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416화 (416/649)

416화. 스푸핑(Spoofing)

지프가 하레이 스트리트를 빠져나가는 사이, 용여홍이 다시 또 물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요? 거울교에 관한 단서가 끊어졌잖아요. 이제 가상 세계를 타파할 방법을 어디서 구하죠?”

장목화는 웃으며 차근차근 잘 타일렀다.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봐야지.”

한동안 고심하다 성건우와 백새벽을 힐긋 훔쳐본 용여홍은 뭔가를 깨달은 듯한 동료들의 얼굴을 보았다.

‘난 아무 생각도 안 나는데.’

용여홍은 더욱 괴로워졌다.

다음 순간, 운전 중이던 백새벽이 자발적으로 물었다.

“거울교의 적부터 노릴까요? 적만큼 한 존재를 잘 아는 사람도 없으니.”

“아주 전도가 유망한 친구네.”

칭찬은 장목화가 아닌 성건우에게서 나왔다. 물론 박수도 끊이지 않았다.

장목화는 성건우를 팩 노려보곤 다시 백새벽을 향해 옅게 웃었다.

“신룡교 사람한테 물어보면 돼. 신룡교는 애쉬랜드인 위주라 퍼스트 시티 내에서 그 신도를 찾긴 어려울 거야. 아비아와 마커스를 보호하는 심령의 복도 급 각성자와 무슨 관계가 있지도 않을 거고. 게다가 그들과 거울교는 서로를 이단으로 여겨. 어쩌면 우리한테 기꺼이 도움을 주려고 할지도 몰라.”

‘맞아, 신룡교도 환술 전문가니까.’

그제야 장목화의 생각을 이해한 용여홍이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그럼 신룡교 사람한테는 어떻게 연락하죠?”

신룡교는 주로 애쉬랜드 남쪽에서 활동하는 교파인 만큼 퍼스트 시티 내에는 그 신도가 거의 없었다.

“그 질문은 겐한테 해야지.”

성건우가 장목화 대신 답했다.

그러자 게네바가 금속 목을 움직이며 말을 받았다.

“난 타르난 사냥꾼 길드의 전보 주파수를 기억하고 있다. 그들한테 도움을 청해 주명희 관주에게 연락할 수 있어.”

‘난 정말 바보야. 겐은 원래 타르난 시장이었잖아. 남가관 전보 주파수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도, 사냥꾼 길드랑 각지 상회는 당연히 잘 알겠지.’

약간 풀이 죽은 용여홍이 다행이라는 듯 대꾸했다.

“그럼 며칠 후 격투 시합이 열리기 전까지 방법을 마련할 수 있겠네요.”

다음 날, 장목화는 서시월이란 이름으로 타르난 사냥꾼 길드에 전보를 발송해 남가관 관주 주명희와 연락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 * *

타르난.

현지 회장 고부겸이 부하가 가져온 전보를 받아 들었다.

그의 머리는 이미 다 하얘진 데다 남아있는 숱도 별로 없지만, 짙은 갈색 눈동자만큼은 여전히 반짝거리고 있었다.

“주명희를 찾는다고? 그리 큰 사건을 저지르고 도망쳐 놓고 또 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던 고부겸이 점점 목소리에 원망을 실었다.

“정말이지, 유적 사냥꾼 주제에 그런 자각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프로 의식이 없잖아! 뭔가를 부탁하고 싶으면 일단 대가부터 제시해야지! 휴, 그래도 게네바를 도와준 정을 봐서 한 번 따라주지.”

* * *

남가관.

고부겸은 흰 가운을 걸치고 삼끈을 허리에 두른 주명희를 마주했다.

주명희는 상대와 키를 비교해보더니 활짝 웃으며 정체를 추측했다.

“⋯⋯고 회장님?”

키가 작고 왜소한 고부겸은 사람이라곤 도통 못 알아보는 주명희가 자신을 한번에 알아봤음에도 기뻐하기는커녕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다음번에는 날 알아보지 못한 척해주게.”

“그러죠.”

주명희는 기꺼이 그 말에 응했다.

모든 게 허상이고 꿈이니, 진지하게 임할 필요는 없었다.

이내 고부겸이 전보를 건넸다.

“서시월 팀이 자네를 찾는군.”

순간 주명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훈제 돼지고기를 먹으러 오겠답니까?”

동시에 그녀는 마음이 약간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 * *

타르난 사냥꾼 길드를 통해 구조팀은 남가관과 직접적으로 연락이 됐다.

