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76화 (176/211)
  • #176. 비범한 캐릭터.

    본디 내가 아는 분야로 공격하기가 제일 쉽다.

    모르는 분야로도 공격하는 게 쉽다.

    배우려는 자세로 접근하지만 않으면 모르는 분야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줘도.

    도돌이표로 물으면 말해 주는 사람이 속 터져 물러서곤 한다.

    그래서 세상은 지적질이 많다.

    방어하기는 그거에 몇 배로 난이도가 높다.

    고로 기사를 통해 역술인 저격하는 기고문 정도는 너무 쉽다.

    ‘유명해졌다는 경력에 박 대통령의 당선을 맞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역술인들의 국운을 논하는 실력을 알아보기에 가장 적합한 사례는 근래에는 2002, 2012 두 번의 대선이다.

    하도 나이 든 양반들이 많아서 그 이전까지 셈에 넣는 분들이 있긴 한데.

    그 이전은 인터넷이 발달을 안 해서 이 양반들이 푼 썰이 박제가 안 되어 있다.

    직선제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이 될 줄 알았다고 자기 이력을 위조해도 누가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2007, 2017은 각 당에 어린 ‘십년대운’이 끝났는지 결과가 원사이드해서 그다지 의미가 없고.

    그러면 남은 건 2002, 2012뿐이다.

    뭐, 2002년도 어언 20여 년 전 일이니, 자료를 찾기 어려운바.

    멀쩡한 건 2012년밖에 없다.

    양패구상이 되는 대선이라 여론조사나 분위기 등 객관적 자료가 개입할 여지가 가장 적어.

    역술인들의 실력을 볼 수 있다고 봐야 하지만.

    사실 이지선다라서 당시엔 사주 초보인 나도 맞힐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알다시피 박의 몰락을 직접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의 감평에는 희망찬 장밋빛 전망만이 대단합니다. J 일보 국운 융성의 시기, 통일 과업의 대통령이 나올 것이다, 등에서 이분의 발언을 찾을 수 있는데.’

    ‘이런 근거는 현실은 물론이거니와 사주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역술인의 개인적인 소망이 담긴 감평입니다.’

    문제는 역술하는 사람들의 박 대통령에 대한 사랑이 대단했다는 것이겠지.

    박 씨 가계는 대한민국 성립 이후 최초 부녀로 이어진 위상으로.

    지지자운이 13레벨 정도 되어야 나오는 운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역술이나 역술 향유층에 어르신들과 여성들이 많아서 그런지.

    대표적으로 자료를 많이 찾을 수 있는 2012년 양패구상 대선에서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점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실제 사주로는 기껏해야 참모가 최선이었을 상대보다는 강한 건 맞았지마는.

    ‘불의 시기에 칼이 녹아내려 활동력과 의욕은 망실하고 권력 통제력마저 잃어버리는 명에 처하였는데.’

    그녀의 몰락을 점치는 이들이 없었다.

    지금은 쪽팔린지 인터넷에 사주 좀 게시하는 양반들이 죄다 글을 지웠는데 사주 한창 배울 때 사지방에서 잘 본다는 사람들 풀이를 봤는데 그렇더라고.

    ‘여기에 심지어 탄허 스님의 예언마저 왜곡하는 기행을 보였습니다.’

    ‘탄허 스님이 남긴 대통령들에 대한 예언에서 가장 불쌍한 대통령을 그녀와 대립했었던 전직으로 치부했다가, 지금은 그녀로 바꾼 말 바꾸기에서.’

    탄허 스님도 예언가로 유명한 양반이다.

    이어 우리나라 유명 역술인이 누구나 그렇듯, 이분도 10.26 사건 시 정승화 참모총장의 행적을 예언한 적이 있다.

    뭐 이리 그 집안 가계가 벌인 일은 안 관련된 사람이 없나.

    내가 논하는 상대는 탄허 스님의 예언인 ‘불쌍한 대통령.’을 시의에 따라 가져다 17대 대통령과 18대 대통령에 짜 맞춘 전적이 있어.

    이를 실력 없다고 까고 있는 것이다.

    ‘이어, 사주로도 현실로도 증명된 불길한 5년여를 맞을 박 대통령에게 갖은 미사여구로서 통일 대업을 이룰 대통령으로 띄워준 것에서.’

    ‘거기다 상대를 참모격 사주라 말하며 절대로 대통령이 안 될 것이라 단언했음에도 그 인물이 대권을 거머쥔 것 등.’

    ‘이분은, 사주를 올곧게 해석하기보다는 영합하는 성향을 가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슨 지금 비판하는 양반은 될 사람한테 가서 붙는 게 아니라.

    자기가 됐으면 싶은 사람이 이길 거라는 논리를 제멋대로 생성하고.

