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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33화 (33/242)

33화.

33화.

살살이 풀의 발견과 함께 삼진 바이오의 신약 개발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척되었다.

- 삼진 바이오, 미국 FDA 심사를 비롯해 국내외 29개국에 사전 신약 승인 심사 절차 개시

- 신약의 이름은 ‘엘릭시르’. 압도적인 효과를 지닌 신경 치료제로 밝혀.

- 살살이 풀의 천연 원료를 기반으로 한 신약. 인체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관한 검증이 관건.

- 삼진 바이오의 관계자 측. 이번 신약은 큰 문제 없이 심사를 통과할 것이라 확신.

그 어떤 병이든 치료해준다는 기적의 비약. 엘릭서에서 이름을 따온 삼진 바이오의 신약. 엘릭시르. 얼핏 들으면 광오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의 이름이었지만, 그 위명에 꿇리지 않을 만큼 엘릭시르가 어마어마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밝혀지자 의료계는 온통 시끌시끌했다.

[ 아직 임상시험에 지나지 않았지만, 만약 삼진 바이오 측에서 공개한 데이터가 정말로 사실이라면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이렇게 한번 손상된 신경 세포를 이렇게 획기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약물은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살살이 풀의 성분이 어떤 식으로 인체에 작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연구 가치가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

[ 삼진 바이오가 정말 엄청난 사고를 친 것 같습니다. 만약 이번 신약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새롭게 발견한 종인 살살이 풀의 성분이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것만 검증된다면 앞으로 의약 산업의 구도가 뒤바뀔 것이라는 점입니다. 살살이 풀에서 새롭게 발견된 천연 물질······. 일명 ‘넥타르’라고 불리는 그 성분을 활용한다면 수많은 신약을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회사들조차도 삼진 바이오의 문을 두드리는 거겠죠. ]

전통적인 의약 산업의 지배자인 노바맥스와 파이자. 그리고 바이메르를 비롯해 수십 개의 거대 기업들의 관계자가 삼진 바이오의 문을 두드리며 어떻게든 고위급 임원들과 대화 한번 나눠보려고 줄을 서고 있는 기이한 상황. 그리고 이런 주객전도의 상황 속에서 삼진 바이오는 아주 막대한 이익을 얻어낼 수 있었다.

[ 삼진 바이오는 다른 제약 회사들과 협력하여 공동으로 신약 개발을 추진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삼진 바이오는 여러 뛰어난 기업들로부터 많은 연구 자료들과 기술들을 공유받을 예정입니다. 또한, FDA를 비롯해 세계 여러 정부 기관의 신약 심사와 같은 행정 절차에 대한 자문과 조언을 통해 신속하게 관련 절차를 받아 빠르게 수많은 전 세계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수십······. 아니 한 세기에 걸쳐서 축적된 제약 회사들의 수많은 연구 자료와 노하우들을 전수 받으며 동시에 까다롭기 그지없는 정부 기관들의 절차를 통과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받기로 협력을 약속한 상황. 그렇게 앞으로 장밋빛의 화려한 미래만이 펼쳐질 것만 같은 이 꿈같은 상황 속에서 삼진 바이오의 사옥은 불이 꺼질 줄을 몰랐다.

두 시간 거리에 떨어진 그들의 생태 부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로.

*

모두가 잠에 빠진 새벽 4시.

경기도 외곽에 조성된 삼진 바이오의 생태 부지는 민가와는 조금 떨어진 곳이었기에 불빛 하나 들지 않는 아주 조용한 지역이었지만, 이곳에 어느 날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다 도착했습니다. 여기입니다. 형님.”

주변을 연신 살피며 텅 비어 있는 도로 너머에 설치된 울타리를 바라보는 이들. 삼진 바이오의 회사 로고와 커다랗게 쓰인 접근 금지 경고판이 빼곡하게 설치되어 있었지만, 이 5명은 거침없이 그 울타리 바로 앞에 접근해서 설치된 CCTV를 확인했다.

“정확하게 왔네. 저거 꺼진 거 맞지?”

“예. 김 실장 쪽에서 보안 장비들은 사전에 손을 써 두겠다고 했습니다. 확실하게 처리했다고 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실하게 확인해. 다른 곳도 아니고 삼진 그룹이잖아. 어설프게 처리했다 꼬리라도 밟히면 우리 모두 머리 아프다고.”

“알겠습니다.”