장목화는 이리저리 돌려 말하는 대신 한 가지 질문에 답만 해주면 그에 대해 보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명희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뒤 저녁에 답을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할 일을 마친 구조팀은 일단 퍼스트 시티의 사냥꾼 길드로 가서 웨트의 유품을 돌려주기 위한 임무를 의뢰했다.

이후론 구조팀이 불모지 13호 유적에서 수집한 물자들을 가지고, 블랙셔츠파 세컨드 보스 테렌스의 집, 스턴 스트리트로 향했다.

무더기로 쌓인 어마어마한 가치의 물건들을 보고, 테렌스는 한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이게 다 어디에서 난 거야?”

이렇게나 짧은 시간에, 이렇게나 엄청난 가치의 물건들을 모아왔다고?

성건우가 웃으며 답했다.

“훔쳤어.”

순간 테렌스는 작열하는 이 여름날에도 스멀스멀 한기를 느꼈다.

“농담하는 거야. 흰 늑대를 찾는 동안 어느 산에서 유적을 몇 개 발견했어. 운이 좋았지.”

장목화는 차가운 콜라가 든 잔을 들고 만족스럽게 콜라를 들이켰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테렌스는 이마에 솟은 식은땀을 훔쳐낸 뒤 쌓인 물건을 진지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잠시 후, 부하에게 계산기를 가져오도록 한 뒤 계산에 들어갔다.

결론부터 낸 테렌스가 설명을 이어갔다.

“이렇게 해서 남은 빚은 6천 오레이. 너희가 가져온 물건은 제일 높은 가격으로 책정한 거야.”

“좋아, 근데 6천 오레이를 벌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장목화가 답하는 동안 옆에서 성건우는 찬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테렌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럼! 문제없어.”

6천 오레이보다는 본인 목숨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 * *

주명희는 약속한 시간에 전보를 보내왔다.

“물을 끼얹는 것도 방법이지만, 목표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 문을 잠그고 불을 끄는 방법도 고려해봐.”

장목화가 해독한 전보를 듣고, 용여홍은 혼란에 빠졌다.

“그게 대체 무슨 약점이라는 거죠?”

이에 성건우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언제나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은 제일 나약한 상태일 수밖에 없지.”

장목화는 모종의 생각에 잠긴 채 답했다.

“당시 그 고등 무심자에 대적할 때 주명희는 자루를 하나 매고 다녔어. 그리고 너희도 눈치챘을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격투 시합 때 쉬는 시간에 마커스는 다른 귀족과 다르게 화장실을 안 가더라고. 장장 두 시간 동안 내내 귀족석에만 앉아 있었다고. 물도 거의 안 마셨고.”

사실 그리 신경 쓸만한 일은 아니었다. 보통 물 마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인은 두 시간 정도는 화장실에 가지 않고도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그때 격투장에 있던 사람 중에도 화장실에 가지 않은 사람이 꽤 있었다. 여태껏 장목화가 그 부분을 딱히 눈여겨보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명희의 설명을 듣고 보니, 이제 와 마커스의 모습이 새삼 의심스럽게 느껴졌다.

“그때 귀족석에 앉아 있던 귀족 중에서도 화장실에 가지 않았던 사람은 많아요. 물을 상당히 많이 마셨는데도요.”

용여홍이 무의식적으로 반박했다.

그러자 장목화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보통은 그렇지. 근데 주 관주가 언급한 걸 보면 분명 뭔가가 있어. 물을 끼얹으라는 건? 상대가 물을 무서워한다는 뜻이야. 화장실 불을 끄고 문을 닫으라는 건, 어둠을 무서워하기 때문일까? 그렇다기에는 너무 복잡한 작업인데. 그가 치른 대가가 어둠에 대한 공포처럼 그리 간단한 게 아닐지도 몰라.”

생각에 잠겨 있던 백새벽이 말을 받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이 일을 완수하느냐는 거예요. 물을 끼얹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가상 세계를 만들어낸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선 비가 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죠.

마커스가 격투장 귀족 화장실에 가길 기다렸다가, 문을 닫고 불을 끄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요. 어려운 건 어떻게 그 사람을 화장실로 보내냐는 거죠.”

그때, 성건우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니, 아니야. 화장실 문을 닫고 불을 끄는 행위도 가장 세계 안에서 한 번 걸러질 거야. 그 사람이 정말로 그런 상황을 두려워한다면 그 일은 절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겠지.”

‘맞아, 주 관주가 알려준 방법은 가상 세계 안에서 모조리 걸러질 거야.’

용여홍도 이번에는 성건우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장목화가 웃었다.

