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97화 (97/242)

97화.

97화.

구독자를 대략 7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중형 채널.

[ 너도 할 수 있어. 마법사가 되는 법! ]

하지만 이 채널은 겉으로 보이는 구독자 수와 다르게 그렇게 높은 가치를 가지지 않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과 200명도 채우지 못하는 저조한 실시간 시청자 수. 거기에 편집한 영상을 업로드해도 1만 단위의 조회 수도 간신히 채우는데다 그것마저도 채 3분이 안 되는 평균 시청까지······.

뮤튜브의 복잡하고 미묘한 알고리즘에서 소위 망한 채널로 간주되는 그 모든 요소를 겸비하고 있었기에 이 채널은 수십, 수백 개가 넘어가는 수많은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 그 누구에게도 추천되지 않는 그런 버려진 채널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인터넷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사진과 영상 제보들 속에서 사람들에게 잊힌 이 채널이 언급되어지고 있었다.

[ 예. 구독자 형님들. 페트 TV입니다. 지금 왕십리역 사거리에서 군인들이 쫙 깔렸다는 제보를 받아서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는데요. 들리는 이야기로는 자신이 마법사라고 주장하는 인간이 있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

[ 긴급 속보입니다. 현재 압구정역 사거리 일대에서 어느 한 괴한이 6명의 인질을 붙잡고 군인들과 대치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제보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질을 잡은 납치범은 중학생 교복을 입은 어린 소년이라고 합니다. ]

[ 여러분! 대박사건입니다! 진짜 마법사가 나타났어요! 아니, 어그로나 허풍이 아니라 진짜라고요! 지금 뮤튜브에서 당장 멀린이라고 검색해보세요! 제가 직접 보고 왔는데 그냥 허공에서 화염을 뿜어내고 있었다고요! ]

전 국민이 하나씩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루머. 인터넷을 통해서 무서울 정도로 순식간에 확산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분명 일반인이라면 도저히 눌러보지 않고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고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중학생 마법사가 나타나서 한국 군인들과 교전을 하는 중이다······. 이건 절대 못 참지.”

이 상황을 모두 뮤튜브를 통해서 생생하게 전 세계에 중계하고 있는 나의 채널.

그리고 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은 농담이 아니라 초 단위로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청자 수 : 15만 3천명.

자그마치 평소보다 8,000배나 떡상 해버린 수치.

그리고 그 결과물을 확인하며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으으으으······.”

바닥에 엎드려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수십 명의 군인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매직 미사일 폭격 속에서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이들은 누적된 피해 때문에 인상을 잔뜩 쓴 채로 끙끙거리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 단 한 사람도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죽은 사람은 없었다.

그저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땅바닥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손가락도 까딱하지 말고 계속 누워 계세요. 만약 허튼 짓 했다가는 그때는 매직 미사일이 아니라 파이어 볼을 갈겨줄 테니까요.”

히죽 웃으며 요술봉을 휘두른 나는 이들이 들고 왔었던 모든 총기들을 모조리 한쪽에 쌓아두고는 농담 같은 진심 어린 협박을 갈겼다.

그리고 이내 개운하다는 얼굴로 지금껏 제대로 확인해지 못했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자······. 이제 방해꾼들도 전부 제압했고, 지원군이 오려면 잠깐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우리 새로운 시청자 여러분들과 한번 Q&A 시간을 가져볼까?”

처음으로 이 영상을 보고 있을 사람들을 향해 말을 건네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말 정신 나간 속도로 채팅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실수했네. 오늘 처음 들어온 신입들은 전부 다 채팅치지 말고 얌전히 구경이나 하고 있어. 이 채널은 닥눈삼이 국룰이니까.”

일순간 초대형 서버를 보유한 뮤튜브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트래픽이 발생해 방송 자체가 터질 뻔한 상황. 하지만 빠르게 모두의 채팅을 얼려버리며 간신히 최악의 사태를 막아낸 나는 이내 익숙한 닉네임을 찾고는 미소 지었다.

“오······. 우리 만물척척 류박사님이 오늘은 들어와 있네요?”

마법이 실존한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일찍이 받아들이고 공부하고 연구해온 류현진 교수.

