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96화.
서울 한복판에서 발현된 3서클의 공격 마법.
파이어볼.
보기만 해도 후끈한 열기를 내뿜으며 맹렬하게 휘몰아치는 그 화염의 구를 보며 길거리를 활보하던 수백 명의 사람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완전히 사고가 멈춘 듯, 그저 멍하니······.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마법이라는 위대한 이능을 목도하며 침묵할 뿐이었다.
[ 주인! 미쳤어? 도대체 어쩌자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건데? ]
불특정 다수가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마치 보란 듯이 마법을 대놓고 발현한 상황.
그저 허무맹랑한 정신병자의 개소리라고 흘려 넘길 수 없는······. 그야말로 마법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그 명백하고도 감히 부정할 수 없는 증거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나의 행동에 용용이는 경악했다.
“어쩔 수 없잖아. 어차피 저쪽에서도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움직이고 있는 상황인데. 괜히 모르는 척 시간만 끌면서 이상한 수작질 부릴 틈을 줘서야 되겠어?”
한국 정부가 6명의 무장 요원을 붙여뒀을 정도면 단순한 의심 정도가 아니라 나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거의 확신하고 있다고 판단해도 무방한 상황.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 아니, 그러면 그 주인이 손잡은 미국이라는 곳에다가 도와달라고 하면 되잖아. 거기가 무슨 이 세계에서는 제국 같은 곳이라며. 거기서도 최소 한 2~3년 동안은 조용히 있어달라고 부탁한 걸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어쩌자고 무턱대고 이런 무식한 짓을 벌이는 거야? ]
하지만 용용이는 그런 나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엄밀히 따져보자면 용용이의 말이 맞았다. 마법이라는 개념이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에는 아직 그 준비가 한없이 부족한 상황. 만약 지금 당장 마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공개된다면 그건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과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런 용용이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맞아. 이건 네 말대로 무식하고 멍청한 짓이야. 만약 제정신인 인간이라면 이렇게 뒷수습 자체가 불가능한 정신 나간 짓을 하지 않겠지. 하지만 말이야······.”
“내가 왜 같잖지도 않은 놈들 때문에 숨어 다니고 도망 다녀야 하는데?”
우우우우우우웅.
과거로 돌아온 이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마나를 축적하고 서클의 경지를 높이기 위한 노력한 그간의 시간. 고작 1년이라는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멀린의 정원에 축적된 그 농밀하고 진한 마나와 전지의 권능으로 얻은 지식을 기반으로 나의 심장에는 어느새 4개의 두터운 마력의 띠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크윽······.”
“으으으······. 이게 뭐야······.”
나의 의지에 따라 강렬하게 반응하는 마나의 파동에 일순간 몸을 떨며 신음하는 사람들. 그런 그들을 힐끗 바라 본 나는 무언가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이 섞인 표정을 하고 있으면서도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고 저마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이 상황을 모두 카메라에 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피식 웃었다.
“하여간······. 뮤튜브 각이라는 건 본능적으로 알아가지고들. 참 대단들 하다니까.”
호기심과 놀라움이 두려움을 이기는 상황.
하지만 나는 굳이 그런 사람들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응을 즐기며 맹렬하게 피어오르는 파이어 볼을 흔적도 없이 흩어버리고는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철컥.
내 의지에 따라 나의 손에 날아온 권총 한 개. 그 묵직한 무게감의 처음 만져보는 권총을 신기한 눈으로 연신 살펴보며 나는 물었다.
“오······. 생각보다 엄청 흉악하게 생겼네요. 총기 규제가 꽤 엄격하기로 소문난 이 대한민국에서 그저 일개 개인이 이런 위험천만한 무기를 가지고 다닐 수는 없을 테고······. 어디 쪽 소속이죠? 국정원? 기무사? 아니면 거기 말고 제가 모르는 다른 특수 조직이 따로 있으려나?”
“······.”
내 물음에 굳게 입을 다물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이들.
하지만 나는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이런 상황에서 친절하게 자신의 소속을 말해주지는 않겠죠. 하지만 이런 걸 가지고 6명이나 저를 쫓아다니고 있었다면, 그건 그렇게 좋은 목적을 가지고 찾아오지는 않았다는 말인데······.”
딱 봐도 일단 강제로 끌고 가려는 계획을 짠 것 같은 이들.
누가 이런 무식하고 야만적인 방식을 쓰려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나를 잘못 봐도 한참을 잘못 봤다.
“한 3개월······. 아니지, 6개월만 더 일찍 찾아왔으면 6명으로 어떻게 비벼볼 수 있었을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너무 늦었어요.”
