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대자가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20화 (20/61)
  • 〈 20화 〉 19. 끼리끼리 논다

    * * *

    [초대자의 체내에 스톡이 생성됨을 확인.]

    [스톡 위치 ­ 위장]

    [스톡 단계 ­ 1층]

    [특성, ‘마력 흡수형 소화기관’과 스톡이 시너지를 발생시켜 스톡이 강화된다.]

    [특성, ‘확장된 체내 마력 순환로’와 스톡이 시너지를 발생시켜 스톡이 강화된다.]

    [스톡의 위치에 따른 추가 기능 획득.]

    [스톡 기능 ­ 악식(??, 취한 마석에 해당하는 악마의 종류에 따라 일시적인 버프를 획득한다)]

    “오?”

    예상 외의 소득을 얻었다. 스톡을 만드는 것을 시스템이 인식할 수 있었나? 그리고 위치에 따라 기능도 주고?

    메세지가 뜨는 동시에 내 안의 스톡이 좀 더 조밀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더 묵직해지고 견고해졌다. 의식하지 않아도 천천히 회전하던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아무래도 이것이 특성과의 시너지인 모양이다.

    스톡 기능으로 주어진 것도 상당히 유용하다.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마석을 먹어야 하는 나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 나는 마석을 먹는 것으로 다른 사람보다 마력을 추가로 얻고, 종류마다 10% 확률로 특성을 획득하고, 일시적인 버프도 얻는 세가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굳이 눈총을 받으며 마석을 씹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내가 정신 없이 메세지 창을 보고 있으니 교관이 말을 걸었다.

    “스톡을 만들었다는 메세지가 떴나요?”

    “네. 방금 떠서 읽고 있어요.”

    “혹시 결함이 있다거나 불안정하다는 말은 없습니까?”

    “네. 그냥 생성 되었다고만 하네요.”

    “다행입니다. 가끔 혼자서 만들어내시는 분 중에 스톡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서요. 그래서 왠만하면 도와드리지만, 혼자 만들어내는 도중에 간섭하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어서 간섭은 안합니다. 그래도 진운님은 혼자서 깔끔하게 잘 만드셨군요.”

    “그런가요? 저도 위험할 뻔 한거네요.”

    교관이 말한대로 30명 중 한두 명 정도가 교관에게 사후조치를 받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혼자 만들다가 문제가 생긴건지는 모르겠지만 교관 세 명이 붙어서 스톡을 안정화시키고 있었다. 저렇게 문제가 생기면 어찌어찌 스톡은 만들더라도 조밀하고 튼튼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 같았다.

    계속 주변을 둘러보니 스톡의 위치가 참으로 제각각이라는 것이 확실히 보였다. 그래도 어느 정도 연관성과 패턴은 존재했다. 몸을 쓰는 육체파들은 보통 단전에 스톡이 만들어졌다. 마력을 이용하는 자신만의 능력을 주로 삼는 사람들은 심장이나 지주 쓰는 부위에 만들어졌다. 물론 왜 저기에 생길까 싶을 정도로 특이한 부위에 생기는 사람도 있었다. 나처럼 말이다.

    그렇게 스톡을 만드느라 고군분투 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시간을 죽이던 도중이었다. 얼추 다들 끝나가는 분위기가 되자 한민아 교관이 앞 쪽에 나왔다.

    “몇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톡을 만들어내신 것 같군요.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스톡 생성 도중 문제가 발생한 사람들이 적어서 다행입니다. 혼자서 수월하게 진행하시는 분들도 심심찮게 보이더군요.”

    한민이 교관이 흐뭇한 얼굴로 우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다들 수고하셨으니 오늘의 훈련은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스톡을 더 안정화 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해산하겠습니다.”

    와아아 ­ !!

