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35화 (35/327)

35. 가장 좋은 단백질원. (3)

약선에는 이류보류(以類補類)라는 말이 있다. ‘무리로서 무리를 보한다.’라는 뜻이었다.

쉽게 말해 내게 부족한 것을 다른 동물의 같은 것으로 보충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간이 안 좋으면 소나 돼지의 간을 먹고, 무릎관절이 좋지 않으면 소나 고양이의 도가니를 먹어 몸을 좋게 만든다는 그런 의미이다.

이런 이류보류의 관념에 따라 성 기능이 딸리는 사람은 많은 암컷을 거느리는 물개의 해구신을 먹으면 그 물개의 정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우리나라나 아시아만의 관념이 아니라, 인디언들이나 서구의 바이킹, 파푸아뉴기니의 오지 원시 부족에도 이런 관념이 존재했다.

강한 전사를 죽여 그 전사의 피를 마시고, 살을 먹으면 그 전사의 용맹을 자신이 가질 수 있다는 관념은 전 인류의 공통된 관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러한 이류보류의 관념은 과학이 발달하고 영양학이 보편화 되면서 실제 영양소의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이 밝혀지며 미신처럼 믿는 사람들만 믿는 관념적인 문화가 되었었다.

하지만, 실제 이류보류로 동물의 것을 먹고 효과를 봤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건 진짜 영양분이 부족했던 사람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에 따른 위약효과일 뿐이었다.

***

원래 동물을 잡고 해체하는 일은 가파치 마을 출신인 덕구 어멈이 하는 일이었지만, 이젠 자연스레 사냥꾼인 달유가 맡았다.

달유가 들개를 매달아 피를 뺏고, 가죽을 벗겼다.

“개 피도 흘리지 않게 조심해서 받어. 순대에 넣어 먹으니 구수한 것이 맛있더구만.”

이미 늑대로 순대 맛을 본 이들은 순대에 넣을 선지도 알뜰하게 챙겼다.

고기를 해체하는 것은 달유가 맡았고, 덕구 어멈이 창자를 정리하니 1시간도 되지 않아 들개 2마리가 정리되었다.

“도련님. 여기...”

달유가 분리된 들개의 소중이를 소중하게 내밀었다.

“휴...”

기다란 몸통과 그와 이어진 두 알을 보니 왠지 모르게 내 거기가 아픈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도 결국 먹거리다. 먹거리야!’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며 황구신을 받아 들었다.

“덕구 어멈 들개 허벅다리 살과 이걸 곱게 다져서 섞어주게.”

“네? 그렇게 되면 황구신의 약효가 떨어지게 될터인데요.”

“내가 알아서 하겠네. 그런데 집에 두부가 있는가?”

“재작년 조포사(造胞絲)에 다녀오며 건두부를 사 왔던 적은 있으나 이후로는 집에 두부가 있었던 적은 없었습니다요.”

“휴 알았네. 저것부터 다져주게나.”

현대라면 그냥 시장이나 마트에서 천원이면 사 올 수 있는 두부가 아직도 널리 보급되지 않은 것 같았다.

들개의 등뼈와 갈비는 늑대를 먹었을 때처럼 찜을 만들도록 했고, 개장국과 개순대도 알려주었기에 어멈들에게 맡겼다.

원종은 어멈들이 다져준 황구신과 허벅다리 고기로 ‘쌍화(雙花)’를 만들기로 했다.

‘쌍화’면 그 러닝맨에 나오는 여배우의 노출과 유명 남자 배우의 동성애로 화제가 되었던 그 영화 제목 아니냐구?

맞아. 그 영화 제목인 쌍화점의 그 쌍화가 맞아.

고려가요인 <쌍화점(雙花店)>이 그 어원으로 고려 말의 퇴폐적이고 문란한 성윤리를 노골적으로 그린 노래라고 다들 배웠을 거야.

‘쌍화점에 쌍화를 사러 가니 회회(回回)아비가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쌍화는 만두를 말하는 거야.

응? 왜 만두를 중국 사람이 안 팔고 이슬람 사람이 파느냐고?

고려 시대, 정확히는 원나라의 부마국이 된 이후의 고려에는 색목인이라 부르는 백인과 이슬람 상인인 위구르족들도 많이 들어와 살았는데, 그 위구르족들이 만들어 먹는 만두가 바로 쌍화야.

즉, 내가 개고기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중앙아시아식 만두(삼사 samsa)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개고기 다진 것을 베이스로 두부와 당면을 넣고, 만두 속을 만들려고 했으나 가장 중요한 속 재료인 두부가 없다 보니, 궁리할 수밖에 없었고, 음식의 상징성을 넣어 만두 속을 채워 만들 수밖에 없었다.

***

“오오! 기다리고 있었다.”

원길은 음식 중에 등뼈찜과 개장국이 먼저 나오자, 조금씩만 맛을 보고 많이 먹지 않았다.

