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화 〉 습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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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아는 젤리에 대해서 아주 잘 알았다.
지금은 껄렁하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뽐내고 있는 여성이었지만 어렸을 때는 밝고 해맑기만 했던 어린 아이였다는 걸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프레스티아 또한 그녀와 같이 자라왔기 때문에 그녀에 대해서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알고 있는 젤리는 절대로 확신없이 덤벼들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즉, 젤리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 하나만으로 사실상 프레스티아는 죽은 것과다름이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어떻게 자신이 외부로 나갔는지 알았으며 지금쯤 돌아올 것을 미리 알아채고 이곳으로 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네가 여기 있다는 건 우리 언니가 나를 완전히 적으로 돌렸다고 생각해도 무방하겠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제가 여기에 온 건 저희 주군이 아가씨를 죽이라고 해서 온 게 아니라 개인적인 원한 때문입니다."
시간을 끌기 위해서 친근한 척 말을 거니 젤리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말을 받아줬다.
시간을 끌 수 있는 상황이라고 좋아할 것이 아니었다.
젤리가 자신과 대화하는 것에 시간을 쓰면서도 자신을 죽일 수 있다고 확신할 만큼 위협적인 상황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주변을 쓱 훑어 보니 인원이 아주 많지는 않았다.
'나만 죽이고 빠져나갈 생각인가 보군.'
그녀들의 수하까지 죽일 생각이었다면 이보다 더 많은 병력을 데려왔을 거고 그렇게 되면 덩칠가 더 커지기 때문에 주변의 다른 세력에게 움직임이 알려질 확률이 높으리라.
프레스티아의 심복들이 그녀의 옆에 딱 붙어 있는 상태에서 그녀를 죽이려면 아무리 정예 병력이어도 상당한 인원이 필요할 텐데 주변을 아무리 둘러 보아도 젤리의 병력은 30명이 넘지 않았다.
이는 오랜시간 동안 준비해 놓은 마법으로 자신을 죽일 거라는 걸 의미했기도 했다.
"개인적인 원한이라니, 대체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렇게 많은 인간을 데리고 나를 죽이러 왔는지 의문이군."
"정말 모르십니까?"
젤리가 젤리 특유의 새끈한 미소를 지소 프레스티아를 바라봤다.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카롱을 정말 좋아하는 제가, 언제는 한정판 마카롱을 겨우 사 왔는데... 그 마카롱을 프레스티아님이 빼앗아 가셨죠."
젤리는 연기를 아주 잘했다.
고작 마카롱 따위에 자신을 죽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자신을 봐줄 뒷배가 없으면 그 누구도 죽이지 않는 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그녀의 밑에 들어온지 얼마 안된 기사들은 저게 설마 진짠가? 싶어하며 고개를 갸웃 거릴 정도였다.
"고작 마카롱 때문에 나를 죽인다고 하는 것인가?"
"고작 마카롱이냐뇨! 마카롱은 중대사항입니다! 게다가 그 마카롱은 한정판이었단 말입니다! 이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마카롱인데 아가씨는 그 때 그 마카롱을 제 의사도 묻지 않고 뺏어서 드셨죠. 그게 얼마나 마음 아픈일인지 아마 프레스티아님은 상상조차 하실 수 없으실 겁니다."
마카롱 때문에 화난 건 사실이긴 한 걸까?
어쩌면 마카롱에 대한 오랜 원한을 프레스티스의 명령과 함께 풀어버리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정도의 강한 증오심이었다.
"그래, 너의 마카롱에 대한 감정은 이해해주지... 하지만 그것때문에 죽이러 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 언니가 뭐라고 했나? 나를 죽이라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절대로 주군의 명령을 듣고 당신을 죽이러 온게 아닙니다 프레스티아."
젤리가 분노를 식히고 단단히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 했다.
그녀도 프레스티아의 휘하에 하이네스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녀가 자신이 프리스티스의 명으로 프레스티아를 죽이러 왔다고 말한 걸 기록하면 상황이 복잡해 지기 때문에 끝까지 잡아땠다.
"그래, 진짜로 언니의 명령을 받고 나를 공격하러 왔다고 해도 네가 진실된 말을 할리는 없겠지. 하지만 나도 호락호락하게 죽을 생각은 없어."
프레스티아가 자신의 검을 꺼내드니 다른 수하들도 검을 꺼내들었다.
젤리는 분명 뛰어난 킬러였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미션을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 프레스티아 조차 죽음을 직감했으니 젤리는 분명히 강적이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프레스티아의 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젤리가 지금까지 한 번도 미션을 실패하지 않은 것은 단순히 프레스티아를 죽이라는 미션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나갈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니 자신에게 걸쳐있던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걷혀져 가는 걸 느꼈다.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빠져나간다.
