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75화 (175/211)
  • #175. 남자의 네 갈래.

    “사랑해…….”

    “어?”

    “아…….”

    나는 좋은 얘길 들었다, 생각하고 더 불타오를 거 같은데, 설유겸이 입을 틀어막다가 황급히 손을 내젓는다.

    “아, 아니 그, 그, 그 이야기를 하면 더, 더 기분이 좋을 거 같아서.”

    “나는 확실히 기분이 좋은데. 그건 하는 것보단 보통 들어야지 않아요?”

    “아, 아저씬 하지 마세요.”

    “……왜?”

    도덕과 신념이 있음에도 이러고 있는 것부터가 선을 한참 넘어 놓고는 이상한 마음의 선을 그어 놓고 있단 말이지.

    “그, 그 배덕감이 좋거든요. 나한테 절대 그런 말 안 할 거 같은 남자가 단지 욕망에 미쳐서 집착해 주는 거.”

    변명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왜 이러는지 알겠고 나한테 이롭지만 보편적이지 않은 캐릭터 몰입으로 자신을 연기하는 것 같아 위태로워 보인다.

    그 위태로움이 안타까운 감정을 자꾸 부른다.

    “그 남녀가 서로에게 갖는 욕망을 사랑이라고 말하고 우리 둘 다 그러고 있는데 왜 그럴까, 자꾸? 인정받게 만들어 주겠다니까.”

    “아, 암튼 진짜 말하면 안 돼요.”

    이쯤 되니 내가 은겸이한테 솔직히 말하겠다고 하는 게 압박을 주는 모양새일세.

    “알았습니다. 뭐, 내가 곤란한 게 아니라 유겸이가 곤란해질 가능성이 더 높아서.”

    난 감추는 게 더 추하다 싶어 못 견디겠고, 사주강화술의 근거 있는 자신감이 있어 진솔하게 말하는 게 두렵지 않았지만.

    화살이 유겸이한테 돌아갈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 고집을 꺾었다.

    강화술도, 엄마도 지켜 주지 않으니 유겸이 뜻대로 따르는 게 옳았다.

    “……말해도 내가 말할 거예요.”

    “대신.”

    “응?”

    속삭여 내 조건을 말했다.

    유겸이는 귀까지 얼굴이 빨개졌다.

    대답하지 않고 그저 날 재촉한다.

    “그, 그 씻고 옷 입고 빨리 나가요. 다 와 간대.”

    친구가 다시 내려온다고 한다.

    유겸이가 내 이야기를 좀 한 모양인데, 사주 궁금하다고 하기에 불렀다고.

    나는 사람을 관찰해서 사주 보는 걸 선호하지만.

    유겸이 친구면 어느 정도 힌트가 있어서 비대면으로 봐도 상관없었으나.

    본인이 또 와서 맞이해 줄 생각이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는 격언대로 사주 안 보고도 인생 때려 맞추기 쉬웠는데 아쉽네.

    “남친이 저한테 관심이 없는 거 같아요.”

    그렇게 사주를 봐주다 드디어 중점인 질문이 나왔다.

    젊은이들에게 있을 법한 질문이구먼.

    “사주로 보면 관심이 없을 수가 없어 보이는데요. 스킨십의 농도로 말씀하시는 걸까요.”

    “아, 어, 좀 그런 점에서 그게 와닿기는 해요. 다른 건 세심하거든요.”

    “어, 연애할 때 남자는 크게 네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 그래요? 어떤.”

    “일단 남자분이나 여자분 모두 연애 경험이 꽤 있으실 겁니다. 특히 여자분이 많아요. 이런 영롱한 등불을 바라보지 않으면 그건 눈이 먼 거겠죠.”

    영롱한 불빛이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은 음한 불이라고 하는 정화(丁火) 갑을병정의 그 정이다.

    사주 1만 명 정도 본 내 입장에서 볼 때, 보편적으로 잘 꾸미고 예쁘단 칭찬을 매일 먹는 밥처럼 원하는 스타일인 경우가 반 이상이었다.

    칭찬 리액션이 좋은 사람들이 있잖은가, 더 칭찬하고 싶어지는.

    이어 영롱하고 말 그대로 ‘밝히므로’ 밝히는 분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불은 오행상 심장을 말하기도 하는데 심장 활동이 왕양한 사람을 불의 기질로 봐서.

