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82화 (182/242)

182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의 초강대국인 미국.

미래를 선도할 수많은 첨단 분야 중에서 그 어느 나라에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나라였지만, 최근 전 세계를 변화하는 거대한 격변의 흐름 속에서 그 주도권이 조금씩이지만 다른 나라 쪽으로 기우는 듯한 분위기가 감돌자 몇몇 이들은 극도의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최근 우리 미국의 강력했던 패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

미국 민주당의 상원 의원이자 수십 년 동안 정치인으로 살아오며 대내외적으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앤드류 피어스.

그는 미국인 대부분이 시청하는 유명한 아침 방송에 출연해 조금은 과하다고 느낄 정도로 공격적인 어조로 레너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 ‘마법’과 ‘각성자’들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과학 기술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세계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뀌고 그와 동시에 언제까지나 견고할 것만 같던 우리의 영향력은 이전보다 축소되었습니다. ]

[ 미국의 기업들은 더 이상 세계 무대에서 이전과 같은 우위를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달러의 가치는 나날이 절하되고 있습니다. 실업자가 급증하고 재정 지출은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 사회의 우범 지역과 슬럼가에서는 각성자들의 범죄 행위와 급증하고 있습니다. ]

[ 이렇게 미국은 경제적 성장 동력이 얼어붙고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은 추락하는 위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미국의 극빈층들은 나날이 악랄해지는 범죄에 노출되어 신음하고 있는데 레너드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겁니까? ]

미국의 대내외적인 문제 상황들을 여러 가지로 지적하며 진심으로 답답하다는 듯이 성토하는 앤드류. 그리고 그는 이런 상황에 미국이 놓여 있는 원인으로 한 회사를 저격했다.

[ 최초의 마법사이자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며 그 수혜를 독식하고 있는 기업, 매지컬 컴퍼니의 실질적인 주인인 멀린. 레너드 행정부는 그런 멀린의 든든한 보호막이자 바람막이의 역할을 해 주고 있지만, 그에 대한 보상으로 얻은 것은 뭡니까? ]

[ 멀린은 우리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경제와 산업을 침체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과연 레너드 대통령이 그에게 제공했던 정치적 영향력과 보호에 대해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 맞는지 의문스러우며 과연 우리 미국의 이익에 적합한 선택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요약하자면 ‘미국이 멀린을 비롯한 한국에게 호구 잡히고 있다.’라는 주장을 펼치는 그.

물론 이것과 비슷한 주장이 전부터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목소리를 낸 사람이 레너드 대통령의 경쟁 상대로 민주당이 내세운 대선 후보라는 점에서 그 후폭풍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건 맞지. 최근 나스닥이랑 다우 지수 주가 추이를 보면 분명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지.”

“내가 산 데슬라 주식은 완전 떡상했는데?”

“그건 더스크가 매지컬 컴퍼니와 손을 잡았으니까 그런 거고. 매지컬 컴퍼니랑 손잡은 몇몇 기업이면 몰라도 관련 업계에서 나머지 기업들은 모조리 몰락하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니지”

“맞아. 매지컬 컴퍼니의 독점과 산업 지배력이 장기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위협이 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이번에 매지컬 컴퍼니에서 게임 하나 출시하니까 어떻게 됐는지 봐. 그 잘난 볼케이노 회사 주식 가격만 하루아침에 64% 폭락했잖아.”

“야, 그건 어쩔 수 없지.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어 놨는데 그게 경쟁이 되겠냐?”

“아무튼, 앤드류 의원이 주장하는 내용도 일리가 있기는 하다는 말이지.”

미국 내에서도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주제.

그렇기에 완전히 반으로 갈린 여론을 앞에 두고 레너드 대통령이 이번에도 과거에 여러 번 그랬던 것처럼 철저한 무대응으로 넘어가기에는 곤란한 점들이 많았다.

[ 그래서……. 최근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상황이네. 현재로서는 위험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앞으로 대선일까지 6개월 이상 남은 이상, 민주당 쪽에서 계속해서 자네와 매지컬 컴퍼니와 관련한 주제로 물고 넘어진다면 향후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지. ]

나에게 직접 연락해 와서 대선 레이스의 상황을 토로하는 레너드 대통령. 임기 대부분을 나와 협력해 미국 사회에 마법의 개념을 안착시키기 위해서 노력했었기에 현재 제기되는 문제들은 그가 지금까지 이루었던 성과들을 모조리 깎아내리는 아주 치명적인 공격들이 되었다.

