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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251화 (251/261)

251화

“연구 개발은 개발 도중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누구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너무 단정적으로 말하지 마. 고문님 앞에서 확언했다가 개발 못 하면 어떻게 하려고?”

“사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 연구 자료를 대충 보기는 했지만 거의 완성 단계나 다름없습니다. 밥상까지 다 차려 주었는데 밥을 못 먹으면 등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자신 있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우리 연구원들 실력이면 빠르면 6개월 안에 늦어도 1년 안에 무조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사장님도 이 연구 자료 보시면 아실 겁니다.”

“정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알았어. 나중에 볼게.”

* * *

연구원들과 한동안 수소 충전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나와 다시 사장실로 돌아왔다.

“연구원들 어떻습니까?”

“괜찮네요.”

“물론입니다. 학벌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실력은 있는 친구들입니다. 제가 처음에 면접 보면서 지식이 뛰어나 무척 놀라기도 했습니다. 학벌만 좋았다면 대기업 연구실에서 근무할 실력자인데 대기업에 지원해도 번번이 서류 심사에서 떨어졌다고 합니다. 아까운 친구들입니다.”

진짜 한국은 학벌 위주의 사회를 바꾸어야 발전이 있을 것 같았다.

너도 나도 대학을 가니 시간이 갈수록 대졸 고학력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진다. 외국처럼 대학은 공부만 할 학생들이 가야 하는데.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는 전문적인 기술직들이 천대받는다는 거다.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학벌이 문제기는 해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직업의 귀천이 있고 학벌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아주 커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언제쯤 그런 인식이 바뀌려는지요.”

“앞으로 50년이 지나면 바뀔 수도 있어요. 갈수록 인구는 줄어들 테고 줄어드니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면 급여가 자동으로 올라가게 되거든요. 그럼 꼭 대학을 가지 않아도 고임금을 받게 될 수도 있어요. 어쩌면 희망 사항일 수도 있고요. 그리고 제가 준 연구 자료로 개발하면 늦어도 1년 안에 개발한다고 하니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대비라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개발이 끝나면 생산해야 하잖아요. 수요가 많을 거예요. 그럼 지금 있는 공장 시설로는 부족해요.”

“공장을 확장하라는 말씀입니까?”

“확장 갖고는 안 될 거예요. 규모가 큰 공장을 알아보시고 매입하세요. 미리 준비해 놔야지 개발이 끝나면 바로 생산할 수 있어요.”

“알겠습니다.”

“자금은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에 드는 공장으로 알아보세요.”

“알겠습니다.”

* * *

시간을 보니 6시가 다 되어 퇴근하려고 나가는데 염중섭 대표가 들어왔다.

“퇴근하시는 겁니까?”

“네.”

“잠시 시간 되십니까?”

“그래요. 앉죠.”

소파로 이동하여 앉았다.

“무슨 일이세요?”

“지금 대유 자동차 채권단하고 만나고 오는 중입니다. 드디어 대유 자동차 최종 인수 협상이 타결되었습니다.”

“정말요?”

“네.”

“갑작스럽게 협상이 타결되었다고요? 인수 금액에서 진전이 없었잖아요.”

“그랬는데 채권단에서 양보했습니다.”

“양보한 이유가 뭐래요?”

“아무래도 정부의 입김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가만히 있다가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저께 청와대 경제 수석이 왔다 가더니만 그새 압력을 가했나 보네.

“사실 그저께 청와대 경제 수석이 왔었는데 하는 말이…….”

그때 나누었던 이야기를 하였다.

“아!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청와대에서 나서는데 버틸 장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랬던 거였습니다.”

“그래서 인수 가격은 얼마로 협상한 거예요?”

“3억 5천만 달러입니다. GN의 4억 달러보다 5000만 달러 더 깎았습니다. 자존심이 있지 GN과 같은 금액으로 할 수는 없는 겁니다. GN과 같은 방식과 조금 다르게 채권단이 출자하지 않고 우리가 3억 5천만 달러 출자하여 신규 법인을 만들고 장기 우선주 12억 달러치를 발행해 채권단에 대유 자동차 인수 대금으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채권단도 출자하게 되면 지분을 주어야 하기에 오션 단독으로 진행하는 겁니다.”

“당연하죠. 채권단 지분이 적더라도 노다지를 나눌 필요는 없죠. 그나저나 GN 때문에 우리가 여러모로 덕을 보네요.”

