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화 〉 몸집 불리기1
* * *
젤리의 계획은 완벽했다.
프레스티아의 무력도 거의 완벽하게 알고 있었고 사용한 마법의 위력도 충분했다.
전략을 잘 세웠기 때문에 프레스티아에게 완벽한 타이밍에 마법을 박아 넣을 수 있었으며 프레스티아는 제대로 방어도 못한 채 하이네스의 마법하나에만 의지 해 마법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완벽한 줄만 알았던 계획의 한가지 흠은 프레스티아가 젤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번 방학동안 무력이 크게 올랐고 그 무력을 밖에 드러내지도 않았기 때문에 젤리가 프레스티아의 전력을 잘못 측정해 놓은 것도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프레스티아가 이상한 인간이었다.
일반적인 인간 그 누구도 고작 몇달만에 저렇게 강해질 수 없다.
그녀가 군주론에 대해 거의 다 배우고 자신의 무력을 키우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긴 했지만 그래도 저건 말이 안됐다.
"주군..."
벨리아와 다른 기사들이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끝인가? 반응을 보아하니 이 일격으로 내가 확실히 죽을 줄 알았나 본데 이걸 어쩌나?"
프레스티아가 바들바들 떨리는 몸으로 말했다.
젤리가 준비한 마법은 그녀를 죽이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강력한 마법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신체로도 모든 충격을 견뎌 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진심으로 당황한듯 보이는 젤리의 표정을 보면 이후에 준비된 수는 없는 듯 보였고 다른 병사들 정도는 자신의 수하들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으니까.
만약 프레스티아의 생각을 젤리가 읽을 수 있었더라면, 개소리하지마 병신새끼야.
라고 말했을 것이다.
왜냐면 그녀는 혹시나 프레스티아가 죽지 않을 것을 대비해서 그녀를 위한 제 2의 방안을 준비해 놨으니까.
그런데 그녀가 당황한 표정을 지은 것은 프레스티아의 생존이 확인 됐는데도 불구하고 두번째 방안이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법으로 프레스티아가 죽지 않았으면 스크롤을 발현했던 조가 바로 다른 마법을 시전했었어야 했는데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시간만 계속 흐르고 있을 때 그녀에게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젤리, 당신은 너무 티가 나게 움직이는 게 문제야."
그녀도 익히 아는 목소리였다.
"가든."
젤리가 이를 들어내고 가든을 노려봤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녀의 주변은 이미 수많은 병사들이 둘러싸고 있었으니까.
마법을 시전해야 했던 그녀의 팀원도 이미 병사들에게 잡혀 있었다.
"포기하시는 게 좋을 거에요. 당신이 도망칠 곳은 없으니까."
가든이 예쁘게 미소 지었다.
***
'지금쯤이면 게릴라전에 젤리의 살인 시도까지 다 막았으려나?'
나는 플레아 말고 다른 플레이블 캐릭터로 한 번도 없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플레아가 있지 않은 곳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내 최애캐가 프레스티아이긴 했지만 프레스티아를 조종하는 것 보다 적으로 만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에 한 번도 프레스티아의 플레이 해 본적이 없어서 그녀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나도 그녀가 북부에 가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내용은 빠삭하게 알고 있었는데 늘 똑같이 흘러가는 데다가 전쟁이 끝나고 논공행상을 치를 때 그녀의 공이 어떻고 과가 어떻고가 전부 나오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프레스티아가 죽을 걱정은 애초부터 하는 게 아니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무조건 최종보스의 위세를 뽐내시는 분이시니 아무리 내가 나비효과를 씨게 불러왔다고 해도 그녀가 죽을 일은 없었다.
전장으로 나가는 아카데미생들을 걱정하는 샤카에게 그 누구도 주지 않는다고 안심시키지 않았는가.
그녀가 제도를 비운 동안 나도 가만히 있었던 것 만은 아니다.
제도를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인맥도 키웠고, 내년이 되면 나도 전쟁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병사들을 구하기 위한 밑 작업도 했다.
이전에 북부에서 야만족이 일어났을 때 중앙파 귀족들이 병사는 하나도 안 가지고 가서 그냥 장교 정도의 역할만 하고 공을 독식했을 때가 있었다.
중앙파 귀족들이 병사들을 북부에 데려가지 않은 것은 굳이 병사를 데려가지 않아도 공을 챙길 수 있다는 실속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제도는 병사들을 키우기 그리 좋지 않은 환경이라 그렇다.
사모아 공작이나 그 측근들이나 로쇼 백작 같은 중앙파 귀족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이들은 몰래 사병을 육성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앙파 귀족들은 윗 대가리들이 신성한 제도에서 사병을 키우면 안된다고 막고 있기 때문에 사병을 키울 수가 없다.
