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30화 (30/211)
  • #30. 큰 흐름에 발을 걸친 적 있었다

    스읍, 하.

    어우 진짜 미친 듯이 졸리네. 침 흘리며 잤다.

    침 닦는데 위장 크림 묻어 나온다.

    원래 강의 같은 거 들을 때. 남들 다 졸 때는 억지로라도 안 잔다.

    내가 그런 태도 싫어하니까. 나도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예비군 정신 교육은 안 되겠다.

    “여기 혹시 우리 지역 향토사단 나온 예비군 있어요? 충경 출신 예비군.”

    그건 왜 찾지.

    예비군 중대장이 내가 전역한 부대 전역자를 찾길래.

    비몽사몽간에 무심코 손을 들었다.

    “아 예비군, 충경사단 나왔어요? 상근?”

    “현역인데요.”

    “아) 현역이에요?”

    예비군 중대장 양반의 눈길이 빛난다.

    뭐시여?

    * * *

    “고마워요. 나중에 내가 잘해 줄게.”

    예비군 중대장이 잘해 주면 뭘 잘해 주는디요.

    훈련 빼 줄 것도 아니고.

    사무실에 있는 다과용 사탕이나 한 줌 쥐여 줄 거 같은데.

    <충경사단 전역 군 장병의 날 행사>

    여기에 우리 동대 예비군 중대장이 참가해 달라고 세 번이나 전화하길래. 왔다.

    뭐 이런 호응도 낮을 거 같은 머저리스러운 행사에 실적을 줘서 사람을 귀찮게 하나.

    당연히 삼고초려는커녕 백고초려해도 참가비 몇 푼 준다는 얘기 없는 한 갈 생각 없었는데.

    <부대 시찰>

    당신은 군대의 전투태세와 군의 사기를 점검합니다.

    관성운 50포인트, 비겁운 30포인트가 오릅니다.

    부대 시찰은 직업 군인이나 정치인 아닌 이상 불가능한 특수 업적이라 가 보기로 했다.

    뭐 후배님들 재롱떠는 것도 좀 보고.

    최고급 짬밥(?) 대접받고 기념품도 받고.

    물론 하나도 필요 없지만.

    비겁운 올리는 건 필요하지. 지지자 운이잖아.

    “선배님들 잘 오셨습니다!”

    군인들 세워 놓고 환대는 해 준다.

    뭐 작업시키는 것보단 낫겠다 싶지만 별 의전을다 받는다 하며 들어갔다.

    이전하더니만 막사는 잘해 놨네.

    그리고 자그마치 사단장이 사열해서 맞이해 준다.

    “잘 오셨습니다. 사단장 김병용입니다.”

    김병용…….

    아, 양주.

    “어?”

    이 양반 그래도 별 두 개는 달았네.

    * * *

    “야가 갸요?”

    군 생활. 병장 시절.

    주임원사실에 불려 갔더니 할아버지 같은 상사 한 명이 굉장히 반가워했다.

    “충성.”

    “나 독수리연대 지원중대 행정보급관이야. 너 사주 좀 볼 줄 안다며?”

    독수리 연대면 옆 연대였다.

    상근 후임이 죽은 뒤, 명성이 너무 높아져 이런 분들이 꽤 있었다.

    정작 나는 정말 나 때문에 죽은 거 아닌가 싶어, 세 치 혀를 안 놀리는 쪽으로 잠자코 지내려 했건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습니다.”

    “여 느그 대대 주임원사랑 동기거든. 너 칭찬이 자자하드라. 느그 주임원사한테 휴가증 하나 써주라 칼 테니까는. 너 내 사주 한번 봐 바라.”

    주임원사는 50대 초반인데 울 할아버지보다 액면가가 많다.

    지원중대 행보관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휴가증이라면 기꺼이 그러겠습니다.”

    근무 취침으로 자다 깨 나왔지만.

    휴가증은 받기 힘든 복채라 나섰다.

    “아마 술시다 맞을끼야.”

    “술시라…….”

    지원중대 행보관의 얼굴을 한 번 쓱 보았다.

