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99화 (99/211)
  • #99. 궁합은 동생이 더

    대전의 사는 곳 근처에는 비싼 술집이 많다.

    유흥가 근처엔 비싼 술 파는 집과 한우 고깃집, 그리고 국밥집이 많더라고.

    노승환과도 만났던 비싼 술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어, 서류 가방을 든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야, 야하,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교수님. 진작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이형탁 교수를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이제야 본다.

    지난 4월에 전화로는 인사드리고 한번 뵙자고 청했다.

    대전 오고 나서는 시간이 남긴 했는데 이형탁 교수가 바빠서 좀처럼 볼 기회가 없었다가.

    교수님이 시간이 될 쯤엔 내가 전주를 갔다 와야 해서 못 봤다.

    이형탁 교수는 개인적으로 내가 2사부로 모시는 분이다.

    그의 저서로 사주강화술 레벨이 올랐으니 이는 비급에 준한다.

    3사부는 천용….

    아니 이건 비급을 정당하게 구매했으니까 사부까진 아니고.

    사부로 모시고 싶은 인간은 아니지.

    “강의를 진짜 잘하셨나 봐요, 전주에서 여기까지 명성을 좀 들었어요.”

    “양보해 주신 덕에 마음껏 스승님의 고견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참 이거부터.”

    이형탁 교수는 서류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소녀보살에게 건넨 사주와 정신의학 보고서다.

    책을 일독하긴 했는데 의학 용어가 어려워서 완전히 깨우치진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일단 소녀보살 레벨 올리라고 줘서, 한 권이 더 필요했는데.

    부탁드리니 흔쾌히 갖고 오셨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 책을 읽을 수 있는 분한테 주셨다니까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술은 제가 삽니다.”

    “취업하셨다고는 들었는데, 그래도 이런 데는 단가가 많이 나가죠. 제가 사 드릴게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삽니다. 진짜로.”

    극구 말렸다.

    이형탁 교수가 나보다 어른이고 아마 돈도 더 많을 것이라, 얻어먹어도 되겠지만.

    이 양반도 내 종교운을 1레벨 올려 준 비급의 주인공이라, 은이 깊은 편이다.

    “그런데 그 책은 누구한테 드렸나요?”

    “그거 혹시 구민 강좌 할 때… 2강좌 하던 분 아세요.”

    “아, 소녀보살 님인가 그랬을 겁니다. 그게 왜?”

    “그 소녀보살 님한테 드렸네요, 관심이 있으시다고.”

    “그렇게 홍보해 주셔도 됩니다, 한 100권 정도 가지고 있어요.”

    “그렇게나 많이요?”

    “제가 구매했죠….”

    “그 설마 그 출판사가 재고 떠넘기던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제가 샀어요.”

    의사 양반 거 돈 많다고, 사비를 털어서 책을 사신 모양이네.

    나도 돈 많으면 그러고 싶었었지.

    “재물운이 그때 통하지 않으셨던 크흡.”

    “크흑, 그랬나 봐요.”

    이 양반은 이런 장난이나 농담 제스처를 그대로 따라 하는 등의 피드백을 적극 하셨으면 강의가 더 좋았을 텐데.

    “그나저나, 우리 명승철학관 관장님 사주를 봤네요. 들으셨죠? 그 여기 큰 기업 아시나요.”

    “스카이피아.”

    “예, 거기 설 회장님이 봐 달라고 의뢰를 하더군요.”

    “아, 저인 줄 아셨어요?”

    “그럼요.”

    이형탁 교수는 그게 나였던 줄 안 모양이다.

    설양훈이 ‘내가 이런 사람이다.’ 지칭을 했나 보다.

    “궁합을 몇 개 봐 달라고 하시던데, 당사자니까 말씀을 드릴까요?”

    “어, 어어어 음, 궁금하긴 하네요.”

    설은겸하고 설혜영은 안다.

    맘에 드는 이성의 사주를 입수하면 상상 정도는 한다.

    이 궁합이면 어떤 연인이 될까 정도?

    설은겸은 제대로 찍히면 집착을 받을 궁합이나, 본디 찍히기가 몹시 어려운 사람이고.