훈장을 받거나 공을 세우면 제도에서도 사병을 육성할 수 있지만 제도라는 위치의 특성상 사병을 키워도 전부 제도 밖에서 대기 시켜 놔야 하며, 제도의 사람들은 전부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병으로 키울 사람을 찾는 것 부터 문제가 있었다.
이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봐도 마찬가지였다.
제도에서 시작한 플레이어는 전쟁에 참여할 군인을 모으는 게 너무나 힘들다.
위의 이유로 일반 병사들은 못 구하는 데 기사나 마법사 같은 고급 병종들은 오히려 잘 구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전장에 참여하면 고급 병종들을 이끌고 가서 타격대나 게릴라 전 위주로 진행하는 게 보통이다.
가장 큰 공을 얻을 수 있는 대규모 회전과 공선전 참여하기 힘들기 때문에 공을 많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어떻게든 사병을 육성해 가야 했다.
나도 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고, 결국 답을 찾아냈다.
"죄... 죄송합니다. 기사님, 살려주십쇼."
온 몸이 멍으로 물든 여자가 라이넬 앞에서 기었다.
기사도에 진심인 라이넬이기 때문에 아무런 죄 없는 사람은 여자라도 때리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여자를 저렇게 만신창이로 만든 이유는 저년이 암흑가에 굴러다니는 작은 조직의 보스였기 때문이다.
제도를 주름잡고 있는 거대 조직까지 가 보면 지금 시점의 라이넬을 상대할 수 있는 존재들이 몇몇 있지만 상대는 작은 조직의 보스였다.
라이넬을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없다.
"너, 이름이 뭐지?"
"샤로라고 합니다."
보스와 이야기 하고 있는 라이넬을 향해 술병이 날아왔다.
라이넬이 가볍게 손을 휘둘러 술병을 걷어내니 더 많은 술병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
자신을 샤로라 말한 여자가 소리치니 다른 조직원들도 그녀의 눈치를 보며 멈췄지만 우리를 향한 분노는 쉽게 누그러 드는 것 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충성심은 있는 놈들이라는 건가?"
조직의 건물안에 있는 여성들의 수는 대략 20명 정도 되어 보였다.
제도가 상당히 큰 곳이고 요즘 제도가 개판이 되면서 암흑가와 빈민가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고작 20명단위의 규모는 정말 정말 작은 규모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가 끈끈한 모양이었다.
충성심도 강해 보이고.
"너희, 내 밑으로 들어와라."
"시끄러! 우리 보스를 저렇게 만든 놈 밑으로 들어갈 것 같아?"
"들어오기 싫으면 다 죽던가."
라이넬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니 모든 조직원들이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내가 너희 보스에게 뭘 했어. 그냥 몇대 패 준거 뿐이잖아. 팔이 잘렸니, 다리가 잘렸니. 이 정도 상처는 금방 회복되는 건데, 내가 뭘했다고 그 난리를 치냐?"
라이넬이 보스에게 다가가서 이마를 톡톡 건드렸다.
"네가 선택해. 너랑 네 부하들, 여기서 내 손에 다 죽을래. 아니면 우리 밑으로 들어올래."
"...들어가겠습니다."
보스가 이를 까득하고 갈고 말하니 라이넬이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어느새 무력 60에 가까워진 라이넬의 따귀에 보스의 뺨에 크게 부풀어 오르며 옆으로 꺾였다.
"벌써부터 충성을 요구할 생각은 없었지만 너무 반항적이군."
"오늘 처음 들어온 애들한테 뭘 바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에린이 계약서를 들고 이동했다.
"자, 계약서야, 이상한 거 없으니까 그냥 편하게 사인해."
자신의 보스가 맞는 모습을 보고 분노하고 있던 조직원들이 갑자기 계약서를 받게 되니 벙찐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계약서를 나누어 주는 시에린 뒤로 안나가 따라다니면서 골드 하나씩을 조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이건 계약금이에요. 저희 아이데스님의 밑으로 들어오셨으니 이 정도 지원은 해드려야죠."
몇몇 조직원들이 계약서를 펼쳐서 읽어봤다.
그녀들이 생각한 것은 노예 계약서와 큰 차이가 없는 무시무시한 계약서였겠지만, 내가 준 것은 내 병사로 임명한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고용계약서였다.
그들이 나에게 해줘야 할 것뿐만아니라 내가 해줄 것도 적혀 있었기 때문에 그녀들은 당황한 표정을 짓고 나를 바라봤다.
"내 병사들이 된 걸 환영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