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57화 (57/203)

57화 완승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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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선발에 5이닝 4실점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이호민은 5회에 가까워질수록 힘이 빠지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걸 이겨내고 결국 5이닝을 채웠다는 게 중요했다.

이런 게 쌓이면서 완급조절과 운영 능력이 생기는 거니까.

그리고 원래 경기 초반보단 후반이 어려운 법이다.

특히 이호민처럼 투피치에 가까운 스타일은 타자와 자주 만날수록 읽힐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이후인데, 1회 7득점 외에 3이닝 동안 득점이 없었다.

반면 피닉스는 꾸준히 따라오면서 5회 초가 끝났을 때 어느새 3점 차.

내일 허하준이 나오니 우리 쪽 투수 운용이 더 여유로운 건 맞지만, 야구에서 3점은 그리 여유로운 점수가 아니다.

홈런 한 방이면 역전당할 수도 가능한 상황.

그래도 추가점이 필요한 시점에 중심 타선부터 5회 말 공격이 시작됐다.

“해줘.”

“뭘 자꾸 해 달래.”

“해줘.”

오른쪽 어깨에 아이싱을 한 채 이번 이닝 시작부터 계속 옆에서 이상한 말을 하는 이호민을 대충 무시하고 타석을 지켜봤다.

앞선 두 타석 모두 안타를 쳐낸 오준혁이 바뀐 투수를 상대로 볼넷.

그리고 강주호가 3루 느린 땅볼을 쳐 주자를 2루로 보내 최소한의 역할을 해냈다.

1사 주자 2루에서 내 차례가 왔다.

이호민의 그 괴상한 부탁이 없어도 해줄 맘이었다.

아까 삼구삼진 공을 보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약간 그랬다.

내가 1군 첫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쳤을 때, 이호민의 첫 승과 끝내기의 의미가 겹쳐 이호민의 양보로 내가 공을 받았다.

그땐 괜찮다곤 했지만 계속 신경 쓰였었다.

그런 의미에서 선발 첫 승 공은 내가 직접 챙겨 줄 생각이다.

지금 마운드에 있는 투수는 4회부터 올라온 세 번째 투수 강용수.

140km의 포심과 각종 변화구 등을 던지는 어디에서나 쉽게 볼 법한 투수였다.

스카우팅 리포트에 의하면 공격적인 투구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렇다면 초구부터 존 안에 넣으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1루가 비어있긴 했지만, 오늘 잭 미켈의 기세가 상당히 좋아서 날 거르는 건 그다지 내켜 하지 않을 거다.

‘초구를 노리자.’

노림수를 정했으니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수호야! 하나 쌔리자!”

“마! 함 보여도!”

내가 타석에 들어서자 들리는 엄청난 응원을 들으면서 공을 기다렸다.

배터리 간에 사인이 오가고, 약간의 시간 이후 강용수가 공을 던졌다.

‘바깥쪽.’

공의 궤적은 심판에 따라 판정이 바뀔만한 보더라인을 향했다.

하지만 방망이는 그 궤적을 향해 돌아가는 중이었고, 멈추기엔 늦었다.

-따악!

마지막에 손목에 힘을 주면서 타구의 결대로 가볍게 밀어친 타구가 1, 2루간을 뚫고 외야로 향했다.

타구를 본 순간 오준혁은 이미 스타트를 끊었다.

오준혁의 스피드는 평범한 주자보다 살짝 느렸지만, 거침없이 홈으로 쇄도했고, 외국인 우익수도 공을 잡자마자 홈으로 강하게 던졌다.

홈에서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

내가 아웃 되더라도 홈에서 살면 득점이 인정되는 상황이라 가속을 살려 그대로 2루까지 노렸다.

일종의 득점을 위한 미끼 역할을 한 거다.

하지만 공은 나를 무시한 채 홈에서 승부가 이어졌고, 그 사이 무난하게 2루까지 들어갔다.

2루에 도착해 홈을 바라본 내 눈에 하이파이브하는 오준혁과 잭 미켈, 그리고 더그아웃 가장 앞에서 환호하고 있는 이호민이 보였다.

이후 잭 미켈의 2루타로 홈까지 들어오면서 점수는 5점 차.