“그렇습니다. GN이 앞길을 잘 닦아 주어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우리 대신 어려운 문제를 다 협상해 주어 고맙기는 합니다.”

에릭보고 GN 사장 또 만나면 식사나 사 주라고 해야겠다.

“부채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원래대로 8억 달러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이자는 없는 대신 5년 안에 부채를 전부 상환하는 조건입니다.”

수소 자동차 출시만 하면 1년도 안 되어 8억 달러 갚는 것은 우습지.

솔직히 3억 5천만 달러면 거저나 마찬가지네.

물론 8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인수하는 거지만 부채는 당장 돈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이자도 없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그 외 다른 조건들은요?”

“조금 다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GN이 협상했던 조건과 거의 같습니다. 나중에 정리해서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요. 그리고 청와대 경제 수석이 말한 상용 자동차 인수 건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무조건 인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청와대 경제 수석이 직접 여러 혜택을 준다고 말했으니 아마도 대우 자동차와 비슷한 조건이거나 더 나은 조건일 겁니다. 상용 자동차가 규모가 좀 작기는 하지만 적은 돈으로 인수하면 이익이지 결코 손해가 아닙니다. 정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골칫덩어리인 상용 자동차를 처리해서 좋고 오션이 인수하면 그만큼 경제 효과도 볼 수 있고 다시는 부실기업으로 전락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한 겁니다. 그렇기에 수소 내연 기관을 개발한 오션이 상용 자동차를 인수하는 게 가장 베스트일 겁니다.”

“우리나 정부나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네요.”

“그렇습니다. 우리도 자동차 회사가 더 필요하지 않습니까? 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상용 자동차를 인수하게 되면 인수 협상을 본인이 맞게 된다는 것을 알고 말하는 건가?

하긴 일을 즐기니 즐겁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알았어요. 인수하겠다고 연락할게요.”

“저도 미리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그래요. 이제 퇴근하죠.”

“먼저 하십시오. 저는 정리할 게 있습니다.”

“쉬엄쉬엄하세요.”

“알겠습니다.”

* * *

오늘은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오랜만에 커피숍으로 향하였다.

커피숍에 도착하자 커피숍 유리창에 나와 볼 게이트, 손정우 회장의 사진이 붙어 있었고 그 옆에 볼 게이트, 손정우 회장이 한국에 오면 자주 찾는 커피숍이라고 쓰여 있었다.

자주 찾는 것은 아닌데. 뻥도 적당히 쳐야지. 너무 심하잖아? 과장 광고다.

유리창 안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아침인데도 손님들이 제법 있었다. 원래 이 시간에는 아무도 없어야 정상인데.

안으로 들어가자 강성중이 놀란 눈을 하였다.

“사장님! 연락도 없이 어떻게 오셨습니까?”

“내 커피숍에 오는데 연락하고 와야 해?”

민망한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렇기는 합니다.”

강성중의 인사 소리에 앉아 있던 손님들의 시선이 전부 나에게로 향하였다.

“여전히 손님들 많아?”

“네. 그렇습니다. 저는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어떻게 더 늘고 있습니다.”

“과대광고를 하니 손님들이 많이 오는 거지. 즐겨 찾는 커피숍이라고?”

“맞지 않습니까? 볼 게이트 회장이나 손정우 회장님이 한국에 와서 어떤 커피숍에 가 봤겠습니까? 손 회장님은 여러 번 왔고 볼 게이트 회장님은 두 번이나 오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면 즐겨 찾는 커피숍이 맞습니다. 물론 호텔 커피숍은 제외입니다. 오직 길거리 커피숍만입니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네.

“나 커피 한 잔 줘.”

“네. 앉아 계십시오. 갖다 드리겠습니다.”

커피숍 안을 둘러보니 벽에 볼 게이트랑 손정우 회장이랑 커피숍 식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원래 아이노 브로마이드가 붙어 있었는데.

신상철은 여전하였다. 내가 왔든지 안 오든지 신경 쓰지 않고 컴퓨터에 앉아 게임 프로그램만 개발하고 있었다.

강성중이 한 말인데 서머위즈 워 게임 개발자가 신상철이라는 사실도 알려져 요즘 신상철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가끔 사인도 해 준다고 한다. 스타 났다.

“상철아 나 왔다.”

“어 왔어?”

한마디 하고서는 다시 고개를 모니터로 돌리는 신상철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

내 전용석으로 와 컴퓨터를 보니 새삼스레 반가웠다.

강성중이 준 커피를 마시며 인터넷을 하는데 20대 초반 여성 두 명이 수줍게 다가왔다.

