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77화 (177/211)
  • #177. 가족 평화의 사자.

    은겸이 귀국 날이다.

    시차 때문에 하루는 서울 자택에서 쉰다지만.

    보고 싶다니까, 보고 싶으니까 가야지.

    문제는 그 집안의 말 안 듣는 딸이 하나 있다.

    “엄마 평생 안 볼 거 아니잖아요.”

    “…….”

    “말 듣자, 안 그러면 언니한테 이른다.”

    “아, 그러지 마.”

    이건 내 약점인데, 설유겸 약점이 되어버리네.

    자존감과 그 자존감이 자아내는 뻔뻔함의 차이다.

    그 뻔뻔함을 포장해 납득시킬 수 있는 언변의 차이이기도 하고.

    “그러지 마?”

    “그러지 마요…….”

    원래 유겸이가 마중을 나갈 기획이 있었고, 내가 같이 가기로 했는데.

    설유겸이 안 간다고 하니까.

    마중 나가는 게 그냥 내가 너무 좋아서 나가는 팔불출 남친이 되어 버렸다.

    사실 대전에서 인천공항까지 마중 나가겠다는 게 내가 봐도 무리수이긴 하다만.

    가족 상봉을 위해 기획한 것인데, 곁가지가 되었다.

    “엄마한테 인정받고 싶은 심리가 가득한 건데, 그러려면 억지로라도 먼 걸음을 고생했다 같은 심리적 미안함을 심어 주는 것만 한 게 없습니다.”

    “그런 거 갖고 인정해 줄 거 같지 않아…….”

    “엄마에 대해 기대를 포기해 버리면 그 자존감을 채울 수 있는 거 언니를 깎아내리는 것밖에 안 남는데. 이런 거 다 말한다.”

    “에!?”

    “둘이 화해는 시켜야지.”

    “그걸 말해서 화해가 될 거 같아요?”

    그걸 말한다는 얘기는 아닌데, 본인이 무지 신경 쓰는지 그렇게 알아듣네.

    물론 모녀 갈등을 해소하는 데엔 그게 더 낫다.

    “어, 그것도 가능하지, 미친 연놈들이 될 건데 나이나 직종으로 볼 때 내가 딸들을 다 건드린 변태 역술인이 되는 거라서 분노가 나한테 따르기 마련.”

    “으.”

    “근데 그거 안 합니다. 그냥 내가 이 사람들에게 새 규범을 정신적 멘토로 받아들이게 하고 그걸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자아내 이분들을 감화시킨 뒤, 그 규범에 따른 질서를 위배 못 하게 하는 게 나도 온전하고 분노가 따르지 않는 방식이 될 테니까.”

    “진짜 자신 있어 보인다.”

    “그게 되니까.”

    “된다고요?”

    “설유겸이 꼭 쥐고 있던 옹졸한 마음속 선도 깨 버렸으니까.”

    “옹졸하니까.”

    약간 부정적인 단어인 ‘옹졸하다’란 표현을 하자마자.

    그것을 자신에게 대입해서 써먹는다.

    스스로를 부정적 표현을 통해 방어하고 싶은 심리가 그대로 묻어난다.

    “아니, 옹졸할수록 그 하나 쥐고 있는 선, 즉 줄이 자신을 지탱해 주는 것 같아서 더 깨기 어렵거든. 그걸 깼으니까. 자신감이 있죠.”

    자존감 없는 이들이 지키는 신념이 더 깨기 어렵다.

    자존감 높은 사람들이야 자존감을 위해 쥔 신념을 버리는데.

    자존감 없으면 쥔 신념을 버리는 걸 자기를 버리는 것처럼 생각한다.

    “……흥.”

    “지금 그 선을 넘어놓고도 그어놓은 선이 소중해서, 나는 야해서, 미쳐서 그렇다. 이러고 있는 거고.”

    “그런 건 말해도 돼요. 우리 이런 거 한 거만 아니면.”

    “불안하면 따라오든가.”

    “……그건 싫어.”

    안기는 건 좋은데 고개를 많이 도리도리하네.

    “아무튼 유겸이가 내 자신감에 분명히 도움이 됐으니까. 나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정말 도움 돼요?”

    “이런 예쁘고 어린 애한테 사랑받는데 도움이 안 되면? 오히려 나도 그런 자신감을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유겸이가 안 그런 거 같아서.”

    “……도움 돼요. 나도 많이 말했다?”

