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73화 (173/211)
  • #173. 혈연을 넘은 귀인.

    소한이 지났고, 별다른 소식이 없다.

    “에이, 기적빨 없잖아.”

    딱히 별다른 희소식이 없다.

    이 시기부터가 굳이 사주로 꼽자면 설양훈의 진짜 고비다.

    소한부터 경칩까지가 그의 운기가 좋지 않았다.

    아니, 운기를 떠나 아무리 실내여도 건조하고 날 추워서 공기 중 세균이나 바이러스 많은데다 혈관이 움츠러드는 겨울철의 노인 사망률이 높을걸?

    그래서 나름 기원하면서 건강하게 깨어나시라 했는데 그러질 않네.

    내가 사주강화술은 믿고 행동하는데 종교운 14레벨 기적빨은 안 믿긴다.

    나도 믿음이 부족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구먼.

    종교운 15레벨이 순교 및 승천, 열반이라 안 믿고 싶어지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일전에 입춘 전까지 깨어날 것이라고 계룡선사와 한 번 붙은 적이 있으니, 좀 민망하지만 대한(大寒) 때 다시 깨어난다고 붙여 볼 참이다.

    절기로 적는 건 몇 월 며칠이라고 적는 것보다 뭉뚱그려서 말할 여지가 높아지기 때문.

    설양훈 병원 찍으려고 뒹굴거리고 있는 설유겸에게 권했다.

    “병원 같이 갈래요?”

    “……씻어야 하는데. 으아아, 귀찮다.”

    스카이피아 호텔에 반 살림 차렸다.

    넓어서 무섭다고 있으라던데.

    지금까지 몇 달은 살았는데 그때는 안 무서웠던 모양이다.

    “씻겨주지 뭐.”

    “아, 어딜 씻기려고.”

    코트 정도 기장에 양털 재질의 집업인데, 지퍼 내리면 몸이 바로 튀어나온다.

    브라야 원래 방에서는 안 한다지만, 지금은 그냥 저 집업 말고 입은 게 없으니까.

    상시 준비된 상태로 있지 않겠냐고 장난으로 감췄는데, 찾지 않고 저러고 있더라고.

    그래서인지 그 끝자락을 가랑이 사이로 밀어 넣는다.

    그 반사적인 행동 하나조차도 귀엽고 놀리고 싶다.

    “다.”

    “거기만 문댈 거면서.”

    “아닌데 상체를 더 많이 문댈 건데.”

    “진짜 변태야…….”

    사주강화술 불 관련 운세, 물 관련 운세 등.

    명승 선생님이 주신 퀘스트로 건강운을 올리는 게 도움이 되고 있다.

    안 그래도 지속적인 단련과 운동은 모든 사주강화술 포인트를 올려서 다른 건 몰라도 맨몸 스쿼트는 꾸준히 하는데.

    그와 맞물려 오히려 젊을 때보다 퍼포먼스가 괜찮았다.

    설유겸은 사주대로 엉큼한데다 체력……은 몰라도 몸 상태도 좋고 적극적이었는데 이에 응해 줄 수 있어 다행이다.

    “뭐, 그럼 씻고 나가게요.”

    가서 집업을 쭉 잡아 내렸다.

    겨울용 아우터로 입는 옷이라 원단에 무게감이 있는데 그 무게감에 짓눌려 있던 몸이 튀어나와 있다.

    “겨울엔 넘 많이 씻으면 좀 그런데.”

    “그럼, 여기만 씻던가. 허벅다리에 흔적이 있네.”

    본인이 자극으로 깨워 달라고 했다.

    잠이 덜 깨서 몽롱할 때 매만져지는 느낌이 좋다고.

    “……진짜 야한 말 잘해.”

    배꼽과 그 아래로 모든 게 중심만 보이는 광경이 나쁘진 않았지만.

    씻어야 하니까.

    어깨에서부터 끌어내려 전라로 만들었다.

