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74화 (174/211)
  • #174. 북으로 가지 마오.

    하루에 한 번씩 찍으니까 오고 있는데.

    이 영감이 복선은 남기는데, 깨어난 척을 안 한다.

    신문과 스크랩을 읽기는 했는데 정리되어 있지는 않은 등.

    이 영감 왜 이러지? 들킨 거 민망해서 그럴 사람은 아닌데.

    “음, 저한테는 말씀을 하셔도 괜찮을 거 같은데, 어차피 들키셔서.”

    “…….”

    “아, 그래서 그러신가?”

    설양훈이 깨어났음을 다년의 눈칫밥으로 깨우칠 수야 있었다만.

    나한테까지 숨기는 것은 대체 원인이 뭘까? 고민을 좀 했다.

    일단 회복이 안 된 척하는 것은 우리 애들이 아빠 없으면 도대체 뭘 하고 노나?

    이런 게 궁금해서 그럴 수 있다.

    그냥 단순히 노는 게 아니라 큰돈을 가지고 놀고 그걸로 치는 사고가 애들이 방구석에서 치는 사고와 차원을 달리할 테니까.

    근데 그 모략은 나도 같이 의논해 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아득바득 정신이 안 든 척하는 이유는 뭘까?

    아.

    이게 꾀가 문제가 아닐 수도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으음.”

    소리는 내시네.

    “일전에 하신 말씀이 이제 생각났네요. 어, 어쩌면 누가 안 찾아오길 내심 기대하실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드네요. 근데 어르신의 목숨은 이미 회사의 현안이거든요. 뵙긴 뵈야 합니다.”

    “…….”

    “제가 한 번 더 명산대천에 빌고 부적도 써 오겠습니다. 쾌차하실 것입니다.”

    “…….”

    체면 문제인 것 같다.

    회복이 덜 되어서 추레하고 약한 노인네의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영감이 꺼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느니 죽겠다, 그게 두렵다 몇 번씩 말해 왔다.

    “큰 산이자 거인이셨습니다. 꼿꼿한 허리부터 압도적이었죠. 저도 그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것만 기억하겠습니다.”

    “…….”

    “입춘 전후로 그것까지 돌아올 것입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그리됩니다. 가볍게 주문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적빨을 쓰니까, 진짜 사주를 넘어 사기꾼 된 느낌인데…….

    그게 된다니까 어쩔 수 없다.

    말에다가 주문을 하나 달아 연달아 읊으면 기원하는 신체의 회복이 이뤄진다는데.

    물론 직접 좋은 말을 하거나 듣는 것이 더 잘 회복된다지만.

    나는 깨어날 거야, 나는 나을 거야, 나는 일어설 거야.

    이런 자가 암시를 계속하기는 좀 민망하잖은가.

    이 민망함과 소망을 한 단어에 담은 것이 주문이다.

    대표적으로는 ‘나무관세음보살’ 이 있겠다.

    이건 나도 비이성 전공이지만 그걸 넘어 판타지라 진심으로 납득이 안 간다.

    뭐, 그래도 해야지.

    주문을 만들어야 되는데 용화미륵당당당, 뭐 이런 걸 쓰긴 그렇고.

    주역의 64괘를 떼다 말하는 게 뭔가 있어 보이니까.

    “지뢰복, 땅속에 우레가 차고 오르는 형상입니다. 곧 어르신의 몸이 갇혀 있는 땅을 뚫고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속으로라도 쭉 읊고 계세요.”

    툭, 툭.

    병상 난간을 가볍게 손으로 두 번 툭 친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임을 느껴서,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 * *

    기업 법무팀 변호사가 붙었고, 고의추돌 정황에 이슈화가 되니까.

    법무사무소가 직접 사건을 맡겠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

    율사들이니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물은 게 하나 있다.

    “모해위증 교사 이건 어느 때 성립하는 거죠?”

    꾸린 모략이 이거저거 많다.

    돈으로 압박해서 설 회장 사망을 기원하게 하는 패륜 유도.

