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대자가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19화 (19/61)
  • 〈 19화 〉 18. 마력과 친해지기

    * * *

    “스톡의 위치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심장과 단전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것이고 사람에 따라 아주 다양한 곳에 스톡이 생성됩니다. 특이한 경우에는 머리나 명치 부근, 혹은 눈에 생성되기도 합니다.”

    한참 회전을 거듭하던 한민아 교관의 스톡이 멈추었다.

    “그럼 이제부터 스톡을 만들어 봅시다.”

    ***

    “스톡을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어느새 1클래스 초행자들 옆에는 한 명당 한 명의 교관이 서 있었다. 언제부터 다가와서 서 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실력의 차이가 난다는 뜻일 것이다.

    “지금부터 여러분 전원에게 최하급 마석이 한 개 지급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 마석을 흡수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약간 늘어난 마력으로 여태껏 하던 것처럼 마력을 순환시키십시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해선 안됩니다.”

    교관들이 마석을 하나씩 꺼내 초행자들 옆에 놓아주었다.

    “여러분이 마석에 있는 마력을 흡수할 때는 여러분도 모르는 사이에 일시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잠시 여러분 몸 속의 마력이 제 성질대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마력이 유난이 잘 흐르는 곳으로 흐르고, 잘 모이는 곳에 모이고, 잘 퍼지는 곳에서 퍼집니다. 그때 여러분은 자신의 스톡을 어디에 쌓아야 할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유난히 마력이 많이 모이고 쌓이는 곳, 그곳이 여러분이 스톡을 쌓아야 할 곳입니다.”

    마석을 흡수할 때 그런 변화가 생긴다니. 나는 처음 마석을 흡수할 때 그냥 몸이 시원하고 상쾌해지는 것 말고는 느끼지 못했다. 사실 그때는 마력에 대한 민감도도 낮았고, 뭔가 자세히 느껴볼 경황도 없던 상황이라 그럴 수 밖에 없긴 했다.

    “그곳이 어디인지 알아냈다면 차분히 마력을 그쪽으로 인도하십시오. 너무 인위적으로 강제하면 안됩니다. 그러면 불안정하고 결함이 있는 스톡이 생길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저 자연스럽게, 조금씩 물을 붓듯이 마력을 그곳에 채워 넣으십시오. 혹시라도 잘 안되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옆에 있는 교관이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 명당 교관 한 명씩은 좀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1대 1로 케어를 해야할 이유가 있으니까 그럴 것이다. 스톡을 만드는 중에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던가, 아니면 스톡을 만든다는 것이 그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던가.

    “여러분 중에 레벨이 10을 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스톡 생성이 가능한 최소 조건은 10레벨 정도의 마력을 얻었을 때입니다. 즉, 여러분 중에 마력이 부족해서 스톡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뜻입니다. 거기다 여러분은 지난 5일간 마력을 다루는 것을 연습했으므로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모두 교관의 안내에 따라 스톡 만들기를 시작해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여기저기에서 다들 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나도 바로 한 번 해봐야겠다.

    나는 교관이 내 옆에 놓아둔 마석을 들었다.

    “바로 시작하면 되나요?”

    “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도와드릴테니 안심하고 시작해주세요.”

    아마 교관들은 다른 사람의 마력의 흐름을 보거나 간섭할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스톡 만들기를 돕는 교관으로 나온 것이겠지. 그렇다면 혹시라도 마력이 멋대로 날뛰거나 이상한 곳에 모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꽤나 든든하다.

    “후...”

    잠시 심호흡을 한 나는 망설임 없이 마석을 입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씹었다.

    와드득 ­

    이어서 바로 눈을 감고 정자세를 유지한 채 내 몸의 마력에 집중했다. 눈을 감기 전에 마석을 씹는 나를 보며 경악한 교관을 본 것 같지만, 예상한 반응이라 그냥 그러려니 했다.

    마석에서 흘러들어오는 마력이 몸 곳곳에 스며든다. 본래 내 몸에 있던 마력이 새로 들어온 마력을 격하게 환영한다. 곧이어 둘은 하나가 되어 이리저리 섞인다. 그렇게 약간 늘어난 내 마력은 기지개를 피듯이 활성화가 되더니 내 몸 여기저기를 쏘다니기 시작한다. 내가 무슨 통제를 해서 움직이는 게 아닌, 말 그대로 제 가고 싶은 데로 가는 흐름이다.

    그렇게 몸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던 마력은, 조금 진정되더니 몸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자리 잡지 않은 마력 일부는 어딘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하나의 중심을 향하듯 점차 회전하며 모이는 모양새였다.

    나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집중했다.

    마력이 모이는 곳은 어디인가?

    있는 힘껏 집중을 하고 있었더니, 마력이 조금씩 움직이며 모이는 곳이 대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내 약간의 마력이 그곳에 모이며 쌓이는 것으로 보아 확실한 듯 싶었다.

    그러데 그 위치가 좀 예상 외였다.

    “위장..?”

    내가 느끼는 것이 착각이 아니라면, 분명 마력은 위장 쪽에 모이고 있었다. 위와 장, 사람의 소화기관들이었다.

    “음..?”

    날 지켜보던 교관도 예상 밖의 일이라는 듯 의문에 찬 소리를 내었다.