    그리고 입 쫙 벌리고 바라만 봤다.

    “뭐야, 바보같이 입 쫙 벌리고.”

    “계속 보고 싶은 몸이네. 겨울만 아니었으면 안 입혔다.”

    지내는 동안은 이대로 두려고 했는데 마른기침 몇 번 하길래 입게 했다.

    “뭐 맨날 몸만 이쁘대 여기 살도 좀 잡히거든?”

    “그 살갗에 묻히고 싶은데.”

    “으아, 또오?”

    배꼽 아래에 코를 대며 몸을 붙였다.

    지퍼가 열려 벌어진 옷들이 그러고 있는 내 귀를 건드린다.

    “아, 아, 그런데요. 오늘 저 친구 온다고 했는데.”

    “그래요? 여기서 같이 노세요. 할 일이 좀 있어서.”

    퇴원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핑계도 있고 해서 일을 적극적으론 안 했다.

    사장이 쉬라고도 했고.

    설유겸이 한 걸음 뒤로 빠진다.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슬쩍 올려다보면 살갗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몸이 워낙 예뻐서 안겨 있었는데.

    “……오지 말라고 할 거였는데.”

    “어, 설마 나랑 시간 보내야 되니까?”

    “……말 안 해, 씨이! 뭐야, 맨날 이런 거 맞히고. 알면서 왜 그래요?”

    “앞으로도 쭉 이 광경을 독점하고 싶고, 또 그럴 거라. 남자도 아니고 친구면 경계할 이유가 없는데요.”

    “누가 그렇게 있어 준대요!? 언니 귀국할 때까지만이라니까.”

    “그 시간이 아쉽다고 느낄 정도면 진짜 잘 맞는 거니까?”

    “아조씨, 그냥 파트너예요. 나 야한 애라 이러는 거고, 자꾸 사주나 궁합으로 우리 잘 맞는다니까 확인해 본 거고.”

    말로는 선 긋는데 다시 한 발자국 다가왔다.

    안겨 있기 좋게.

    “그래서 잘 맞지 않았나?”

    “아조씨라서 그런 건지, 그냥 이게 좋은 건지 모르겠는데에.”

    “입은 안 된다더니.”

    “……그냥 그건 소리 지르기 싫어서 그랬고.”

    입맞춤 거부가 있었는데 본인이 먼저 덮치는 등.

    말과 행동이 안 맞는 게 한두 가지는 아니다.

    그게 귀여워 다시 매만졌는데 거부하지 않는다.

    “아, 아무튼 그냥 야해서 그런 거니까…….”

    “그런 여자면 욕망이 터져 나오는 걸 걷잡을 수가 없죠. 그런데.”

    “그런데?”

    “욕망의 심연이 거대해서 남자들에게 구설을 살 겁니다. 네가 야한 애라고 말하는 건 상관없는데, 거쳐 간 남자들이 그리 평 하겠죠.”

    “혼자 살 건데에.”

    어려야 할 수 있는 말이네.

    지금 홀딱 벗고 안겨 있잖아.

    “그럴 수 있겠어?”

    “뭐, 연애는 하고 싶지만.”

    욕망을 사전에 대화로 많이 나눠서 제한이라는 게 없었다.

    불을 꺼라, 보지 말라 조차도 없고 자기 몸에 침범당하는 걸 똑바로 보는 것, 남겨 두는 것, 관찰자 입장으로 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거 내가 싫으니까.”

    “진짜 욕심 많다.”

    “나는 이렇게 유겸이를 안는 걸 영광으로 여기는데, 다른 이들은 네 진짜 모습을 보면 원래 그런 애가 아닌가. 하며 의구심을 품을 거고, 널 그렇게 볼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 너무 싫으네.”

    “그건 그랬을 거 같은데.”

    저급하게 유혹했으면 절대 안 만났을 것이고.