“난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봤어. 대응 방안도 마련했고.”

“어떻게요?”

용여홍이 호기심을 표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는 가상 세계를 우회할 방법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장목화는 게네바를 바라보았다.

“컴퓨터 공학적인 방식으로 말하자면, 유해한 데이터를 안전한 걸로 위장하는 거야. 일단 핸드폰 몇 개 미리 준비해놓고 퍼스트 시티 통신 네트워크에 접속시키는 거야. 그러다 마커스가 화장실로 가면, 곧장 겐에게 연락을 해야지. 이때 겐은 계속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거고.

전화로는 아주 정상적인 이야기만 할 거야. 아무 문제도 없는, 어떤 의심도 유발하지 않을 대화. 근데 그 사이에 특정한 데이터를 끼워 넣을 거야. 그럼 겐은 미리 정해둔 방식으로 그 암호를 풀어서, 그때부터 얼마 정도 더 기다렸다가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어.

전화를 끊고 약속한 시간이 되면 겐은 멀리서 시설을 파괴하거나 더 교묘한 방식으로 격투장 내 모든 구역의 전기를 직접 끊어버리는 거야! 그러면 화장실 등도 자연스럽게 꺼지겠지?

이건 객관적인 사실이니까 아무리 가상 세계 주인이라도 막을 수가 없어. 그 가상 세계가 2,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게네바까지 아우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야. 다만 새로운 세계에 진입한 상태가 아니라면 그 정도의 능력 범위를 갖지도, 그렇게 많은 데이터를 포용하지는 못해.”

또한 신세계에 진입한 각성자는 애쉬랜드에서 활동하지도 못했다.

이 대목에서 뜸을 들이던 장목화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은 우리가 정해둔 암호를 파악하고 우리의 실제 대화랑 그 안에 숨겨진 중요 정보를 알아차릴 수도 있어. 근데, 애초에 그건 불가능한 일이지. 말인 영역의 각성자도 아닌데, 우리 기억을 뒤져볼 수가 없잖아?”

용여홍은 순간 바이러스와 트로이 목마, 스푸핑 등이 떠올랐다.

‘정말 그게 된다고?’

그는 그제야 자신이 배웠던 지식이 전자 제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원거리 단전은 가상 세계의 여과를 피하는 기제였다.

‘가상 세계는 ‘내일 8시에 같이 아침을 먹자.’란 말에선 아무 문제도 발견하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걸러내지도 않겠지. 근데 미리 비밀 암호를 정해둔 게네바에겐 그 말이 ‘80초 후에 전기를 끊어.’란 말로 해석되는 거지. 생각하면 할수록 기상천외한 방법이야.’

“보통은 그렇지. 근데 주 관주가 언급한 걸 보면 분명 뭔가가 있어. 물을 끼얹으라는 건? 상대가 물을 무서워한다는 뜻이야. 화장실 불을 끄고 문을 닫으라는 건, 어둠을 무서워하기 때문일까? 그렇다기에는 너무 복잡한 작업인데. 그가 치른 대가가 어둠에 대한 공포처럼 그리 간단한 게 아닐지도 몰라.”

생각에 잠겨 있던 백새벽이 말을 받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이 일을 완수하느냐는 거예요. 물을 끼얹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가상 세계를 만들어낸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선 비가 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죠.

마커스가 격투장 귀족 화장실에 가길 기다렸다가, 문을 닫고 불을 끄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요. 어려운 건 어떻게 그 사람을 화장실로 보내냐는 거죠.”

그때, 성건우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니, 아니야. 화장실 문을 닫고 불을 끄는 행위도 가장 세계 안에서 한 번 걸러질 거야. 그 사람이 정말로 그런 상황을 두려워한다면 그 일은 절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겠지.”

‘맞아, 주 관주가 알려준 방법은 가상 세계 안에서 모조리 걸러질 거야.’

용여홍도 이번에는 성건우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장목화가 웃었다.

“난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봤어. 대응 방안도 마련했고.”

“어떻게요?”

용여홍이 호기심을 표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는 가상 세계를 우회할 방법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장목화는 게네바를 바라보았다.

“컴퓨터 공학적인 방식으로 말하자면, 유해한 데이터를 안전한 걸로 위장하는 거야. 일단 핸드폰 몇 개 미리 준비해놓고 퍼스트 시티 통신 네트워크에 접속시키는 거야. 그러다 마커스가 화장실로 가면, 곧장 겐에게 연락을 해야지. 이때 겐은 계속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거고.