    그런 것치곤 자신감을 함양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던데.

    된다니까. 뭐.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그것만은 절대 말하지 마요. 그러기만, 그러기만 하면.”

    “음?”

    “나 좋아해도 돼.”

    유겸이가 부끄러운 말을 잘한다.

    표현이 덮이지 않는 사주라서 그러하려나.

    “알았습니다. 내가 뭐, 우리 한 짓만 빼고는 잘 말하고 올 테니까. 엄마가 먼저 전화해서 우리 딸 미안하다, 하게 만들 테니까. 있어요.”

    “고마워요.”

    “다녀옵니다.”

    “아, 잠깐.”

    “응?”

    “할래……?”

    미치겠구먼, 좋아서.

    * * *

    결국 공항에서 은겸이네를 마중 나가는 건 혼자 가게 됐다.

    내가 안 가도 되는 거였지마는 은겸이가 보고 싶다고 그러고.

    어머님이 선물 준다니까 가야지.

    그리고 조금 늦었다.

    다만 수하물이 하나 늦게 나와서 아직 입국장에 있었다.

    “아.”

    “여기요. 어이쿠.”

    으스러뜨릴 각오로 안고 의외로 팔 힘까지 좋아서 배에 S라인 생길 거 같은 포옹은 못 따라간다.

    “오, 욱.”

    “맷집이 약해졌나 보네에.”

    “주, 죽이려고?”

    “죽으면 안 돼에.”

    “왜요?”

    은겸이가 비장하게 대답했다.

    “같이 죽을 거야.”

    가족이 있는 자리니까, 어차피 이런 자리에선 말 안 하려고 했지만.

    맘이 좀 아리네.

    행여나 실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인생에는 이런 일이 절대 없겠지 싶어서 야설에나 쓰던 일이 생기면 과감히 둘 다 설득하고 같이 살 셈으로 상상은 했었다.

    그 둘 다 설득하는 방식은 사주를 통해 이 방식이 이로움을 어필하는 것이라고 머릿속으로는 구상해뒀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발생 안 했던 건 아니다.

    2 픽 인생일 때 겹치는 시기가 존재했다.

    여자운이 콤보로 오던 불의 해 여름쯤.

    근데 그게 가능했던 건, 그녀들도 마음을 주는 상대가 따로 있는 기기묘묘한 관계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만.

    “헤에.”

    “음?”

    “선생님도 아주 꽉 안아 준다.”

    팔에 들어가는 힘만큼, 아껴 준다고 생각하며 웃네.

    그러기 때문에 확실히 더 강하게 껴안았다.

    살짝 미안한 맘이 들수록 더 아껴줘야겠다 싶네.

    얘들은 안 되겠다.

    여자운 만렙 가자.

    현재 2처를 가질 수 있는 운세이지만 경제적 종교적 인종적 격차, 궁합이나 여인들의 자아운, 어머니운, 학위운, 남자운, 자식운에 적용받는다.

    경제적 격차가 분명 있는 집안이므로 현재로서는 아슬아슬하다.

    아, 만렙인 15렙은 1만 궁녀 사마염 엔딩인데, 그건 좀 과하니까.

    12~13으로 해야겠다.

    “우리 막내는 저러면 안 돼, 엄마 버리고 저러면 혼나.”

    너무 오래 껴안고 있다 보니 어머니가 아들 어깨를 꾹 쥐면서 한마디 한다.

    그러나 막내는 게임기 들고 몰두하느라 아무 관심 없다.

    이 집도 내가 보기엔 아들 크면 엄마가 된통 서러워할 거야.

    “아, 안녕하세요. 인사를 늦게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짐 주세요.”

    “집으로 다 부쳐서 들 짐은 없고, 이거 우리 선생님 거.”

    여행 가방 하나를 아예 내게 주신다.

    “예?”

    “은겸이랑 제가 이거저거 샀어요.”

    쇼핑할 게 뭐 있었을까 싶다.

    플레이트 아머가 갖고 싶었다. 하지만 그걸 들고 오셨을 리는 없겠고.

    “아이고, 그냥 술 한 병이면 족했는데.”

    “그것도 사 왔죠. 은겸이랑 적당히 나눠 마셔요.”

    “감사합니다.”

    “한식으로 만찬을 할 건데, 먹고 갈 거죠?”

    “아, 자고 가라고까지 하실 거 같은데.”

    “그럼요.”