물론…….

그런 이들의 주장이 나로서는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것들이었다.

“아니, 애초에 제가 미국이랑 손을 잡았으니까 이 정도 수준으로 끝나는 거지. 일전에 중국이랑 협력하기로 했으면 아마 미국 증시는 아예 파탄 나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미국인들로만 데려다가 제가 1년 동안 친히 가르쳐 준 건 뭔데요? 다른 나라들은 저보고 미국에만 대놓고 특혜 준다고 뭐라고 뒤에서 구시렁거린다는데 미국 내에서 저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가 나온다는 건 너무 양심 없는 거죠.”

“아, 그리고 러시아를 비롯해 적국의 핵 공격에 완벽히 대응할 수 있는 방어 시스템도…….”

[ 나도 알고 있네. 자네 말이 다 맞네. 하지만 이 논란의 핵심은 그게 아니네. ]

숨도 쉬지 않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나의 팩폭에 깊은 한숨을 푹 내쉬며 내 말을 끊는 레너드 대통령. 그리고 그는 이번 문제의 본질적인 핵심을 파고들었다.

[ 자네가 만들어 내는 그 찬란한 변화의 혜택에서 미국이 핵심적인 이익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네. ]

“핵심적인 이익이요?”

[ 아무래도 자네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을 주 무대로 활동하기 때문이지. ]

비록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는 하지만, 태생은 순수 혈통의 토종 한국인인 나.

그렇기에 검은 머리 외국인이 자국의 이익을 잔뜩 뽑아먹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여간 아니꼬운 모양새였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뭐예요? 앞으로는 뭐 보호비라도 더 뜯겠다는 말인가요?”

사악한 눈웃음을 지으며 은근한 목소리로 되묻자 레너드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격렬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 그럴 리가 있겠나? 나는 지금도 충분히 자네와의 협력을 통해서 우리 미국이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네. 개인적으로 자네가 미국을 대신해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보호해 준 것만 해도 훈장을 수여해도 모자랄 일이라고 생각하지. ]

자기는 그런 ‘일부’ 주장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강조해서 이야기하는 레너드 대통령. 그러면서 그는 은근한 눈초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 하지만……. 저 뭣도 모르는 앤드류 녀석이 덜컥 당선되어 버린다면 그때는 장담할 수 없네. 단순히 나와 경쟁하기 위한 정치적 공세에 불과한 건지, 아니면 정말 진심으로 자네와의 거래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네. ]

“흠…….”

레너드 대통령의 말에 잠깐 생각에 잠긴 나는 이내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결국 요지는 대통령님이 당선되도록 도와주는 게 제가 여러모로 편해지는 상황이라는 말이겠군요.”

[ 그런 셈이지. ]

“그런데……. 제가 뭘 어떻게 도와줘야 하죠? 그렇다고 남의 나라 선거 유세장에 가서 제가 뭐 같이 얼굴 비추고 있는 것도 좀 그렇지 않아요? 그거 완전 내정 간섭 아닌가?”

연고도 없는 미 대륙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레너드 대통령을 뽑아 달라고 마이크에 대고 소리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피식 웃으며 묻자 레너드 대통령은 전혀 뜻밖의 제안을 해 왔다.

[ 그런 것보다 내가 여러 사람과 논의한 끝에 자네가 실질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며 동시에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방법을 하나 생각해 냈네. ]

“그래요? 그게 뭔데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되묻자 레너드 대통령은 말했다.

[ 바로 매지컬 컴퍼니를 미국 증시에 상장시키는 방법이네. ]

“네? 매지컬 컴퍼니를 뭘 어쩌라고요?”

뜬금없이 주식 상장 이야기를 꺼내는 레너드 대통령.

하지만 그와 그의 보좌관들이 괜히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 현재 전 세계에서 어마어마한 매출을 기록하며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매지컬 컴퍼니는 엄연히 비상장 기업이네. 그 어떠한 투자금도 받지 않고 회사 지분 100%가 단 한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집중해 있지. 바로 멀린 자네에게 말이야. ]

전 세계에서 이미 작년 매출로만 7,800억 달러를 넘긴 기업인 매지컬 컴퍼니.