아버지가 장국에 밥을 말아 먹으려고 하는 것도 말려가며 특별한 것이 나올 것이라고 기다리게 했다.

그런 원길의 기대에 호응하듯 원종은 양손에 접시를 따로 들었는데, 특이하게 접시 위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게 그릇을 뒤집어 씌우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특별한 음식을 했기에 그릇으로 가리는 것이냐?”

“아버님. 그것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기에 가렸습니다. 형수와 계집들은 방 밖으로 좀 나가주시게나.”

형에게도 접시를 가린 가림막을 벗기지 못하게 하고 여자들을 방 밖으로 내보냈고, 식사를 보조하는 일은 사내종을 불러들여 앉혔다.

그리고, 아버지와 형의 앞에 놓인 접시에서 뒤집힌 그릇을 동시에 치웠다.

뚜껑처럼 씌어 있는 그릇을 치우자 그릇 안에 갇혀 있던 흰 연기가 사방으로 흩어졌고, 연기가 가리고 있던 음식의 모양이 드러냈다.

“헉!”

“아, 아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모양이냐!”

원길 형은 입을 벌린 채 말을 잊지 못했고, 아버지는 요리의 모양을 보자 버럭 화를 내셨다.

“네. 이래서 여자들을 밖으로 나가게 한 것입니다.”

식사를 보조하기 위해 들어온 사내종들의 눈에도 접시 위가 보였는데, 삼식이는 자기가 본 것이 맞는지 두 눈을 비벼가며 다시 보았다.

그의 눈에는 접시 위에 흰색의 둥근 떡이 2개가 있었고, 그 사이에 검은색의 기다랗고 굵은 순대가 놓여있는 게 보였다.

마치 사람의 다리 사이에 있는 하물(何物)처럼 보였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 무슨 모양이냐.”

“아버님. 이것이 진정한 이류보류(以類補類)에 따른 약선 요리인 것입니다. 이 흰색의 두 쌍화는 정(精)을 생산하는 고환을 상징하며, 두 고환 사이에 있는 순대는 하물(何物)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허나... 그래서 이건 어떻게 먹는 것이냐?”

원길 형은 거부감을 가지면서도 이류보류에 따른 음식이라는 말에 바로 젓가락을 들었다.

왠지 저 흉측해 보이는 음식을 먹으면 자신의 것도 흉측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먹고 싶었다.

“순대는 썰어 그 앞에 놓여진 소금과 천초 양념, 새우젓과 된장 양념, 간장에 식초와 깨소금을 넣은 양념에 찍어 드시면 됩니다.”

첫째 아들이 거부감없이 맛있게 먹자 전기환도 순대를 먹었다.

며칠 전 먹었던 늑대고기로 만든 순대와 비슷하면서도 쫄깃쫄깃한 식감이 더 강했다.

“음. 황구신을 다져 순대에 넣었구나. 맞느냐?”

그래도 요리를 배웠다고 원길은 황구신을 어떻게 조리한 것인지 알아채고 있었다.

“맞습니다. 그럼 쌍화를 드셔보십시오. 두 쌍화는 맛이 같으면서도 다를 것입니다.”

“맛이 같으면서도 다르다고? 어디. 엇?”

원길은 젓가락으로 오른쪽의 쌍화만두를 짚으려다 놀랐다.

얇은 만두 피가 찢어지며 그 안에 다시 작은 만두 다섯 개가 들어 있었던 것이었다.

“오호라! 이건 정(精)을 상징하는 것이구나.”

원길은 왼쪽의 쌍화만두도 피를 찢어 보자 역시나 만두 안에 색색깔의 작은 만두 다섯 개가 들어있었다.

원길은 불그스름한 만두를 집어 먹었다.

“음. 이건... 대추구나. 그리고 이 맛은... 만두 안에 계란마요가 들어간 것이구나.”

“네 맞습니다.”

원길 형이 먹은 불그스름한 만두에는 개고기 다진 것과 대추를 다져 넣고 소금을 가미한 계란마요네즈로 간을 맞춘 것이었다.

“이 연한 초록빛의 만두는 미나리가 들어가 있구나.”

“맞습니다. 불그스름한 만두는 화(火)에 맞게 붉은 대추를 다져 넣었고, 연한 초록빛은 수(水)의 기운에 맞게 물에서 자란 미나리를 넣었습니다.”

“오, 그렇다면 이건 목(木)이니... 이 맛은 대나무 죽순이구나. 짙은 초록색은 부추로 내었고, 맞느냐?”

“네 맞습니다. 용하십니다.”

“하하하. 내 혀가 살아 있느니라.”

원길은 속 재료를 다 알아맞히자 기분이 좋았다.

“그럼 금(金)은 내가 한번 맞추어 보마.”

전기환은 만두 안에 들어간 속 재료를 알아맞히는 아들들의 모습에 자신도 끼고 싶었다.

그래서 얼른 노르스름한 빛깔의 만두를 입에 넣곤 맛을 음미했다.

