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대자가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18화 (18/61)
  • 〈 18화 〉 17. 마력과 친해지기

    * * *

    “이상으로 입학 테스트를 마치겠습니다! 오늘 초대받자마자 상황 설명 듣고, 입학 테스트까지 치르시느라 정말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부터는 별도의 일정 없이 휴식 시간이 주어질 예정입니다. 그럼 전부 교관에게 배정된 숙소를 안내받으시길 바랍니다.”

    상당히 파란만장한 하루를 보낸 나와 다른 모든 사람들은, 흡사 좀비와도 같이 흐느적 거리며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는 1인 1실이었다. 다행히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합숙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숙소에 들어가자 마자 일단 몸을 씻었다. 목욕시설에는 샤워기 같은 건 없었지만 수도시설은 제대로 마련되어 있었다. 시원하게 목욕을 하고 나니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침대에 털썩 드러눕자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다.

    “흐으으으...”

    정말 피곤하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오늘 하루동안 너무도 많은 일을 겪었으니까. 대뜸 처음보는 장소에서 깨어나서는 악마를 죽이고, 각성을 하고, 입문자의 시험을 통과하고, 이 1 계층에 떨어지고, 또 훈련캠프에 들어와 입학 시험도 봤다. 몸도 마음도 잔뜩 지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더니 어느새 마력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딱히 의도하지 않아도 알아서 온 몸을 순환하며 몸 곳곳을 회복시켰다. 마치 마사지를 받는 것처럼 뭉치고 상한 근육들이 풀어졌다.

    생각해보면 이 마력이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분명 이것을 처음 얻은지는 몇 시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마치 처음부터 내 몸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게다가 내가 의도하는 바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일정한 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마력이 내 몸을 순환할 때는 기분이 상당히 좋다. 그래서 불안하거나 힘이 들 때는 가끔 가만히 마력만 순환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때로는 지금처럼 자기 전에 순환시켜서 숙면을 취하는 데 써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몸 전체를 거쳐 순환하는 마력을 느끼다가 점점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날 아침, 모두들 피곤했는지 아직 잠에 취한 듯한 모습으로 공터에 모였다. 교관들이 아침부터 기상벨을 울리며 준비를 마친 뒤 공터에 모이라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어기적거리며 대강 대열을 맞추어 서자 알리시아 교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깔끔한 제복 차림이었다.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 여러모로 고생하셔서 피곤하셨을텐데 휴식은 충분히 취하셨는지 모르겠군요.”

    다들 졸려 죽으려고 하는 걸 보면 전혀 충분히 쉰 것 같지 않았다.

    “저희도 여러분의 사정을 고려하여 한 며칠 푹 쉬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한가하게 쉬기에는 너무 시간이 부족합니다. 안내 받으셨다시피 여러분도 얼마 후에 무작위 소환에 휘말리게 될 것입니다. 물론 초행자들은 한 달간 소환으로부터 보호됩니다. 그러나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여러분이 소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모자랍니다.”

    한마디로 한시가 급하다는 말이었다. 이건 다른 것이 아니라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따라서 여러분이 힘든 것은 이해하지만 최대한 촘촘하게 일정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그래야 여러분이 소환에서 생환할 확률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말의 내용으로 보아 아마 오늘부터 바로 수련이 시작될 예정인 모양이다.

    “그럼 먼저 자신이 배치된 클래스를 먼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기하고 있던 교관들이 배치표가 적힌 종이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나는 바로 종이를 확인해 보았다. 클래스 배치는 총 5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아마 어제 치른 입학 테스트 결과를 반영해 정한 것 같다. 나는 1클래스였다. 그것도 명단 제일 꼭대기에 적혀있었다. 입학 테스트 1등이라고 꼭대기에 적어준 건가? 쓸데없이 추켜세워주는 느낌이다. 어차피 마지막 6명은 똑같이 교관에게 털렸는데.

    이어서 1클래스에 다른 사람들은 누가 있는지 한 번 훑어보았다. 익숙한 이름들이 꽤 보였다.

    유지윤, 이해나, 아미르 벨, 린펠 하이드리히, 하미드, 린네 가드너...

    일단 마지막까지 남은 6명은 전부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이다.

    “클래스는 어제 있었던 입학 테스트를 기반하여 정해졌습니다. 종합적인 전투 능력이 더 뛰어날 수록 높은 클래스에 배치됩니다. 이는 여러분 모두에게 수준에 맞는 교육과 훈련을 해드리기 위함입니다. 클래스가 낮다고 해서 차별을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일절 없을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클래스는 현재의 상황일 뿐이니까요.”

    알리시아 교관이 약간 술렁이는 사람들을 조용히 시키며 말했다.