    이 사주에 행보관이라고?

    “행보관이 맞으십니까?”

    “행보관 맞지. 와? 와, 그라나?”

    “이게 행보관 비하하는 발언은 아닌데 말입니다. 서연고급 학력과 학식을 갖는 사주인데 그 학력으로 행보관을 합니까?”

    병사들 사주를 위주로 보다 보면.

    이 나이대 병사들의 급을 나누는 게 학력이라.

    학벌을 딱 잘 집어내는 편이다.

    대학생과 단순 고졸의 차이가 특히 잘 짚이는데.

    대졸자 부사관은 나이 든 분들에서는 흔치 않았다.

    “나 야간 대학으로 공부 좀 했다. 공부 못 한 콤플렉스가 있어가.”

    “거짓말이십니다.”

    지원중대 행보관은 버럭 화를 냈다.

    “거짓말이라꼬? 니가 사주를 잘못 본 거 같은데? 돌팔이 아이가?”

    사주로 간부 계급 파악하는 것에는 도가 텄다.

    군인 사주를 한두 개 봤어야지.

    “저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데, 책이나 경험이 거짓말을 하진 않습니다. 사주가 거짓말이거나, 사람이 거짓말하는 겁니다.”

    “야가 자꾸 나 거짓말쟁이로 모네요?”

    “근데 군인 사주는 맞습니다. 고로 사주는 거짓말이 아닌 것 같고 사람이 거짓말하는 겁니다. 이 사주는 부사관 절대 아닙니다.”

    “졸라 당당하네?”

    원래 눈치로 사주 보다 보니 확언 대신 교묘하게 사렸는데.

    병장 짬 먹으니, 상대가 죄다 후임이라.

    갈구며 보는 사주에도 점차 도가 터서 확언을 난사하게 됐다.

    간부지 않냐?

    사주에 점차 자신이 생기면서 간부여도 뭐 하나 사주로 정확히 맞추면.

    그걸로 쥐고 흔드는 게 별문제 없어 상관없었다.

    “군인이 이 정도 학력이면 두 가지입니다. 문사인데 정치력이 좋아 군에 꽂힌 지휘관 아니면 군을 수행하는 군사 전략가입니다.”

    “그으래?”

    “그런데 한국에서 부사관이 군사 전략가를 역임하는 경우도, 행시·사시 출신이 군사를 지휘하거나 통제하는 경우도 드뭅니다.”

    “건 맞지.”

    “고로 육사, 혹은 서연고 급의 학군단 출신 장교이실 겁니다.”

    “내 똑똑하게 봐주는 기가? 내가 잔머리는 좀 돌아간다.”

    다시 한번 군기 바짝 든 척하며 경례했다.

    “충성!”

    “갑자기 뭐고.”

    “연배와 관운으로 봤을 때 장성 같으십니다. 미리 경례합니다.”

    “확신할 수 있나? 진짜 내 사주에 그리 쓰였다꼬?”

    “정 예외가 있다면 공산당 정치 장교이거나, 아예 분야가 다른 의무, 법무 장교이실 가능성이 있는데.”

    거짓말 자꾸 하는 거 같아 도발해 봤다.

    “공산다아앙?”

    “공산당 큭크크크크.”

    옆에 지원중대 행보관을 소개한 주임원사는 웃긴지 배를 잡고 있었다.

    “공산당이면 이미 총살되셨을 테고, 의무, 법무 장교는 확률이 낮아서 뺐습니다.”

    “내 뭐 간첩이라는 거가? 불쾌한디.”

    “이렇게 사주와 행색이 일치하지 않으면 간첩일 가능성도 낮지만 열어는 두겠습니다.”

    “아하하하하하, 간첩이라요. 내 미치긋네.”

    “국외 출생은 아니십니다. 고로 믿겠습니다.”

    “아이다. 너 땜에 웃었다. 나 정보보안부사관이야. 이건 공부 많이 해야 칸다. 수학 교수도 할라 그랬어.”

    이 양반 끝까지 거짓말하시네.

