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34화 (34/327)

34. 가장 좋은 단백질원. (2)

갑자기 적극적으로 들개를 잡아먹자고 하는 형의 반응에 동조하기엔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표정이 왜 그런 것이냐? 네가 이야기했듯이 개고기가 몸이 약하거나 아픈 사람에게 좋지 않으냐.”

“네 그렇죠. 그런데 형은 아픈 것도 아니고, 몸이 약하지도 않잖습니까?”

“어허, 몸을 보한다는 것에는 아버님께 손자를 안겨드리기 위한 것도 있지 않으냐.”

“아니, 그게 무슨...”

원종은 무슨 상관있냐고 이야길 하려고 했지만, 개장국을 좋은 말로 돌려 부르는 이름이 보신탕이었다.

말 그대로 보(補) 신(身) 몸을 보호해주고 지켜준다는 말이었다.

이때에는 아이를 낳지 못하면 몸이 아프거나 정력이 부족하다고 여겼기에 아이를 낳기 위해 먹겠다고 들개를 잡자는 형을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아니, 형이 자식을 낳을 수 있다면 내가 나서서 들개를 잡아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산 초입이나 들판에 들개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철사로 된 그 올가미 덫을 놓자.”

“예 그렇게 하지요. 산에 설치한 것도 풀어서 인근으로 옮기겠습니다.”

“저,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그 철사로 만든 덫이 어떤 것이옵니까요?”

사냥꾼 달유였다.

“그러고 보니 자네가 사냥꾼이니 들개도 잡을 수 있겠구만.”

원길 형은 신이 나서 자신이 본 철사로 만든 올가미를 알려줬다.

“흠. 두 분께 외람되오나, 그 철사로 만든 덫으로는 들개를 잡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아니 왜? 올가미로 늑대를 잡아 왔지 않은가?”

“그것은, 산길이고 큰 짐승들이 다니는 길목이었기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이옵니다. 하지만, 들개들은 산의 짐승들처럼 길로 다니지 않습니다. 밭이고 길이고 자기 마음대로 다니는 놈입니다. 그런 놈들에게는 이런 덫이 먹히지 않습니다.”

“그 말은 들개는 다니는 길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길목에 놓아두는 저런 덫이 필요 없다는 말이로군.”

“네, 맞습니다. 들개를 잡을 때는 들개를 끌어들일 미끼를 먼저 써서 잡아야 합니다.”

“오, 미끼라. 이야기한 걸 보니 들개를 손쉽게 잡는 그런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어서 알려주게나.”

“네. 먼저 무거운 나무로 절구 크기의 먹이통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먹이통의 옆으로 개의 머리가 들어갈 만한 구멍을 뚫고, 부러진 낫의 날들을 통 안에 거꾸로 박아 넣으면 됩니다.”

“응? 그게 전부인가? 간단한데.”

“네. 먹이통에 먹이를 넣어두면, 들개들이 먹이를 먹기 위해 머리를 들이밀 것이고, 아래쪽의 먹이를 물고 머리를 치켜들 때는 거꾸로 박힌 낫 날에 살이 걸려 머리를 빼내지를 못할 것입니다.”

“오! 낚싯바늘에 걸린 것처럼 목이나 입의 살이 걸리는 것이로군.”

“네, 맞습니다. 들개가 발버둥 치더라도 먹이통이 넘어지거나 낫 날이 빠지지 않게 튼튼하게 만들기만 하면 들개를 잡는 것은 아주 여반장(如反掌)일 것입니다.”

“음, 좋구나. 네 이름이 무엇이라고?”

“거창에서 온 사냥꾼 달유라고 합니다.”

“좋다. 네 말대로 들개를 잡게 되면 상을 내리겠다.”

원길 형은 들개를 쉽게 잡을 방법이 생겼다고 바로 목장을 불렀는데, 목장도 달유에게 이야길 듣고는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나흘 넘는 제작 시간이 걸린다는게 문제였다.

“형님. 그럼 먹이통이 만들어지는 시간 동안은 제가 아는 방법을 한번 써보시겠습니까?”

“어떤 방법이냐? 그런데 그것도 준비하여 설치하는데 며칠이나 걸리는 것 아니냐?”

“아닙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설치할 수 있는 들개 잡는 방법입니다.”

“응? 그게 무엇이기에 바로 된다는 말이냐? 그리고,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왜 철사로 만든 올가미를 설치한 것이냐? 그걸 썼어야지.”

“그게, 이 방법은 개나 늑대에게만 가능한 방법이기에 쓰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 그렇다면 들개에게 맞춤 방법이었구나. 그럼, 그건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이냐? 뭘 준비하면 되느냐?”

