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83화 (183/242)

183화.

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덱스 바이러스.

비록 2022년을 기점으로 바이러스는 한풀 그 기세가 꺾였지만, 전 세계적인 바이러스 창궐에 따른 후폭풍은 아직도 수많은 나라의 경제를 신음하게 했다.

[ 전 세계의 무제한 양적 완화의 여파가 모두 사라지기까지 앞으로 최소 5년 이상은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어야 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높이면서 시작된 의도된 경제 침체로 인해 미국의 경제 상황 역시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연준은 여러 경제 지표들을 볼 때 아직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증시는 언제쯤 과거의 최고가를 회복할까요? 주식의 현자라고 불리는 우디 버핏은 그 시기에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최소 자식에게 주식을 물려줄 것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

바이러스로 인해 얼어붙은 시장에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전 세계.

그렇게 어마어마한 자금이 한순간에 쏟아지며 주식 시장을 비롯해 부동산에 엄청난 황금기를 가지고 왔지만, 그 이후 엄청난 폭락을 맞고 아직도 불안정한 물가 속에서 경기를 회복하지 못하는 나라가 태반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여러 국가가 혼란스러운 경제 상황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다양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 세계의 금융을 장악한 거대 세력들의 투자 위축 때문이었다.

“형편 없기 짝이 없군. 지금 이걸 나한테 실적이라고 가지고 오는 건가?”

영국의 최고라고 불리는 헤지 펀드들 중 하나인 오디세이 자산 운용.

자그마치 12년 동안 빠짐없이 매년 안정적으로 30% 이상의 수익률을 뽑아내며 100억 달러의 이익을 벌어들이며 무섭게 성장하던 헤지 펀드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그 전설은 허무하게 깨지며 그 성적이 참혹할 정도로 지지부진했다.

“-4.6% 수익률이라……. 정말 자네들은 참 배짱도 큰 것 같아. 이익을 봐도 모자랄 판에 소중한 투자자들의 자금을 날려 먹고도 이렇게 내 앞에 얼굴을 보일 생각을 한다니 말이야.”

오디세이 자산 운용을 창립하고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키워 낸 워렌 페이지.

그는 자신의 앞에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한 얼굴로 앉아 있는 부하 직원들을 둘러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몇 명은 조금은 억울하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회장님. 저희가 이번 실적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최근 세계 경제가 매우 혼란스러운 점을 감안한다면 이것도 다른 곳들에 비해서 선방한 것이라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저희가 최근 투자했던 포트폴리오는 비록 회장님이 만족하기에는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수익을 봤습니다. 하지만 예전부터 오디세이 헤지 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회사의 주식들이 최근 예상 밖의 폭락을 맞으면서 최종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하게 된 것입니다. 이 점도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야말로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는 엄청난 변동성을 가진 미친 장세를 보여 주는 최근의 금융가. 그 안에서 수많은 투자자가 하루에도 울고 웃으며 조현병 초기 증상을 보이며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기에 그런 와중에서 오디세이 자산 운용의 -4% 실적은 나름 순위권에 속하는 성적인 것은 사실이었다.

“선방했다……고?”

물론, 그 변명은 워렌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지만 말이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분노가 폭발한 듯, 새빨개진 얼굴로 손에 들린 결과 보고서를 내던지며 소리치는 워렌 페이지. 그리고 그는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며 회의실 안의 모두를 사로잡았다.

“폭락이든, 폭등이든! 미친 듯한 변동성 장세 안에서 정확하게 미래의 가격을 예측하고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네놈이 막대한 연봉을 받으면서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걸 실패해서 손실을 봐 놓고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실적이다?”

폭등이면 롱, 폭락이면 숏.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귀신같이 방향성을 예측하며 언제나 막대한 이익을 뽑아 먹었던 장본인이자 이 회사를 맨손으로 일구어 낸 사람이 하는 말이었기에 회의실 안에 있는 그 누구도 워렌 페이지의 말에 감히 반박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굳게 입을 다물고 서로의 눈치만을 볼 뿐이었다.

