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292화 (292/327)

292. 발해방의 비극.

봉서에는 발해방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는데, 충격적인 내용이 있었다.

"대영일이 죽었다고?"

처음 요동반도에서 발해방 사람들을 만났을 때 고주태나 고주원이 대영일을 대하는 것을 봤을 때 분명 발해 대씨의 적통 중 한 명이라 여겼었다.

그런, 대영일이 죽었다고 하고, 발해방이 도움을 요청한다는 서찰을 보니 뭔가 큰일이 있겠구나 싶었다.

정착하기로 했던 북해도에서 일이 있었던지 아니면 내가 알려준 북방 항로를 개척하던 중에 죽었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대영일의 죽음이 어떤 죽음인지 알아보고자 직접 가봐야 할 것 같았다.

말라카를 다녀왔기에 선원들에게 휴가를 줄 예정이었지만, 급하다고 하여 태극 선단을 이끌고 부산으로 움직였다.

부산포에 도착해 발해방 사람들을 보니 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다친 이도 있었기에 큰 싸움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영일 공자가 어찌 죽은 것인가?"

다행히 같이 대마도를 공략했던 고형만이 있었다.

“도련님은 소 사다쿠니에게 죽었습니다.”

"응? 소사다쿠니라니? 그 이름이 왜 나오는 건가?"

대마도의 전 도주였던 소 사다쿠니의 이름이 나오니 뭔가 싶었다.

대마도를 점령하고 아비루 촌음을 도주로 세웠을 때, 도와줬던 발해방 사람들에게 소씨 일족과 일기도의 포로들을 주었다는 기억은 났다.

“소 사다쿠니가 북해도의 아이누족을 규합하여 발해방 정착지를 공격했습니다."

"어찌 그리 된 건가?"

***

“춘봉 상단이 대마도와 일기도를 점령하고 도주를 세웠다고?"

“네 그렇습니다. 아직은 소수이긴 하나 그 병사들의 훈련도나 총통이라는 화포를 쓰는 것을 봐서는 꽤 준비를 한 것 같았습니다."

함께 대마도와 일기도에서 싸웠던 고형만의 말에 대영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상단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무력까지 가졌으니 그 준비성이 대단했다.

"놀랍군. 조선에서 사병을 그리 키워냈다니."

“그리고, 우리가 병력을 내어 도와줬다고 하여 포로로 잡은 이들 213명을 대가로 주었고, 추운 곳에서 잘 자란다는 조와 수수 종자도 주었습니다."

“종자는 잘 가져왔으나, 제대로 경작을 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군.”

"아이누족이라 불린 이들이 맞서는 것입니까?"

“그래. 정말, 고주태 사형의 말처럼 강하게 나가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대영일은 새로운 땅인 북해도에 도착해서는 조상들이 이야기했던 그 땅이지 않을까 싶었다.

곰을 빼고는 맹수도 없었고, 소와 말을 먹일 풀도 풍족했기에 축복받은 땅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혹독한 겨울을 한번 겪으며, 식량 부족으로 다들 배를 줄여야 했었기에 어떻게든 올해는 땅을 개척하여 경작지를 늘리려고 했다.

하지만, 본래 이 땅에서 살고 있던 아이누라 불리는 부족들이 문제였다.

이들은 나무의 속을 파서 만든 배를 타고 고기를 잡거나, 개간되지 않은 땅에 씨를 뿌려 채집하는 반(半)농경을 하고 있었다.

그런 반 농경을 하는 이들에게 땅을 개간해서 씨를 뿌리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으나, 아이누족들은 자신들의 방법을 바꾸는 것을 거부했다.

물론, 올해 개간하고 수확하는 농작물의 수량이 월등히 차이나 게 된다면 자연스레 아이누족들도 따라올 테지만, 그렇게 시간을 쓰며 기다리기가 너무 아까워 강제로라도 땅을 개간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강제적인 개간에 반대하는 이들이 발해방 사람들과 적대하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잘 이해되지 않는 서로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며 이게 좋은 방법이라고 강요했으나 아이누족들은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다 보니 믿지 못했고, 그렇게 쌓인 작은 감정들이 커져. 몇몇 부족은 아예 발해방 사람들을 적대하기 시작했다.

해서, 고주태는 적대적인 부족은 힘으로 밀어 버려야 한다고 간언했는데, 덕으로 사람들을 다스리고 싶었던 대영일은 올가을 수확해서 직접 눈으로 볼 때까지 거리를 두고 지켜보길 원했다.