    고급지게 마음을 이끌었으면, 본인이 시커먼 속을 다 드러내지 못하거나 그러다가 실수했을 것이다.

    “특히 결혼 상대로 언급될 돈이 많아서 여러 여자가 달려든 남자들이라면 더더욱.”

    “돈 많이 없어도 이러는 사람도 있잖아? 그냥 원래 그렇구나 생각할 읍, 아, 으, 거예요.”

    저격하네.

    저격하길래 약점을 좀 건드렸다.

    “정 그러면 명분 하나 더 줄게요.”

    “무슨?”

    “둘 다 나한테 시집올 운명이거든. 그럴 운명이 강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뭐야? 그런 운명이 어딨어. 내가 싫은데!?”

    “어, 내가 결단하면 둘 다가 될 것이고, 내가 결단하지 않으면 둘은 번갈아서 내 여자가 될 겁니다. 번갈아서 오면서 마음고생 하느니 지금 그러자.”

    “자신감 봐?”

    잘 안 쓰는 필살기도 있기는 하지.

    종교운 14렙과 함께, 용화미륵천부경 효과도 같이 상승했다.

    열두 소녀를 침소에 들이고 아직도 그중 몇몇 소녀는 헤어나오지 않은 천용화의 그 비술은 의외로 쉽다.

    심지어 그 천용화도 사주강화술로 보면 종교운 11레벨에 그칠 거란 말이지.

    “네가 예쁠수록 내 자신감이 높아지고 있거든. 좋아서 헤어나오질 못하잖아? 며칠째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데.”

    “그러게.”

    손으로 지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자기가 해 보고 싶었다나 보다.

    “그리고 유겸이도 자존감이 높아질 건데.”

    “……그마안.”

    자존감이 서로 높아진다고 계속해서 열심히 홍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존감이 높아지는 사례 중 하나는 24시간 내의 횟수다.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네가 더 야하다.’란 이야기인데.

    그것조차 좋아하지만……. 그래도 부끄럽긴 한가 보다.

    * * *

    <여색>

    그저 즐거움으로 색을 과하게 즐깁니다. 학문과 수양에 힘쓰지 않으며 이성과의 거처 생활에 집중하므로 주거와 학위운이 포함된 인성운이 하락합니다.

    재성운에 100 포인트가 추가됩니다. 인성운이 총체적으로 50포인트가 삭감됩니다.

    “……오.”

    기적 그거 쓸 데도 없는데 잘 빠지네.

    사주강화술이 과하다고 판단해 줄 정도인데, 그 덕에 의도대로 됐다.

    음양 조화를 아주 긍정적으로 보는 사주강화술이 좀 심하네, 하는 것이다.

    참고로 피임을 하지 않으면 자식운이 포함된 관성운까지 올라 총체적으로 강화술 포인트를 벌어다만 준다.

    ‘아, 즐기는 관계로는 좀 과하게 하셨네.’ 싶을 때 뜨는 모양이다.

    좌우지간 의도하고 한 건 아닌데, 효과는 좋구먼.

    퇴원 후 휴식기를 갖기야 했지만 언론 인터뷰하고 허율환이 사주 봐주는 거 말곤.

    유겸이 혼자 기한 정해 놓은 시한부 불륜에 몰두하긴 했다.

    나는 그칠 생각도 없고, 여색은 탐해야겠으니.

    명승 선생님이 주신 신체 관련 운세 강화는 정력의 근간인 신장 기능이나 심혈관 기능에 쓸 생각도 해야지 싶다.

    호텔 접견실에서 사주강화술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자니 기다리던 사람들이 왔다.

    “아, 오셨군요.”

    설양훈 병원에 가기 전 두 사람을 스카이피아 호텔에서 만나 작당을 했다.

    “연락됐습니다.”

    “예, 고생하셨습니다. 어, 이걸 직접 만나야 할까요. 아니면 변호사님한테 일임을 할까요?”