빠져 나가지 못한다면 젤리라도 죽인다.
그녀의 기세가 젤리에게 강하게 전해 졌다.
"그냥 깔끔하게 죽어주면 되지 왜 난립니까?"
젤리가 자신의 몸 만한 대검을 꺼내 들었다.
젤리의 신장또한 2미터가 훌쩍 넘을 정도로 컸기 때문에 그녀가 들고 있는 대검의 크기도 무시무시했다.
"공격해."
30명 가량의 병력들이 프레스티아를 향해 공격해 오기 시작해왔다.
프레스티아는 자신들의 수하와함께 적의 공세를 막으면서도 끊임 없이 주변을 둘러봤다.
고작 30명 정도 되는 병력으로는 자신을 죽일 수 없었다.
젤리는 분명 뛰어난 기사지만 벨리아 정도면 충분히 오래 시간을 끌 수 있다.
다른 병사들은 자신들의 수하와 함께 천천히 공격해 나가면 승리할 수 있다.
즉, 자신을 죽이는 것은 이들이 아니다.
'어디냐!'
누가 감히 이 프레스티아님을 노리고 있는 것이냐.
누가 나에게 마법을 쓰려 하는가.
프레스티아 세력에서 가장 강한 마법전력인 하이네스가 프레스티아의 방호에만 신경썼다.
아무리 강력한 위력의 마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프레스티아가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벨리아는 젤리에게 계속 밀리기 시작하고 다른 병사들은 프레스티아 세력의 수하들에게 밀려 천천히 후퇴할 때 까지 프레스티아에게 날아오는 마법은 없었다.
'저년들의 계획이 잘 못된 건가?'
프레스티아가 젤리의 표정을 바라봤지만 젤리의 표정은 너무나 평온했다.
그 표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프레스티아는 젤리의 작전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전면의 병사에게 시선을 돌려,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병사의 모습을 봤을 때, 프레스티아는 알 수 있었다.
이 년들이 쳐놓은 작전이 실패했구나.
뭐가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이 발사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구나.
그런 방심을 가지고 있을 때 멀리서 푸른색 광선이 프레스티아에게 날아왔다.
쾅!!!
하이네스가 미리 준비해 놓은 마법과 광선이 프레스티아의 바로 앞에서 만났다.
강한 충격에 프레스티아는 멀리 까지 날아갔으며 강한 연기에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하하하! 멍청한 아가씨, 그러니까 누가 방심하랬습니까?"
모든게 젤리의 계략이었다.
병사들에게 마법이 시전될 시간을 다르게 알려줬다.
어차피 자신은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다고 해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기에 상대를 속이려 놀란 척을 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팀원들을 달랐다.
약속된 시간에 마법이 발현되지 않자 몇몇 팀원들의 얼굴에 불안감이 비춰졌고, 프레스티아는 눈치 빠른 군주답게 그걸 알아챘다.
그리고 방심했다.
마법이 실패했구나.
그녀의 팀원들이 당황한 표정이 너무나 명확했기 때문에 그녀도 속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준비한 마법은 고서클의 마도사가 스크롤에 담아둔 마법이었다.
워낙 상위 마법이라 스크롤을 사용해도 준비 시간이 길다는 것이 단점이었지만 하이네스의 호위를 뚫고 프레스티아를 죽일 수 있는 마법이었다.
"주군?"
벨리아가 덜덜 떨리는 발걸음으로 연기가 나는 곳을 향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프레스티아가 맞은 마법은 마법에 문외한인 그녀가 봐도 너무나 강력한 마법이었다.
주군이 죽을 리 없어, 라고 몇번을 소리 치면서도 망할 뇌는 자꾸 주군이 죽은 뒤의 미래를 상상하게 했다.
"너희 주군은 죽었어. 저 마법을 맞고 살 수 있을리가 없지."
벨리아가 분노로 가득찬 검을 젤리에게 휘둘렀다.
분노로 흥분한 탓일까?
벨리아의 일격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했다.
가슴으로는 뜨겁게 불타고 머리는 차갑게 유지할 수 있는 벨리아였기 때문에 분노한 벨리아는 오히려 젤리가 상대하기 힘들 정도였다.
"네가 감히 우리 주군을!"
"이게 제국의 섭리다. 약하면 죽어야지."
젤리의 실력이 벨리아에 비해 월등했기 때문에 아무리 날카로워진 검이라고 해도 젤리를 벨 수는 없었다.
벨리아가 제 풀에 지쳐 검을 내려놓으려 할 때
"후아..."
연기가 완전히 걷히고 인영이 들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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