    내 짐 하나 말고는 다 부쳤던 모양이다.

    이어 차들이 있으시지만 연예인들이나 탈 법한 밴 택시가 태우러 온다.

    같이 타고 은겸이네 집에 간만에 들러 밥 먹었다.

    이어 짐 풀고 하시는 동안 막내랑 놀아 줬다.

    샤워 시설도 있는 비행기라지만 샤워하지는 않았다고.

    그 사이 밥 먹고, 짐 정리 마치고, 샤워하고 나온 은겸이가 TV 콘솔로 놀고 있던 내 어깨 툭 두드린다.

    “제 방 본 적 있죠.”

    “없는 동안.”

    “구경해 볼래요?”

    “어, 그럴까요.”

    구경은 이미 한 거고, 본인이 잘 없어서 여전할 거 같은데.

    바디 워시 냄새와 젖은 머릿결 끝자락이 촉촉해 보여 고개 끄덕여 줬다.

    “누나 방 들어오지 마. 잠글 거야.”

    “어.”

    “관심도 없네.”

    은겸이가 잡아끄는 대로 그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뭐 들어가자마자, 한참 입을 맞췄다.

    격하네…….

    침대 위에 앉아 있었는데 내 어깨 누르면서 이걸 어떻게 잡아먹을까 표정이지만.

    거기서 멈춘다.

    “으하……. 집이네. 아.”

    “그러게.”

    집이 넓어서 어머니 안방과 은겸이 방은 좀 극단적으로 멀리 있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집은 집이지.

    한참 어깨만 붙들고 고민하던 은겸이가 그냥 다시 안긴다. 꽈악.

    안기는 꽉 안는 데 유독 몸을 많이 비튼다.

    “아야야야.”

    자기 몸만 비트는 게 아니라 내 몸도 꼬집어 비트네.

    “아, 정말 내가 왜 이런 생각만 하게 만들어요?”

    “뭐, 대가족 시대에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할머니 모시고 사는 집에서도 애들을 숨풍숨풍 낳았는데.”

    힘이 빠져서 왔고 환경이 조심스럽긴 한데, 헤어 나올 수가 없다.

    사람이 참 명분 많이 찾고 추한 걸 싫어하는데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자매는 아리땁다.

    은겸이가 여행 막바지로 갈수록 잘 안 하던 야한 이야기가 늘어나고 표현이 격해져서 예상은 했고.

    그래서 그런지 본인이 꺼려 해도 내가 힘들어 보이자 순순히 받아 준다.

    “아, 그런데 문 안 잠그지 않았나.”

    “유겸이 없으면 문 딱히 안 잠가요. 걔가 문 잠그다가 혼난 게 한두 번도 아니고.”

    “하긴, 문 잠그고 있다가 노크 뚝뚝 뭐하니? 이런다고 후다닥하는 것도 더 이상할 거 같으니까. 자.”

    은겸이 침대에 같이 누웠다.

    그리고 이불을 한껏 끌어올려 같이 덮었다.

    이어 서로 아주 조금만 내렸다.

    “얼굴 보고 싶은데.”

    “자세가 잘 안 나오니까.”

    은겸이가 돌아눕는다.

    다리를 잠깐만 들게 하면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둘 다 살포시 눈 감았다. 자는 척.

    이렇게 잠든 적도 있었는데 재미있어했었다.

    “커피 한 잔 안 할래요? 어머.”

    같은 자리에 같은 방향을 보며 새우잠 자는 자세로 누워 자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가만히 있었다.

    이불을 들추시지 않는 한, 그리고 같은 침대에서 누워 잠든 것을 망측해해서 따로 자라고 하지 않는 한.

    둘이 그냥 잠든 것처럼 보여질 것이다.

    “피곤했나 보네.”

    어머님은 피식 웃으며 나가신다.

    뭐, 은겸이 자는 모습이 여간 천사 같아야지. 내가 봐도 그럴진대, 나 이상 예쁘게 여길 엄마야 뭐.

    어머님이 나간 다음 귀에다 속삭였다.

    “동생한테 보여 주고, 엄마한테 보여 주네.”

    “……그, 그런 말 하지 마요. 덮었잖아. 안 비쳐.”

    부끄럽게 해 달라고 했던 게 고스란히 박제되어 있는데.

    * * *

    “안 피곤들 하세요?”

    “오전 비행기라서요. 호텔서 실~컷 자고 비행기에서도 실컷 잤네요. 은겸이는 또 잤고.”

