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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142화 (142/329)

<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아이스크림! 142 >

듣는 것만으로도 귀가 즐거운 인형 소녀의 외침에 처녀들이 화사한 미소를 머금었다. 인사차 찾아온 그란과도 손을 잡아준 캐롯은 이제 맞은편에 서 있는 베누스를 보았다.

자박자박 걸어서 그 앞으로 걸어간 캐롯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허리를 좀 숙인 베누스가 그 손을 맞잡자 까치발로 몸을 일으킨 캐롯이 베누스의 귓가에 속삭였다.

“네 꿈이 이루어지길 바래.”

손을 놓은 캐롯은 히히 웃으며 말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라! 기다릴게!”

“물론입니다.”

베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사를 마친 그들은 여전히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마을을 떠났다.

“잘 있어요!”

“잘 가요!”

“잘 가!”

작별의 여운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자동 마차의 창문이나 지붕에 올라가 열심히 손을 흔드는 동안, 자리에 푹 기대어 앉은 크랭크는 거창한 한숨을 쉬었다.

“후으으! 이번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어.”

“너는 이번 일을 그 한마디로 뭉뚱그리는 거냐? 나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다들 들었나? 고디브는 언젠가 우리들의 동상을 세워주겠다는군.”

“와! 정말요?”

“헤, 동상이라니.”

모두가 들뜬 기분을 내는 사이 크랭크만은 두 손으로 투구의 얼굴을 덮고 한숨을 내쉬었다.

* * *

계절은 늦은 봄이지만, 쏟아지는 햇살은 한여름의 그것에 필적할 정도의 위력을 자랑했다.

마차라면 말이 힘들어서 제대로 속도가 나지 않았겠지만, 지붕이 달린 자동 마차는 더위든 추위든 가리지 않고 꾸준한 속도로 달려서 집으로 향했다.

“도착-!”

“와! 드디어 집에 왔어!”

분명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출발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돌아왔을 때는 봄과 여름의 중간쯤에 다가와 있었다.

마차 지붕에 올라가 있던 코비와 캐롯이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며 괴성을 질러댔다.

방주 도시 아르곤에 도착한 일행들은 가장 먼저 길드에 들렸다.

퀘스트 완수 보고와 함께 정산을 받기 위해서다.

메시지 스크롤을 이용한 중간보고 이후의 일에 관해 간단히 이야기를 마친 크랭크는 편지를 꺼내 내밀었다.

“웨일즈 본 산맥 관통굴 조사단으로 오신 리즈넷 제3왕녀 쥬세페 공주님의 친필 서한입니다.”

책상에 올려진 편지를 보면서 이맛살을 조금 찡그린 길드 마스터가 시선을 들었다. 크랭크가 덧붙였다.

“이 편지를 백작 부인께 전달을 부탁하셨습니다. 제가 직접, 그리고 따로 영주님께 드릴 이야기도 있으니 면담을 요청합니다.”

길드 마스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편지를 다시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오세요.”

자리에서 일어선 마빈 길드 마스터는 두 팔을 벌리고 외쳤다.

“어쨌든, 돌아와서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아르곤의 희망들이여! 아, 정산은 아래층의 오리온에게 받으면 됩니다.”

길드 마스터 집무실에 처음 와본 지오의 일행들은 갑자기 큰소리를 지르는 그를 보고 깜짝 놀랐지만 다른 사람들은 흔히 있는 일인 양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인사를 마친 일행들이 복도로 나가는 와중에 몸을 돌리는 캐롯을 길드 마스터가 불러 세웠다.

“캐롯.”

“네?”

캐롯이 뒤를 돌아보자 근엄한 길드 마스터가 윙크를 찡긋했다. 그 의미를 알아챈 캐롯도 마주 윙크로 대답했다.

길드 건물 1층에 위치한 방에서 각 파티의 리더인 크랭크, 제임스, 지오가 의뢰비를 나누고 정산을 받는 사이, 나머지 사람들은 밖에서 기다리며 오랜만에 만난 모험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아리에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지.”

“오, 아리에테를?”

길드의 공고 게시판을 구경하던 아리에테가 뒤를 돌아보았다.

“나를?”

마침 길가의 노점에서 양손에 아이스크림을 사서 들어온 비타가 아리에테에게 아이스크림콘을 내밀며 뒤따라온 대머리 사내들을 소개했다.