“내가 가장 네놈들에게 실망하고 또 화가 나는 점이 뭔지 아나?”

“바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받아 놓고도 그 돈을 굴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야! 현금만 그렇게 손에 잔뜩 쥐고 있으면서 아무것도 투자하지 못하고 바보 병신처럼 가만히 있으면 누가 알아서 수익을 만들어 주나? 도대체 머저리들도 아니고 뭣들 하는 거야!”

자그마치 8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오디세이 자산 운용.

그런데 최근 대규모 자산 매각으로 인해 그냥 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의 비중이 48%까지 올라간 것을 보며 그는 분노에 찬 얼굴로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회장님……. 최근 증시가 단순한 분석만으로 흐름을 예측하기가 너무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맞습니다. 요즘에는 투자 한번 잘못하면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위험합니다.”

투자라면 이골이 난 전문가들조차도 기겁할 정도로 정신 나간 장세.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매지컬 컴퍼니였다.

“최근 몇 년 전까지 저희와 경쟁하던 케이펜 펀드가 단 한 순간에 32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무너졌습니다. 고작 회사 하나 공매도 한번 잘못 들어간 것 때문에 말입니다.”

오디세이 자산 운용의 경쟁사였던 케이펀 펀드의 충격적인 몰락.

그것은 바로 이들이 공매도에 들어갔던 미국의 작은 채굴 회사인 ‘아이언 메이든’ 때문이었다.

“…….”

케이펀 펀드의 이야기를 꺼내자 순간 멈칫하는 워렌.

그런 그의 반응에 케이펀 펀드를 언급했던 직원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급하게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 갔다.

“아이언 메이든에 들어갔던 케이펜 펀드의 공매도 규모는 고작 3억 달러. 하지만 그 직후 매지컬 컴퍼니에게 미국 내 천연 광물 자원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발표가 기습적으로 나오고 난 이후에 어떻게 됐습니까? 불과 3일 만에 80센트에 불과했던 주가가 9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3일.

상한가 제한이 없는 미국 증시에서 고작 3일 만에 112,500퍼센트 상승이라는 역사적으로 다시 없을 기염을 토하며 잘나가던 헤지 펀드 회사 하나의 숨통을 끊어 버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케이펀 펀드는 어떠한 대응도 불가능했다.

“어느 날 갑자기 매지컬 컴퍼니와 손을 잡았다는 기사가 뜨는 순간 시장 전체가 광기에 물들어 말도 안 되는 상승세를 보이며 폭등하기 때문에 대응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현재 증권가에서 공매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특정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최근 매지컬 컴퍼니가 발표한 스토리 오브 판달리아라는 게임 하나 때문에 게임 회사들의 주가가 평균 50% 하락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죠.”

전 세계의 금융계를 긴장하게 만들며 생태계 자체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교란종.

매지컬 컴퍼니. 그리고 멀린.

어느 특정 산업에 얽매이지 않고 전혀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이며 이것저것 보이는 족족 손대고 있는 이 회사 하나 때문에 전 세계의 산업 구도와 경제 흐름이 완전히 재편되고 있었기에 이들을 비롯해 전 세계의 큰손들은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지 못하고 소녀 감성으로 매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 해결책을 내놓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투자하겠다는 말인가? 투자자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Holy F……!”

워렌이 말을 하는 와중에 갑자기 들려오는 욕설에 일순간 회의실 안은 침묵에 휩싸였다.

“죄……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저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든 채로 잔뜩 당황한 얼굴로 사과하는 직원. 그리고 그런 그에게 워렌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회의 중에 확인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문자였나?”

지금 당장이라도 입에서 해고라는 소리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의 워렌.

하지만 그런 그의 물음에 직원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 그럴 만한 내용이어야 할 거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네는 오늘 중으로 짐을 다 싸고 책상을 비워야 할 테니 말이야.”