    장거리 비행이지마는 퍼스트 클래스 이용하는 집이라 뭐 괜찮겠거니 싶다.

    각 잡고 앉고 의자 젖히기도 미안한 이코노미 타고 올 때랑 저 집 돈으로 1등석 탈 때의 피로도가 확실히 다르긴 다르더라.

    술도 먹고 농담도 나누고 선물도 한 번 입어 보고 그러고 있다.

    선물은 꽤 비싼 지갑과 시계 등이었다.

    지갑도 잘 모르고 시계도 잘 모르지만 면세점 제대로 터신 모양.

    “아, 정말 감사합니다. 이게 비싸 보이는데.”

    “6990유로 정도. 아주 비싼 건 아녜요.”

    대충 천만 원 같은데?

    내가 초거지 배낭여행으로 북유럽 한 달을 항공 포함 400만 원으로 끊던 악바리인데.

    이 집은 천만 원을 면세점에서 때우네.

    확실히 경제적 차이가 나면, 생활 패턴의 차이가 존재는 한다.

    이런 걸 메울 수 있는 여자운이 그래서 좋다.

    “이건 여자 거 아닌가요?”

    “아, 유겸이 선물이네요. 잘못 꺼냈다.”

    “오, 이것도 유겸이 거 같은데.”

    어디 유럽 미술관에 다녀온 것 같은데 박물관에서 팔 법한 화보 책자들이 있다.

    보아하니 사실 내 선물보다 유겸이 선물이 더 많다.

    이걸 보니 한마디 안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선물도 많이 하실 거였으면서 왜 싸우셨어요?”

    “그러게요. 왜 그럴까요.”

    어머님이 나름 자책도 하니까, 막 뭐라고 하기도 뭐하고.

    이럴 땐 사주 때문에 그렇다고 가상의 샌드백을 제공하는 게 낫다.

    “사주나 궁합 때문에 그럴 겁니다. 너무 자책 마세요.”

    “저희 정말 안 맞는 사주인 건가요? 이런 말씀을 선생님께 드리고 싶지는 않았는데 저랑 유겸이 사주를 다른 분한테 봤는데 거기서도 그리 말씀을 하세요.”

    그러면 사이가 안 좋을 수밖에 없다는 운명론을 다른 곳에서도 제공받은 것이라 말이 쉽겠네.

    “뭐라고 하던가요?”

    “새벽에 닭장에 찾아온 호랑이와 수탉이 서로 어흥어흥, 꼬끼오하고 있어서 서로 울 줄밖에 모른다고.”

    말 더럽게 못 하는 역술인 만났구먼. 십이지 타령을 하고 앉았어.

    ‘원진살’이라고 서로 사이가 나쁘고 티격태격대는 살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 모양인데.

    나는 이 ‘원진살.’ 효과는 잘 안 믿는다.

    이게 있어 사이가 안 좋다고 판별하지 않고, 사이가 안 좋다 싶으면 아, 원진살 있어서 그런가 봐요. 정도로 판명하는 편.

    “아닙니다. 그저 유겸 양 사주는 예술가의 사주이기 때문이죠.”

    “그쵸, 예술가 사주……. 아, 그래서 안 맞는다고요?”

    누군진 몰라도 그 사주 보는 양반 유겸이 그림 그린다는 것은 맞춘 모양일세.

    “이어 성 에너지가 높은 사람이 예술가나 창작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 그건 그렇겠지요.”

    “성 에너지는 배설과 연관되어 있기에 뭔가를 보여 주고 싶어하는 기질과 닮아있고, 사실 이 에너지가 강한 사람이 만든 예술과 작품이 성공할 확률도 더욱 큽니다. 원초적 진심이 담기거든요.”

    요즘 성 에너지라고 순화한 정력 칭송하고 다니는데.

    당연히 의도가 있다.

    타인이 받아들일 심리적 저항감을 낮추기 위해서다.

    특히 구예련 님에겐 더더욱.

    “즉 성 에너지의 방출을 위해 표출하고 싶은데 예술가적 기질은 날 때부터 타고나는 남다른 것이므로 어릴 적부터 티가 나고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표현할 시기의 어린이는 원초적인 행위로 이를 표현하죠.”

    “아, 어…….”