“그럼, 이번에 받은 포로들을 모두 다 농지 개척에 동원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빨리 자라는 배추와 무를 심는다면 늦가을에 수확이 가능할 겁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적대적인 부족들이 볼 수 있게 그들 부락의 인근으로 해서 개간을 해보세나."

그렇게 좋은 의도로 시작한 개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밭이 만들어지고, 농작물이 자라며 결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변화되는 땅의 모습에 자신들의 땅을 빼앗긴다고 여긴 아이누족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틈새를 파고드는 자가 있었다.

“저들은 너희들의 땅을 뺏어 농작물을 키우고, 너희들을 굶어 죽게 놔둘 것이다. 이 개간하기 전에 너희가 씨를 뿌려두었지 않았는가?"

"맞다. 우리가 들판의 신에게 씨앗을 바쳤고, 신께서 우리에게 주실 열매를 저들이 땅을 갈아엎어 없애 버렸다."

“올해는 부족의 앞 들판이 되었지만, 내년에는 지금 살고 있는 땅도 저렇게 갈아엎을 것이고, 너희들의 땅을 빼앗을 것이다.”

"정말? 정말 우리가 사는 이 땅도 갈아엎는다고? 너는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나 또한 저들에게 집과 땅을 빼앗기고 노예가 되어 여기까지 팔려 왔다. 내년에 너희들의 땅을 빼앗으면 나처럼 노예가 되어 이리저리 팔리게 될 것이다."

소 사다쿠니는 땅을 개간하며 가까이 다가온 아이누 인들의 말을 배웠고, 노예를 벗어나 과거의 영광을 다시 만들기 위해 머리를 쓰고 있었다.

'우리 힘만으로 발해방 놈들을 처치하기 힘드니. 어떻게든 이 야만인 놈들을 꼬셔서 서로 싸우게 해야 한다.'

발해방과 야만인들이 싸우게 되면 자신이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 여긴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기회가 온 것이었다.

“그, 그럼 어찌해야 하지? 저들은 말도 있고, 우리보다 숫자도 많은데."

당장이라도 땅과 집을 빼앗기고 자유 없는 이들처럼 될까 싶어 아이누족들은 마음이 탔다.

“듣기로는 눈이 내리기 전에 모든 남자들이 모여 곰을 사냥한다고 들었다. 맞나?”

“맞다. 겨울잠을 자기 위해 배를 채워 살이 찐 곰을 잡아 겨울 식량으로 삼는다.”

“그때다. 발해방 사람들에게 곰 사냥을 같이하자고 해라. 그리고, 고기와 술을 대접했을 때 윗대가리를 따버린다면 되는 것이다."

“같이 사냥을 하고 먹고 마신 후에 죽인다고? 그건 너무하지 않나?"

소 사다쿠니의 말을 들은 아이누족은 비겁한 방법이라고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 강한 놈들을 이길 방도가 없다. 나처럼 노예가 되고 싶은가?"

소 사다쿠니는 몇 번이나 도망치려다 잡혀 맞은 채찍 자국을 아이누족들에게 보여주었다.

“너희의 자식들이 나처럼 이렇게 채찍에 맞아가며 살아가도 된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노예로 살면 되니깐."

“하, 하겠다. 태양이 저 산에 걸려 넘어가기 시작하는 때가 되면 곰사냥을 할 것이다. 그때 음식을 먹이고 술을 먹여 죽이겠다.”

***

“아이누족들이 겨울을 대비해서 곰사냥을 같이 하자고 합니다. 밭에 나고 있는 무와 배추 같은 농작물을 보고는 마음을 바꿔 먹은 것 같습니다.”

아이누족들에게서 같이 사냥을 가자는 연락을 받은 고주태는 아주 기뻤다.

대영일이 펼치는 덕치에 야만인들이 감복한 것이라 여긴 것이었다.

"하하하. 그러게 그들 부족의 주변으로 개간해서 직접 보여주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

“밭에서 나는 것을 서로 나눠 가지고 개간하는 것이 더 많이 거둘 수 있다는 걸 저들이 확인한다면, 내년에는 같이 개간하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곰 사냥에 용사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협력을 할 수 있게 자네도 같이 가지."