“이겁니다. 바로 이것만 있으면 준비는 끝이 난 겁니다.”

“응? 그건 덕구 어멈이 토끼를 잡을 때 쓰는 단검이 아니냐?”

“네. 맞습니다. 겨울철 늑대나 들개를 잡을 때는 이 단검에 동물의 피를 묻히고 얼려 거꾸로 땅에 세워두기만 하면 됩니다.”

“그게 무슨 방법이라는 것이냐. 그냥 검을 거꾸로 세워둔다고 들개가 잡히겠느냐? 그놈이 피 냄새를 맡고 뛰어와 칼을 밟고 죽는 걸 기다리자는 말이냐?”

“그게 아닙니다. 추운 겨울 단검에 피를 뿌리면 그 피가 단검에 얼어붙게 됩니다. 그리고 땅에 거꾸로 세워두면 피 냄새를 맡고 온 개나 늑대가 얼은 피를 핥아 먹게 됩니다.”

“오, 그렇겠지.”

“그런데 이 얼음이라는 것을 형님도 먹어보시면 알겠지만, 차가움에 혀의 감각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혀의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단검을 계속 핥아먹게 되면 자신의 혀가 단검에 베여 피가 난다는 것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오! 겨울에 손가락이 얼면 감각이 없긴 없는 법이지. 보드라운 혀라면 더 그렇겠지.”

“네. 그렇게 혀가 베인 상처에서 계속 피가 나고 있는데, 늑대나 개는 핥을수록 피맛이 느껴져 더 열심히 핥아먹게 되고, 종국에는 피를 너무 흘려 죽게 되는 것입니다.”

“오! 그런 기발한 방법이 있을 줄이야. 그럼 당장 단검을 설치하자꾸나. 덕구 어멈 이렇게 생긴 단검들 가져오게나!”

원길 형에게 이야기한 단검으로 늑대를 잡는 방법은 에스키모들의 늑대를 사냥법이라고 흔히 알려진 이야기였다.

물론, 이 방법이 진짜 먹히는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이나 여러 자기개발서에서 자기가 죽어가는지도 모르고 자기 피를 핥아 먹는 소모적인 이야기에 대한 교훈을 주기위해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게 진짜 되는지 한번 확인 해보고 싶었다.

설령, 이게 실패하더라도 야장에게 주문한 포획 틀이 나오면 그걸로 들개는 잡아줄 수 있었으니 팩트체크를 해보고 싶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방법이 진짜 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라 원종도 즐겁게 형을 따라 급히 움직였다.

***

“에잇, 단검에 피를 묻히고 얼려두면 된다더니 다 구라였네.”

양날 단검을 날카롭게 갈아 들개가 다니는 곳에 피를 묻혀 여러 개를 두었지만, 피만 깔끔하게 닦아 먹고 이야기처럼 들개가 죽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하긴, 늑대나 들개가 바보도 아니고, 이 방법으로 겨울에 다 잡았다면 그 씨가 말랐겠지.”

팩트체크 결과 에스키모의 늑대 사냥법이라고 알려진 이야기는 구라였다.

대신에 야장에게 돈을 들여 만든 포획 틀과 사냥꾼 달유가 알려준 먹이통 덫에는 들개가 잡혔다.

둘 다 먹이로 토끼의 머리를 잘라 넣어 두었는데, 그런 미끼가 있었기에 잡힌 것 같았다.

“역시, 템빨이네. 템빨이야. 뭘 하든 템이 있어야 해. 단검에 피를 묻혀 잡는 그런 구라보다는 현질로 장비를 갖추어야 하는 거야.”

“원종아 템빨은 무슨 말이냐?”

“아, 형님. 그게 그냥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그런 뜻입니다.”

“그래? 그런데 동생아, 잡은 두 마리가 황구(黃狗)에다 수놈인데, 그걸 따로 좀... 해주거라.”

“네?”

“거 있잖느냐. 해구신(海狗腎)이 없으면 대용으로 쓴다는 그 황구신(黃狗腎).”

“아... 그, 그거 말입니까?”

황구신(黃狗腎). 말 그대로 노란 개의 생식기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 이 형이 한겨울에도 등에 식은땀이 자주 나고 기운이 없다 보니 그걸 꼭 먹어야 하겠구나. 흠흠흠.”

원길은 자기가 말을 하면서도 겸연쩍은지 헛기침을 해댔다.

‘아니, 등에 식은땀이 나는 것은 패딩을 입고 온돌방에 누워있으니 땀이 나는 거지.’

형은 물론이고 형수도 춥다고 패딩을 입고 방안에 드러누워 있는걸 자주 봤었다.

“다행히 황구가 두 마리이니 아버지와 내가 나누어 먹을 수도 있고, 얼마나 좋은 것이냐. 하하하. 그럼 내 저녁상을 기대하마.”