이미 그가 미국 정부의 그늘 밑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후로도 직접 대화를 나누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나는 조금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저번에 Q&A 시간을 못 했었는데 잘 됐네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시청자들을 대표해서 질문할 기회를 줄 테니까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물어보시죠.”

15만 명의 시청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자신만 채팅을 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류 박사.

그는 잠깐의 고민 끝에 짤막하고 간결한 질문을 나에게 내놓았다.

- 도대체 왜 이런 짓을 벌인 겁니까?

서울의 길거리 한복판에서 대놓고 마법을 드러내는 수준이 아니라, 한국군을 상대로 교전을 벌이는 그야말로 쿠데타나 다름없는 어마어마한 짓을 벌인 상황. 그렇기에 류 박사는 도저히 왜 갑작스럽게 이런 짓을 벌인 것인지 내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그리고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답변을 해 주었다.

“······. 그래서 그렇게 된 거예요. 아니, 아무리 마법사가 신기하다고는 해도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중학생을 일단 강제로 납치하려고 하는 게 과연 상식적으로 할 짓인가요? 이게 과연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는 대한민국에서 할 일이에요?”

총기를 소지하고 나를 납치하려 들었던 6명의 요원들.

그들과 처음 조우했을 때부터 찍었던 영상 증거가 생생하게 남아 있었고, 바닥에 누워 있는 군인들과 같이 사이좋게 엎드려 있는 와중이기에 내 주장은 꽤 신빙성이 있었다.

- 그러니까······. 자기 방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말입니까?

“뭐······. 그런 셈이죠. 그렇다고 그냥 얌전히 잡혀갈 수는 없잖아요? 무슨 실험실 같은 곳에 가둬놓고 평생 동안 마법의 지식이나 뽑아먹는 노예로 부려먹을 지도 모르고 최악의 경우에는 해부해보겠다고 달려들지도 모르는데 뭘 믿고 따라가요? 당연히 저항해야죠.”

힘이 없다면 철저하게 이용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냉혹한 현실의 진리.

그 대상이 국가 권력이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국익이라는 명분 아래에 개인의 희생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강요할 수 있었기에 나는 이 영상을 보고 있을 15만 명의 시청자들에게 강조해서 인간됨의 권리를 설파했다.

“너희들도 잘 들어 둬라.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마나를 각성해서 애들 장난 같은 마법 좀 쓸 수 있게 됐다고 해서 까불고 다니다가는 나처럼 이상한 사람들 따라붙어서 어느 날 갑자기 한밤중에 자고 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는 거야. 실험쥐 신세가 되거나 노예처럼 착취당하는 꼴이 되고 싶지 않으면 이렇게 군대가 쳐들어와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고. 알겠어?”

물론 지금처럼 총을 든 군인 수십 명을 상대로 단 한 명도 죽이지 않고 모조리 제압하는 것은 고작 4 서클의 경지로는 그 누구도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이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으니 한국 정부로서도 이제는 어쩔 방도가 없는 상황.

그렇기에 이제 이들은 일반적인 병사들을 넘어서 철저하게 훈련된 특수부대를 동원하며 아까보다 훨씬 더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르르릉.

철컥. 철컥.

검은색의 독특한 군복을 입고 있는 최신 장비들로 무장한 대테러진압부대. 35특공.

장갑차까지 끌고 와서 나를 포위한 채로 또다시 2차전을 벌일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히죽 웃었다.

“그러게요······? 사실 끝까지 해 보자고 한다면 저도 질 것 같지는 않은데 한 명도 안 죽이고 이기라고 한다면 그건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제아무리 내가 전지의 권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4서클의 경지에 머무르고 있는 중급 마법사 수준에 불과한 상황. 한정된 마나만을 가지고 장기전을 벌인다고 한다면 결국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었기에 사실상 이 이상의 교전은 무리였다.

우우우우웅.

아무리 위력이 대폭 조정된 1서클의 매직 미사일이라고는 하지만 수천······. 아니, 수만 개가 넘는 무지막지한 수를 팡팡 쏘아댔기에 남아 있는 마나도 그리 많지 않은 상황. 마력 고갈 상태에 빠지게 되면 일은 더 복잡해질 수 있었기에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자, 아쉽지만 오늘 콘텐츠는 여기서 마무리해야 될 것 같네요. 저기 저 군인 아저씨들한테 붙잡혀서 어디 은밀한 곳에 끌려가게 될 것 같은데 정확히 어디로 가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때릴 곳도 없는 저한테 설마 고문 같은 험악하고 반인권적인 짓을 하지는 않겠죠? 그래도 저는 나름 대한민국이 인권을 존중하는 선진국이라고 믿고 있거든요.”