“아리에테, 이분들이 찾으시는데요?”

“음?”

30대 후반에서 40대쯤으로 보이는 남자 셋이었는데, 다들 팔과 다리에 갑옷처럼 생긴 의수를 차고 있었다. 그들은 험악한 얼굴로 아리에테를 가리켰다.

“당신이 아리에테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이스크림콘을 한입 베어 문 아리에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비라고 생각했는지 로테가 호위를 위해서 슬그머니 다가왔다.

하지만 남자들의 반응은 극적이었다. 그들은 울상을 지으며 손등으로 눈가를 좀 비비더니 금속으로 이루어진 손을 내밀었다.

“나는 감게일, 이번에 오토마톤 의수를 받고 복귀한 모험가다! 덕분에!”

“이런-!”

아리에테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지다가 이어서 기쁨으로 확 펴졌다.

정비 길드에 기술을 공여한 일을 떠올린 그녀는 서둘러 손을 잡아 흔들었다. 움직일 때마다 장갑판의 마찰음이 들렸지만, 다시 움직이는 팔과 다리를 얻은 그들에게 그런 거쯤은 애교로 들리는 수준이었다.

감게일이 아리에테를 바라보며 반갑게 떠들어댔다.

“길드 말로는 당신이 테스트를 해줘서 완성품이 나왔다고 하더군! 고마워! 정말 고마워!”

“별말씀을, 저도 구원받은 처지입니다.”

원래 자신의 몸은 크랭크와 투나 덕분에 완성된 것이기에 길드에서 그 후광을 가져가는 것이 조금 불만이었지만, 뒷거래가 있었기 때문에 아리에테는 모르는 척했다.

그러고도 한참 온몸으로 감사를 표현하던 그들은, 아쉬운 대로 길가의 아이스크림 좌판에서 아이스크림콘을 잔뜩 사와서 길드 내의 사람들에게 뿌려버렸다.

“우리는 리빙 데드라는 이름으로 다시 활동을 재게 했어.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불러줘!”

“재활 중인 녀석들도 속속 복귀할 거야!”

“자식들아! 긴장해라! 형님들이 돌아왔다고!”

특수금속으로 만들어진 팔을 들어서 휘두르자 아이스크림을 핥고 있던 길드의 모험가들이 마주 환호를 질러 주었다.

“오오!”

“어서 와요! 형님들!”

“아이스크림 또 사주세요! 형님들!”

“환영합니다! 선배님들!”

역시 한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보기 드물게 살가운 미소를 지은 아리에테가 길드 대표로 그들에게 환영 인사를 했다.

“다시 돌아와 주셔서 기쁩니다. 이제 함께 모험을 떠납시다.”

정비 길드에서 사지가 절단되어 전신 의수를 장착한 여 기사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남자들은, 앞서서 다시 삶의 현장으로 복귀한 그녀의 환한 미소를 눈앞에서 보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을 느껴버렸다.

한참 후, 용기의 물약 원료인 카타 덩어리 때문에 정산이 늦어진 크랭크들이 밖으로 나와서 본 광경은 다들 할짝대며 아이스크림콘을 먹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오! 네 것 챙겨뒀어! 제임스 아저씨도요! 아아! 녹아요. 녹아!”

비타가 호들갑을 떨며 반쯤 녹아있는 아이스크림콘을 가져다주자 두 사람은 영문도 모른 채 후르릅 하면서 그걸 빨아먹기 시작했다.

크랭크에겐 캐롯이 아이스크림콘을 내밀며 말했다.

“아리에테의 팬클럽이 다녀갔어.”

사정 이야기를 들은 크랭크는 투구를 끄덕이며 아리에테를 보았다.

“잘됐구나.”

“음.”

투나의 곁에 앉아 함께 아이스크림콘을 핥고 있던 아리에테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 크랭크는 중대 발표를 했다.

“최종 정산은 좀 늦어질 것 같다. 가져온 물건을 길드에서 처분해야 해서.”

“아, 그 덩어리 말이지?”

“음. 연락이 오면 다 함께 가서 받도록 합시다.”

크랭크는 제임스와 지오를 보면서 말했다. 이 와중에 제임스는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게 맡겨주었다면 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조금 적게 받더라도 저는 안전하게 값을 치르고 싶었습니다.”

