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00화 (100/211)
  • #100. 걔 말고 걔 언니

    설유겸 사주.

    공활한 가을 하늘의 따스러운 햇살이다….

    “나랑 태어난 달이 같네, 불길이 괴롭히고 있으니까 확실히….”

    자매가 신기하게 둘 다 물 필요한 사주로 나긴 했다.

    - 홍조가 있는 볼이 붉어진 소녀의 명이 떠오른다, 빨갛게 달아오른 볼에 약간의 찬물이 닿는다면 분명 명이 좋아질 것이다.

    “흐으으음.”

    사주상 내가 타고 난 속성인 물이 유리한 여성의 사주를 적으면, 물에 대한 아주 좋은 말들을 담는 식으로 서술을 하는데.

    이거 좀 그렇네, 근데 안 좋다고 할 수도 없고.

    진짜로 이 사주풀이 글을 읽으면 ‘물’인 남자 만나야 하냐? 묻게 될 것인데.

    ‘그게 접니다.’

    …라고 하면 끼 부리는 것 같잖은가?

    글에서 이상한 느낌 안 나게 적자, 개인이 검열해야지.

    설유겸 사주를 문서로 작성해 놓은 뒤, 다음으로 접수받은 사주를 풀었다.

    ??? 사주.

    “아 나 성의 없는 인간 같으니, 남잔지 여잔지는 병기를 해야지.”

    설윤환에게 사주를 풀어서 알려 줄 생각은 없지만, 궁금하니 풀어 보고 있었다.

    대면 사주 볼 때 가장 귀찮은 경우는 태어난 시간 모르는 사람의 사주를 봐 줄 때다.

    노동이 12배.

    이건 솔직히 귀찮아서 관찰과 현상, 대화 유도로 들은 것으로 때우기도 한다.

    그리고 비대면 사주를 볼 때는 성별 병기 안 한 사주를 볼 때가 제일 골치다.

    사주는 남자 여자가 보는 법이 조금 다르다.

    그럼에도 오픈톡 사주 볼 때, 좀 경계하는 여자들이 있다.

    만나는 걸 경계하는 거야 그렇다 치겠는데, 그럴 생각 없이 메시지로만 글 써서 전송해 주는데 거기서 말을 안 하시는 양반들이 있다.

    이상한 놈들이 많아 ‘그럴 수도 있겠다.’ 이해는 하지만 귀찮은 건 귀찮은 것.

    설윤환이 보낸 편지의 사주는 딱 그 모양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안 적어 놔서 두 경우로 판별을 해야 하니 노동량이 2배다.

    시간을 모르는 것보다는 낫지마는.

    “20억 부를걸.”

    사주인이나 작가의 정체성을 가진 나를 그리 찾아댈 리는 없다.

    당연히 설양훈 최측근의 정체성을 보고 접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지불할 수 있는지 능력을 봐야, 그 이상도 줄 수 있을 법한 설양훈 기대를 저버리지.

    하등의 쓸모가 없는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

    설윤환이 보낸 사람 사주는 왠지 심상치가 않다.

    * * *

    이태현이 정말로 긴요하게 찾아왔다.

    “안녕하십니까.”

    “오셨습니까. 앉으세요. 커피라도.”

    “쏟으시게요?”

    “그건 죄송했습니다, 일부러 쏟은 겁니다.”

    “그러셨군요…. 뭐 감사합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특임 고문인 걸 말하기보다는 조금 더 확실히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을 줬다.

    “스카이피아 사원 복지몰이다 보니까, 몇 분이 오시거든요. 그런데…. 선생님 소문이 안 좋아서요.”

    “허튼소립니다. 그 이효인 씨가.”

    사람 이름이란 명사로 말하면 제가 어떻게 알아 듣…습니다?

    이효인이면, 일전에 온 집착왕 간호사 강라은이 스카이피아에서 의심하고 있던 사원이다.

    “소문이 정말 뜬소문이라고요? 이효인 씨, 저 압니다.”

    “아, 여길 왔나요?”