대한민국 정부로서는 그 어떤 불법적이고 이상한 짓을 할 수 없도록, 나는 묘하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눈을 찡긋하고는 방송을 마무리했다.

“그럼······. 이걸로 방송을 마친다. 이 미개하고 무식한 인간들아. 내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면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 해 놔라. 그럼 마바~.”

그렇게 배터리가 거의 바닥 난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담아놓고 나는 이내 긴장감이 가득 흘러넘치는 일대의 상황을 잠깐 둘러보았다.

“으으으······.”

내 주변에서 신음하며 엎드려 있는 수십 명의 군인들과 6명의 요원들과 이들을 구출하고 나를 제압하기 위해서 몰려든 지원군들.

이들은 혹시라도 발생할 부수적인 피해를 우려한 것인지 총을 쏘지 않고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일이 틀어지면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길 것처럼 위협적인 기세를 풍기며 정확히 나를 조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들의 장단에 맞춰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항복.”

너무나도 킹받는 미소를 지으며 항복을 선언하며 이 모든 사태를 종결한 나.

그 덕분에 장갑차까지 끌고 온 지원군들은 허망할 정도로 총 한번 쏘지 못한 채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어느 정신 나간 중학생을 포박한 채로 말이다.

*

멀린의 항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인터넷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이 정보를 조용히 틀어막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수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그것은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자그마치 실시간 시청자 수만 15만이라는 뮤튜브 역사에서도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한 영상.

거기에 왕십리 일대를 지나가다 해당 상황을 두 눈으로 직접 본 목격자들만 해도 수백 명이 넘어갔고, 이들이 저마다 찍어놓은 동영상과 사진들만 해도 셀 수 없이 많았기에 그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결국 이 모든 것은 삽시간에 퍼져나가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 마법. 여러분은 마법이 실제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누군가가 한다면 그 말을 과연 믿으시겠습니까? 오늘 인터넷에서 마법사와 관련한 음모론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과연 인터넷이 만들어낸 루머에 불과할까요. 아니면, 정말 우리가 모르는 이 세상의 거대한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요? 한번 확인해보시죠. ]

[ 다음 뉴스입니다. 오늘 오후에 왕십리역 일대에서 벌어진 사태와 관련해서 인터넷에서는 진짜 마법사가 출현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겨나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해당 마법사는 멀린이라는 이름으로 뮤튜브에서 채널을 운영했으며, 과거 BMC에서 마술 콘테스트에 출연해 로또 1등 당첨 번호를 맞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 현재 멀린이라는 마법사가 운영하던 채널은 생방송 이후 현재 모든 영상이 비공개로 전환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관련 영상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확산하고 있으며 뮤튜브 측에서는 특정 채널의 정보와 관련해서 그 어떤 개인정보도 제공할 수 없다며 언급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

[ 멀린. 과연 이 중학생 소년의 정체는 무엇일가요? 정말 마법사인 걸까요?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저 드넓은 우주 어딘가에서 온 외계인은 아닐까요? ]

뮤튜브에 상주하고 있는 사이버 렉카들은 온갖 제보들을 짜깁기해서 영상으로 만들고.

인터넷 기사들은 자극적인 문구의 제목들로 기사들을 쏟아내며.

심지어 지상파 방송에서까지 관련 내용을 정식으로 보도하고 있는 상황.

그야말로 마법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하나의 거대한 바이럴이 되어 삽시간에 퍼져나가고 있는 그 광경을 보면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나라 잃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사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매지컬 컴퍼니의 대표이자 멀린의 편집자인 아영.

그녀는 문득 TV를 켰다 마주한 멀린과 사방에 쓰러져 있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고는 문득 과거 자신이 했던 생각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진짜 미친놈 같아서 재밌어 보인다는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위험천만하고 정신 나간 것이었는지를 몸소 체감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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