원길은 황구신을 먹는다는 생각에 기쁘게 집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남겨진 원종이었다.

‘아니, 해구신이든 황구신이든 다 말려서 약재로 먹는 게 기본인데, 어떻게 식료로 올리라는 거야.’

물개의 음경과 고환을 해구신이라 부르는데, 옛부터 자양강장제(滋養强壯劑)의 대표중의 대표였다.

성교를 오래 하지 못하거나, 발기부전, 정액의 양이 적은 때 등등 거의 모든 성 기능 장애에는 산삼급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약재였다.

수컷 물개가 암컷 물개 백여 마리를 거느린다는 말 때문에 수컷 물개의 거시기를 먹으면 그런 정력이 자신에게도 생긴다고 믿는 미신적인 상상력이 만들어 낸 약재였다.

그리고, 귀한 해구신을 못 구할 때는 황구신을 대용으로 썼었다.

해구신이든 황구신이든 호랑이의 거시기이든, 결국 단백질과 지방질일 뿐이었고, 굳이 따지자면 고환에 있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스테론(Androsteron)같은 호르몬이 들어있는 게 전부였다.

실상 따지고 보면 비아그라나 팔팔정 한 알보다도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자가 수컷의 거시기를 만져서 요리하고 하는 그 자체가 뭔가 혐오스러웠다.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으니 종들이 몽둥이로 들개를 때려잡을 새도 없이 달유가 창을 들어 움직이지 못하는 개들을 찔러 죽였다.

“아니, 뭐 하는 거요? 개는 때려잡아야 고기가 연해지는 거 모르오? 고기가 질기다고 말이 나오면 어쩌려고 이러오?”

삼식이가 자신들보다 먼저 나서 개를 죽인 달유에게 뭐라고 했다.

“우리 사냥꾼들은 짐승을 죽일 때 최대한 고통 없이 죽이는 게 옳다고 생각하오.”

“아니, 그건 냥꾼들 생각이겠지. 때리지 않고 그냥 잡으면 고기가 질겨질 텐데 그건 어떻게 할 거요?”

“삼식아 되었다. 나도 개를 때려잡는 건 별로였다.”

“아예예. 도련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게 맞는 것이쥬. 헤헤.”

고기가 질겨진다고 달유에게 뭐라고 하려던 종들은 원종의 말 한마디에 바로 태세전환 했다.

그렇게 황구 두 마리를 들고 집으로 오는데, 원종은 생명에 대한 자세로 인해 사냥꾼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복날 개를 잡을 때 묶어두고 두들겨 패는 이유가 고기가 연해지라고 다지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는 이것도 호르몬 때문이었다.

자기가 죽을 것을 알고, 고통이 극에 달할 때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가 되는데, 그게 다들 아는 아드레날린이다.

고통과 공포에 교감 신경계에선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는데, 이 효과로 심장의 심박수가 증가하고, 더 많은 혈액이 근육과 여러 장기에 머물게 되어 부풀어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가 근육이 가장 부드러울 때였다.

조상들은 조상들 나름대로 과학적인 방법으로 개를 맛있게 먹기 위해 두들겨 패서 보신탕을 해 먹었지만, 이런 과정이 개고기를 야만적인 식습관이라고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집으로 오면서도 조상들이 만들어놓은 전통 그대로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바꾸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개나 소나 돼지나 결국 같은 고기인데, 같은 방식으로 키워 잡아먹는다면 문제가 있을까 싶었다.

때려잡는 그런 보기 싫은 문화만 바꾼다면 늘 단백질이 부족한 조선 시대는 물론이고, 식품으로서의 길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동물의 거시기를 먹으면 힘이 난다는 그런 미신적인 믿음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그래, 답은 플라시보(placebo)다!’

*

[작가의 말]

사냥꾼 달유가 이야기한 개 잡는 통은 정약용이 흑산도에 귀향 간 형 정약전에게 편지로 알려준 덫입니다.

조선 후기 당대 최고의 실학자도 들개를 잡는 덫을 만들어 5일에 한 마리씩 잡아먹으면 된다고 형에게 고기 먹고 힘내라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흑산도에는 들개 자체가 없었습니다. 섬이 그리 크지 않다 보니 들개가 생길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먹을 게 없던 정약전은 자산어보를 써서 한반도 근해의 물고기 자료를 남겼고, 여러 바닷새의 맛에 대한 정보까지 남겼습니다.

그리고 칼날에 피를 묻혀서 늑대를 잡는다는 에스키모의 이야기는 그럴듯한 구라이니

혹시라도 이계로 가시게 되더라도 저거 믿고 늑대 잡는다고 설치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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