김 실장이 부리는 심부름꾼이자 이진수 사장을 위해서 온갖 더러운 일들을 비롯해 불법적인 일들도 거리낌 없이 자행하는 기환. 이번 침입을 위해서 사다리까지 사전에 준비해 그는 수하들과 함께 생각보다 손쉽게 울타리를 넘어가 큰 소란 없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는 그 부지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뭐야? 이거 생각 이상으로 간단하잖아?”

“뉴스에서는 엄청 중요한 곳이라고 하더니 정작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생각보다 일이 엄청 쉬워지겠는데요? 크크······.”

혹시라도 경비를 서는 직원들과 마주치면 그들을 제압하기 위해서 가져온 무기들을 손에 하나씩 들고 김 샜다는 듯이 킥킥거리는 이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풀벌레 소리만이 가득한 그 드넓은 부지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기환은 조금 안심한 듯, 잔뜩 긴장한 표정을 풀며 여유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외곽에만 보안 인력들이 경계를 서고 내부에는 아무도 없다고 들었는데 이거 김 실장 말이 사실이었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가 싶었는데 삼진 바이오도 멍청하군. 이걸 무슨 보안이라고 하는 거지?”

외곽만 뚫리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는 내부. 왜 이런 식의 조치를 했는지 그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이들은 그저 삼진 바이오의 어수룩한 보안을 비웃을 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그 살살이 풀인지 뭔지를 찾습니까? 너무 넓어서 찾는 데만 엄청나게 오래 걸리겠는데요?”

자그마치 80만 평에 달하는 드넓은 부지. 그냥 아무런 목적 없이 돌아다니기에는 꼬박 반나절이 걸릴 정도로 방대한 크기였기에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수하가 물었지만 기환은 이미 살살이 풀의 위치를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김 실장이 말해준 바에 의하면 부지 중앙에 재배지를 마련했다고 했다. 그 이외에는 그냥 온갖 잡다한 식물들만 심어서 인공 숲만 조성했다고 하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아, 그렇군요?”

“크크큭······. 그럼 그냥 중앙에다가 불만 싸질러놓고 도망가면 간단하겠는데요?”

“불 한번 지르고 인당 5억이라······. 이거 완전히 남는 장사입니다. 형님.”

최근 엄청난 주목을 받는 살살이 풀.

그 기적의 작물을 유일하게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삼진 바이오의 이 생태 부지에 불을 질러서 모조리 태워버리라는 이 의뢰에 자그마치 25억을 내건 김 실장.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보상에 비하면 너무나도 쉬운 이번 의뢰의 난이도에 수하들은 킬킬거리며 좋아했지만, 기환은 무언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뭐지······?’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렇게 거저먹는 일을 맡긴 적이 없는 김 실장.

어마어마한 돈을 내건 것이 잠자는 삼진 그룹의 코털을 통째로 뽑는 일이었기에 그런 것이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무언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의구심이 그를 계속해서 자극하고 있었다.

“형님. 뭐하십니까?”

“어?”

“얼른 일 시작해야죠. 이렇게 있다가 해가 떠버리면 머리 아픕니다.”

“아, 그래······. 그래야지.”

상념에 잠겨있다 수하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걸음을 옮기는 기환. 그리고 그는 생각보다 꽤 우거진 숲을 향해 걸어갔다.

“뭐지······? 이건?”

“경고문······?”

인공적으로 조성했다는 숲 앞에 누군가 설치해놓은 나무 표지판.

그리고 그곳에는 새빨간 글씨로 크게 경고 문구가 적혀져 있었다.

[ 풀 조심! 우리 애는 물어요. ]

[ 접근 시 생사를 장담 못 함. ]

“풀 조심······? 생사를 장담 못 함······?”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삼진 바이오 이 새끼들은 뭔 짓을 하는 거야.”

“크큭 왜. 재밌잖아.”

해골까지 그려져 있는 경고판이지만 어처구니없는 애들 장난 같은 문구에 이들은 피식 웃으며 거침없이 숲을 헤치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휴······. 이거 무슨 숲이 이렇게 빽빽합니까?”

“아따. 풀들도 장난 아니게 크네. 무슨 허리까지 오냐?”

마치 수십 년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처럼 빽빽하게 우거진 숲.

가로등도 설치되지 않아 어두컴컴한 그 숲 안을 달빛에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가던 이들은 문득 주변을 비추는 빛무리들을 발견했다.

“뭐지······?”

“반딧불이······?”

“아니야. 내가 시골 살아서 아는데 반딧불이는 저렇게 생기지 않았다고.”

숲 안을 날아다니는 수십 마리의 밝은 광원들.