“저기요.”

“네? 저요?”

“네. 혹시 오션의 진민재 고문이 맞나요?”

“네. 제가 진민재입니다.”

맞는다고 하자 서로 바라보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였다. 그렇게 좋은가?

“알바생이 요즘 커피숍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요즘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가 오늘 나온 거예요.”

“와! 우리가 운이 좋았나 보네요. 혹시 사인해 주실 수 있어요?”

이미 얼굴 다 팔렸는데 더는 몸 사릴 필요가 없지. 날 좋아하는 팬인데 서비스는 제대로 해 줘야지.

“그럼요. 카메라 있으면 기념 촬영도 해b 줄게요.”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에 든 오션폰을 들었다.

“저 오션폰 있어요.”

여성 두 명에게 사인을 해 주고 기념 촬영까지 하자 다른 손님들도 부탁하여 흔쾌히 들어주었다.

이런 맛도 있지만, 예전이 그리웠다.

인터넷을 보다가 식사 시간이 되어 나 혼자 운정으로 향하였다.

전에는 손님이 없어 전부 갔는데 손님이 많다 보니 자리를 비울 수도 문을 닫을 수도 없었다.

좋은 게 있으면 나쁜 점도 생기는 것 같았다. 두 개를 다 가질 수는 없는 건가?

* * *

“엄마 저 왔어요.”

카운터에 앉아 있던 엄마가 반가운 얼굴로 한 채 일어났다.

“우리 아들 왔어.”

“네. 밥 먹으러 왔어요.”

“그래! 이쪽에 앉아.”

“네.”

카운터에서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뭐 막을래?”

“아무거나요.”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엄마가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미국에서 돌아와 엄마를 만나고부터는 서로 간에 높은 벽이 허물어져 요즘은 허물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이전 생에서도 엄마 없이 잘 살았기에 나 혼자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잘살고 있는 엄마 인생에 내가 끼어드는 것이 민폐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엄마가 생기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에 엄마에게 사실대로 말할 걸 후회가 되었다.

잠시 기다리자 아저씨와 엄마가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민재 왔구나.”

지난번에 엄마 집으로 초대받아 가서 식구들과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었고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었다.

“네. 안녕하세요?”

“자주 와서 밥 먹어. 혼자 살면 끼니는 잘 챙겨 먹어야지.”

“요즘 커피숍이 아닌 사무실로 출근해서 그래요.”

엄마가 아저씨를 째려보았다.

“가만 놔둬. 밥을 못 먹잖아.”

“난 반가워서 그러지.”

딱 보니 아저씨는 엄마한테 잡혀 사는 것 같았다.

“민재야 어서 밥 먹어.”

“네.”

나 혼자 밥 먹는데 두 분이 내 앞에 앉아 부담스럽게도 내가 밥 먹는 것을 보고 계셨다.

“식사는 하셨어요?”

“우린 나중에 한가할 때 먹어.”

“같이 드시죠.”

“괜찮아. 어서 먹어.”

“네.”

밥 먹는데 아저씨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민재 결혼할 나이가 됐잖아. 만나는 아가씨는 있어?”

아저씨 말에 엄마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내 반쪽은 희수이기에 굳이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 희수하고도 본격적으로 만나는 사이가 되어야 하는데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는데 아직 만나는 사이는 아니에요.”

엄마가 물었다.

“누군데? 뭐 하는 아가씨야?”

“회사 다녀요.”

“나이는 몇이고 집안은 어때?”

결혼할 상대의 집안도 중요하겠지만 미국에 살 때 보면 미국에서도 상류층들은 상대 집안을 따진다.

상류층만 그렇지 다른 가정들은 그다지 따지지 않는데 한국은 너도나도 다 따지는 것 같았다.

근데 희수가 고아라서 엄마가 반대할까?

이전 생에서는 미국에서 나 혼자 살았기에 그런 거 따지지 않고 수월하게 결혼했는데.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겼네.

“집안이 뭐가 중요해요? 저도 내세울 게 없잖아요. 나이는 26살이고요.”

“뭐가 내세울 게 없어? 넌 진성 그룹의 장손자이고 오션의 창업주잖아. 엄마가 느낀 건데 사람은 서로 비슷한 집안이나 처지끼리 만나 결혼하는 게 좋아.”

말을 하면서도 엄마의 얼굴에서 서러움과 슬픔이 보였다. 꼭 엄마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엄마도 그랬으니 희수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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