    사주에 불이 있는 사람들은 소위 금사빠가 많다.

    유겸이도 이 기질로 태어나서 별이라고 했지.

    다만 가질 수 없는 여자라는 표현으로 하늘의 별이라고 표현했다.

    “우와, 눈이 멀었대.”

    “흐응.”

    유겸이가 눈을 반달로 치켜뜨면서 날 본다.

    “네, 가둬 놓고 바라만 보고 싶으며, 어두워도 그 실루엣을 짐작하고 욕망을 느낍니다. 인기가 많으셨을 겁니다.”

    “인기 많았어요.”

    “유겸이도 인기 많았어요.”

    여자들 둘이 오면 서로 칭찬하는 게 일이다.

    “그 외모들에 인기들이 없기 쉽지 않죠. 둘 다 태어난 속성이 같아요.”

    “그래요?”

    “그러니까 같이 놀죠. 빛을 내는 반짝이는 분들이거든요.”

    “저거 밝히는 거다, 라고 하려고 하는 말이다?”

    어느새 내 궤변 패턴에 익숙해졌군?

    “어, 밝히는 거 맞잖아.”

    여성이 둘 이상 오면 사주에 은근히 녹아 있는 음담에 동조할 확률이 높아지더라.

    “예, 취향이 독특하지 않았을까.”

    “취향 독특하대, 아하하하.”

    유겸이는 친구한테 어깻죽지를 맞는다.

    “겉으론 낭랑한 공주님 세상에 빠진 척하면서 사실 지독한 음란 마귀라서 남자애들이 호감을 보여도 좀 세게 들이대면 본인이 거부해 오지 않았을까.”

    “어, 진짜요.”

    “그건 자기혐오가 묻어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스스로 솔직해지는 것에 대해 창피함이 있어서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심리.”

    “……좀 그런 것도 있는 거 같고.”

    “얘 사주 보잖아요. 왜 내 얘기만 해요?”

    빗대어 비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는데 해야지.

    “잡설이 길었고, 제가 사주로 본 남자의 네 부류를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아마 느낌도 오실 겁니다. 기본적으로 남자는 성욕이 충만한가? 아닌가에 따라. 여자를 대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러려나요?”

    “세 부류는 성욕이 충만합니다. 기질이 다를 뿐이죠.”

    “세 부류는 성욕이 충만하다.”

    잘 듣고 있다는 것은 알겠지마는 굳이 복명복창을 할 필요는 없으십니다.

    “성욕만 있고 매력 없는 남자와 성욕도 있고 매력이 있는 남자. 그리고 성욕이 너무 대단한 남자와 모종의 이유로 성욕이 없거나 여자가 보기에 없어 보이는 남자.”

    “다 안 좋게 들리네요.”

    “성욕이라는 단어를 죄악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으니까요. 도덕군자와 청교도, 거기에 남녀칠세부동석으로 회귀하는 나랍니다.”

    “좀 그런 거 같긴 해요.”

    친구 사주 보는데 유겸이가 끄덕이는 건 뭐야.

    “우선 성욕만 있고 매력 없는 남자를 말하자면, 이 남자들의 부류는 욕정을 해소하고 싶으나 여자가 없어 못 하는 이들로 여자가 귀합니다. 이들은 보면 여자에게 싫은 말을 잘은 안 합니다. 좋은 말을 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하기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하는 편으로 여자 쪽의 마음에는 썩 안 드는, 남자 최대한의 노력을 합니다.”

    “여자 맘에 안 드는 남자의 최대한의 노력이면, 뭐.”

    “종이학 천 마리 접기 같은 거죠.”

    “으엑. 전 남친 같아요. 유겸이 너 알지.”

    “어.”

    나이를 봤을 때 그냥 연애에 서툰 친구일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다.

    그런 거 해 봐야 소용없다는 거 알았으니 담부턴 안 하겠지.

    “최대한의 노력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애정하고 집착한다는 뜻이고 아낀다는 것이겠지만 그 덕에 속박하고 구속하고 안 그래도 강한 성욕을 여자가 받아 주는지를 자꾸 확인 받고 싶어 합니다.”

    “어, 맞아, 맞아.”

    “그 덕에 주변 남자 자체를 용납을 잘 못 합니다. 별생각도 없는 그냥 친구도 견제하고.”