다시 여유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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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 10대6 승리로 위닝시리즈 확정! 스윕으로 8위를 노린다!]

[6연속 위닝시리즈, 후반기 다크호스 마린스 후반기 순위싸움을 뒤흔들다!]

[혼자만 분발한 황인재 vs 팀 배팅이 돋보인 마린스.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ㄴ 기사는 무슨 황인재 잘못인 것처럼 적었네?

ㄴ ㅇㅈ. 연타석 홈런 쳤는데 2점 ㅋㅋㅋ 다른 놈들이 문제지 에후

ㄴ 마린스가 팀 배팅이래 ㅋㅋㅋㅋ 진짜 처음 듣는 말이다.

ㄴ 마린스 ver 팀 배팅 = 걍 타선이 다 잘침

ㄴ 와, 김수호 한 명 들어왔다고 타선 무게감 확 달라진 거 보소 ㄷㄷ

ㄴ 갓직히 1번부터 8번은 국대 아님? ㅋ

ㄴ 또 시작했다 ㅉㅉ 고작 피닉스 잡았다고 국대 ㅇㅈㄹ

ㄴ 에휴 우리가 좀만 참자. 어차피 한 달 뒤면 꼴린스 순위 떡락하고 팬들 다 튈 듯

ㄴ 너 저번에 김수호 거품이라고 했다가 홈런 치니까 튄 놈 아니냐? 아이피가 똑같은데?

ㄴ 나 아님 내 동생임

ㄴ 와 개찌질해 ㄷㄷ

[김수호, ‘이호민에게 반드시 첫 승 공을 전해주고 싶었다.’, ‘다음 목표는 허하준의 5연속 완봉승과 8위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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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의 전통에 따라 경기 시작 전 선수에게 의미 있는 공을 나눠 받았다.

단연코 어제 경기에서 가장 의미 있는 공은 이호민의 첫 승.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주머니에 고이 모셔둔 공을 경기가 끝나고 스테프에게 전해줬었다.

“그렇게 좋냐?”

“흐흐흐. 당연하지. 무려 선발 첫 승인데, 두 번 다시 못하는 거잖아.”

아주 소중하게 공을 보관한 이호민을 이주학이 부러운 듯 쳐다봤다.

“넌 왜 그러냐?”

“난 홈런 언제 쳐보냐.”

첫 안타와 타점 공은 받았지만, 아직 홈런이 없는 이주학.

애초에 상대 투수가 좌완일 때만 나가고 있어서 출장 기회를 얻는 것도 힘들긴 했다.

경쟁 하고 있는 이민상과 그리 차이가 안 나니 감독님으로선 딱히 이주학을 고집 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홈런 치는 방법 알려줄까?”

내 말에 이주학이 솔깃한지 날 쳐다봤다.

“그런 게 있어?”

“어. 강주호 선배님한테 가서 홈런 쳐보고 싶다고 말하면 할 수 있어.”

“하....”

인상 깊었던 강주호와 이주학의 첫 만남.

그 이후 이주학이 노력하긴 했지만, 강주호는 운동을 한 사람도 쉽게 접근하기 힘든 포스를 가졌다.

심지어 중간에 휴식기도 겹치면서 기껏 노력했던 것이 물거품이 된 상태라 이런 반응을 보인 거였다.

물론 강주호는 딱히 신경 쓰는 것 같진 않았지만.

반응이 찰진 두 명을 놔두고 오늘 선발투수인 허하준에게 갔다.

지금 이 시각이면 허하준이 항상 하는 게 있어서 찾기 쉬웠다.

“또 봐요?”

“어. 질리지 않네.”

경기 시작 1시간 전.

관중들이 서서히 들어오는 시간, 그 시간이 되면 더그아웃 가장 앞에서 응원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의자밖에 없던 곳이 점점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채워지는 걸 보면 기분이 좋긴 했다.

“오늘도 매진이래요.”

“그래?”

오늘 경기엔 많은 게 달려있다.

스윕과 8위, 그리고 허하준의 기록 등 승리에 따라오는 게 많고 심지어 일요일 경기라 사람들이 많이 올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떨리네.”

“네?”

도저히 허하준의 입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할 수 없는 말이 나왔다.

“왜 그렇게 놀라?”