    이 한 명은 날 제대로 날려 보낸 도심 과속 2호 차 운전자.

    또 한 명은 스카이피아 법무팀 소속 변호사로 이번 고의추돌 사건을 기업 및 개인 차원에서 대응해 주고 있었다.

    작당이라 할 것도 없고, 정확히는 1호 차 운전자 정인영 설득 작업이다.

    1호 차 점프로 회피할 때만 해도 코웃음과 쾌재를 불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설프게 법적 다툼 벌여야 하는 비리로 걸고넘어지는 것과.

    거지가 될 뿐, 그 이상의 타격은 오지 않는 금전을 틀어쥐는 것보다.

    대기업 회장 사모님의 살인 청부 교사가 파급력이 훨씬 크다.

    지금은 북한 실드를 친 것에 본인이 걸려들어 곤혹을 치르고 있지만.

    기략으로 실체가 없는 것이라, 잠시 대출과 구명의 손길을 막는 효과 말고는 없었다.

    이어 사람 설득 및 감화, 위압은 사주와 사주강화술이 준 최고의 기술이라.

    1호차 운전자를 돌려세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작당을 마친 뒤, 매일 찍는 설양훈 병원을 찾았다.

    “어르신 저 왔습니다. 일어나셔야지 아직도…….”

    뭐지?

    병실에 오자마자 위화감이 느껴진다.

    영감 몸 닦고 그러느라 요양보호사들이 뒤집고 시트 갈고 그러기는 하는데.

    그분들이 왔다 간 흔적도 없다.

    청소 및 목욕을 시키면 그것에서도 그 양반들의 흔적이 남는데, 오늘은 아직 안 왔다 간 모양인데.

    적잖은 위화감이 있었다.

    리모콘이 움직였네.

    와서 바로 가는 거 정 없으니 기적 주입도 할 생각이었는데…….

    그리고 숨소리도 고르다.

    “다행이네. 아이고, 진짜 다행이네.”

    쉬는 시간에 친구 없어서 엎드려 자는 척하는 아싸 학생을 보면서 느낀 건데.

    자는 척과 진짜 졸려서 자는 것에는 엄연한 제스쳐나 숨소리의 차이가 존재한다.

    설민혁하고 설유겸한테는 내가 적은 ‘설 회장 소한에 깨어난다.’ 부적을 들켰지만.

    염치 불구하고 대한으로 다시 갈아 끼우려고 왔는데.

    그럴 필요 없을 거 같다.

    “이 영감님은 자기 상황에 맞춰서 꾀쓰는 걸 좋아한단 말이지.”

    나는 설양훈이 깨어나면 단순히 나 깨어났다고 세상을 호령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행동과 처한 상황에서 임기응변을 통해 기략으로 이어가는 솜씨는 늙은 여우 그 이상이다.

    사실 급작스런 말라리아나 코마 상태부터 ‘설계 아냐?’ 했는데, 그걸 설계하기엔 탁고 3인에게 너무 큰 권한들이 오고.

    그거 하자고 해야 할 조작의 스케일이 너무 커서 그건 설마 했다.

    그럴 거였으면 병원을 이렇게 드나들 수 있는 곳에 마련해 두지는 않았을 것이며.

    탁고 3인의 전횡을 보다가 우리 셋을 팽할 모략이 아닌 한 그럴 이유도 딱히 없었다.

    “보통 몇 개월 세상 돌아가는 일 모르면 그게 제일 먼저 궁금할 거 같은데, 안 갑갑하신가?”

    계속 설양훈에게 말을 걸었다.

    생각해 보니 설양훈한테 말 거는 게 손해 볼 이유가 하나도 없다.

    혼잣말해서 좀 미쳐 보이는 거 말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잖아?

    안 깨어났으면 못 듣는 것이고, 깨어났는데 위장하는 거면 ‘이 새끼가 어떻게 맞혔나?’ 싶어서 찔릴 테고.