    욕망이 크므로 여자를 매우 좋아하지만 욕망이 앞서고 핀트가 안 맞아 결국 여자들에게 인기는 없는 운명이다.

    “그다음으로 성욕도 있고 매력도 있는 남자로 손님의 남자 친구로 생각되는 스타일입니다.”

    “오, 어떤?”

    “일단, 님 같은 여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오, 나 매력 있대.”

    반전 있어요.

    아니, 반전이 문제가 아니라, 성욕은 높은 매력 없는 남자 관련해서 앞서 한창 썰을 풀었잖은가.

    무지성 칭찬임을 눈치를 못 채네. 이건 나도 반박하려면 입 좀 털었어야 했을 텐데.

    “우선 전 남친과는 다른 남자 친구의 패턴일 확률이 큽니다. 매력이 있으신바, 전 남친에게 질렸다면 새로운 스타일의 남자를 만나고자 하셨겠지요. 이런 남자들은 어떤 부류인가 하면.”

    “네, 어떤 부류예요?”

    “친구같이 다가와서 막 놀리고 괴롭히고 자연스럽게 말 붙이고 장난을 남자애들한테 거는 만큼 심하게 걸고.”

    “네!”

    “한 마디로 걘 남자고 난 여자인데 여자를 여자처럼 안 대하는 느낌의 남자로 보입니다. 현 남친 맞죠? 이 친구 아마, 전 남친이 무지하게 경계했을 겁니다.”

    “미쳤다. 와……. 말해 줬어?”

    “안 말해 줬지. 이 아저씨, 자기가 맞히는 거 좋아해.”

    정확히는 여자를 여자로 인식하는 남자와.

    여자의 신분을 친구 등으로 덮어씌워 인식할 수 있는 남자의 차이다.

    그래서 연애 많이 한 젊은 여자들의 패턴을 보면 번갈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진짜 좋다고 난리 피우는 집착남을 만났다가 질려서 친구같이 편한 남자 만났다가 집착남만큼은 없는 관심에 고뇌하다 다시 좀 더 덜한 집착남 만났다가 이런 식.

    “이는 다음으로 설명드릴 성욕이 결여된 남자와 동일한 면모가 있습니다.”

    “어때요?”

    “그러니까, 특별 대우가 없는 것이 닮았습니다. 이 부류들은 여자라고 하는 행동이 없어요.”

    “특별 대우…….”

    “예, 목적성이 보이는 남자, 나와 깊은 관계가 목적인 남자는 여자에게 특별 대우를 하거든요. 비난을 삼가고, 내 편을 무조건 드는 척하는 등의 일련의 행위가 여자들 눈에 빤히 보일 겁니다. 그 특별 대우는 좋은 놈이 할 때나 좋지, 아무나 하면 부담스럽잖아요.”

    “그쵸, 그쵸.”

    “근데 또 너무 없으면 좀 그렇고.”

    안 그래도 젊은 여자들 몰입력 좋은데, 유겸이 친구분 고개 끄덕임을 멈추지 않는다.

    리액션 좋은 아이들이네.

    “남친은 뭐, 전 남친만큼은 아닌데 그렇진 않아요.”

    “예, 님의 남친은 그래서 성욕이 있고 매력도 있는 남자입니다. 부담감이 없는데도 여자와 긴밀해지는 방법을 알아요. 그러면 스리슬쩍 어쩌다 보니 만나게 됩니다. 고백 없었을 거예요.”

    “우와, 우와아아.”

    “뭐가 다른데요? 성욕 없는 남자랑 성욕이 있고 매력도 있는 남자가요?”

    놀라는 친구 대신 유겸이가 대신 묻는다.

    “차이는 정확히 매너와 장난입니다.”

    “……아?”

    “성욕 없는 남자는 만나 보면 무심하고 무정하다 느낍니다. 달콤하거나 쑥스러워하면서 말하는 표현도 없고요. 왜냐? 여자가 별로 아쉽지 않으니까. 매너를 익힐 이유도 여자한테 장난을 잘 치지도 않습니다. 친근감을 표현하지 않는 겁니다.”

    “남친은 안 그래요.”

    “그래서 이분의 남친은, 누구에게나 매너가 있고 장난도 거리낌 없이 치겠네요.”