    뭔가 위치가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제부터 마력을 그곳으로 이끌어야 했다. 나는 한민아 교관이 말한대로 마력을 너무 강제하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부추기듯이 위장으로 이끌었다. 이미 몸 곳곳에 자리잡은 마력들은 놔두고, 나머지 마력들을 천천히 그곳으로 인도했다.

    그러자 점점 더 많은 마력이 내 위장에 자리를 잡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웅덩이에 물이 고이듯 마력들은 위장에 모여 하나의 작은 덩어리를 형성하였다. 그 덩어리는 더 많이 합류하는 마력들을 받아들이며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력이 더 모일 수록, 덩어리가 더 커질 수록 그 속도는 더 빨라졌다.

    “호오...”

    지켜보던 교관의 감탄스런 말이 들렸으나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느새 어느 정도 덩치를 불린 마력의 덩어리는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이제 더는 위장 쪽으로 모을 마력도 없는 상태였다. 나는 그 덩어리가 형체를 잃지 않도록 계속 유지하는데 온 힘을 쏟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덩어리는 그러면 그럴 수록 더 빠른 속도로 회전하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 회전하던 덩어리가 조금씩 압축되기 시작했다. 한껏 불어났던 덩치가 줄어들면서 점점 작아졌다. 그러나 그것은 마력이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더 조밀하게 압축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점점 작아지던 덩어리는 위아래로 납작한 형태로 압축되었다. 그렇게 덩치는 작지만 아까보다 더 빠르게 맹렬한 회전을 일으키던 납작한 덩어리는 마침내 내 위장에 완전히 자리잡았다.

    됐다.

    나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스톡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아마도 이 납작한 덩어리가 한민아 교관이 말했던 층일 것이다. 그 층이 내 위장에 자리잡고 회전을 거듭하며 몸 속의 마력을 조율하고 있었다.

    “대단하군요...”

    내가 한껏 성취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교관이 말했다.

    “종종 1클래스에서 진운님처럼 아무 도움도 안 받고 홀로 스톡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긴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제가 직접 담당하게 될 줄은 몰랐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 감사합니다. 저도 다행히 잘 되서 기쁘네요.”

    “이정도면 진운님은 아마 마력 제어 쪽으로 재능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상 난이도 시험 통과자로 주목 받고 계신데, 마력에 재능까지 있다니. 훈련캠프 끝나면 클랜들 등쌀에 고생 좀 하시겠습니다, 하하.”

    “ 하하, 그럴려나요..”

    마력에 재능이 있다는 것은 나도 공감한다. 당장 3개 밖에 없는 고유특성 중 마력 관련된 것만 두 개다. 재능이 없는 게 더 이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5일간의 훈련으로 알게된 것인데, 난 마력에는 재능이 있을지언정 신체적 능력은 별 볼 일 없었다. 사실 그동안의 훈련도 레벨빨로 버틴 것이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능력치였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역시 신은 공평하다.

    “그런데 스톡의 위치가 좀 특이하군요. 위장이라니... 원래 스톡 위치가 개인별로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이건 전례가 없던 일입니다.”

    “지금까지 한 명도 위장에 스톡을 만든 사람은 없었나요?”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상한 건 아닙니다. 사실 스톡이 어디에 있는 지는 크게 중요하진 않거든요. 위치에 따라 부가적인 효과나 기능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스톡을 만들었느냐, 또 몇 층을 만들었느냐 입니다.”

    내 스톡이 위장에 생성된 것은 사실 짐작 가는 바가 있다. 내가 처음으로 얻은 고유특성 중 하나인 ‘마력 흡수형 소화기관’. 아마 이것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마석을 흡수하는 방법이 먹어서 소화기관으로 흡수하는 것이니 소화기관이 가장 마력에 친숙해지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문득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스톡 만들기에 열중하는 분위기이다. 나처럼 혼자 눈을 감고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교관이 등에 손을 대고 마력 제어를 도와주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러다 자연스레 유지윤은 어찌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둘러보니 생각보다 나와 가까운 곳에 앉아있었다. 자세히 보니 마력의 흐름이 양손에 집중되는 것이 보인다. 유지윤의 스톡은 양손에 생겨날 모양이다. 꽤나 특이하지만 손에서 마력 강사를 뽑아내는 유지윤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둘러보니 이해나도 보였다. 이해나는 뭔가 잔뜩 찌푸린 표정이었다. 하지만 표정과는 다르게 스톡 만들기는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보아하니 이해나의 마력이 아랫배 쪽에 자리를 잡는 것이 보였다. 저기가 단전일까?

    어쨌든 다들 수월하게 진행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나는 다른 사람들을 기다릴 겸, 이미 만들어진 스톡을 활성화하며 마력을 순환시켰다.

    그때였다.

    [초대자의 체내에 스톡이 생성됨을 확인.]

    [스톡 위치 ­ 위장]

    [스톡 단계 ­ 1층]

    [특성, ‘마력 흡수형 소화기관’과 스톡이 시너지를 발생시켜 스톡이 강화된다.]

    [특성, ‘확장된 체내 마력 순환로’와 스톡이 시너지를 발생시켜 스톡이 강화된다.]

    [스톡의 위치에 따른 추가 기능 획득.]

    [스톡 기능 ­ 악식(??, 취한 마석에 해당하는 악마의 종류에 따라 일시적인 버프를 획득한다)]

    “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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