“이건... 늙은 호박 맛인데, 이게 왜 금(金)의 맛인 것이냐. 아니다. 잠시만 있거라.”

전기환은 씹었던 만두를 되씹으며 집중하자, 호박과 고기가 아닌 미묘한 식감의 속 재료를 느꼈다.

‘뭔가 맨들맨들한 것이 부들부들하고, 씹는 이빨 사이를 요리조리 피할 만큼 부드럽구나. 아! 이건.’

“알겠다. 금(金)을 나타내는 것은 석이버섯이냐?”

“맞습니다. 아버님. 돌에서 자라는 석이버섯입니다. 가장 맞추기 어려운 것을 용케 맞추셨습니다.”

“그럼 토(土)는 같이 하시지요.”

원길의 말에 전기환은 갈색의 만두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대답했다.

“토란이구나!”

“흙에서 자라는 토란의 맛이구나.”

“맞습니다. 다 맞추셨습니다. 그럼, 반대쪽의 만두도 드셔 보시겠습니까?”

“양쪽의 맛이 다른 것이냐?”

오행에 맞게 다섯 가지 색깔의 만두가 겉으로 보기에는 동일해 보였는데, 원종이가 먹어보라고 한 것에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왼쪽의 만두를 먹어보았다.

“음. 이건... 같은 대추 화(火)의 맛이지만, 계란마요 대신 산초와 천초를 넣은 것이구나.”

“맞습니다. 정확합니다.”

원길은 다른 만화도 얼른 다 먹어보았다.

오른쪽의 만두에는 소금과 계란마요로 간을 했는데, 왼쪽의 다섯 만두는 계란마요 대신 산초와 천초로 간이 되어있었다.

“음. 이것은 설마 음양(陰陽)을 뜻하는 것이냐? 음과 양의 안에 다시 오행(五行)의 기운이 있다는 것을 형상화 한것이냐?”

“네 아버님 맞습니다. 음양오행의 원리와 중간에 있던 순대를 이렇게 움직이면 태극이 됩니다.”

음양오행이 들어간 두 개의 쌍화에 흉측하지만, 영양가 많은 순대가 합쳐져 완전한 태극의 도(道)를 담은 음식이 된 것이었다.

“오! 약선 음식에 음양오행과 태극의 이치를 담아내다니. 이런 신통방통할 때가 있나.”

“이렇듯 음식에 도(道)를 담고 그 형상을 따와 먹는 것이 진정한 보신(保身)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네 말을 듣고 보니 음식의 도(道)로 인해 몸이 더 건강해진 것 같구나. 그런데, 이 음식의 이름은 무엇이라 부르는냐?”

“여자들에게 빼앗길까 봐 남자들끼리만 먹어야 하는 이 음식의 이름은 쌍화순정(雙花純精) 이라고 합니다.”

“쌍화만두가 만들어 내는 순수한 정(精)이라 좋구나.”

아버지와 형이 아주 좋아하자, 내가 생각한 의도가 제대로 먹힌 것 같았다.

지금은 진짜 황구신을 다져 넣어 만들었지만, 나중에는 황구신을 넣지 않고, 그 형(形)만 따 모양만 그렇게 보이는 보양식으로 가야했다.

그래야 나중에 해구신이나 황구신 때문에 죽는 동물들이 줄어들 터였다.

“우리는 이제 다 먹었으니 상을 내리거라.”

“네 주인마님.”

식사가 끝이 났기에 상을 내리는데, 그제야 형수와 아버지의 첩 원홍이 들어왔다.

그리고 둘에게는 쌍화의 사이에 있던 순대를 빼고 따로 차려주었다.

“우린 왜 순대를 주지 않는 것이요?”

“마누라, 그 순대는 사랑채로 가서 둘이서 먹읍시다. 하하하.”

원길 형은 뭔가 자신감에 찬 웃음을 지으며 형수를 데리고 곁채로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순대와 쌍화만두는 사내종들이 허겁지겁 주워 먹기 바빴고, 다들 언제 쌍화 순정을 먹을 수 있을지 기대했다.

*

[작가의 말]

고려가요의 쌍화가 만두라는 것에 대한 의견도 분분합니다.

찐빵이라는 말도 있고, 술떡(증편)이라고 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근래 학계에서는 진짜 꽃이라는 의견도 있고 악세사리 류의 장신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제 글에서는 중앙아시아에서 파는 페스츄리 빵처럼 여러 겹의 껍질을 가진 만두 삼사(somsa)라는 음식으로 설정했습니다.

쌍화만두는 중앙아시아의 밀 재배지에서 전래 되어 이슬람 상인을 통해 전래 된 만두라는 설정으로 진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ps: 조선 초기에는 두부를 절에서만 만들게 했습니다.

두부를 만들어 바치는 절이라고 해서 조포사라는 이름이 붙은 절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절에서만 두부를 만들게 한 것이 간수(소금물) 때문이라는 말도 있고, 콩이 귀해서라는 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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