물론 벌어들인 것 그 이상으로 돈을 쓰며 실질적으로는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기에 아영에게 호되게 잔소리를 들었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먹음직스럽고 탐스러운 회사인 것은 분명했다.

“대통령님의 연이은 설득에 제가 매지컬 컴퍼니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고 그 과실을 비록 일부분이라고 할지라도 미국과 공유하기로 결심했다……. 그림은 나쁘지 않네요.”

그렇기에 누가 떠올린 발상인지는 모르지만, 꽤 잔머리를 굴린 것 같은 계획.

그리고 그다지 나쁘지 않은 내 반응에 레너드 대통령은 눈을 빛내며 다급하게 화답했다.

[ 아마 자네가 매지컬 컴퍼니를 상장하겠다고 나선다면, 월가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올 것이네. 연일 침체하고 있는 미국의 증시는 다시 상승 동력을 얻게 되고 전 세계에서 막대한 자금이 미국 시장에 쏠리게 되면 앤드류가 주장한 이야기들은 모조리 헛소리가 되어 버리겠지. ]

고민 속에서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잠깐의 생각에 잠긴 나는 물었다.

“미국에 주식 상장하려고 하면 현재 매지컬 컴퍼니가 상장할 조건을 충족하기는 하나요?”

[ 정확한 건 매지컬 컴퍼니의 비공개 내부 자료들을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비교적 상장 기준이 널널한 나스닥 쪽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네. ]

“제가 시장에 풀어야 하는 지분은 어느 정도죠?”

[ 대략적으로는 최소 30% 정도는 시장에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네. ]

매지컬 컴퍼니의 지분 30%.

물론 70%가 내 손아귀에 있는 이상, 매지컬 컴피니의 내 절대적인 지배력에 금이 가거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장 기업으로서 발생하게 될 여러 의무 사항들을 생각하면 그것도 여간 머리 아픈 일이 아니었다.

[ 주인. 나쁘지 않은 제안인 것 같은데? ]

어떻게 할지 고심하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용용이.

“넌 또 왜 어른들 이야기하는 자리에 갑자기 끼어들고 난리야?”

[ 아니, 잘 생각해 봐. 안 그래도 요즘 주인이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돈이 부족해서 미루고 미루는 프로젝트만 산더미였잖아. ]

프로젝트 우라노스만 하더라도 아영의 서슬 퍼런 반대에 진척도가 무척이나 지지부진한 상황.

그것 말고도 멀린의 정원 같은 전 세계적인 녹화 사업으로 인한 적자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기에 그 이외의 다른 대규모 사업은 제대로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었다.

[ 이런 상황에서 알아서 사람들이 줄 서서 돈을 갖다 바쳐 주겠다는 거 아냐? 오히려 내가 볼 때는 적극적으로 상장하겠다고 나서야 할 것 같은데. ]

“하긴……. 원래 빚 안 내고 사업 규모를 늘리는 게 쉽지 않기는 하지.”

실질적인 이익은 없지만 막대한 투자가 감행해야 하는 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아주 확실한 방안.

그렇기에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마음에 쏙 드는 것 하나를 떠올리고는 이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대통령님. 그 제안, 받아들이죠.”

[ 저……정말인가? ]

“네. 사실 저도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혼자 다 해 먹으면 원래 배가 터지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다 같이 사이좋게 나눠 먹어야 탈이 안 나죠.”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멍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하는 레너드 대통령. 하지만 나는 그런 그에게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장난기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아, 그래도 제 지분 30%를 싼값에 넘길 생각은 없습니다? 최대한 비싸게 팔아먹을 거예요.”

[ 무……물론이지! 고맙네. 일단 관련해서는 나중에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도록 하게. ]

“그렇게 하시죠.”

레너드 대통령과의 화상 통화를 마치고 나는 검은색 모니터를 아무 말 없이 한참을 바라보다 이내 아무도 모르게 웃으며 아까 다 하지 못한 말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 그리고 너무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오히려 제가 더 고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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