그렇게 대영일과 여러 발해방 인력들이 참여한 곰 사냥은 세 마리의 곰을 잡으며 무사히 마쳤고,

사냥에 성공한 기념으로 아이누족의 부락에서 연회를 가졌다.

"부족의 계집들을 데리고 자라고 하는데, 입 주위로 검은 문신을 크게 해서 무서워 거부했습니다."

고주태의 사촌이자 발해방 상선들을 관리하는 고형만은 너스레를 떨었는데, 아이누인들의 문신이 마치 입이 찢어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나도 그랬네. 남자도 아니고 여인들의 얼굴에 저리 문신을 하다니 쯧쯧쯧. 그리고, 북방 민족 중에 자신의 마누라나 가족을 손님에게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지만, 어디 우리가 그런 문화를

받아들이겠나."

“그래서 벌주로 계속 술을 주는데 미치겠습니다. 술이 맛도 없고 독한 것이 아주 곤욕입니다.”

“하하하 먹는 척하다가 도저히 못 먹겠으면 도망이라도 치게.”

다들 아이누족과의 우호를 위해 권하는 술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술을 본래부터 하지 못했던 고형만은 술을 더 마시지 못했기에 술을 깨기 위해 몸을 부락 밖으로 움직였다.

그러게 술을 깨고 다시 부락으로 돌아가려는데, 아이누 부락에서 비명이 들리고 난리가 나기시작했다.

급하게 고형만이 뛰어갔으나, 이미 모닥불 주위로 발해방 사람들이 다 죽어 있었고, 아이누족과ㅇ노예들이 연합하여 죽은 이들을 욕보이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뛰어가 놈들을 요절내고 싶었지만, 우호를 위해 술자리를 가지는 곳에 무기를 들고 오지 않았던 지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 엇! 한 놈이 부족하다!"

그리고, 자신이 없는 걸 알아챘는지 놈들이 사방으로 찾는 걸 보자 고형만은 급하게 발해방의 마을로 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발해방의 마을로 뛰어온 고형만의 눈에 마을에 불을 붙이고 있는 노예들이 보였고, 눈에 보이는 장대를 들어 놈들을 때려죽였다.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노예들을 죽여라! 모두 일어나!"

조용했던 발해방 마을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노예 놈들을 때려죽였는데, 그제야 소리를 듣고 나온 발해인들이 고형만과 합류해서 왜놈 노예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누족이 쳐들어오자 발해인들은 더는 버티지 못했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노예들과 아이누인들이 공격하자 9개 마을에 퍼져 살았던 발해방 사람들의 절반이 죽거나 다쳤고, 겨우 배를 타고 부산으로 도망쳐 온 것이었다.

***

“허허. 소 사다쿠니와 그 일족들을 죽였어야 했는데, 이리 되다니.”

마음을 독하게 먹고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 포로로 해서 발해방에 준 것이 이리 화가 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대영일뿐만 아니라 고주태와 같은 핵심 인력들도 죽었다고 하니 이렇게 되면 발해방은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북방항로의 개척에 대영일을 이용하려 했는데, 이리 아이누족과 소 사다쿠니에게 죽어 버렸으니 속이 답답했다.

“소 사다쿠니와 아이누족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습니다. 놈들을 죽이고, 북해도에 뿌려두었던 자원을 회수하십시오."

복수도 복수지만, 땅을 개간하여 심었던 작물들이 수확할 때가 되었으니 그것들을 챙기라는 말이었다.

“발해방의 마을이 다 해안가에 있었나? 그리고 배는 몇 척을 놔두고 왔나?"

"지도가 있습니다."

내가 건네주었던 지도를 참고로 해서 발해방 사람들도 지도를 만들었는데, 현대로 치면 삿포로시에 있는 해안가부터 북쪽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는 곳까지 점점이 마을이 만들어져 있었다.

"일곱 곳이 해안가에 있군."

지금이 벌써 10월이니 북해도에는 얼마 안 가 눈이 내릴 터였다.

발해방의 유민들을 흡수하고, 그들이 뿌려두었던 곡식들을 챙겨 이득을 보기 위해 원종의 머리가 급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염 선장. 따뜻한 말라카에 다녀왔으니 이제 추운 지역도 한번 가 봅시다. 희재 행수는 나이기온 옷을 비축해둔 것을 모두 내어 오게나.

수량이 부족하면 상단 인원들이 입고 있는 것이라도 융통을 좀 해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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