    “부모가 내 귀여운 어린 자식도 원초적인 욕구를 갖춘 존재라는 사실을 목격하면 그것이 주는 충격은 큽니다. 어느 세상의 부모나 그런 경우가 발생하면 내 자식이 어른이 될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망각하고 이를 통제하거나 다잡으려 들죠.”

    “그게, 그게 그랬을까요?”

    사례는 들지 않았지만 경험이 있는 모양인데.

    의외로 많은 경우다.

    아니 사람이라면 마땅한 것이다. 나중에 커서 정상일 거니까.

    “특히 아마 이를 은겸이에게는 목격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러면, 더 호들갑을 떨 수밖에 없으며.”

    “네, 네 그랬어요.”

    “거기서 나오는 원초적인 불안, 즉 결국 어른이 되어 떠나 버릴 것이란 초조함이 예술가적 기질과 에너지가 강한 딸과 맞붙어 충돌을 자아내는 것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그런, 그런 건가요?”

    “그러니 선천적으로 안 맞다. 어쩐다, 하기보다는 예술가와 일반인이 같이 섞어 살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면인데, 어머니가 딸을 인정하기 힘드셨던 거예요.”

    “아…….”

    “어른으로도 예술가도, 예술이야 공부 안 했으니 그런 말 들어도 싸지만, 어른으로는 아니었던 거죠.”

    이거 그냥 유겸이 강한 욕망, 특기 적성, 엄마와의 갈등을 소재로 소설을 쓴 것에 불과하다.

    사주팔자의 고서가 도화살 같은 거 설명할 때 구수하게 섹드립을 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현대에서나 정립된 아동 발달, 유아 교육학이 담겨 있지는 않거든.

    교육학 전공이라 선택 전공으로 들어 아는 것이다.

    “이 경우 딸은 이제 어른이 됐으니까, 자연스럽게 기질을 표출하면서 풀릴 것이고 어머니가 품은 의구심이 문제인데.”

    “네, 네.”

    “그건 막내가 크면서 해결될 겁니다. 한 3~4년 남았네요.”

    “막내가요?”

    “예술가적 기질이고 자시고, 그냥 남자애들은 욕망의 화신이거든요. 티가 날 거고. 그걸 겪어보면 약과였구나, 생각이 들 거예요.”

    딸아이들 행동 발달은 딸이라서 호들갑인 것이지.

    엄마들의 진짜 심연은 따로 있다.

    게임 같이해 보니 알겠다. 막내 놈 은근슬쩍 허벅지 영역이 튼실한 여캐 좋아하고.

    그런 여캐 위주로 기용하더라.

    아줌마들이 별 관심도 없었을 게임 규제에 열성적이 되는 건 어쩌면 그런 면모 때문이 아닐까.

    잘못하면 허벅지도 검은 칠 당하게 생겼어.

    “그러니 어머님 잘못은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어머니가 딸에 대해 더 호들갑을 떨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과 압력이 딸에게 잘못 투영된 것이죠. 딸한테 욕망은 제때제때 풀고 살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 부모? 있을까요?”

    사실 일전에 좋은 말로 둘을 눈물 빼게 했어도 심하게 다툰 거면.

    그냥 싸울 팔자로, 뭉뚱그려 원진살이라 해도 된다.

    하필 안 싸우는 큰딸이 있어서 ‘문제다 문제’ 하는 거고.

    나도 이런 걸 문제로 비화시켜야 밥벌이해 먹고 사는 거고.

    이제 작은딸이 독립하고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더 큰 문제는 발생할 일이 없을 것이다 만.

    그걸 문제로 계속 인식하고 계시기에 문제는 있으되, 불가항력이었다고 위로를 드렸다.

    ‘여행 준비 때문에 싸운 게 크게 번진 거겠지.’

    그리고 원래 여행 가면 싸운다. 국민 룰(?)이다.

    “어쩜 선생님이 더 유겸이에 대해 더 잘 아는 거 같죠?”

    “사주와 교육학과 소설을 다 경험해 봐서 할 수 있는 짐작법입니다.”

    “우리 유겸이, 선생님이 데리고 사시겠어요?”

    “예?”

    “엄마?”

    사주 이야기할 때 조용히 듣다가 막내 물 챙겨 주고 그러던 은겸이마저 놀라 되묻는다.

    내 표정과 은겸이 표정이 둘 다 뜻하는 게 뭔지는 어머님도 아신 모양.

    “아, 아니 뭐 은겸이랑 그러라는 뜻은 아니고요.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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