    “이과 적성 아니십니다. 포병부대 경력 쌓으러 가셨을 때는 체면 구기셨을 겁니다. 하물며 암호는.”

    “어학 부사관이믄?”

    어디서 공부 좀 해야 하는 부사관을 줄줄이 대는데.

    이러다 잘하면 항공 부사관 같은 공군 보직 나올 것 같다.

    “주임원사님. 이 혹시 장군일 수도 있는, 대령은 단 것 같으신 장교님 왜 자꾸 거짓말하시는 겁니까?”

    “허허허허허허.”

    내가 한 10퍼의 확률로 남자 학력 틀리는데.

    90퍼는 맞혔으니 이건 내 실력 믿겠다.

    설사 틀려도 상관없다. 많이 배운 것 같다는 욕 아니니까.

    “아 원사님 왜 자꾸 웃어요? 뽀록나겠네.”

    “그만 허셔요. 다 들통났구먼. 유명할 만하죠?”

    “그러네요. 자슥 제법이다? 장교 맞다.”

    “아, 그럼 하나 여쭈어도 됩니까?”

    “말해보그라.”

    “제가 아직 사주에 통달하진 못해서 대령 이상이신 건 미루어 짐작이 가능한데, 장성이신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근데.”

    “근데?”

    “저는 장성이신 거 같습니다. 혹은 진급하실 겁니다.”

    간부들 사주 보면서 계급은 함부로 말을 안 했다.

    급은 장성인데 장성이 못 된 사람들이 군대에 많았다.

    딱 중령, 대령에서 끝나는 사람들.

    별 다는 문이 매우 좁은 군문의 특성상, 관운이 좋아도 그런 경우가 꽤 있다.

    그렇지만 이 간부는 장성이라 판별했다.

    “얜 진짜네. 우짜 알았나?”

    “사주에 보검이 딱 한 자루, 아주 귀한 보검이 있습니다. 이 보검이 재작년부터 대운이 비춰서 빛을 받아 번쩍번쩍 빛납니다. 장군들이 받는 삼정검이 아닐까 싶어서 짐작해 봤습니다.”

    “솔직히 그래도 의심은 간다. 인트라넷 하면서 장군들 증명사진 보고 다니는 거 아니냐.”

    그걸 왜 봐.

    “국군간호사관학교 사이트 임관 사진도 안 보는데 그걸 왜 봅니까.”

    “간호사관학교 사이트는 들어간 적 있구나?”

    “우연찮게 말입니다.”

    “근거까지 대면서 맞추는 거 보니까는. 진짜배긴갑다.”

    “감사합니다.”

    지원중대 행보관으로 위장했던 그는 2작전사령부 작전처장인 김병용 준장이었다.

    3사 출신인 우리 부대 대대장과는 동기 먹어 친분이 있었고.

    우리 부대 주임원사하고도 90년대 같은 부대에서 교분을 나눴다고 한다.

    “그래, 내 사주 어떻나?”

    “군인인데 장성이시면 성공한 것인데 더 궁금한 게 있으신 게 의문입니다. 보통 그 연배시면 자식운을 물으시는데.”

    “그렇지, 애들이 으째 뭐하고 묵고살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이다.”

    “그게 아예 없진 않겠지만 자식들 걱정 때문에 사주 보는 건 아니실 것입니다.”

    “아니라꼬? 또 뭘 보고 그리 말하나?”

    “조선 시대에 삼족이 멸해질지 알고도 역모를 꿈꾸는 사주와 똑같아서 자식이야 귀하고 예쁘겠지만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김병용의 사주와 완전히 같은 사주가 조선 시대 역모자 중 있었다.

    삼족이 멸해졌다고 한다.

    “나쁜 아버지 만들어뿌네.”

    “진짜 나쁜 아버지는 아니십니다. 그냥 좀 덜 친한 보통 아버지 정도.”

    “좋은 아빠는 아니지.”

    “딸애들이라 더 멀고 말입니다.”

    “그건 우찌 알았나.”

    “관리가 안 되는 자식운이 있습니다.”