    “저는 지금까지 훈련캠프 도중 클래스가 바뀌는 사람을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낮은 클래스라고 위축될 필요 없으며, 높은 클래스라고 자만할 이유도 없습니다. 모두들 현재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중간에 실력이 떨어지거나 올라가면 클래스가 바뀌는 모양이다. 1클래스라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 모두 클래스 담당 교관의 안내에 따라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느새 각 클래스 별 담당교관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나는 1클래스 담당교관을 따라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도중 한데 모인 30명 정도의 1클래스 사람들의 면면을 볼 수 있었다. 잠깐 보인 이해나는 여전히 시린 냉기를 풀풀 뿜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1클래스 담당교관을 따라 이동한 곳은 실내 훈련장처럼 보이는 장소였다. 넓게 펼쳐진 것이 꼭 강당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교관은 우리들을 일렬로 나란히 세우고 말을 꺼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에 1클래스 담당교관을 맡게 된 한민아라고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전투훈련을 도와드릴 예정입니다.”

    한민아 교관은 잠시 말을 멈추고 1클래스 인원들을 쭉 둘러보았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 모두는 의심할 필요 없이 뛰어난 초행자들입니다. 다른 초행자들에 비해 이미 레벨도 꽤나 올리셨을 것이고, 거기다 신체능력과 기술을 응용하는 능력도 뛰어난 편이실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1클래스는 늘 가장 빈번한 인원 교체가 있어왔습니다. 아마 이번에도 그럴 것이구요.”

    1클래스가 가장 인원이 많이 바뀐다니, 이건 조금 예상 외이다.

    “그만큼 자신의 실력을 너무 믿으며 안주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지옥에서 안주와 방심은 그저 생존률을 더 낮출 뿐입니다.”

    한민아 교관이 무슨 뜻인지 모를 웃음을 씩 지었다.

    “그럼 거두절미라고 바로 훈련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뒤로 이어지는 훈련은 하루만에 1클래스 전원을 뻗어버리게 만들었다.

    ***

    1클래스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훈련은 마력 훈련이었다. 마력을 더 원활하게 다루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온 몸에 퍼져있는 마력을 갈무리해서 최대한의 효율로 사용하는 것. 그것은 이 지옥에서 죽기 전까지 해야 할 수련이라고 했다.

    그 마력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는 하루 중 반나절 정도를 마력을 순환 및 배분하는 연습을 해야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아주 다양한 자세를 취하도록 시켰다.

    나는 내 몸에서 마력이 이토록 제멋대로 날뛸 수 있다는 것을 매일마다 알아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한 5일 정도 훈련한 뒤, 기진맥진해서 뻗어있는 1클래스 초행자들에게 교관이 선뜻 말을 꺼냈다.

    “근 5일 정도 여러분은 제 훈련을 잘 따라와 주셨습니다. 생각보다 낙오자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보통 이쯤에서 1/3정도는 포기하네 마네 하는데 말입니다.”

    그럼 애초에 한 3분에 1정도는 떨구려고 이 난리를 쳤다는 건가? 저 교관은 악마인가?

    “그렇게 한동안 강행군을 해온 여러분의 마력 제어 능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여러분도 아마 느끼실 겁니다.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던 마력이 이제 신체의 일부분처럼 느껴지고 작용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건 사실이다. 나는 이 5일 동안의 훈련으로 마력을 수족처럼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마력을 순환시키는 중이다. 한순간이라도 순환이 끊어지면 마력을 두른 봉이 정수리에 작렬하던 지난 5일의 성과였다.

    “따라서 여러분의 기초적인 마력 통제능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고 판단되므로, 이제 스톡(stock)을 만들어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초행자들은 여전히 바닥에 뻗은 상태로 멍하니 설명을 들었다. 무언가 기대된다는 느낌보단 또 뭘 시키려는 것일까 하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스톡(stock)이란 쉽게 말해, 여러분의 마력을 신체 일부분에 모아서 쌓는 것을 말합니다. 그곳에다 마력을 저장해둘 수도 있고, 때에 따라 엔진처럼 작용해서 마력의 출력을 높이기도 합니다. 이 스톡을 사용한다면 여러분은 같은 마력으로도 더 많은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마력의 회복 속도도 상승하게 됩니다.”

    이윽고 한민아 교관의 마력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움직이는 마력들은 심장 쪽으로 모여들더니, 이미 심장에 쌓여있던 마력과 함께 맹렬하게 회전하였다. 정말 하나의 마력 엔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것이 스톡입니다. 스톡은 한번에 저장할 수 있는 마력의 양에 따라 단계가 나뉩니다. 마력 총량이 늘어나면 스톡의 층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 마력으로 된 층의 개수에 따라 단계를 측정합니다. 참고로 저는 현재 4스톡입니다.”

    저렇게 강한 교관이 4스톡이라. 스톡 단계를 올리는 것이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스톡의 위치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심장과 단전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것이고 사람에 따라 아주 다양한 곳에 스톡이 생성됩니다. 특이한 경우에는 머리나 명치 부근, 혹은 눈에 생성되기도 합니다.”

    한참 회전을 거듭하던 한민아 교관의 스톡이 멈추었다.

    “그럼 이제부터 스톡을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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