    훈련을 여기서 끝낸다는 말에 다들 환호성을 질러대었다. 물론 나도 함께 질렀다. 지금까지의 5일 동안은 하루에 반은 마력훈련, 나머지 반은 신체훈련으로 꽉 체워져있었다. 그런데 겨우 저녁 즈음에 훈련이 끝난것이다. 마치 휴가를 받은 직장인처럼 해방감이 느껴졌다.

    훈련이 끝난 1클래스 초행자들은 다들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리저리 흩어졌다. 그렇게 나도 그동안 함께 모였던 사람들과 모였다.

    약간 어두운 톤의 피부가 잘 어울리는 한 남자가 와서 말을 걸었다.

    “어이, 진운! 너 스톡 어디에 생겼냐?”

    “나? 위장.”

    “위장?”

    “응, 위장.”

    “허.. 뭔가 너답게 특이하구나. 하긴 마석도 씹어먹는데 뭐.”

    “너는 어딘데?”

    “나? 나는 단전에 생겼지. 뭔가 체력이 확 늘어난 느낌이라니까?”

    이 녀석은 만난지 하루만에 친해지고 말까지 놓은 친구이다. 이름은 아미르 벨. 입학 테스트에서 기다란 창으로 휘젓고 다니며 최후의 6명에 올라온 초행자이다. 성격이 상당히 털털한 편이라 나랑 잘 맞아서 친해지게 되었다.

    이어서 갈색머리의 유지윤도 이쪽으로 왔다. 유지윤도 최근에 말을 놓기로 하여 지금은 반말을 쓰고 있다.

    “너네들, 스톡은 잘 만들었어? 나는 그거 때문에 마력고갈 와서 지금 죽을 것 같아.”

    “마력고갈이 왔어? 왜?”

    “초반에 내가 감을 좀 못잡아서 교관이 도와줬는데, 그러고도 찾는 게 오래 걸려서 한참 헤맸어. 그러니까 마력이 엄청 낭비되더라고.”

    실제로 유지윤은 상당히 지쳐 보였다. 다행히 스톡은 잘 만든 것 같은데, 남은 마력이 적어서 몸에 무리가 가는 모양이었다.

    유지윤 다음으로는 날렵한 인상의 은발 남자와 검은 단발의 이해나가 이쪽으로 왔다. 우리와 함께 있던 벨이 먼저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너네는 오늘도 역시 쿨내가 풀풀 풍기는구나. 표정 좀 풀고 다니면 안되냐?”

    “네가 너무 가벼운거다, 벨.”

    “그 딱딱한 말투도 좀 부드럽게 하고 말이야. 하여간 영 적응이 안 되요.”

    “...내 말투는 원래 이렇다. 싫으면 듣지 말아라.”

    이 특이한 말투의 남자는 린펠 하이드리히이다. 이 녀석도 일찍이 우리와 친해지며 함께 다니게 되었다. 입학 테스트에서 유일하게 단검을 던지는 투척술을 썼고, 그걸로 최후의 6인에 올라온 초행자이다. 나는 오자마자 싸우는 둘을 놔두고 이해나에게 말을 걸었다.

    “스톡은 잘 만들었어? 아까 보니까 인상 엄청 찌푸리던데.”

    “난 원래 집중하면 그래.”

    “그래? 난 또 어디가 막히는 줄 알았지.”

    “안 막혔어. 혼자서 만드느라 좀 힘들었던 거야.”

    “나도 혼자 만들었는데. 하긴 어지간히 집중해야 하긴 하더라.”

    이해나는 처음 이틀 정도 내가 반쯤 억지로 데리고 다녔다. 처음에는 역시 혼자다니려고 우리를 거부했지만 계속 같이 다니니 이젠 익숙해진 것 같다. 사실 그렇게 데리고 다닌 것도 이해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 이 1클래스에는 없다는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한동안 같이 다니다보니 말까지 자동으로 놓게 되었다. 아직 나 말고는 대화를 잘 안 하지만.