    “관리가 안 되는 자식?”

    “자식도 아랫사람인데 장군이 밑에 사람 관리를 못하는 건 말도 안 되고, 검 덕에 통제도 잘 됩니다. 하지만 사주를 보면 검으로 통제가 안 되는 자식이 있는데, 성별이 다른 자식이라 통제가 안 되는 거 아닐까 추론해 봤습니다.”

    “그래서 내가 병사들을 아들같이 대한다. 아이고 아들아. 아빠 해 봐.”

    그 말을 들은 김병용은 익살스럽게 웃으며 팔을 쫙 벌렸다.

    입 주위 팔자 주름이 유독 깊다.

    “괜찮습니다. 장군님. 두 아비를 섬기면 명성이 아름답지 못합니다.”

    아들같이 대한다는 간부 안 믿음.

    “이야. 야가 말을 억수로 잘하네요.”

    “감사합니다.”

    “근디 니 나중에 결혼해가 장인이 아들이 없어가꼬, 사위야 아빠 해 본나 하면 우얄라꼬.”

    “해야지 말입니다.”

    “이 자슥, 니 디게 웃긴다. 나 딸딸딸이 아빠야. 관사에선 말 한마디 못 하고 다녀. 말을 안 걸어 준다. 그래가 퇴근을 안 한다.”

    “아들은 더 안 살갑습니다.”

    “머스마들은 남의 아들이라도 계급 보믄 어거지로라도 한다이가. 아들하고 목욕탕 가가 등 밀게 하는 게 꿈이었는디.”

    김병용은 너스레 떨고 친한 척하는 게 보통 친화력이 아니었다.

    “설마 늦둥이 아들을 원하셔서 사주를 보시는 건 아닐 테고.”

    “몬 낳는다. 내야 애정이 넘치는데, 마누라가 접근금지명령 내맀다. 요샌 권총 쏘는 법 인터넷에 검색하드라야. 누굴 쥑일라꼬 그러는지 몰것다. 무서가 실탄 다 빼놨다. 이 봐라.”

    김병용은 리볼버를 꺼내더니 공포탄까지 직접 보여 줬다.

    장군은 개인 권총이 총기 수불 대장에 등록할 필요 없이 상시 지급된다더니.

    “그러면 역시 진급이 궁금하실 거 같습니다?”

    “여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무슨 더 진급이고. 그 날고 기어도 중령, 대령에서 멈춘 사람들이 한둘이가.”

    “죄송합니다만 되묻겠습니다. 그러면 사주를 왜 보십니까?”

    “재미는 있지 않나, 니 입 잘 턴다니까는 함 물어봤지.”

    “젊은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나이 든 이들은 자식의 미래가 궁금해서 봅니다. 그리고.”

    “그라고?”

    “나이가 드시지 않았습니다. 젊은이들이 있는 직종에서 있으셔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꿈이 있습니다.”

    “꿈이 있어?”

    “고로 또 거짓말을 하셨습니다. 만족 안 하십니다.”

    김병용은 한 방 먹은 듯한 표정이었다.

    꿈 드립은 다 친다. 애들 병사일 때는 다들 원대한 꿈이 있거든.

    사주를 보는데 로망을 자극한달까.

    “야는 속이지를 못하긋네요. 원사님. 그래, 남자라면 끝까지 가 봐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기개가 있어야지 않것나.”

    “그러십니다. 좀 젊으신 분을 만났다면 제가 앞길을 설계해 드리면서 떡고물 좀 받아먹을까 생각도 했겠는데, 지천명의 나이십니다.”

    “머 문제 있나?”

    “완성형이신 겁니다. 제가 사주로 이래 살라, 저래 살라 할 필요가 없어 그렇습니다. 단지 단서를 드릴 수 있는 정도입니다.”

    완성형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김병용은 ‘크~’ 하며 대단히 좋아했다.

    “니, 묘하게 알랑방구 잘 뀐다? 좀 건방진 것 같았는데 말이 들을수록 기분이 좋네. 더 해 봐라.”