    틀린 논리와 과거는 지워 없애서 자기를 포장하고 있었다.

    뒤져 보니까, 사주 감평에는 깊이가 있는 사람이지만 정치가에게 맞는 논리를 제공하고 자기 팬덤을 조직화하여 지지 단체 시위 등을 이끄는 정치인의 옆에는 꼭 있는 종교 조직 동원가의 행태를 띠고 있었다.

    역술인이 자기 포지션을 안 버리고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정치가가 던져주는 그나마 최선의 자리가 그 정도다.

    ‘정치하는 이들이야말로 관을 쥐지 못하면 관에 의해 죽으니 운명에 더 민감하기는 하겠으나.’

    ‘이 예언가는 스스로 살길을 알아 남에게 살길을 일러 주기보다는.’

    ‘자기 살길을 찾아 정치가에게 기생한 것으로 보이니, 옳은 말보다 달콤한 말로 정치가를 띄워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국정농단의 충격이 가시질 않았으니 정치인들조차 무릎 꿇어 존중하고 따를 진짜 예언가를 쓰지 못하는 풍조도 이해는 가나.’

    적긴 이렇게 적었지만 그런 예언가 지금은 없다.

    ‘그럼에도 역술인, 예언가를 쓸 것이라면 대권의 풍조에 맞고 당신들과 섞이지 않을 명사를 씀이 어떠할는지.’

    경력이 2012년 대선을 맞춘 것으로 유명해진 사람을 쓰면 쓰나.

    그건 나도 한창 공부할 때 대통령 사주 어떻냐고 묻길래.

    박이 타고 난 쌍칼이 녹아나길래, 초보적으로 ‘불의 시기에 안 좋으십니다.’ 한마디 했다가.

    하필 그 양반이 불로 훅 간 걸 본 군 시절 인맥들이 소문내 줘서 뜬금없이 그 시기에 돈 좀 벌었는데.

    나보다 경력이 압도적인 사람이 것도 못 맞추고 하염없이 칭송만 하다가 ‘통일 대통령.’ 평가를 ‘불쌍한 대통령.’으로 바꿨으니.

    안 깔 수가 없다.

    “이거 뭐 사주를 토대로 집권 정당성을 얻나? 왜들 다 캠프에 끼고 있는 거야?”

    이게 유명 예언가가 당신은 왕이 될 사람이라고 주변을 맴도는 것 자체가 약간이나마 표가 되긴 되려나?

    그게 사주인 게 웃긴데.

    교황이 왕관 씌워주던 시기라거나, 이슬람의 정통 칼리프 시대라거나, 티벳의 지도자 달라이라마라거나.

    그런 거 아니어도 미국도 대통령이 성경에 선서하는 나라니까.

    정치하는 사람들이 종교적 권위를 함양하려는 것은 알겠다.

    종교운 높으면 지지자운이 오르니까.

    어떤 분야에서의 유명인이 특히 신비적인 권위가 예언가가 선택했다는 것 그 자체로 얻는 무형의 이득이 있기는 한 모양.

    “이거면 되겠지.”

    일단 여기까지만 적어서 마무리 지어 기고했다.

    정치권에 손 닿은 역술인들을 네거티브할 공격 소재를 달라는 게 김병용의 의뢰였다.

    정치 공세는 작은 신문 사설에서부터 시작해 불씨를 지핀다고 하여.

    안 그래도 이런 걸로 기사 쓰고 싶어 하는 신문사들에 ‘선거의 역술인들.’이라고 직접 띄웠다.

    역술인이 쓴, 선거판 떡고물 받아먹으려는 역술인들에 대한 저격사설이다.

    * * *

    “많이 쾌차하셨습니까?”

    “…….”

    “입춘 전에는 떨치고 일어나셨으면 좋겠는데.”

    회복이 더딘가 계속 와서 말 거는데도 반응이 없, 음?

    “허, 이거야 원.”

    “어, 말씀을 하시네?”

    설양훈이 이제야 팔꿈치를 병상에 지탱하고 상체를 일으킨다.

    “문을 좀 잠가 주시겠습니까. 선생.”

    “아, 물론이죠.”

    병실 문을 잠글 수가 있나? 싶었는데 VVIP실은 되네.

    “혼잣말하는 거 좀 민망했는데 다행입니다.”

    “내가 누워 있다고 선생이 장난을 치더군요. 별소릴 다 해요.”

    “건방은 안 떨었습니다. 무슨 불호령을 당하려고요.”

    “선생 눈썰미야 일찍이 알고 있었지마는……. 놀랍더군요.”