    설혜영은 이혼에서 보듯이, 외부적인 궁합이 잘은 맞지 않는 사람에 속한다.

    속궁합은 여러 이성과 잘 맞을 것이지만.

    유불선이 녹아든 궁합론에서는 그런 남녀의 취급은 썩 좋지 않다.

    “그 23살 아가씨랑, 41살 누나는 압니다. 궁합.”

    “그러면 그 어린 아가씨 사주를 모르시는 거군요. 이야 야하하, 축하합니다.”

    이형탁 교수가 갑자기 악수를 청한다.

    “아니 왜?”

    “지금 생각해 보니 설 회장님이 그냥 그러실 분은 아니니까요. 이거, 재벌가 손녀사위 이런 거 되시는 거 아닙니까?”

    “결혼으로 팔자 편다고 나오나요?”

    “알고 계시지 않나요? 그냥 결혼 자체가 좋습니다.”

    “왭니까, 들어나 볼게요.”

    “여자를 너~무 좋아하실 테니까?”

    수긍합니다.

    “그 가장 어린 분 사주는 어떻게 되나요?”

    “어린 분을 좋아하시는 거?”

    “전 좀 다가온 사람을 좋아하는데요. 그 끼 꾹 눌러 참은 분이오.”

    “아마 23살 이분,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마치 아빠와 딸 같은 합이네요. 그래도 서로에겐 무척 필요하고.”

    그렇게 따지자면 그럴 수도 있긴 하겠다.

    설은겸은 궁합으로 따지자면 내게는 걸어 다니는 돈과 명예 덩어리이고.

    나는 설은겸에게 언제나 쫓을 아버지의 발자취와 비슷하며 어쩌면….

    큰돈일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스무 살 분은 어떤가요?”

    “사주단자 정도는 아시는 게 좋겠다 싶으니 알려드리겠습니다.”

    설유겸의 사주를 얻었다.

    뭐 어딘가는 물어보면 알 수 있긴 있었을 것이다.

    설양훈도 말해 줬을 테고, 설은겸도 말해 줬을 것이고.

    그 외에도, 은겸이 엄마 같은 분들도 사주 정도는 알아볼 생각이다.

    “어, 그리고 교수님.”

    “네.”

    “혹시 설정환 님, 알고 계신가요.”

    “어허, 그 돌아가신 스카이피아 회장님 말씀이시죠?”

    “어, 지금부터는 그냥 교수님이 알고 계시는 분들 중 가장 돈 잘 벌던 분이라고 하죠.”

    “아닙니다. 제 논문에 자기 사례를 쓰라고도 하셨어요.”

    “아 정말요?”

    “쓰지는 않았지만요.”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혹시 교수님은 그분 사인을 정확히 알고 계십니까?”

    “흐…음.”

    이형탁 교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빈 물잔만 꾹 쥐고 대답이 없었다.

    “이건 어렵군요, 알고 물으시는 것 같고요.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설정환 전 회장님은 저와도 막역한 편이고 저와 자주 상담을 하셔서.”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습니다.”

    사인 조작에 직접 참여한 의사는 아니었지만.

    이형탁은 설정환이 자주 찾던 의사였고 정신과 관련 주치의였다.

    “흐흠, 일단 저는 의학적으로는 그러실 수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갑자기 확 오거든요. 중증의 우울증 환자이신 분들은요. 그냥 정말 아무것도 아닌 손에 쥐던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정도로 갑작스런 충동을 느끼시기도 하고요.”

    이형탁은 그에 대한 발언은 꺼렸지만, 힌트는 줬다.

    이형탁 교수가 잘 쓰는 화술이다. ‘그럴 수도 있지만, 확실한 건 아니야.’

    “저는 말입니다. 정신의학 책만 읽어 봤지 제대로는 모릅니다.”

    “예.”

    “그치만 소설도 쓰고 사주도 좀 보다가 느낀 건데, 사람이 마음이 아픈 이유에는, 가족이 비었고 그로 인한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어 그렇다는 것도 성립을 하지 않나요?”