    내연녀는 아닌 거 같기도 한데, 뭐지?

    그렇지 않다면 이효인을 안다고 할 때, 표정 등에서 뭔가가 드러나야 정상이다.

    “아니오, 거기 사원 중에 간호사 한 분이 찾아와서 그년이 남친을 꼬시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아, 아.”

    이태현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설마 그 간호사 사귀시는 건 아니시겠죠.”

    “아닙니다, 아니에요.”

    “어린 여자 매우 좋아한다니까.”

    “아니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가지신 겁니까, 제 아내가 어려서 그럽니까?”

    뭐 그런 것도 있지.

    그, 열 살 연하 만나면 놀리는 거 당연하지 않나.

    놀림받는 사람도 부러워서 그러는 거겠거니 하고.

    “말했잖아요, 사주 자체가 여자들이 주변에 두려고는 하는데 줏대가 강하지는 못해서 남편감으로는 잘 여기지 않는 사줍니다. 일 시킬 똘똘한 남사친이죠.”

    “꼭 그렇지만은.”

    “이사님은, 젊었을 적엔 정말 말을 못 할 사람이었을 겁니다.”

    “어떤.”

    “여자로 말입니다.”

    “크…흠.”

    “솔직히 잘생기신 거 맞잖아요. 그쵸? 본인이 봐도.”

    “그, 참, 그랬습니다. 예.”

    잘 꼬시는 남자가 나이가 들었다.

    그러면서 직장이 탄탄하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정착하고 싶다.

    여자가 점차 지겨울 때가 됐다.

    거기다 재다신약이니 쇠퇴가 빠르다.

    논마지기가 많은데 젊을 적 홀몸 가지고 어거지로 꼴을 맸으니 몸이 축날 수밖에 없다.

    재다신약 남자를 ‘여자 많지만 못 꼬시는~’으로 판단을 하는 건.

    그 사람 얼굴이 애매할 때나 하는 소리다.

    하렘물 주인공인데 고자인 경우에 개연성이 맞지만.

    그건 거기서 표현되기를 ‘평범한 얼굴’일 경우 이야기고.

    ‘잘생겼다.’면 아니다.

    “젊을 적에는 지상 최악의 나쁜 남자였습니다.”

    “최악이라…. 그랬을 수도 있겠군요.”

    욕망이 많으나 여자가 잘 꼬이는 남자면, 이 여자와도 여러 번, 저 여자와도 여러 번을 자고 싶은 남자가 되므로.

    여성들을 납득시키려 들거나 정처를 두고 측실급의 파트너를 찾는다.

    성적 욕망이 대단하므로 파트너십으로 유지하는 이상한 놈이 되던가, 더 미친 옹녀를 만나 변강쇠전을 찍는다.

    욕망이 많으나 여자가 어설프게 꼬이는 남자면?

    바람을 피우거나 누군가에게 미련이 가득 있다.

    어쩌다 생기는 여자라 너무 아쉽기 때문이다.

    욕망이 많으나 여자가 안 꼬이면?

    인터넷에서 하루 세 번이 안 돼? 이런 댓글 달고 있고….

    그리고 선천적인 체력이 약해 욕망이 적은데 여자가 잘 꼬이는 남자다?

    “충동적일 때 한번 건드리고 그 뒤는 챙기지 않고 방치하는 남자가 됩니다.”

    “아, 아아…. 으음.”

    강하면 아쉬워서 여자한테 잘하는 척이라도 한다.

    약한데 여자가 잘 꼬이면, 아쉬운 것조차 없으니 받기만 한다.

    대신 나이 들고는 부인한테 잡혀 사는 남자가 된다.

    약한데 가면 갈수록 더 약해지니까, 부인과의 시간이 급감한다.

    고로 부인이 쥐고 살 명분이 된다.

    “젊을 적에 욕망이야 있었겠지만, 몸이 빨리 곪습니다. 한 30대쯤엔 정말 일에 치여서 몸은 몰라도 정력의 빠른 쇠퇴를 겪으셨을 것이고.”