처음에는 마치 반딧불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나무에 달라붙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처음 보는 생소한 곤충들을 보며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꽁무니가 뭐 저렇게 크지······?”

“으으으······. 뭔가 엄청 징그럽게 생겼는데······.”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꽁무니를 가진 정체불명의 곤충. 마치 플라스크 같은 동그란 형태로 되어 있는 그 꽁무니에 불길하게 빛나고 있는 초록색의 액체를 보며 이들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처음 보는 녀석들인데······. 뭔가 기분 나쁘게 생겼네.”

본능적으로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외형을 가진 벌레. 그렇게 주춤거리며 주변을 날아다니는 그 벌레들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던 와중. 어느 한 마리가 가장 앞에 있던 수하의 팔에 날아들었다.

“으······으아아! 뭐야!”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손을 휘둘러 그 벌레를 내려친 그.

그리고 그것이 그의 최후였다.

콰아아앙.

그 정체불명의 벌레를 내려친 순간 거대한 굉음과 함께 일어난 폭발.

그 폭발력이 그렇게 크지 않아 다행히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바로 팔에서 터져나간 그 수하는 한순간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고깃덩어리가 되어 사방으로 날아갔다.

“어······?”

“뭐야······. 이거······.”

그 광경을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겠는 듯이 일순간 멍하니 서 있던 기환과 수하들. 하지만 그들은 폭발의 충격으로 인해 사방에서 연쇄적으로 터져나가는 그 정체불명의 곤충들이 만들어내는 소음 속에서 괴성을 내지르며 일순간 패닉에 빠졌다.

콰앙 쾅 콰콰콰쾅.

“뭐야! 이게······!”

“씨발! 씨발! 씨발!”

“이런 미친!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데!”

현실이라고 하기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현실.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은 이 끔찍하고 비현실적인 상황에 여기 온 목적도 잊어버린 채 이리저리 내달리는 수하들. 하지만 그건 이들이 할 수 있는 아주 최악의 선택지였다.

“이······이건 뭐야!”

“씨발! 살려줘!”

“다리가······. 다리가 안 움직여!”

어딘가에서 날아온 커다란 나무줄기가 다리를 옭아매고 이상한 점액질에 온몸이 빠져들어 옴짝달싹 못 하는 이들. 마치 자신들의 소리와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 같은 정체불명의 식물과 나무들에 붙잡혀 발버둥 치던 수하들 중 하나가 이성을 잃고 손에 들고 있던 통에 들어 있던 휘발유를 사방에 흩뿌리며 불을 붙여버렸다.

“으······으아아아아아아아! 다 꺼져버려!”

화르르르르르륵.

수많은 나무와 식물들에 빠르게 번져나가는 불길.

불빛 하나 없는 이 숲에서 불이 빠르게 번져나가고 사방에서 매캐한 연기가 한가득 피어오르자 기환은 사색이 된 얼굴로 수하들을 구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도망치듯 뒤도 보지 않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달려나갔다.

“하아······. 하아······.”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새 자신이 잠입했었던 사다리가 있는 곳까지 당도한 기환. 그리고 그는 문득 뒤를 돌아보고 빠르게 번져나간 불길에 불타고 있는 숲을 바라보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씨발······. 이게 도대체 뭐냐고······.”

저 멀리에서 맹렬하게 번져나가고 있는 화재.

본래 목적이었던 살살이 풀은 어쩌지도 못하고 애먼 숲만 불타고 있었지만, 기환은 이곳이 그저 평범한 생태 부지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김 실장 이 새끼······. 이런 정신 나간 곳에 우리를 들여보내?”

마치 공포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괴상하고 위험천만한 죽음의 숲.

태어나서 처음 보는 온갖 끔찍한 괴물과도 같은 생명체들이 한가득한 그곳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가 자신뿐이라는 사실에 기환은 침을 꿀꺽 삼키며 이내 공포와 분노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 속에서 이를 갈았다.

하지만 일단 자리를 뜨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급히 사다리에 발을 올린 기환. 그러나 그는 울타리를 넘어서려는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앳된 목소리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너냐?”

“······?”

뒤를 돌아보자 파자마 차림으로 서 있는 중학생 정도의 소년. 한 손에 초록빛의 꾀죄죄한 인형 하나를 들고 있는 그는 방금 잠에서 깬 것처럼 매우 피곤하면서도 빡친 얼굴로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한국말 못 알아들어? 내 소중한 숲에다가 감히 불을 싸지른 X간 새끼가 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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