전화로는 아주 정상적인 이야기만 할 거야. 아무 문제도 없는, 어떤 의심도 유발하지 않을 대화. 근데 그 사이에 특정한 데이터를 끼워 넣을 거야. 그럼 겐은 미리 정해둔 방식으로 그 암호를 풀어서, 그때부터 얼마 정도 더 기다렸다가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어.

전화를 끊고 약속한 시간이 되면 겐은 멀리서 시설을 파괴하거나 더 교묘한 방식으로 격투장 내 모든 구역의 전기를 직접 끊어버리는 거야! 그러면 화장실 등도 자연스럽게 꺼지겠지?

이건 객관적인 사실이니까 아무리 가상 세계 주인이라도 막을 수가 없어. 그 가상 세계가 2,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게네바까지 아우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야. 다만 새로운 세계에 진입한 상태가 아니라면 그 정도의 능력 범위를 갖지도, 그렇게 많은 데이터를 포용하지는 못해.”

또한 신세계에 진입한 각성자는 애쉬랜드에서 활동하지도 못했다.

이 대목에서 뜸을 들이던 장목화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은 우리가 정해둔 암호를 파악하고 우리의 실제 대화랑 그 안에 숨겨진 중요 정보를 알아차릴 수도 있어. 근데, 애초에 그건 불가능한 일이지. 말인 영역의 각성자도 아닌데, 우리 기억을 뒤져볼 수가 없잖아?”

용여홍은 순간 바이러스와 트로이 목마, 스푸핑 등이 떠올랐다.

‘정말 그게 된다고?’

그는 그제야 자신이 배웠던 지식이 전자 제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원거리 단전은 가상 세계의 여과를 피하는 기제였다.

‘가상 세계는 ‘내일 8시에 같이 아침을 먹자.’란 말에선 아무 문제도 발견하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걸러내지도 않겠지. 근데 미리 비밀 암호를 정해둔 게네바에겐 그 말이 ‘80초 후에 전기를 끊어.’란 말로 해석되는 거지. 생각하면 할수록 기상천외한 방법이야.’

용여홍은 죽을 때까지 배움은 끝나지 않는다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성건우는 놀란 듯 장목화를 바라보았다.

“혹시 저희 선배님이세요?”

본인처럼 전자 관련 학과 출신이냐는 뜻이었다.

장목화가 가볍게 웃었다.

“독학한 거야. 자, 그러니까 종합하면 어떻게 문을 닫고 불을 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마커스를 화장실로 보내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는 거지.”

구조팀은 곧 제각기 머리를 굴리며 적합한 방법을 고민했다.

잠시 후, 성건우가 턱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사회 공학적인 방법을 써볼까요? 마커스의 집 하인을 매수하거나 설득해서 설사약이나 이뇨제를 먹이는 거예요. 물론 직접적인 행동은 안 통하겠죠. 그런 약도 가상 세계에서 걸러질 테니까요.

근데 그런 물건들도 위장하면 돼요. 예를 들면 귀족들이 흔히 먹는 대황 안에 섞는다든지. 그거야 가상 세계 밖에서 진행하면 될 거고.”

대황은 자체적으로도 경미한 설사를 유발하는 작용을 했다. 그리고 가상 세계의 주인은 그 효과가 외부적 요인으로 강화된 건지는 알지도 못하고, 오직 그 정보만 복제할 수 있을 뿐이었다.

장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방법이네. 근데 실용성은 없어. 마커스가 격투 관람을 앞둔 그날, 반드시 대황을 먹으리란 보장이 없잖아. 물도 적게 마실 정도로 화장실에 안 가려고 애를 쓰는데, 외출하는 날에 설사를 유발하는 음식을 먹으려 할까?

게다가 하인은 물건을 사기 위해선 반드시 가상 세계의 범위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지만, 그게 함정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고.”

게네바가 장목화의 말에 동조했다.

“야의 방안은 너무 이상적이야. 다만 중점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스푸핑은 아주 좋은 방향이야. 설사, 혹은 빈뇨를 유발하는 유해한 뭔가를 안전한 것으로 위장하면 가상 세계의 검열을 통과할 수 있어.”

백새벽이 그 말에 영감을 얻었다.

“전에 한 유적 사냥꾼한테 따로따로 먹을 땐 문제가 안 되지만 동시에 먹을 때는 알러지, 설사, 구토 등을 유발하는 음식들이 있단 말을 들었어.”

“맞아, 세팔로스포린과 알코올이 그렇지.”

성건우가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구세계 콘텐츠에서 얻은 지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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