    “확실히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막 그래도 힘이 살아 있는 친구들에 비해 그에 대해 할 말이 없어서 술자리에서 음담패설이 나오면 안주만 드시고 계시지 않을까.”

    “나이 들면. 으레 그렇지요.”

    “아뇨, 나이 들어도 야한 분은 야합니다.”

    “뭐 그런 녀석들이 있기는 있지요.”

    “그래서 생각하기로 한번 갔다 오지 않았나.”

    “……!”

    “애들이 유학 보내기엔 어리단 발언을 들었습니다. 그러면 결혼을 40대에 하신 건데, 이런 잘생기고 직장 탄탄한 남자를 40대까지 두고 보는 부모도 여자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경우는 혼인 트라우마가 있거나 혹은, 떳떳하지 못한 취향이 있는 겁니다.”

    이상하게 여성층에서는 취향이 있는 여사친만 많은 게이 남사친 느낌도 있다.

    여자는 많은데 내 여자가 잘 없는 경우의 사례에서 희박한 확률로 존재한다.

    아니라고 한다면 그쪽으로 몰아갈 생각이다.

    커밍아웃급을 인정한다면 그것도 날 용하게 만들 것이고.

    그냥 실토한다면, 실토해서 좋다.

    “그, 그것이.”

    “숨기신 겁니까?”

    들어맞은 모양이다, 잘생기고 직장 괜찮은 남자가 결혼이 너무 늦다.

    정욕이 적어서 그런 것도 있기는 한데.

    그냥 사람 자체가 사람은 약한데 책임져야 하는 것은 많은 운명이다.

    “이게 거.”

    “그리고 저는 이사님이 회사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데, 그 원인이 그것이 아닌가도 생각 중입니다.”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이는데요.”

    “그렇긴 하지마는….”

    “공격받는 원인이 뭡니까. 정말 처신입니까? 아니면, 그 자리를 둔 내부 다툼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하아…, 내부 다툼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런데 이걸 말씀드려도 될지.”

    “됩니다.”

    “근데 그걸 사주를 보시는 분한테….”

    “숨겨 둔 자식이 있다, 없다?”

    “그, 그것은.”

    있구만.

    52살이면 사고를 일찍 쳤으면 서른 살 자식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제가 욕망은 약한 남자라고 몰아가긴 했고 그 나이를 모릅니다만 그 나이가 되어도 간혹 치솟을 때가 있습니다.”

    “크흠.”

    “그래서 뭔가 사고를 쳤다, 아니다?”

    사주라는 게 한 가지에서만 뭐가 터지진 않는다.

    재성운 탭에서 문제가 나면 아버지, 재물, 여자가 총체적으로 말썽이고.

    관성운 탭에서 문제가 나면 직장, 명예, 자식, 부하가 총체적으로 말썽이다.

    “솔직히 말씀하시면 저도 부인분에게 들은 것 하나를 말씀을 드릴게요.”

    “아? 그런 게 있습니까?”

    “예, 부인분도 따로 오셨거든요.”

    부인을 빌미로 잡자, 이태현은 고민하다가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게…. 자리를 둔 내부 다툼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봐도 그렇습니다.”

    “돈 때문에요?”

    “그렇습니다. 제가 맡은 자리가, 돈이 좀 묶여 있습니다.”

    기업에서 쌈 나는 거 근원은 죄다 돈이다.

    사주로 봤다고 하기도 민망하다.

    “그래서, 부인이 뭐라고 했습니까.”

    “어 뻥이에요. 안 오셨어요.”

    “아니, 이렇게 말씀하셔도 되는 겁니까?”

    이태현이 화를 내지만 웃으며 대답했다.

    비밀을 말했으니, 나도 한마디 해 줄 때는 되었다.

    “어, 이사님 설은겸 양 출근했을 때 제일 먼저 인사했죠?”

    “…예?, 아, 예에에?”

    “90도로 인사하시던데요.”

    “아니, 아니 아니 그걸 어떻게, 그게 아….”