    “읽으실 거리라도 좀 가져오겠습니다.”

    택시로 후딱, 본거지를 찍고 돌아왔다.

    회사 시보와 한밭 신문 등 스카이피아 관련해서 취재를 많이 한 종이 신문들과.

    노승환이 아랫사람 시켜 스크랩한 이번 사태 자료들이 있었다.

    설재영, 설인훈 커넥션부터 시작해 설재영 고의 추돌 사건과 인터넷 반응까지 회장 머리맡에 놓았다.

    뉴스야 봤겠지만, 궁금한 건 회사 및 가족의 소식이겠지.

    이어 이것들을 두고 계속 말했다.

    “어르신, 큰 아드님은 병사한 게 아니었습니다.”

    “…….”

    “이런 말씀을 아프실 때 드리면 안 좋은 영향을 받을까 봐 말씀 안 드린 건데, 지금은 드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어르신 멘탈을 믿습니다.”

    “…….”

    설정환 회장 유명이기도 했지만 이미 알 사람들 다 알고.

    연기하고 있으면 뭐 다 들어야지 어쩌겠어.

    “누군가가 자살하게 몰아갔습니다. 그건, 어쩌면 설 회장님께까지 치고 올라올 수 있었던 수사망을 무마시키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

    그렇게까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설정환만 잡아넣으려 한 것인지, 둘째 설윤환이 했던 그대로 아버지까지 잡아넣으려 한 것인지.

    설정환은 단순 투옥이 두려웠던 것인지, 아버지를 지키려 한 것인지.

    까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감정의 폭발력을 위해 그리 말하고 있었다.

    “죽게 만든 원흉을 지금 다 잡아놨습니다. 그리고 둘째 아들처럼 만들 생각이었으나, 걸리는 게 있습니다.”

    “…….”

    “그럼에도 그 원흉이 어르신 혈육입니다. 그래서 섣불리 나서지 않았습니다. 뭐 이대로 눈을 못 뜨신다면 멋대로 하겠지만 그럴 수 없죠. 깨어나실 거니까. 아니, 이미 듣고 계신 거 압니다.”

    “…….”

    그러므로 절단신공으로 장녀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억울하면 일어나서 직접 확인해 보시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회사를 이끌어 갈 방향에 대해선 건방지게 결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쳐내는 일에 대해선 가장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

    “뭐, 의도하시는 바가 있어, 이러는 것도 알겠고 아직 움직임이 편찮으실 수 있으니 병상에 동전을 놓겠습니다. 그냥 요동으로 툭 치시면 떨어질 것입니다. 동전의 위치를 보고 결심한 것으로, 아니면 고사하신 것으로 여기겠습니다.”

    척전법이다.

    아주 간단한 동전으로 음양을 뽑는 법.

    설사 설양훈이 여전히 혼수상태여도 그의 요동침에 동전에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운이 이끈 방향이다.

    “한 시간 정도 밖에 있다 오겠습니다. 그간의 자료와 행적 등. 원흉의 패악질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시고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

    나가다가 한마디 더 했다.

    “아, 다시 볼 수 있다고 했죠?”

    라고 말하며 돌아서는데, 돌아서자마자 뒀던 오백 원 동전이 뚝 떨어져 핑그르르 돈다.

    누워 있던 설양훈이 마치 발작이라도 하듯 움직여 병원 침대의 난간을 친 것이다.

    그 행동에 고개 숙여 인사 한마디를 했다.

    “고맙습니다.”

    고발 자료를 보지도 않고서 한 행동이다.

    어쩌면 불초한 가족보다 더 믿겠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덮어두고 신임하는 귀인이라…….

    아, 그런데 기적 진짜 되나 본데?

    * * *

    고의 충돌 사범 1호 차 운전자가 자백했다.

    [설재영 이사장님이…….]

    그녀의 자백은 내가 익히 말했던 ‘설재영 소행.’이다. 발언을 명백히 뒷받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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