항상 친절한 듯하면서도 은근히 고지식한 면이 있는 크랭크의 발언에 제임스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튼 무사히 다시 돌아와서 기쁘군. 그래.”

“뒤풀이! 회식!”

캐롯이 버럭 외쳤다.

그 말에 모여 있던 사람들도 히히 웃고 있다. 보통 모험에서 살아 돌아온 모험가들은 목숨을 부지 한 동료들에게 서로 감사하며 저녁 식사 정도를 같이 하곤 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쉬었다가 내일 저녁쯤 저희 공방 앞에서 고기를 구우시죠.”

“으엑! 또 몬스터 고기 구울 거예요?”

보리스가 얼굴을 찡그리자 크랭크는 안타까운 듯이 대답했다.

“아쉽게도 그건 다 먹었습니다. 다른 고기로 준비하겠습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지오의 파티는 맡겨둔 마차를 되찾아 아지트로 돌아갔고, 제임스는 자동 마차를 끌고 골목길을 누벼 크랭크들의 공방으로 향했다.

“어랍쇼? 마당에 뭔가 있는데?”

운전석에 앉은 제임스의 말에 크랭크가 그의 어깨 너머로 투구를 쑥 내밀었다. 정말로 공방이 있는 창고 지대의 마당에 대형 자동수송차량 한 대가 정차해 있다.

“상단에서 왔겠지. 주변 창고 물건 반출입하러, 자주 왔었잖아?”

크랭크의 등에 매달린 캐롯이 고개를 내밀었다. 투구를 끄덕인 그는 캐롯을 매단 채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침 그들의 차량도 공방 근처에 정차했다.

칙-!

정차와 동시에 압축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를 내면서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내렸다.

“오우오! 자, 잠깐 기다려! 무, 문 열어 줄게!”

다른 사람들이 짐을 풀어 내리는 동안 봇짐 하나만 챙긴 투나는 호다닥 공방 입구로 달려가 굳게 닫힌 문에 손바닥을 대고 무어라 중얼거린 다음 목에 건 열쇠로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는 문 앞에서 두 팔을 벌린 채 눈을 지그시 감고 콧구멍만을 벌렁거렸다.

“으윽킁킁! 여, 역시 우리 집이 최고야.”

“우우우웁! 왁! 입구 가리지 말고 비켜줘!”

“으, 응.”

투나의 커다란 엉덩이에 얼굴을 파묻은 캐롯이 그 상태로 왁왁거리자 화들짝 놀란 그녀가 비켜섰다. 어디서 챙겨왔는지 모를 커다란 배낭과 짐 더미를 안으로 옮기고 있는데 마당 한구석에 세워져 있던 차량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더니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혹시 당신들이 여기 주민······?”

자동 마차의 하부 짐칸에 들어가 있는 남자의 엉덩이를 보면서 말하고 있는데 함께 온 일행이 배낭을 옮기고 있는 금발의 여 기사를 알아보았다.

“헉! 아리에테?!”

“음?”

처음 보는 사람이 이름을 부르자 아리에테가 고개를 돌렸다.

저 얼굴! 확실하다! 곧바로 몸을 돌린 사내는 후다닥 자기네 차량으로 달려갔다.

곧이어 백금발을 틀어 올린 여자가 뛰어나왔는데, 그 얼굴을 알아본 아리에테가 기겁하더니 배낭을 내던지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마침 달려오던 여자가 분노한 얼굴로 외쳤다.

“아리에테-!”

“으악! 오지 마! 로테! 샤를! 캐롯! 막아!”

목소리에서 다급함을 느낀 로테와 샤를이 앞으로 나섰다. 그걸 보고 손가락을 입에 넣은 그녀가 휘파람을 불자 대기하고 있던 차량 뒤에서 오토마톤 두 대가 굉장한 속도로 달려와 덤벼들었다.

캉-!

“으악! 너희들 뭐야?!”

난데없이 롱소드를 뽑아 든 오토마톤들이 칼을 맞대자 순식간에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챠챠챠챠챵!

눈앞에서 펼쳐지는 대낮의 불꽃놀이를 멍하니 쳐다보던 제임스가 뒤늦게 놀라 크랭크를 부르는 사이 캐롯은 아리에테를 뒤쫓아 간 여자를 쫓기 위해 몸을 돌렸다.

“아리에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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