    기억이 나더라, 제일 먼저 딸랑거리던 인간.

    큰 키로 90도 인사하던….

    그리고, 그 이후에 찾아 온 스카이피아 사원들에게서 ‘괴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상무님은 아마 전 설정환 회장 쪽에 줄이 닿아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그, 그것이….”

    “그 지금까지 말해 온 이 상무님의 사주 재다신약에 숨은 해석 하나가 뭔지 아십니까.”

    “뭡니까?”

    “재는 여자와 돈을 말하기도 하지만, 재물을 줄 수 있는 남성 어른의 영향력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거부할 수 없는 후견인 남성.

    이는 보통 태생적 생물학적으로 이끌어 주는 어른인 아버지를 말하지만.

    친아버지가 없더라도 운을 이끌어 주는 이가 있으면 아버지 운으로 보강된다.

    양아버지가 친아버지 이상으로 잘해 준다면 그것도 아버지운인 것.

    즉 재다신약 남자는 남성 웃어른의 통제에 매어 있었거나.

    그런 남성 웃어른을 성심껏 섬겼을 가능성이 높다.

    명승헌도 돈을 벌 길과 인생을 살 길을 일러주었고.

    설양훈도 내게 돈과, 여자를 어떻게든 해 주려고 하니 비슷한 위치이다.

    “그래서 어떤 어른을 모셨습니까, 돌아가신 전 회장님? 아니면 왕 회장님?”

    잘 몰아갔으나, 이태현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젓는다.

    “누구신지 말씀은 주셔야…. 그냥 사주 보는 분이 아니신 거 같은데.”

    이걸 곧이곧대로 말하긴 그렇고, 어디 보자.

    철학관 뒤 가림막을 신경쓰며 외쳤다.

    “설은겸 남편?”

    “예에?”

    * * *

    “누구 맘대로오?”

    이태현을 돌려보낸 뒤, 오늘 특별 출근시켰던 설은겸이 고개를 치켜든다.

    중대사를 논할 것 같은 스카이피아 직원의 예약에는 설은겸을 부르곤 한다.

    “아니었나, 서운해라.”

    고개를 푹 숙이니까, 설은겸이 오히려 미안해한다.

    “아, 아니 서운해하지는 말고요.”

    “정말 서운한데.”

    삐진 척 잘 먹혀서 무척 삐진 척을 했다.

    “아이 참, 이리 와.”

    “니가 와.”

    와다다다 와서 와락 안기는 건 정말 귀엽다.

    설은겸의 복장이 가벼워졌다.

    6월, 여름이 오기는 하는 모양.

    사주인은 입하인 5월 초를 여름으로 치기는 하지마는.

    핫팬츠인데 돌핀팬츠마냥 짧지는 않은 의상이나, 허벅지가 딱 붙는군.

    마냥 슬렌더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으으음, 또 거기 올린다.”

    “허벅지는 맨살이라.”

    “허리는?”

    “배 잡는다고 싫어하니까?”

    자주 안다 보니 이제 손은 엉덩이쯤에 둬도 뭐라고는 안 한다.

    쥐는 건 못 해 봤네.

    팔이 내 코를 스쳐 지나갔는데 그 맨살에서 나는 묘한 향이 있었다.

    팔 윗부분의 소매 안에 가려졌던 하얀 살갗조차 맑고 부드러워 보였다.

    살짝 그어 봤다.

    “간지럽다.”

    “그, 그 혹시 아버지가 남긴 다른 돈 같은 거 알아요?”

    “저 이사님이 연관되어 있다는 거죠?”

    “아무래도 뭐 약점이 있는 것도 같은데, 그 약점을 빌미로 공격을 받는 것 같으니 자리를 만드는 건 조금 미뤄야겠네요.”

    이태현에 대해서는 설은겸과 할 말이 좀 있었다.

    자세가 좀, 뭐랄까 일 이야기를 할 자세는 아니었지만.

    “혹시 가족들한테 그 돈이 있는 건 아닌가. 특히 어머니.”