    비리로 옭아매어 직접 감옥과 법적 사정기관의 칼날이 닿게 하는 고소 고발.

    패륜 유도는 가장 확실히 보내 버릴 수 있지만 변수가 많고, 설 회장이 진짜 다칠 수 있어서 기획 정도만 했다.

    비리를 통한 사정당국의 개입은, 설재영이 물귀신으로 물고 넘어갈 사람들이 좀 있었다.

    듣자니 충청 지역 정가가 들썩이고 있다던데.

    한밭 신문이 ‘지역 정가가 덜덜 떨고 있다.’라고 표현을 직접적으로 했다.

    그 덕에 돈으로 압박하고, 자금 융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것은 성공했는데.

    결정적인 뭔가가 없었다.

    그러니 오히려 차에 까이고도 안 죽음과 동시에 실실 웃지.

    ‘넌 뒤졌다.’ 하면서.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다.

    고의추돌 용의자인 1호 차 운전자의 신병만 확보되면 끝장이 난다.

    “모해위증 교사……요?”

    “피의자한테 자백을 하라고 회유, 설득 등을 할 건데 이를 피해자가 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가 있을까요?”

    다만 단순히 신병만 확보하는 건 안 되고, 다양한 설득 방법 바리에이션을 생각하다 보니.

    이걸 해도 되나? 싶은 것들이 많다.

    큰 잘못은 아닌 거 같은데, 물타기로 몰고 들어가면 귀찮을 거 같은 것들.

    내가 뭣도 아니라서 상관없지 않나 했다가…….

    의외로 뭣도 아니지가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나자 북한 소행과 관련 없이 대전 스카이피아 지분 다툼이라는 기사들이 나온다.

    ‘대전 A기업, 인사권 전권이사가 역술인?’

    ‘스카이피아 후계 다툼과 고의추돌 사고 연관성은?’

    등등 설재영 측이 역술인 공격을 한 것을 정당화하는 듯한 기사들이 신년이 되자 깔리고 있었다.

    ‘역술인’도 어그로가 크다.

    비이성의 상징과도 같은 직업군 아닌가.

    역술인 사외 이사와 회장 딸의 갈등처럼 비치게 할 의도가 읽혔다.

    일단 안 그래도 친분을 쌓아 오고 있는 한밭 신문이나 서울 중앙지와 영합해서 물타기 기사로 막기는 했지만.

    역술인 고문 및 상무 이사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계속해서 취재가 들어온다고 한다.

    차로 까인 건 그 역술인이니까 사건의 본질은 덮이지 않지만.

    교묘하게 들어오는 정치적 공격이다.

    마치.

    ‘역술인에게 놀아나는 기업을 구하기 위한 개신교 성전사 맏딸의 극단적 결단.’

    으로 포장할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겠다.

    ‘역술인에게 놀아나는 기업.’에서는 아주 틀린 말도 아니고.

    저 프레임이 가진 위력이 없진 않다.

    한낮 점쟁이한테 의사결정을 맡기는 건 개인이건 기업이건 한심하게 보는 시각이 있다.

    나조차도 점쟁이 말 듣는 정치인들 한심하게 보는데 뭘.

    “어, 피해자한테 고소가 걸리면 설사 법정까지 간다고 해도 악의적이어도 판검사분들이 알아서 컷들을 하는 편이에요.”

    “아 그래요?”

    “피해를 보신 분들이 피의자들에게 어떤 심정이겠어요? 법정에서 흉악범한테 죽여버린다고 쌍욕을 퍼부으면 법정모독죄다, 모욕죄다, 협박죄다, 명예훼손죄다, 다 걸리겠지만 그렇다고 원고가 이를 걸고넘어지면 가중됩니다. ‘반성할 줄 모른다’로요.”

    “생각하던 대로네요. 그 답변을 기다렸습니다.”

    피해를 받았다는 것에서부터 법적인 권리까지는 모르겠으나.

    사정 기관이 사정 봐주는 폭은 넓어지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 이슈 된 피해자들의 루머 살포로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이 강력한 처벌을 받았다는 것을 본 적이 없어.