    어렸을 적 가정환경이 나빠서 사람이 이렇게 됐다.

    이는 사람들이 잘못된 사람에게 그나마 변명으로 듣고 싶은 스토리이고.

    사주로도 적합한 명분이다.

    사람은 가족의 운이 빈 사람이 온전하지 못할 확률이 훨씬 높다.

    사주도 그리 보고, 인생도 그리 풀린다.

    “아무래도 그렇죠?”

    “어릴 적에 부모가 방치했다는 것에서 뭔가…. 그때부터 마음이 아픈 채로 시작했다. 저는 그렇게 보는데요.”

    “아, 그 이야기는 저도 들은 게 있기는 한데 오해는 다 풀려서.”

    ……음?

    이형탁 교수의 속내를 밝히지 않는 화술을 살살 긁어내던 중.

    이형탁 교수가 ‘너도 알 거 같은데 이건 말은 하지 않을게.’하며 말하는 것에서 힌트가 될 만한 단어를 하나 발견했다.

    “오해…요?”

    “아, 이야 혹시 모르셨나…요? 아이구, 그러면 말씀을 드리면 안 되는데.”

    오해가 있었다.

    그 단어가 주는 파괴력은 내게 뭔가를 연상시킨다.

    “아 그러면 괜찮습니다.”

    “아하하, 아 이거 관장님하고 만나면 별걸 다 이야기하게 되네요. 잊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뭘요, 그런 건 당사자한테 물어야죠. 이렇게 뒤로 캐고 다니는 거 당사자가 알면 불쾌할 겁니다. 어 그래서 저와 이분들 간의 궁합은 어떻게 보시죠?”

    이형탁 교수의 말실수를 캐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멀쩡히 회사를 물려줄 아버지가 있는데, 비자금을 조성했다.

    그건 아버지를 못 믿었다는 뜻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장남의 사후, 장남 집안에 대한 아버지의 과한 집착을 볼 때….

    아버지가 오해한 게 있어, 더 미안했던 것이 아닐까.

    ‘오해는 다 풀렸다니까, 회장이 몰아세운 건 아닌 거 같다만.’

    설 회장의 인생을 토대로 사주로 추측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지만.

    확인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설 회장은 내 후견인이라 적당히 까부는 건 되어도 선을 넘는 행동은 자제하고 있다.

    그리고 이걸 이형탁 교수가 흘린 것이 되지 않게 내가 더 묻지 않았다.

    “궁합은 이 가장 어린 친구랑 가장 잘 맞네요.”

    “…제가 봐도 그렇기는 하네요.”

    “23살인 여성분하고는 아빠와 딸의 격인데, 20살인 여자분하고는 남녀의 격이네요.”

    “꼭 들어맞지는 않더라고요.”

    “그렇죠, 저도 그런 결혼은 안 했으니까.”

    궁합의 근간인 남녀의 합을 보면, 사주건 현실이건 남자가 사회적으로나 사주상으로나 강한 기운이어야 그 격이 ‘남녀’의 격이다.

    불인 남자면 쇠인 여자를 만나면 이성으로 좀 더 쉽게 인식하고.

    쇠인 여자도 불인 남자를 이성으로 좀 더 쉽게 인지하는 편이다.

    궁합 보면 데이터가 신기하게 그렇게 나오는 빈도가 좀 높은 편.

    남자는 하향 지원, 여자는 상향 지원인 것이 현실의 결혼 시장에서도 통용되는 바.

    이건 사주가 옛 사회상을 잘 짚었고.

    그 사회상이 여전히 이어진다고 봐도 되겠다.

    * * *

    “또 출국하십니까?”

    “선생이 가면 데려가지요, 은겸이 패키지로.”

    “갈까요?”

    “저는 좋지요, 또 쑥 빠지고.”

    “꼭 가고 싶네요.”

    “아니면 이번엔 어디 보자, 유겸이랑 같이 가시겠습니까.”

    설양훈은 늘그막에 해외여행에 맛들린 모양이다.

    이번엔 백야를 보고 피오르드 지형 트래킹을 도전하겠다고.