    “응.”

    “그 어머니한테 물어봐 줘.”

    설은겸은 의자에 앉은 내 위에 다리를 끼우고 앉았다.

    큰 게이밍 의자를 사서 그런지 팔걸이 사이로 다리가 들어가고 내 허벅지 위에 그대로 앉은 채다.

    이 의자 산 지 얼마 안 됐는데 은근 효과 좋네.

    실은 포옹 용도다.

    그리고 자세가 은겸이가 다리를 벌리고 의자에 앉은 내 위에 앉아서 다리를 의자 뒤로 뺀 채라서.

    은겸이 살갗이 닿은 내 신체 변화가 그대로 닿고 있다.

    “어, 아무래도요.”

    “응?”

    “소원권을 써야 할 거 같은데.”

    “…무슨?”

    “알잖아.”

    “으에엑?!”

    설은겸이 내 목을 감싸던 팔을 풀고 떨어진다.

    하지만 의자에서 일어나지는 않았다.

    “안 그러면 그 양반이 동생 만나 보라는데?”

    “으 할아버지, 이제 막 졸업한 애를 이런 변태한테.”

    “궁합이 좋더라고.”

    “나보다?”

    “응.”

    설은겸은 뜨악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래서 만나 보려고요?”

    이럴 때는 잘 안 쓰던 존댓말도 섞고.

    “뭐 동생이 돈을 빼앗겨서 기분이 안 좋고 불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셔서?”

    핫팬츠가 허리에는 조금 틈이 있고 남아돈다.

    엉덩이 쪽을 감싸던 손을 허리를 거쳐 설은겸의 바지 단추에 댔다.

    “……뭐 하려고?”

    “보고 싶어서?”

    “보고만?”

    “만지는 것도.”

    “왜…?”

    양팔을 내 어깨에, 다리는 허벅지에 올리고 왜에~? 천진난만하게 물어보는데, 향기에 민감해 코끝이 찡하다.

    “만지고 싶으니까?”

    “그것만?”

    “안 그럴 거 같다고 생각 안 들어?”

    “왜에?”

    “걔 말고 걔 언니가 좋으니까?”

    앞 단추를 풀었다.

    안 그래도 헐렁했던 허리에서 밀착한 바지가 풀렸다.

    허리와 옷의 사이에 뒀던 손이 침범할 수 있는 권한이 넓어진다.

    부드러운 면의 천이 닿았는데 그 안에도 비집고 들어가려다.

    살짝 머뭇했다.

    이 상황에서는 내 다리가 방해하고 있으므로 손은 집어넣을 수 있지만 내릴 수는 없다.

    “으으응.”

    설은겸은 뒤로 물러나 뻗은 다리를 의자에서 빼고 포옹을 풀었다.

    여기서 끝인가 싶었다.

    이런 스킨십은 꽤 자주 있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설은겸은 입으로 하는 확언이 없어서 더는 덤비지 않았다.

    그런데, 설은겸이 내 손을 잡아 이미 지퍼가 열리고 있는 바지춤에 올린다.

    “걔한텐 안 뺏겨.”

    그 상황에서 나한테 다시 달려들어 안기는데.

    나는 손가락을 핫팬츠와 그 속에 있는 것의 틈에 밀어 넣었고.

    천천히 밀어 내렸는데 아무런 저항이 없었다.

    “이래도 돼?”

    내가 되레 물었는데, 설은겸의 답변은,

    내 혀를 못 놀리게 혀를 겹치는 것이다.

    그렇게 두 천을 모두 손에 말아 밀어 내렸다.

    지금껏 손을 두었던 엉덩이가 막히는 것 없이 손아귀에 들어오고 있었다.

    옷 때문에 쥐려고 해도 쥘 수 없었던 것이 손아귀에 차서 쥔 것처럼 되었다.

    “아.”

    닿았던 침들이 지익 늘어지다 떨어져 붙는 입술을 지켜보고 있는데 은겸이가 발목에 걸친 것들을 차 버리고.

    의자 위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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