    그렇게 되겠거니 했는데 변호사 피셜로 그런 모양이다.

    “뭘 하시려고 그런 것까지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법을 수단으로 쓰면 법에 위해를 당할 것도 생각을 해야죠. 칼을 쓰면 칼에, 돈을 쓰면 돈에 다치는 법이라서 사렸는데 상관없겠네요.”

    “뭐 변호사보다 말씀을 잘하세요.”

    “피의자가 마땅히 피해자에게 접근해서 합의 시도 등 적극적으로 죄를 경감받아야 하는데 안 그러고 있으니, 제가 먼저 접근하는 모양새가 되잖습니까. 그걸 좀 경계했습니다.”

    “아, 그래서 저희한테 말씀하신 겁니까? 2호 차 운전자분하고?”

    내가 범인하고 직접 접촉해서 말하기가 그렇잖은가.

    2호 차 운전자와 변호사로 우회로 요구 조건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렇죠. 피해자는 듣자니 사정 당국이 사정을 봐주기도 하지만 그 사정에 맞춰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에 굴레가 있잖아요.”

    “유상호 씨가 진짜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2호 차 운전자 아저씨는 진짜 너무 열심히더라고.

    그 아저씨가 1호 차 운전자를 설득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면서 맹활약을 해 줬다.

    나는 1호 차 운전자를 설득하는 일을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1호 차 운전자는 고의 추돌 정황 때문에 입건됐지만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

    직장 없는 남편과 희귀병을 앓는 막내 아이 덕에 수사 기관도 참작을 해 준 편이고.

    즉, 누군가의 돈 약속과 교사를 받고 범행을 저질렀을 만한 개연성을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자체가 수사 기관에 전부 노출되었을 뿐 아니라.

    인터넷에도 퍼져나가고 있다.

    당장 설재영이 뭐 주기로 한 인센티브를 줘야 신세가 나아질 것인데.

    설재영부터가 북한 트랩에 걸려, 남 챙길 경황이 없다.

    그 간극을 노렸다.

    일단 정인영 주변에 로터리 청년회 애들을 깔았다.

    위협은 하지 않게 단지 그 아줌마 생업과 집 근처에서 동일한 깍두기가 계속 목격되게끔 안배했다.

    직접적인 위압과 협박 없이도 사람 겁먹게 하는 데는 도가 튼 놈들이라. 작전 수행 능력이 좋았던 모양.

    이어 스카이피아 서기준 변호사를 통해 접촉을 시키면서 정보도 흘렸다.

    ‘설재영이 당신네들도 제거하려 들지도 모른다. 조심해라.’

    그 아줌마 입장으로 생각해 보면 범죄까지 저질렀음에도 뭐 이뤄지는 것은 없고 상황이 악화되는 것만 보이는데.

    받기로 한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다.

    멘탈 바스라지기에 충분한 상황.

    그러자 며칠째 연락도 없던 정인영이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서 변호사 쪽으로 연락했고.

    드디어 피해자인 나와 접촉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약간 뜸을 들였다. 그런 다음 말했다.

    “안부 인사 한마디 없으시네요?”

    이미 명분을 틀어쥐고 있어서 기싸움을 할 필요는 없지만.

    일부러 더 찍어 눌렀다.

    명분이 너무 충만하면 상대의 사정을 봐줄 이유가 없다.

    “아, 괜찮으신가요?”

    “그 질문을 좀 일찍 하셔야지 않았을까 싶은데.”

    “네?”

    “전치 12주 견적서는 받으셨죠? 그 정도면 병실 신세를 한 달은 져야 한다는데 지금 멀쩡히 돌아다니고 있잖아요.”

    “아, 다행이네요.”

    죽어야 다행인 거 아닌가.

    만약 물어 줄 병원비가 줄어서 다행인 것이라면, 진짜 받은 게 아마 없을 것이다.

    설재영이 하수인 선정에서는 머리를 너무 굴린 티가 난다.