“떨린다는 말은 처음 듣는 것 같아서요.”

“음, 그런가?”

잠시 곰곰이 생각한 허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너한텐 이런 말을 한 적 없던 거 같네.”

올림픽 결승 때도 이런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왜 갑자기 센치해진 걸까.

내 눈을 쳐다보던 허하준이 갑자기 피식하고 웃었다.

“뭐야 그 눈은? 날 뭔 감정 없는 기계로 본 거야?”

“아니었어요? 야구만을 위해 태어난 기계, 이런 건 줄 알았는데.”

“나도 스무 살 때 너랑 똑같았어.”

“저랑요?”

“어. 경기에 나갈 때마다 떨리고, 무섭고, 그래도 재밌고.”

“전 아닌데요.”

“아니긴.”

바로 부정하긴 했지만, 저 양반 눈은 속일 수가 없네.

매일 같이 스카우팅 리포트를 끼고 자고, 방망이를 놓지 않는 이유.

전부 허하준의 말 대로였다.

이제 내 재능과 실력에 대해 확신과 자신감이 생겼지만, 아직도 가끔 이 상황이 꿈만 같고, 종종 믿기지 않는다.

몇 달 전엔 2군 주전도 못 따던 놈이 갑자기 1군 주전 포수에 올림픽 금메달이라니.

신기하면서도 무섭다.

잠깐 반짝하고 빛나다 사라진 수많은 선수처럼 나도 그런 케이스가 될까 봐, 그래서 날 믿어준 사람들이 웃음거리가 될까 봐 무섭다.

그래도 마냥 떨리기만 하지 않는다.

내 타석에 항상 환호로 반겨주는 팬들의 소리가 심장을 떨리게 만드는 만큼 팬들을 흥분시키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보답하고 싶었다.

오글거리지만, 그게 내 목표였다.

“거봐, 맞네.”

잠깐 생각에 빠진 탓에 허하준이 확신을 가진 듯했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갑자기 말 돌리는 거 봐라.”

“그런 거 아니에요.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선배는 왜 우승을 하고 싶어요?”

애초에 프로선수에게 이걸 물어보는 것 자체가 이상하긴 했다.

우승이 목표가 아닌 프로선수가 있을까?

돈을 원하는 선수도 결국 우승을 하게 되면 몸값이 뛴다.

명예를 원하면 더더욱 우승이 간절할 거고, 우승해본 선수라면 몇 번 더 하고 싶고, 못 해본 선수라면 한 번이라도 하고 싶은 게 우승이다.

허하준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그대로 스스로만의 목적이 있다고 느껴졌다.

“궁금해?”

“네.”

허하준 역시 뭔가 있다는 듯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별거 없어. 그냥 내 은인 같은 사람이 우승을 원했거든.”

“아···.”

누구를 말하는지 단번에 알았다.

아마 강기호겠지.

“그래도 네 덕분에 희망이 생겼어. 저거 봐, 팬들도 똑같은 마음일걸?”

이제 9등, 오늘 경기에서 이겨도 고작 8등.

4등은 잔여 경기상 현실적으로 노리기 어려웠고, 기껏해야 5등이 한계.

하지만 팬들이나 허하준이나 모두 무언가 열망을 가진 눈으로 경기장을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오늘도 보여주자고. 야구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좋은 말이 있잖아.”

“좋죠.”

그리고 잠시 허하준과 눈이 마주쳤다.

“지금 저랑 똑같은 생각 하는 거 같은데요?”

“그치?”

오글거려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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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림은 잠시 후 사라졌고, 보다 확실한 목표만이 남았다.

단기적으론 5연속 완봉승, 그리고 그 기록을 계속 유지하는 것.

장기적으론 우승.

그러기 위해선 오늘 경기 승리가 무조건 필요했다.

허하준이 등판하는 날이면 상대 역시 1선발이 등판하는 날.

오늘도 피닉스의 1선발, 에릭 니콜라스가 올라왔다.

피닉스의 약진에는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황인재의 합류도 있었지만, 새로 합류한 두 명의 외국인 선발의 영향도 컸다.

특히 에릭 니콜라스는 시즌 평균자책점이 2.51로 3위에 랭크 된 투수인 만큼 위력적인 공을 구사한다.