    이렇게 5명이 같이 다니는 멤버였다. 근데 아마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 끼리끼리 논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입학테스트에서 우승한 6명 중 5명이 함께 다니는 것이니까. 잘난 것들끼리만 어울린다며 눈꼴 시려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무엇보다 이건 자연스럽게 형성된 멤버이다. 처음에는 나와 유지윤만 다니다가, 함께 우승한 우리에 대해 흥미가 생겼던 벨이 먼저 접근했다. 그리고 셋이서 친해지자 내가 혼자 다니는 이해나를 데리고 다녔다. 그렇게 우승 후보 넷이서 같이 다니니 마찬가지로 흥미가 동한 린펠도 우리와 함께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어쩌다 보니 이렇게 친해졌다.

    거기다 모두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동안 훈련캠프에서 생활하면서, 훈련 사이사이에 여러가지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앞으로 여러분이 무작위 소환에 휘말린다는 것은 들으셨을 겁니다. 그리고 ‘최고의 파트너’ 칭호 효과에 등록된 사람들은 함께 떨어진 다는 것도 말입니다. 보통 훈련캠프를 이수한 초행자들에게는, 한 그룹당 한 명씩 숙련된 초대자가 붙어 지원을 해줍니다. 즉 4~5명이서 떨어질 때 그 중 한 자리에는 숙련된 초대자가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조금 골 때린다.

    “초행자들과 동행하며 지원해 줄 수 있는 수준의 초대자는 많지 않습니다. 특히 이 1 계층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거기다 이번에 초대된 초행자들의 수가 유독 많아서 인력이 더 부족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전투능력이 비교적 우수한 1클래스와 2클래스의 상위 절반은 초대자가 함께하지 않습니다. 대신 지원물품이나 각종 방어구 등은 더 넉넉히 준비해드릴 것입니다.”

    즉 인력이 모자라니 강한 놈들은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말이다. 물품이나 방어구 지원을 해준다지만 초대자가 따라붙는 것에 비하면 미미하기 짝이 없다. 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 당연히 적지 않은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교관들은 연신 어쩔 수 없다며 다른 지원을 최대화 하겠다고만 말했다.

    이 이후로부터 함께 팀을 구성할 사람들끼리 어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기왕이면 미리 친해져 놓는 것이 좋을 뿐더러 팀워크를 미리 맞춰야 생환 확률이 올라간다. 또 유망한 초행자를 자신들의 팀에 넣으며 선점도 할 수 있고 말이다. 이것이 이렇게 멤버가 만들어진 두번째 이유이다. 당연히 이 5명끼리의 칭호 등록은 진작에 해둔 상태이다.

    뭔가 이해득실을 따지는 관계인 것 같지만, 서로 잘 맞아서 다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다들 나름의 매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너네, 그거 들었어?”

    그렇게 5명이 같이 가던 도중 유지윤이 말을 꺼냈다.

    “우리 드디어 내일부터 검기 훈련 받는대.”

    “검기? 교관들이 쓰던 그것 말하는 건가?”

    린펠이 흥미를 보이며 대답했다.

    “응. 그 검에다가 마력 두르는 거 있잖아. 그거 배우기 시작한다는데?”

    “그거 배우기 겁나 빡세다던데.”

    고생길을 예감한 벨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검기 배우고 나면 기술세트도 본격적으로 배우겠네.”

    내가 덧붙였다.

    “어, 그렇네. 생각보다 얼마 안 남았구나?”

    “벌써부터 이 클랜 저 클랜이 들어와서 시끄러워지는 게 보인다, 아주.”

    “난 기대된다. 과연 어느 클랜이 나에게 기술세트를 주려 할지 말이다.”

    “그렇네. 나는 어디에서 주려고 할려나.”

    기술세트에 대한 이야기는 첫날부터 계속 들어왔다. 그만큼 모두들 그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세트, 우리도 그것을 배우는 날이 머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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