    “자주 왔거든요. 자주 왔다고 방명록까지 남겨서 티를 냈잖습니까. 눌린 침대 부분이며 베개 비틀어짐, 리모콘이 있는 자리 등등. 위화감이 너무 심하더라고요. 누가 왔다 가지도 않았는데.”

    “허허.”

    방명록은 효자, 효녀, 효손, 충신 인증서다.

    왕 회장이면 진짜 왕처럼 모셨어야지.

    죽을 거다, 생각하고 무심하게 움직인 사람들이 아마 X 될 구조가 될 것이다.

    설양훈 그런 거 은근히 신경 많이 쓴다.

    “것도 그렇지만 선생은 내가 깨어날 걸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주치의나 계룡 선사는 마음의 준비를 언급했다고 하던데.”

    “계룡 선사는 제가 한 번 따끔히 말해 놨고, 주치의 선생님은 뭐, 보신 대로 말씀하셨겠죠.”

    “계룡 선사가 사주는 더 잘 봅니다.”

    “인정합니다.”

    “그런데, 내가 깨어날 날은 맞춘 건…….”

    “소한 때 깨어난다, 예언 말이시죠?”

    “빨간 글씨로 써 놓으니까, 나도 놀랐어요. 어쩌면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겠군요. 허, 나도 선생을 꽤 오래 봐 왔다고 생각하는데.”

    “예.”

    “사주가 아닙니다.”

    제법 예리하시구먼.

    이건 사실 날 오래 알고 지내면서 자주 사주 이야기 들은 사람들은 다 하는 이야기다.

    “물론이죠. 저는 제 말에 최소한의 명분과 신빙성을 부여하기 위한 개연성으로 사주를 쓰는 거지, 사주를 전공으로 파고드는 사람은 아닙니다.”

    “아니, 그 이상의 신비한 느낌이 있어요. 이게 내가 아직 사경에서 덜 깨어난 것이라 그런가.”

    “저 뭐, 무당 같은 거 아닙니다.”

    “지뢰복.”

    효험 좀 보셨나 보네.

    나는 영감이 사람 자체가 약해져서 건강식품 설명회가서 주렁주렁 뭔가 들고 오시는 어르신들처럼 되었다고는 봤다.

    그러니 저런 이상한 주문을 따라 하지.

    사람이 죽음이 눈앞에 닥치면 죽는 거 무서운 거 알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식으로 빠져들더라.

    뭐, 그런 말은 안 했다. 만만하게 보이는 거 싫어하는 노인이니.

    “주역의 15번째 괘상, 땅속에서 우렛소리가 들린다. 어미의 배에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아기의 발길질 소리 즉 생명의 태동이자 회복을 상징합니다. 암송하셨나 봐요.”

    “이 친구가 어디까지 가나 했지만, 나도 밑져야 본전이니 말은 해 봤습니다만 입조차 꿈쩍하기 힘들던 몸이 놀랍게 회복되고 있어요.”

    그거 내가 더 안 믿긴다.

    “그냥 영양제 때려 박아서 그런 거 아닙니까?”

    “내가 영양제는 예전부터 꽤 맞았지만 그 정도가 아닙니다.”

    영감이 돈 있으니 약 빨로 몸 추스르는구나.

    “아이고 제가 생각보다 도움이 됐나 봅니다. 다행입니다.”

    “경과가 몹시 빠르다고 합니다. 곧 걸을 수도 있겠다고 하고, 선생에 대한 이야기도 하더군요.”

    “아, 제 이야기요?”

    “바스러진 뼈가 사흘 만에 붙었고 뼛조각이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고 들었습니다.”

    설 회장을 매일 찾아오는 회사 직원으로 병원에 안 그래도 소문이 났다가.

    뼈 X-RAY사진으로 병원의 유명인이 되었다.

    조만간 연구 대상으로 잡혀가는 거 아닌가 싶네.

    “의사 양반 붙들고 수다 한참 떠신 모양이네요.”

    자기 건강도 궁금하고 온갖 세상의 것들이 궁금할 건데.

    그걸 캐묻고 있었나.

    “허허……. 뭐, 병실은 심심하지요.”

    “그러시면서까지, 아픈 척을 하시고 대체 뭘 노리시는 겁니까?”

    “내가 먼저 묻고 싶군요. 역에 통달하면 귀신을 부릴 수 있다고 하는데, 선생이 그러한 건 아닌지.”

    사주까지는 믿어도 괴력난신은 절대 안 믿을 영감인데.

    죽을 뻔하고 진짜 많이 약해졌네.

    “저도 놀라고 있습니다. 사실 소한부터 입춘까지 어르신이 못 일어나면 그 이상은 어렵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소한, 더 가서는 대한, 이어서 입춘에 깨어난다고 바꿔 붙일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요?”