“제 대학 동기 중에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 쪽과 연이 닿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직 확실하게 확인된 내용은 아닙니다만……. SEC 내부에서 한 가지 묘한 소문이 최상층에서 나돌고 있다고 합니다.”

“소문……?”

“저희가 방금까지 이야기한 그 매지컬 컴퍼니가……. 미국 증시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뭐……뭐라고?”

“지금 그게 무슨……!”

그 말에 워렌이 아니라 회의실 안에 다른 직원들이 하나같이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이봐 피터. 그거 사실이야? 뭐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 우리가 아는 ‘그’ 매지컬 컴퍼니가 맞아?”

“지금까지 상장 안 하겠다고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야 와서 갑자기 돌연 상장을 추진한다고? 전혀 말이 안 되잖아.”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피터에게 온갖 질문을 쏟아 내는 동료들.

하지만 그는 생각 이상으로 과격한 반응에 자신감을 잃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방금 받은 정보라서 아직 사실 확인이…….”

사실인지 아닌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된 정보.

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소문으로 치부하고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전 세계 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빨아먹고 있는 블랙홀 같은 기업인 매지컬 컴퍼니.

수많은 산업에서 최고의 기업들과 협력하며 수수료 명목으로 이들의 매출에서 30%를 안정적으로 앉아서 뽑아 먹고 있는 이 회사는 지금이나 앞으로 미래에도 확실한 이익이 보장된 기업이었다.

거기에…….

이 정보에 워렌은 오랜만에 묘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느낌도 정말 오랜만이군…….’

머리에 피가 쏠리며 빠르게 주어진 정보에 관한 여러 가지 상황을 추론하고 예측하며 그 신빙성을 가늠하는 워렌.

그가 지금까지 이 회사를 끌어갈 수 있었던 야수의 본능이 되살아나며 지금까지 차갑게 식어 있던 그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아직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지분이 시장에 풀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관련 정보가 사실이라면 전 세계의 투자자들과 연기금, 그리고 국가들의 자금이 몰릴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시티 오브 런던.

월 스트리트.

중동의 국부 펀드.

그 이외에도 막대한 현금을 쌓아 두고 있는 거대한 세력들 사이에서 매지컬 컴퍼니의 지분을 사들이기 위한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

그렇기에 워렌은 일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꼈다.

‘지금까지 봐 온 전쟁 중에서도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벌어지겠군…….’

총탄과 폭탄이 빗발치는 전쟁이 아니라 소리 없이 벌어지는 자본과 자본의 전쟁.

그 안에서 최대한 주도권을 잡고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 해야 할 계획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구상한 그는 지금 상황이 가져오는 아이러니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현금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지금 상황이 차라리 잘된 것인가…….”

“예……?”

그의 말에 묘한 표정을 지으며 갸웃거리는 직원들. 그런 그들에게 워렌은 지시를 내렸다.

“지금부터 보유하고 있는 자산들 전부 확인하고 최대한 정리하고 현금화 시작해.”

“네……?”

“그리고 HSBC랑 바클레이를 비롯해 은행들 쪽에 조심스럽게 접촉해서 최대한 많은 자금을 대출받아서 확보해 놔. 뭣하면 시티 오브 런던 쪽 헤지 펀드들이랑 거래해도 되니까.”

그야말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서 현금을 마련해 두라는 워렌 페이지.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 바쁘게 일어나 회의실을 나서는 직원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이내 앞으로 벌어질 미래를 상상 속에서 그리면서 작게 웃었다.

“매지컬 컴퍼니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절대 놓칠 수 없지.”

그렇게…….

보유하고 있는 포지션의 거의 전체를 정리하며 최대한 총알을 준비한 오디세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세계의 금융 전쟁의 발발을 알리는 첫 총성이 울려 퍼졌다.

전 세계의 경제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생태계 교란종.

매지컬 컴퍼니의 IPO 절차를 진행한다는 긴급 속보를 시작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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