    다만 굳이 가자는 말은 없어서 따라가겠다고는 안 했다.

    정말 데려가고 싶었으면 가겠냐고 먼저 했겠지.

    노인네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그런 말은 딱히 없다.

    “여행이 괜찮으시려나 모르겠네.”

    “사주로는 어떻습니까?”

    “뭐 고온다습한 남동쪽만 안 가시면 저는 당분간 상관없으실 것 같아요.”

    “나이 먹어서 고생하긴 싫어요. 가실 겁니까? 선생이 가면 환영이지요.”

    “은겸이가 같이 가면 가겠습니다.”

    은겸이 요즘 일 배우고 독학학위제로 경영학 학사를 따고 있어 바쁘다.

    고로 은겸이가 안 갈 테니, 나도 안 가겠다는 이야기로 말한 것이다.

    “딸을 셋 시집보냈습니다, 사위 놈의 평생 사랑하겠습니다 선언 같은 건 안 믿어요.”

    근데 영감이 동문서답하는 게,

    데리고 갈까 하는 다른 손녀 대신 설은겸에게만 집착한다며 놀리는 것 같다.

    “어, 저는 애초에 도적놈으로 볼 것 같은데.”

    “아니지요, 불쌍한 놈인 겁니다.”

    농담을 나누다 간만에 내 포를 잡고 콧노래를 부르는 설양훈에게 직접 물어봤다.

    “어르신, 그 혹시 돌아가신 장남분이 조성한 자금은 알고 계신가요?”

    “허어, 그거 내가 말해 줬던가요?”

    “아, 그런 건 아니고 특임 고문을 하다 보니 들은 정보가 있습니다.”

    “그건 은겸이 아니면 며느리가 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지는 않은 거 같고, 얼추 짐작 가는 사람이 있는데 실토하질 않네요.”

    실토하지 않는다는 말에서 누군가가 먼저 떠오르긴 했으나.

    기어이 나를 일단 가문에 들이겠다는 말에서 다른 후보가 생각나 먼저 대답했다.

    “설윤환이오?”

    “…….”

    “아니면 따님?”

    설양훈은 매만지던 장기 알을 두고 대답했다.

    “알고 묻는 겁니까?”

    “찍었습니다.”

    “그렇지요, 그놈이 가장 의심스럽습니다. 내가 쭉정이로 찍어 놓고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은 지가 벌써 3~4년째인데 여전히 회사엔 그놈을 따르는 놈들이 꽤 있어요.”

    “돈이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예상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말이 되지 않으니까요. 내가 그놈한테는 회사 절대 안 준다고 몇 번을 말했건만.”

    회사 내에 설윤환을 미는 쪽이 여전히 있긴 한 모양이다.

    설양훈은 폐출한다 말은 했지만.

    자식의 연을 끊겠다는 게 말이야 쉬운 일이지, 사람들은 ‘그래도 자식인데.’ 생각을 품을 것이다.

    전가의 보도인 기업인 특별 사면에도 매번 오르는 인물이라.

    물론 늙으신 아버지를 5~10년 감옥 넣으려고 했다는 게 용서 받기 힘든 패륜이지만.

    세월 탓인지, 그 패륜이 어느새 잊혀져 가고 있는 모양새다.

    “근데 돈이 없어도 그렇게들 생각할 거 같습니다.”

    “그런 생각 못 하게 해야지요.”

    “그렇다면 그 돈이 힘이 될 것 같은데, 파헤치실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알게 된 이후부터는 파헤치고 있습니다, 혹시나 딸년들이 가지고 있나 생각도 들어서 으름장도 놓아 봤고요. 하지만 그 녀석들은 아니고 내가 추궁할 수 없는 녀석 집안과, 추궁하기도 싫은 놈만 남았지요.”

    “아….”

    추궁할 수 없는 집안과 사람이면 설정환, 설윤환인 모양이군.

    각기 곁에 없으니까.

    “그게 엄청나게 큰 자금도 아니에요, 그랬으면 내가 아부다비 아부 탈리브 센터를 선생한테 맡긴다는 말을 안 했겠지요.”