    “완성형은 그냥 사주대로 말씀드린 겁니다. 완성형 아니면 애초에 장성이 잘 안 됩니다.”

    “맞다 맞어, 내가 좀 완성형이야. 이 부대 PX서 젤 맛난 게 뭐고. 가자. 원사님 야 좀 데꼬 가서 뭐 좀 먹이께요.”

    “아이고, 허허허 그러세요.”

    “아님 머 나가서 물래? 창식이한테 전화 한 통 해 주께. 원사님. 여 뭐 가든 같은 거 없습니까. 가든.”

    대대장을 이름으로 막 부르는 걸 보면 과연 짬이 대단한 모양이다.

    “요 나가서 우회전해서 좀만 가면 오리가든 하나 있죠. 맛있어요.”

    “괜찮습니다. 이제 막 일어나서.”

    “PX가 어데 있나, 일단 글로 가자. 거 조용하나?”

    “일과시간이라 PX병이나 PX 관리관만 있을 겁니다.”

    “사주는 어데 뭐 스님이 갈쳐 주드나?”

    “아, 그냥 독학했습니다.”

    “독학으로 그게 되나?”

    “열심히 했습니다.”

    내무부조리 섞인 사주 수행이라곤 말 못 하겠다.

    “내가 고등학생 때, 어머니가 유명한 스님 한 분한테 사주를 보자고 가자 켔다. 나는 그런 거 일절 안 믿었는데, 그 양반 하는 말하고 네가 하는 말이 똑띠 닮았다.”

    “그렇습니까? 어떤 게…….”

    “아들은 팔자에 없고, 공부 잘하는데 사주에 검이 한 자루 좋은 게 있어서 칼 쓰는 공부 쪽으로 나가면 대성한다 하드라.”

    “사주라는 근간은 같아서 해석법이 같으면 비슷하게들 말할 겁니다.”

    “칼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네가 두 번째다.”

    “그러면 그 해석법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근데 그 대성이 어디까진지는 말씀을 안 해 주셨다. 그냥 잘 된다는 걸로만 알았고, 이쯤이면 잘됐지 않나 싶은 생각이 있다.”

    “하지만 꿈이 그치질 않으십니다.”

    “꿈, 그게 참 좋은 말이다. 스무 살 사병들도 없는 게 그 끓어오르는 게 내가 아직 있다. 웃기지?”

    “중령이나 대령에서 멈춘 것도 아니고 달릴 수 있으면 달려보셔야지 않겠습니까. 멋있습니다.”

    김병용은 PX에서 군납 양주 하나를 샀다.

    “이거 휴가 나가서 아버지 갖다 드리라. 자그마치 장군님이 주셨다고 그러고.”

    “감사합니다!”

    “니가 마시도 댄다. 부대에서만 먹지 말고.”

    군수지원관의 중화요리 정식 회식 이후 최대의 복채였다.

    그 양주는 엄마가 내다 팔았지만.

    “근데 말이다. 내가 계속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거든.”

    “아 어떤 걸 말씀하십니까.”

    “아까 말한 역모는 뭔 소리가? 그게 신경이 좀 쓰이네.”

    왠지 김병용이 독대를 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 *

    “니 덕에 그래도 세 개는 달아 보고 전역할 거 같다.”

    “아, 그렇습니까?”

    전역 용사의 날 행사에서 이탈해 사단장실에 초빙됐다.

    이 양반이 2작사 쪽에서 도는 것 같긴 했는데, 이리로 올 줄이야.

    “니 전화번호 좀 달라고 창식이한테 전화까지 했는디. 연락처를 바꿔 부렀다 카데.”

    “전화번호를 한 번 바꿨습니다.”

    무료 사주 봐 달라는 전화가 스팸처럼 걸려 와서 말이지요.

    그리고 사주가 잘 맞아서 지금 대우받지.

    틀렸음 이게 좋은 인연이었겠습니까.

    “암튼 잘됐다. 독학했다던 니 만한 역술인이 없었다. 물어볼 것도 있고 보답도 좀 더 해야지 해야지. 생각은 쭉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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