    듣기로는 설재영 자체는 어깨들과 가까이한 적이 없다고 한다.

    좀 그렇지? 멀쩡한 사모님이 어깨들하고 놀아나는 것도?

    아마 설재영 본인도 이런 깍두기들 무서워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름의 전문가들을 고용할 수 없었고.

    혹시나 뭔 일이 있어도 운전 미숙으로 몰아갈 만한 상대를 물색했다.

    “다행은요.”

    “네, 다행 아닌가요?”

    1호 차 운전자 정인영은 본인 차가 아니었다.

    남편 명의의 차에 면허를 딴 지 오래된 장롱 등등.

    고의 추돌 정황이 밝혀지지만 않았다면 확실히 운전 미숙 개연성이 있던 상대였다.

    근데 이런 대업에 책임 회피에 초점을 맞추면 어떡하나.

    “곤궁하신 걸로 아는데, 이러면 합의금이나 보험금이 크게 차이 나지 않겠어요? 그걸 알아보려는 일련의 행위가 아무것도 없으시더라고요?”

    “……그게.”

    “경찰은 이런 거 안 물어요?”

    고의 추돌에 초점이 맞춰졌고, 1호 차 운전자의 과실도 분명 잡히지만.

    지금도 구속 수사하기엔 아줌마 신원이나 전과도 없고 애들도 있어서 도주 우려가 없다고 영장은 기각이 나오더라.

    변호사 아저씨 왈,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게 괘씸하긴 한데 원래 구속 수사를 잘 안 한다고 한다.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오죽하면 피해자가 병상을 떨쳐 일어나자마자 자백할 것을 촉구하고 앉아있겠나.

    “아니, 저하고 합의는 보셔야, 적당히 살다 나오실 거 아니에요. 아줌마, 살인미수인데다 죄 인정 안 하셔서 어쨌든 작게나마 실형 나올 거 같던데.”

    “저는 실수로 그런 겁니다. 정말이에요.”

    “에이, 무슨 실수야. 휴대폰 압색에서 내 사진 및 인상착의 다 전송받았다고 나오는데.”

    그래도 수사를 아예 안 한 건 아닌지.

    정인영의 휴대폰 압색에서 누군가에게 전송받은 내 사진 등이 있었다.

    생면부지의 사람인데 내 사진이나 신상을 알고 있었다는 것.

    “그게 저는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어요.”

    “사주라도 봐 드릴까요?”

    “예?”

    “아, 저 뭐 본업이 사주 보는 사람이라서요. 아줌마가 말씀을 안 하시니까 사주로라도 아, 단독범이구나, 실행범이구나, 진짜 실수였구나 한번 판단을 해 보고 싶어서 말이죠.”

    “아, 아니오, 괜찮습니다.”

    설양훈이 정말 깨어나지 못하고 여전했다면 사주로 몰아가서 종교운과 용화미륵천부경 효과로 세뇌라도 시킬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가볍다.

    설양훈이 깨어나서 용인한 이상 쓸 수 있는 간편한 수단이 있었다.

    “그럼 두 배.”

    “네!?”

    “묵비권 행사 안 하시고 자백하시면 그 교사범이 제공하기로 한 금액의 두 배 드리죠.”

    설재영이라는 이름은 고의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자백 종용과 대상을 명시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변호사들한테 ‘피해자가 가해자를 설득해도 되느냐.’에서 큰 문제가 안 된다는 답변을 얻어서 이러고 있지만.

    상대에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

    사실 사모님 살인 청부로 이야기가 번지면, 남편과 시댁이 아예 개입을 안 할 수 없는 외통수로 가는 것이라.

    그렇게 몰아간다고 하면 역공을 맞을 가능성도 우려해야 한다.

    “무, 무슨?”

    “어차피 아줌마 선금 말고 착수금은 못 받아요. 실패해서.”

    “…….”

    지금이라도 뱃심에 몰래 품은 단도를 가지고 기습을 가하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겨울이고 겨울옷들로 무장했으며 진짜 단도 가지고 다닐 아줌마는 아닌 듯했다.