이미 내 심장에 4개의 서클이 형성된 상황.
가용할 수 있는 마나의 양도, 그리고 그 출력도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해진데다 전지의 권능 속에서 나의 머릿속에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수많은 마법의 지식들과 수식들은 고작 6명의 숙련된 작전 요원들로는 감히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최소한 중대급 전투 부대들은 끌고 오셨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고작 일개 요원들 몇 명 정도로 진짜 마법사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거예요?”
“크으윽······.”
“이게 무슨······.”
“이이익······. 도대체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나의 손짓에 신체의 자유를 완전히 구속당한 채 공중에 떠오른 6명의 요원들.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나의 마력에 완전히 제압당한 그들은 어느새 수많은 대중들의 카메라에 박제당하는 전시품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반항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요. 제가 그럼 뭐 저를 강제로 납치하려고 온 납치범들을 순순히 풀어줄 줄 알았어요? 무슨 호구 병X도 아니고? 뭐가 되었든 그 대가는 치르고 가셔야죠.”
뭐가 되었든 나라가 주는 월급을 받고 사는 공무원인 요원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봐 줄 이유는 되지 않았기에 나는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되고 있는 내 카메라에 대고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마치 보란 듯이 소리쳤다.
“봤냐? 이 미개하고 무식한 인간들아? 이게 바로 진짜 마법의 힘이다. 이제 똑똑히 알겠냐? 지금이라도 컨셉질이 아니란 걸 알았으면 조용히 구독 좋아요에 알림 설정까지 해 놔라. 나도 슬슬 구독자 100만 명 좀 찍어보자.”
지금껏 참아왔던 나의 모든 관종력을 최대한 발산하고 있는 상황.
그렇게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상황이 실시간으로 뮤튜브 채널에 생중계되고 있는 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사이에, 용용이와 나는 사방에서 밀려드는 기묘한 움직임들을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 주인······. 이제 슬슬 도망쳐야 하는 거 아냐? 뭔가 심상치 않은데? ]
아까부터 계속해서 빠르게 접근하는 수많은 병력들의 움직임.
완전히 전투태세를 갖춘 채 군 수송차량에 실려 이곳으로 접근하고 있는 이들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지만, 나는 조금도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아니야. 여기서 도망치면 내가 뭐가 돼? 이건 쫄리면 뒤지는 게임이라고.”
[ 뭐······? ]
“여기 이 세상 사람들은 마법사가 어떤 존재인지 잘 몰라. 판달리아에서 마법사라고 하면 일단 긴장하고 조심하겠지만, 여기서 마법사라고 하면 무슨 불이나 쏘고 물건이나 공중에 띄우는 그런 만만하고 친숙한 이미지로 본다고.”
그렇기에 이 세상의 유일한 마법사로서······. 그리고 앞으로 탄생하게 될 수많은 새내기 마법사들을 대표해서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마법사란 어떤 존재인지를 전 세계에 확실하게 각인시켜줄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
[ 그래서 뭘 어쩌려고 그러는 건데······? ]
“절대 잊을 수 없는 교훈을 하나 새겨줘야겠지.”
[ 교훈······? 무슨 교훈······? ]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용용이.
그런 그에게 나는 광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 누구든 작은 마법사를 건들면 아주 X될 수 있다는 교훈.”
[ ······? ]
그리고 그 순간, 굉음을 내며 전속력으로 질주하며 달려온 군용 트럭들은 빠르게 내가 있던 길거리를 완전히 틀어막았고 수십 명의 군인들은 빠르게 주변 일대를 봉쇄하기 시작했다.
“시민 여러분. 지금부터 이곳은 군사 작전 구역입니다. 신속하게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카메라들 전부 끄세요! 계속 촬영하면 군사 기밀 누설죄로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이건 훈련 상황이 아니라 실제 상황입니다! 지시에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나를 에워싸고 있던 일반 시민들을 거의 반 강제적으로 쫓아내며 이들의 휴대폰을 압수하기 시작한 군인들. 그리고 이내 총부리를 나에게 겨누며 위협적으로 소리쳤다.
“당장 엎드려! 이 새끼야!”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 하면 쏜다! 지금 당장 항복하라!”
“인질들을 풀어줘!”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을 하면 가차 없이 쏠 태세로 나를 위협하는 군인들.
그리고 그 상황을 보며 나는 묘하게 어릴 적 즐겨 하던 게임 하나가 떠올랐다.