    “한 마디로, 그냥 그쯤에 깨어나 주셨으면 좋겠다. 소망을 가득 담은 것이죠.”

    “소망을 이룩할 힘이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요?”

    “뭐, 그리 봐주시면 저야 비범해져서 좋습니다. 요즘 점차 비범한 사람인 게 타인을 믿게 만들기 좋구나, 생각해서 비범한 신분을 갖출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요? 어떤?”

    “비범한 면모는 나만 비범하면 또라이에 불과하니, 타인의 과분한 사랑을 얻어 드러내고자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도 누군가가 지극히 사랑해 준다면 그 모습이 비범한 것입니다.”

    요즘 비범함 드립으로 밑밥을 깔고 있다.

    보편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긴 했으므로 이를 타인이 납득할 명분으로는 이만한 게 없다고 본다.

    “그래요? 그래도 그렇게 날 위해 빌어 주셨으니 이 늙은이가 적당한 선물을 하나 해야겠군요.”

    “부하 직원은 회사에 공을 세워야 보상을 받는 것이 떳떳합니다. 그저 사람이 살아나길 바라는 당연한 마음을 가졌다고 선물이라니요.”

    말은 겸양을 떨었지만 목숨값으로 레벨업해 살려낸 것이니 받을 만도 하다.

    “미래를 보는 분이 미래를 맞혔으니, 복채를 받는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영감이 고맙긴 한 모양인데, 뭘 받느니 고마움을 남기는 게 좋았다.

    고마움이 빚처럼 있어야 그 사람에게 용인받을 수 있는 한도가 넓어진다.

    “바라는 건 있으나 지금 말씀드릴 것은 아닙니다. 지금처럼 주시는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복잡하면 나는 그냥 내가 주고 싶은 걸 줄 겁니다.”

    영감 토라진 척하는 거 봐.

    이런 영감이었지 참.

    ‘나이 들어 감정이 동하는군요.’ 하면서 삐진 척으로도 자기 의지를 관철하는 고단수다.

    삐진 척이라는 스스로 안 떳떳한 행위엔 ‘나이 탓’으로 약한 척하면서.

    “그런 거라면 말씀드리겠는데, 어르신이 아끼는 큰딸을 쥐구멍으로 모는 일을 바랍니다.”

    “선생이 스승이 된다면, 못난 딸의 종아리를 때릴 회초리를 안 줄 이유가 없지요.”

    아니, 설재영은 좀.

    “아비가 다스리지 못한 자식을 선생님이 어찌 다스리겠습니까?”

    “그건 이미 노승환이 만나서 이야길 해 놨습니다.”

    “어, 깨어나신 거 감출 생각 아니셨어요?”

    노 사장은 불렀구먼.

    “선생을 비롯해 믿는 사람들에겐 말을 해 뒀지요. 시집보낼 때 들려 보낸 지참금 전부 회수하게 지시해 뒀고 민혁이 괴롭힘 주동자로 유언장으로 다시 교체해서 몇 푼도 돌아가지 않게 할 겁니다.”

    “그 정도면 족합니다.”

    “내 딸이나, 내 아들의 원수이기도 하니……. 하, 이 꼴 보기 싫어서라도 죽었어야 했는데.”

    “그런 말씀 마십시오.”

    그런 태도가 아마 자식운이 나쁜 이유가 아닐까 싶지만.

    내게 이로우니 꾸짖지는 않았다.

    “그냥 이 목숨줄 놓을까도 싶어요. 내가 죽어야지.”

    “재밌는 기략일 거 같습니다. 도와드리지요.”

    “……이런, 하여간에 눈치하고는.”

    자식새끼들 싸우는 꼴 보기 싫어서라도 일찍 눈감겠다.

    라고 서사를 쌓아 두다가, 폭탄선언을 한 것인데.

    나는 이걸 진짜 죽은 척하겠다는 모략으로 받았다.

    일단 노인네들 ‘내가 죽어야지’는 거짓말이다.

    진짜 죽고 싶었으면 아득바득 주문 안 외우고 영양제 안 맞지.

    “일전에 늙으면 죽어야지, 하는 말 노인들이 젊은이 보기 민망해서 하는 말이라고 하신 기억이 납니다.”

    “뭐, 죽어볼 생각입니다. 선생은 어차피 눈치챌 듯하니, 미리 말씀을 드리지요.”

    “감사합니다. 저는 굉장히 좋은 모략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다른 걸 말씀하세요.”

    “예?”

    “그저 날 위해 빌었다는 것만으로 치하하는 게 아닙니다. 회사를 잘 지탱해 준 것도, 아들의 복수를 대행해 준 것도……. 내겐 고마움이 이를 데가 없어요. 표현을 하고 싶으니 받고픈 걸 말을 해요.”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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