    “헐.”

    이번엔 설유겸까지 같이 놀란다.

    “이분들은 주변 인물들을 모두에게 남자까지 상관없이 친절하고 장난치며 친근감 있게 대하니까, 여자에게 특별 대우하는 티가 안 날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맞아요, 다 친절해요. 나도 알거든. 여자애들한테 장난 많이 걸어요.”

    “이어 연인이면 성적인 장난도 많이 칩니다. 밖에서 막 엉덩이 만져서 신경 쓰이게 하고.”

    “네에에. 으휴.”

    증언들로 미루어 볼 때 성욕 있는 남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관심이 없다는 고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 남친은 성욕의 해소 창구가 따로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네?”

    “그건 다른 여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포르노일 수도 있으며, 낮은 확률로 남자일 수도 있습니다.”

    “바, 바람을 피운다는 건가요?”

    “매력 있는 여자의 남자이니, 다른 여자도 매력 있게 느낄 것입니다. 또한 친근감이 있고 친절하며 오히려 자신을 유혹할 사람이란 부담이 느껴지지 않으니 여성들이 곁에 둡니다. 끊질 않아요.”

    “네, 아니, 그 좀 그렇기는 했는데 걔가……. 원래부터 친구 많았고 저도 친구였고.”

    “결정적으로 연애 시작 선언인 고백이나 메시지 상태에 티를 내는 행위들을 잘 안 합니다.”

    “아…….”

    “빠져나갈 구석을 두거나, 열애를 드러내서 누군가에게 특별 대우를 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변에 주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모두에게 공평무사하려 노력하는 변태 사주다.

    사람 자체가 겉으로 보기에 몹시 긍정적이고 공평하기에 인기가 있지만.

    특별한 지위로 머무는 여자들이 실망하는 팔자이기도 하다.

    나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구나. 싶으니까.

    “와, 진짠 거 같아.”

    “그런 경우,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 싶고 누구에게도 미움 받고 싶지 않은 이런 인간상은 자신의 품절로 인해 떨어져 나갈 인맥조차 아쉬워합니다.”

    “……아.”

    “사귀기 전까진 최고인데, 결혼하면 제일 속 썩이죠.”

    “저 왜 이런 놈들만 만나죠?”

    “그건 손님이 영롱한 촛불이라, 활약하고 인정받을 암흑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유겸이랑 비슷하다. 단지, 이쪽이 아가씨로 커야 한다, 따위의 부모 기대가 없어 자유분방하고 만만해서 남자가 더 잘 붙는다.

    “극단과 극단을 만난 건데, 나이가 어리다 보니 그럽니다. 남자도 머리가 크지 않고 경험이 아주 많지 않으니 철부지의 연애를 하는 것이죠. 만나다 보면 다스리는 방법도 알고 집착과 공평함이 어느 정도 공존하는 남성상에 수렴할 겁니다.”

    “그런가요?”

    “이 네 가지 부류는 극단적으로 동서남북의 끝까지 간 느낌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아, 정말요?”

    “동남풍, 북서풍 뭐 이런 식으로 사람은 조화가 되기 마련이니까요.”

    * * *

    유겸이 친구 사주를 봐준 뒤 돌아오는데 차에서 유겸이가 묻는다.

    “아저씨랑 내 얘기죠?”

    “남자의 네 분류니까, 저도 그 속에 속하겠죠?”

    “현이 남친이랑 똑같은 느낌이던데요?”

    욕망은 과하나 매력은 없는 부류에 속하던 인생인데 내가 잘 컸네.

    여자운 레벨업이 큰 역할 했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만 저는 조금 달라요. 그렇게 안 살아야 비범하고, 비범해야 사람들이 믿습니다.”

    “어떻게 다른데요?”

    “저는 말씀 안 드렸던 남자의 네 부류 중 성욕이 미쳐 날뛰는 사주라, 집착남의 성격이 더 셉니다. 즉 들어오는 여자 절대 놓을 생각이 없는 거. 그러니, 파트너로나 남자는 이야기 안 받아들이죠.”

    “내가 물렸구나.”

    무매력 집착남이 매력 강화가 되었을 때의 최종 형태인 것이지.