    “아 그게 없어도 충분히 제압 가능하신 것이다?”

    “그렇기도 하지만, 그건 은겸이한테 보탬도 되라고 한 것이지요.”

    “무슨 말씀이신지?”

    “선생한테 손녀들을 자꾸 엮으려고 하고는 있지마는, 그 어린애들에게 회사를 물려줘야겠단 확고한 생각까지 있는 건 아니에요.”

    “네 어리죠, 어려.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요.”

    “그치만 그렇게 안 되어도 정환이네 집안은 잘 먹고, 잘 살아야 하고, 그 재산을 잘 지켰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러는 겁니다.”

    장남 집안 손주들을 이 정도로 신경 쓰고 있으면 무슨 오해가 있었냐고 묻기가 그러네.

    말을 자제하곤 있지만 물어볼 기회는 보고 있었는데.

    “물론입니다, 저도 될 사람을 밀 겁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어떤?”

    “형제의 난이 과연 그 아랫 세대에겐 없겠습니까.”

    “으음, 걱정하시는 게 이해는 되네요.”

    “선생의 계책이 정환이네 식구들을 끌어올린 것은 맞지만, 그 녀석들 어렸을 때부터 오죽 치고받고 싸웠어야지요. 유겸이는 마냥 어리다고 할 녀석도 아니고요. 그런데 돈을 모아 왔으니.”

    확실히 설은겸이 가문의 자산을 싹 모아서 쥐고 있는 형세가 그 집 형제자매들에게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설은겸이 가장으로서 통제할 권한을 쥐어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나이 차가 적은 여동생은 충분히 반발할 수 있다.

    “그렇겠습니다.”

    “선생은 형제 화해 전문 역술인 아닙니까, 둘이 뭐 아주 치고받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보통 자매 같지마는 그래도 케어해 줬으면 해요.”

    그 말을 들으니 한번 보긴 봐야지 싶다.

    아부 탈리브 빌딩의 사용료 겸 예금을 활용한 투자는 진심 탐나나.

    그 선결 조건이 가문의 일원인 바….

    어쩌면 인정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설은겸 집안은 설은겸이 장녀로 가장 노릇 하지만, 정확한 가장은 설은겸 엄마다.

    ‘난 인정 못 한다.’

    생각해 보니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이런 거 나오는 거 아닌가도 싶고.

    * * *

    “아 나 새끼들 찌라시 또 던지네.”

    오토바이에 둘이 탄 2인조가 찌라시를 던진다.

    전주 근처에서 본 찌라시는 ‘일수, 대출’이었는데.

    대전 유성에서 나오는 찌라시는 누드모델과 AV배우를 무단으로 복사, 인쇄한 그런 것들이다.

    줍고 싶지는 않다, 다 아는 사람들이라서.

    찌라시를 어찌나 잘 던지는지 유리창 뚫겠더라.

    그런데 오늘따라 그놈의 찌라시가 소리가 뭉특하다.

    “뭐야 이건.”

    나가 보니, 찌라시가 아니라 카드 형식으로 된 봉투다.

    요새는 찌라시도 발전하나 보다 생각했는데,

    카드 발신인이, 설윤환이다.

    이 인간은 왜 자꾸 나한테 편지를 보내나, 접선할 생각이 없는데.

    [면회를 오셨으면 했는데 소식이 없네요. 그렇다면 답신만 부탁드리겠습니다. 혹시 이 사주를 풀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흐음….”

    무시할 생각이었는데 사주를 풀어 달라는 거면….

    뭔가 프로 의식을 자극하면서 재는 느낌이 든다.

    보면 자기 사주도 아닌 거 같다, 나이가 다르다.

    누구 사주길래 이런 걸.

    “도발 같은데 이거?”

    이 사주 넌 아냐? 누군지 아냐? 궁금하지? 하면서 낚는 건데.

    절단신공….

    내가 하면 했지, 당하고 싶지는 않다.

    이번엔 답신을 써서 교도소로 보내 줬다.

    마침 대전 명승철학관 옆이 유성 우체국이라 우표 사기도 쉽고.

    한마디만 적었다.

    [복채 10억.]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