1위는 돌핀스 투수 존 그레이였고 2위는 아직 만나지 않은 서울 프렌즈의 외국인 투수.

허하준은 부상 때문에 6월에 합류했기 때문에 아직 규정 이닝을 충족 못 한 상태라 순위권에 없었다.

그런 만큼 오늘 경기는 점수가 많이 났던 이전 두 경기와 완전히 다른, 1점을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팽팽한 투수전이 예상됐다.

그리고 허하준의 공을 받자 그 예상이 반쯤 확신이 들었다.

연습투구에 불과했지만 허하준은 연습과 실전의 갭이 거의 없는 투수.

오늘도 이렇게 날카로운 공이라면 적어도 피닉스 선수들은 점수를 내긴 힘들 거다.

“플레이 볼!”

심판의 사인이 들리고 경기가 시작됐다.

타석에 들어온 1번 타자는 어제 이호민의 포심에도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어했다.

그보다 더 묵직한 허하준의 공이라면 무난하게 잡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초구에 좌타자 바깥쪽 포심을 요구했다.

-딱

방망이를 내던지듯 타격한 타구가 느리게 3루로 굴러갔다.

오준혁이 빠르게 내려와서 강하게 1루에 뿌렸다.

“아웃!”

거의 동타이밍 이었지만, 아웃을 잡아낸 좋은 수비.

하지만 피닉스 1루 코치의 어필로 피닉스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 요구가 나왔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세이프!”

판정이 정정됐다.

오준혁이 아쉬워하는 게 보였지만, 허하준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투구에 집중했다.

2번 타자의 번트로 주자가 2루에 들어갔고, 3번 타자는 삼진 처리.

그리고 오늘 경기, 초반 승부처라고 볼 수 있는 순간이 왔다.

“황인재 파이팅!”

“인재야! 보여줘!”

검은 유니폼 속 겨우 찾아야 볼 수 있는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

그들을 환호케 하는 황인재가 무심하게 타석에 들어왔다.

‘어제 몸쪽, 바깥쪽 둘 다 넘겼었지?’

둘 다 몰린 공이긴 했지만, 연타석 홈런을 친 만큼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황인재.

당연하지만, 피해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초구는 존에서 빠진 곳에 포심을 요구했다.

연타석 홈런이 전부 초구를 때려서 만들어낸 만큼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볼!”

약간 빠진 곳에 들어왔지만, 방망이는 나오지 않았다.

이 공을 골라낸 걸 보면 확실히 타격감이 좋긴 한가보다.

‘그럼 이건?’

이번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

2구 역시 좋은 공이 들어왔지만, 황인재는 가만히 있었다.

“볼!”

2-0의 볼카운트.

“그냥 꽂아 넣어!”

“왜 도망가는 거야!”

“황인재! 황인재!”

주황색 유니폼이 있는 1루 응원석에선 환호가, 그곳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탄식과 고함이 쏟아졌다.

‘아직 끝난 것도 아닌데, 성질들 참 급하셔.’

몰린 카운트지만 부담은 없었다.

그만큼 허하준의 공을 믿으니까.

반드시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하는 카운트.

우리의 선택은 정면승부였다.

‘몸쪽에 포심 하나 가죠.’

힘과 힘의 싸움.

곧바로 허하준의 공이 빠르게 날아왔다.

-따아악!

“파울!”

날카롭게 3루 파울 라인을 벗어난 공에 모든 관중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안에 안도와 아쉬움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섞여있는 게 느껴진다.

그 감정을 유지 시킬 목적으로 정한 4구는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

“스트라잌!”

아무리 황인재라도 이건 참기 힘든지 그대로 방망이가 헛돌았다.

이제 우리가 유리해진 상황.

승부수인 5구는 평가전과 이번 시리즈에서 황인재에게 삼진 2개를 솎아냈던 코스, 몸쪽 하이패스트볼.

허하준의 공이 날아오자, 황인재가 기다렸다는 듯이 방망이가 나왔다.

하지만 방망이는 또다시 헛돌았고, 내 미트는 황인재의 무릎에 위치해 있었다.

정확히는 하이패스트볼 인척 하는 스플리터.

“스트라이크 아웃!”

미쳤다고 또 같은 코스를 내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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