 수하로 삼으면 참 좋겠군.'

아둔 스스로도 황실의 핏줄이니 황실파인 그녀를 자신의 휘하로 들이는 데 이점이 있을 것이며 영웅이라고 불리는 만큼 제도를 안정화 시키는 데에 큰 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 정치 활동을 아예 하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약해진 영향력을 메꾸는 데에도 충분한 이점이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아둔은 자신의 제국을 제어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병력은 많았고 황실의 적법한 핏줄이기도 하니 누가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겠는가.

'오히려 더 나은 세대를 만들 수 있어.'

이제 중앙파 귀족들이 황가에 간섭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것이다.

자신이 황권을 장악할 테니까.

"이제부터 제도의 일은 내가 해결하겠네. 전쟁을 길게 만드는 모든 이들을 빠르게 처리한 뒤 제도를 안정화시킬거니 조금만 더 버텨주게."

"알겠습니다. 아둔님."

"자네, 혹시 내 밑으로 들어올 생각 없나?"

아둔은 자신의 제안이 통할 것임을 확신했다.

이전에 황실파였다면 안정적으로 제도를 장악하고 제국을 안정시킬 자신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죄송합니다."

프로트라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참으로 믿기 힘들었다.

잘못들었나 싶어서 프로트라인을 계속 바라보니 프로트라인은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죄송합니다."

"이유를 물을 수 있겠나?"

"저는 아둔님을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계신데 지금 나타나셨다는 건 제도의 사람들이 받을 고통을 방치했다고 밖에 보여지지 않습니다. 백성을 업신 여기는 군주를 모시고 싶지는 않습니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겨우 눌러 내렸다.

"나는 제도에 있는 모든 세력을 물리치고 황제의 자리에 올라갈 자다. 그런 나한테 굴복하지 않는 다는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이야기인가?"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수 세대동안 지방에 처박혀 기를 피지 못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백성을 굽어 살피지 않는 군주의 밑에 들어갈 생각은 죽어도 없습니다."

"그래, 알아서 하게."

아둔은 고개를 홱 돌리고 자신의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프로트라인의 병력을 모두 없애 버리고 싶지만 보는 눈이 많았다.

그가 백성을 중히 여기지 않는 인물인것은 맞았지만 그렇다고 민심을 아예 신경쓰지 않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런 곳에서 영웅이라고 불리는 프로트라인을 공격한다는 것은 자신을 향한 악평만 늘어나는 행위다.

오히려 제국을 완전히 먹은 후 프로트라인을 용서해주는 모션을 취한다면 지금 당한 수모를 훨씬 더 쉽고 좋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

아둔은 병력을 이끌고 황궁으로 들어갔다.

황녀들과 사모아 밑에 있는 수많은 세력들이 그를 막으려 했지만 수적인 차이가 대단했고 뛰어난 인재들도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둔은 무난하게 황궁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가 황궁안으로 완전히 진입하면서 전투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사모아 세력도, 황녀들의 세력도 아둔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길 수 없는 적을 상대로 힘을 뺄 수는 없다.

당장은 항복하는 모양세를 취하고 힘을 모아서 반격할 기회를 잡는 것이 나았다.

'생각보다 훨씬 쉽게 도달했군.'

하긴 그가 지금의 병력을 키우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본 전쟁에서 이 정도 난이도로 황궁을 점령한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지?"

"네, 처음 뵙네요. 삼촌."

대놓고 기분이 나쁘다는 걸 표현하고 있는 1황녀와는 달리 2황녀는 사근사근한 말투로 아둔을 대했다.

당장은 아둔을 이길 수 없다.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몰락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둔의 옆에 바짝 붙어있는 것이 옳았다.

'아무리 강한 세력이라고 해도 제도에 가지고 있는 기반이 없다면 무용지물이야.'

제도가 지난 시간의 내전 동안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큰 곳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프라들이 있었다.

아둔은 그 인프라를 사용할 수 없었다.

제도에서의 싸움이 길게 진행될 수록 민심과 세력의 유지력이 중요하게 작용될 텐데 과연 제도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그가 민심을 유지하고 자신의 세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너희가 다 자랄 때 까지 황제의 자리는 내가 맡아두도록 하마."

그 말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자식을 아예 낳지 않는다면 그가 죽은 후에는 황제의 자리를 넘겨 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그건 너무 후의 일이었다.

"메하튼."

"네, 주군."

"새 부대가 들어왔으니 술을 새로 깔 필요가 있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주군."

메하튼이라 불린 행정관이 일어나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던 중앙파 귀족들에게 다가갔다.

"이중에서 황궁에서 관직을 가지고 있던 자가 누구인가?"

몇몇 이들이 서로를 가르키다가 메하튼의 눈이 사나워지는 걸 보고 자진해서 손을 들기 시작했다.

"너희는 모두 해고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제부터 황궁의 모든일은 아둔님께서 맡아서 처리하실 거다. 너희는 이제 할 일이 없다."

2황녀가 표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가 아둔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여겼던 인프라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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