“군 병력이 나 하나 제압하겠다고 몰려온다니. 뭐 한 것도 없는데 어쩌다가 벌써 별이 5개나 달렸네.”
죄 없는 민간인들을 오직 재미로 죽이고 다니는 반사회적인 행동을 조장한다며 큰 물의를 일으켰던 게임. GCA.
만약 지금 이게 그 게임이었다면 내 이름 옆에 반짝거리고 있을 5개의 휘황찬란한 별을 떠올리며 나는 실없는 미소를 지었다.
“씨발! 이게 지금 농담하는 것 같아!”
“당장 엎드려! 이 새끼야!”
나의 웃음에 더욱 거친 고함을 내뱉으며 소리치는 어느 한 장교.
하지만 나는 그런 그의 외침에 히죽 웃으며 도리어 내 심장의 서클을 더욱 더 강하게 회전시키고는 미소 지으며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자······. 그럼 오늘 드디어 너희들이 그토록 원하고 원하던 콘텐츠 하나 찍어주마.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실전적인 꿀팁들이 가득할 테니까 꼭 여러 번 반복해서 복습하는 걸 추천하마. 오늘의 주제는 바로······.”
타앙.
오늘의 방송 콘텐츠를 설명하고 있는 와중에 어딘가에서 들려온 한 발의 총성.
나를 사살할 목적은 아니었는지 정확하게 조준 사격한 그 총탄은 나의 허벅지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이들이 원하던 것처럼 내가 다리를 부여잡은 채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우우우웅.
나의 마력으로 인해서 그 회전력과 운동 에너지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총탄. 그리고 그것을 두 눈으로 목격한 모든 이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신음을 토해냈다.
“이런 미친······.”
“진짜 마법사라고······?”
“으으으······.”
징병제인 이 대한민국에서 나를 제압하려고 달려온 군인들이라고 해봤자 하나같이 세상 물정 모르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불과했기에 이들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표정 관리도 잊은 채 그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치사하게 사람이 말하고 있는데 기습이나 하고 있냐? 주인공이 변신하거나 설명하는 시간은 아무리 악랄한 악당도 기다려준다. 그게 기본 예의라는 것도 모르냐?”
하마터면 허벅지에 커다란 바람구멍이 뚫릴 뻔한 위험천만했던 상황. 그렇기에 나는 연신 툴툴거리며 잡아낸 총알을 바닥으로 떨어트리고는 이내 헛기침을 하며 다시 하다 만 말을 이어갔다.
“······. 상대를 죽이지 않고 효과적으로 제압하는 법이다. 이건 마법을 배운 지 얼마 안 된 초심자들한테도 아주 유용한 방법이니까 잘 봐 둬라. 아마 이거만 배워도 학교에서 빵셔틀 해야 될 일은 없을 거다.”
우우우우우웅.
“이······이건?”
“뭐야 도대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내 마력이 장악한 일대 지역에 그려진 수십 개의 마법진들.
그것을 보며 모두의 눈동자에 의구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그 순간, 나는 히죽 웃으며 과거 두식에게 했었던 그 마법을 발동하였다.
“매직 미사일.”
나지막한 한 마디의 시동어.
하지만 그에 따른 후폭풍은 거대했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뭐······뭐야 이게!”
수십 수백······. 아니, 수천이 넘는 매직 미사일들의 향연.
고작 1서클이지만, 그래도 맞으면 꽤 뼈마디가 얼얼한 수준의 위력은 되었기에 나를 포위하고 있던 군인들은 갑작스러운 매직 미사일의 폭풍 속에서 고통 어린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와해되었다.
“끄악! 살려줘!”
“악! 아파! 아파!”
“으아아아아! 그만! 그마안!!!”
어떻게든 피해를 줄여보고자 엎드리고. 몸을 둥글게 말며. 심지어 이리저리 도망치기까지 하는 군인들. 하지만 나의 완벽한 통제 속에서 단 한 명도 놓치지 않고 확실하게 매직 미사일 찜질을 해 주며 그 모든 장면을 생생하게 휴대폰 카메라 속에 담아 넣었다.
그리고 이내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과거 두식에게 해 주었던 말을 그대로 해 주었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이게 뒤질 것 같이 아플 수는 있어도 뒤지지는 않더라고요.”
그렇게······.
이 세상의 유일한 마법사를 포획하기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시도는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다.
뮤튜브 알고리즘에게 버려져서 처참하게 죽어가던 어느 한 채널을 개같이 부활하게 만드는 경이적인 기록을 갱신하고 단 하루 만에 수백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늘려주는 결과를 가져오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