    “성욕은 남성 호르몬에서 비롯되는데 남성 호르몬은 사회적 성취를 말합니다. 이 부류는 사회적 성취가 대단한 편인 바 이를 바탕으로 엽색을 하며.”

    “엽색이 뭐야?”

    “직역하자면 여자 사냥.”

    “왁…….”

    “그 기저엔 사회적 성취를 전달하고 물려줄 자손을 몹시 원하는 심리가 있어, 후세를 남기는 데 최적화된 커리큘럼으로 행동합니다.”

    “그럼 무슨 짓을 해요?”

    날 스스로 까는 소리라 좀 복잡하게 말했는데 핵심을 찌르고 들어온다.

    “들어온 여자 절대 안 놔주기와 마르지 않는 욕망 등이 있지요. 욕망이 보통 사람을 뛰어넘으니까, 여러 이성을 확정적으로 확보하려 하는 것입니다.”

    있기는 하지만 유지는 안 되는 남성상이다.

    남자들 모두가 유전자 차원에서 꿈꾸지만 이루기 힘든 패턴이라 보기 힘들다.

    사회적 성취와 돈으로는 되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

    사회적 성취가 대단할 나이쯤에 남자의 힘은 나이와 함께 기울기 때문에 이성을 확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기질이 떨어지고.

    좀 더 원초적이고 유전자가 시키는 많은 여성을 잠시 만나는 쪽으로 발달한다.

    나는 상관없다.

    사주강화술로 아득바득 버티면 된다.

    “남달랐구나.”

    “네가 그렇게 만든 거예요.”

    “왜?”

    “좋아서 선을 넘어 버렸으니, 지금 명분을 만들어서 이런 사람도 있다. 그러니 받아들여 달라고 말하는 건데요.”

    “아, 진짜 왜 이렇게 날 좋아해?”

    “그게 좋다.”

    “아?”

    “애정을 받는 걸 어색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 나는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다. 자존감이 묻어 나오는 거, 그러니까 더 예쁘네.”

    “……말이나 못 하면.”

    사주와 역술은 내 인생을 변호하기 위해 영악하게 써먹기도 한다.

    남에게 ‘팔자가 그런 거지 네가 나쁜 게 아니다.’ 라고 말하는 편이지만.

    그건 사실 날 변호할 때 쓰는 게 더 적합하다.

    사주를 보는 사람이므로 내 근본인 사주와 운명이 그렇다. 어쩔 건데?

    하는 뻔뻔함이 먹히는 것이다.

    * * *

    야멸차게 전화를 끊었다.

    “아, 어디 사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구속된 것도 아니니까. 직접 찾아오라고 하세요.”

    설재영 측 변호사가 계속해서 연락을 취해 온다.

    서기준 변호사가 말하길 증거가 명확해서 그쪽은 아예 프레임 전환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차로 치어서 사람이 죽는다는 보장도 없으며, 실제로 죽지도 않았으니 폭력 청부에 불과하다.’

    살인 청부가 아닌 폭력 청부로.

    뭐, 원래 명분 다 잃은 범죄자 변호하는 변호사가 궤변을 할 수밖에 없다지만 심하다.

    물론 내가 언론과 친하게 지내는 곳도 많고, 스카이피아가 지원하고 있어.

    폭력 청부 드립을 진지하게 받아 주는 곳은 몇 없기는 하나.

    법은 워낙 돈과 지위 있는 이들의 편을 들기 위해 논리를 만들어 주니까. 모를 일이다.

    여기까지 진행되자, 유럽 외유 중인 설은겸에게 연락을 취했다.

    “슬슬 돌아와도 될 거 같아요. 아버지 3주기엔 제대로 술을 올릴 수 있을 거 같아서.”

    설재영 목을 가져다 바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진지하게 말하는데, 은겸이가 장난스럽게 아양이다.

    [보고 싶어서라고 말해 주면 갈게요.]

    귀여운 말이고 맞받아쳐 주고 싶은데 문제가 있었다.

    “안 하면 안 오려고?”

    [엥?! 야! 너 왜 듣고 있어!?]

    스피커 폰 안 했는데도 옆에서 훔쳐 듣던 설유겸이 쏘아붙인다.

    사실 대화가 설재영 처분과 아버지 기일 관련된 보고라서 동생도 들어야 할 이야기긴 했다만.

    “내가 납치했다!”

    텐션 높아지는 거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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