    생각보다 천 옷의 방어력은 나쁘지 않았고, 겨울철 아우터는 더더욱 그렇다.

    “거기다 지금 상황에 돈을 주겠어요? 범행 교사 인증 꼴인데.”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그 돈 내가 드릴 테니, 자백하십시오. 증거가 확실하면 두 배로 드리겠습니다.”

    “돈을, 돈을 그런 걸로요? 정말 사고라니까요.”

    “얼마 받기로 했어요?”

    아줌마 그릇이 작아서 크게 부풀리진 않을 것이다.

    사람은 안 죽었는데 단순 운전 미숙에서 고의 추돌 사고로 입건되어 버렸고.

    사람이 안 죽어서 사실 돈 달라고도 할 수 없는데.

    그쪽이 난리가 나서 챙겨 준다고 하는 것도 없다.

    여기서 실행범이 자기만 X 됐다 생각이 안 들면 그건 설재영을 칭찬한다.

    사람에게 돈 말고도 충성을 이끌어내는, 사주를 뛰어넘은 뭔가가 있었구나, 하면서 말이다.

    “정말 아닙니다.”

    “드립니다.”

    “아, 아…….”

    “나 같으면 사람 죽이라고 하는 사람이 주는 돈보다, 그 피해를 입은 사람이 진실을 알고 싶어서 주는 돈을 더 믿겠다.”

    “그게, 그건 진짜.”

    “에휴, 그럼 세 배.”

    1호 차 운전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배면 그 세배를 농담으로 말씀하시는 건가요?”

    당황했는지 헛소리를 하네.

    설 연휴 다가온다고 우스갯말로 묻어 넘기려는 수작임을 잘 알겠다.

    “그럼 네 배.”

    손가락 네 개를 들었다.

    해 보고 싶었다. 손가락 네 개. 사딸라!

    “네, 네 배요?”

    솔깃하지?

    사주를 안 봐도 드러난 정황과 인간만 봐도 돈에 곤궁하고 돈이 아니고서는 이런 일을 벌일 이유가 없다.

    물론 솔직히 그만한 돈을 주고 싶지는 않다만.

    어차피 은유 자매가 받게 될 아부 탈리브 센터 자금이라면, 이런 일에 써도 되겠지.

    “고민이 깊으시네, 그럼 다시 세 배.”

    “아, 아…….”

    “5분 정도 더 기다려드리고, 결정 안 하시면 다시 두 배로.”

    “…….”

    ‘네 배’일 때 품었던 행복한 고민을 깨며 파고들었다.

    아주 잠시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어차피 그 교사범은 뭔 짓을 해도 돈은 못 줄 거라서요. 내가 그 돈줄 다 막았고, 자존심이 너무 세서 돈 빌려 달란 말 죽어도 못하고.”

    “……아.”

    “단가 더 내려갑니다? 억 소리 나는 돈은 만져봐야지?”

    돈이 많은 자들은 돈을 주면서 칭송과 이득을 받아 자존감을 높이는 것에 익숙하므로.

    반대로 돈을 달라며 조아리는 걸 못 한다.

    복채 내달라며 수그리고 조아리던 영업자 입장으로 살아와서 그 반대에만 친숙하지만.

    그거, 나도 한 번 해본다.

    * * *

    설재영이 드디어 피의자로 입건되어 강도 높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채용 비리로 고발당한 하은 재단 운영 부장 선생이 다 총대 메고 끝마무리 짓는 것으로 합의가 된 모양인지.

    그 운영부장 선생이 교사범으로도 수사받는 상황이었는데 그게 반전됐다.

    실행범인 정인영이 변호사비라도 달라는 애원을 무시한 게 화근이 되었다.

    몇백도 안 되는 돈조차 없진 않았겠다만.

    국민적 관심이 몰려서 그만한 대가도 지급을 할 수 없게 수사망이 촘촘해 진 게 결정타였다.

    뭐, 북쪽이 안 좋은 사주이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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